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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응답하지 않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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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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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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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578g | 138*225*26mm
ISBN13 9791160949889
ISBN10 1160949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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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여러 번 정권이 바뀌었다. 저마다 국민의 삶을 우선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결과는? 이 책은 세 번의 민주정부를 겪고도 불평등과 불공정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정치, 기업, 부동산, 교육 등 우리 사회가 처한 위기를 분석했다. - 손민규 사회정치 PD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제 나는 지구화와 신자유주의라는 파고 속에서 정권 교체에 성공한 역대 민주진보 대통령과 민주화운동 세력이, 그리고 이들의 주도로 구성된 민주당이 시장력의 확대에 맞서는 사회력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원인을 역사정치적 과정 속에서 살피고자 한다. (중략) 주거·노동·교육 문제로 인한 국민적 고통을,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과 저출생과 높은 자살률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해명해서 새로운 정치사회 세력이 등장할 단초를 마련하자는 문제의식을 갖고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 pp.8~9

이제 우리는 개발 독재 30년과 그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 30년을 모두 겪었다. 그리고 세계 최저의 출생률과 최고의 자살률이라는 이중의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에 처해 있다. 외환위기와 이어진 기업 구조조정, 무차별적인 정리해고와 대량의 실업자 발생 사태, 부동산 폭등과 양극화는 ‘민주정부’에 대한 기대를 남김없이 무너뜨렸다. (중략)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개혁 의지는 사상 최대의 집값 폭등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급속한 증가로 빛이 바랬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개발주의적 퇴행을 촛불시위로 무너뜨리고 등장한 문재인 정부의 ‘공정’, ‘노동이 존중받는 나라’라는 구호도 집권 2년 만에 슬그머니 사라졌다.
--- pp.32~33

오늘의 중국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자본주의 경제 질서는 민주주의 제도와 반드시 쌍을 이루지는 않는다. 근대화론이나 마르크스 이론은 시장을 경제 외적 강제, 즉 봉건적 차별이나 억압, 국가의 개입과 배치되는 것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초기 자본주의는 시장 외적인 강제력의 축적 과정을 통해 발전하였고, 후발 자본주의의 국가 주도 공업화는 기업 특혜와 독점화의 길을 걸었다.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시장 원칙을 위배해야만, 즉 독점과 국가 개입을 통해서만 존립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분명하다. 즉 자본주의 기업은 오직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만 민주주의를 허용한다.
--- p.62

기업 사회 혹은 사회의 기업화는 단순한 법인 기업의 영향력 확대와 다르다. 대주주의 재산권 행사는 거의 일방적으로 보호하면서 사실상 ‘채권자’인 대주주는 법인의 잘못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70 국민의 세금으로 급료를 받는 일부 공무원들까지 기업의 영향 확대에 동원되고, 대형 로펌은 기업의 조세 포탈이나 범법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며, 상업 언론은 기업의 활동을 일방적으로 찬양하고 범법을 감춘다. 즉 언론인, 정치가, 법조인 등은 대기업에 ‘간접’ 고용된 존재가 되어버린다.
--- p.100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 단체교섭권은 보장되지만 단체협약의 대상 및 내용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익 사안은 교섭 대상이 되지만 권력관계의 변화를 가져오는 권리 사안은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 즉 이익 개선의 전제 조건으로 권리 보장을 부정하는 논리가 횡행한다.38 예를 들어 기업의 인사와 경영은 권리 사안이기 때문에 단체교섭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 경영의 결정이야말로 노동자에게 가장 심대한 충격을 준다. 사실 정리해고만큼이나 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안은 없다. 그런데도 단체교섭에서 ‘이익’의 개념은 오직 노사의 경제적 이익, 즉 임금과 노동 조건으로 좁게 해석된다.
--- p.142

교육이 공공재가 아니라 자리를 얻기 위한 지위재라면 교육 정책 당국이나 교사들은 공식 목표와 실제 목표 사이에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 틈바구니에서 학생의 고통은 가중되고,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학생은 탈학교 청소년이 되거나 정신적으로 병든다. 지금 우리 사회에 공교육의 이상과 목표는 설 자리가 없고, 오직 투쟁하는 개인들이 명문대 합격을 목표로 경쟁하고 있다. 그 결과 시험능력을 오직 자신과 가족만의 권리로 생각하는 소유적 개인possessive individual이 등장했다. 고액의 교육 서 비스를 시장에서 구매할 능력이 없는 가족은 교육 전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 p.175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경제 민주주의, 자유주의적 개혁의 시도는 미국과 IMF가 거의 폭력적으로 강제한 신자유주의적 압력에 흡수되고 굴절되었다. 그래서 한국은 지금까지도 시장주의 원칙이 작동하지 않는 특권 · 독점 영역과 시장주의가 적나라하게 작동하는 영역으로 완전히 이분화되어 있다. 금융 기관 설립, 주택 건설을 위한 토지 수용과 개발, 학교 교육 내용과 행정 등 시장 원리가 적용되어야 할 영역은 국가의 통제가 유지되고 민간의 개입이 차단되었다. 반대로 국가 혹은 시장이 개입해야 할 주거, 교육, 노동의 재생산 영역은 더욱 적나라한 시장 원칙이 지배한다.
--- p.229

특히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기의 집권 민주당을 보면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의 경력자가 많지만 기존의 보수 정당 구성원과 계급적으로는 차별성이 없다. 민주당이 정치적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고 서민을 대변한다고 주장하지만, 사회경제 정책에서는 시장주의 기조를 유지하고 재벌 개혁이나 증세에 소극적이며 구조적 불평등을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도 그들의 계층적 · 계급적 출신을 통해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의 홍재형 · 강봉균 · 김진표 등 경제 관료 출신 의원은 사실상 사회경제 정책에서 보수 정당과 보조를 맞추어 재벌대기업과 부자들의 편에 섰다. 이것의 근원은 1987년 민주화가 권력 엘리트의 계급 · 계층적 구성 변화를 가져오지 않은 데서 기인한다. 한국의 민주화는 엘리트의 교체, 즉 군부 정권하 군부 대 학생의 대립 구도에서 군부가 탈락하고 그 자리를 기성 민간 보수 엘리트가 차지하는 데 그쳤다.
--- p.253

집권 민주당과 대통령은 미약한 시민사회, 특히 정치적 영향력이 약한 노동자 세력에 의존하기보다는 결국 득표에 영향을 미치는 중산층의 이익과 관심에 편승하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래서 노동과 지역 시민사회의 지원 등을 통한 사회력 강화 전략이 체계적으로 실현되지 않았다. 이것의 최대 피해자는 앞에서 본 것처럼 비정규직 하층 노동자, 자살로 몰리는 청소년, 그리고 무주택자나 도시 개발에서 밀려난 세입자들이다. 이들을 대변할 정치 세력과 사회 세력은 없거나 아주 미약하다. 그래서 이들은 망루나 크레인에 올라가거나, 철창 속에 몸을 가두는 방식의 자해적 저항을 통해 자신의 처지를 국민과 정당, 언론, 법원에 호소한다. 또한 이들의 죽음과 자살 행렬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계속된다.
--- p.289

노무현·문재인 정부는 중도 자유주의 성향의 학자를 각료로 임명하거나, 아예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 김앤장 출신의 법률가들을 청와대 참모로 기용했다. 이렇게 임명된 자유·보수적인 학자와 전문가들은 주택, 교육, 노동 정책에서 최소한의 개혁 자유주의 시도조차 거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 임명권자인 민주당 대통령의 권력 기반과 지지율을 허무는 데 일조하였다. 이런 상황을 수십 년 겪고서도 민주당은 한국 지식 정치의 지형, 특히 지식의 생산 기지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대학 개혁, 국책 연구소 개편, 그리고 싱크탱크 육성 등을 통한 지식 생산 체제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당장의 선거에서 승리하는 일에만 몰두해왔다. 그러니 집권을 해도 ‘사람’을 찾지 못한다.
--- pp.342~343

성장을 통한 분배라는 개발 독재의 논리, 가난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자유주의, 시장이 불균등과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 논리가 외환위기 이후 한데 섞였다. 과거 박정희 정권은 선성장 후복지 논리로 빈곤층의 저항과 불만을 무마시켰지만, 노태우 정권은 국민 소득 2만 달러가 되면 자연스럽게 복지가 보장된다고 설득하거나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면 빈곤층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달콤한 말을 속삭였다. 상부상조와 이타주의가 복지의 사회적 동기라는 지적도 있지만, 민주화 이후 한국의 오랜 저조세 저복지 정책은 사실상 약자들 간의 경쟁과 이기주의를 더욱 부추기는 구조적 조건이었다. 정부는 중산층을 전부 투기꾼으로 만드는 정책을 펴면서 투기를 잡겠다고 하고, 노동자와 약자, 빈곤층을 극도로 이기적인 존재로 유도하는 정책을 펴면서 이들에게 복종과 자제와 협력을 요구했다. _353

한국 정치의 과도한 우편향 교정은 실질적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한 선거제 개혁이나 진보 정치 세력의 영향력 확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제도 정치는 사실상 여론과 사회적 지지 기반, 조직된 사회 세력의 힘 등 넒은 의미에서 사회의 종속 변수이기 때문이다. 정치 변화를 직접 유도할 수 있는 것은 사회의 밀도density, 즉 사회력이다. 그것은 시장 · 가족 의존 체제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일상과 지역, 그리고 선거 정치와 사회 참여 활동을 통해 실질적 주권자 역할을 하도록 연대를 구축하는 일이다. 또한 이것은 구성원이 사회 참여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사회적 생명력의 본성을 확인한다는 의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능력주의에 의한 불평등, 독점 기업의 시장 지배, 노동자 파편화를 극복하고 제도 정치가 사회 대표성을 회복해야 한다.
--- 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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