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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에 답할게요

: 8인의 시인, 8인의 화가 : 천진하게 들끓는 시절을 추억하며

리뷰 총점9.1 리뷰 11건 | 판매지수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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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에세이 76위 | 예술 에세이 top2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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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16g | 127*188*20mm
ISBN13 9791192768007
ISBN10 119276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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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시인들이 사랑한 화가들의 그림] 8인의 시인들이 각자 친애하는 화가의 그림들을 글로 써낸 책. 시와 그림은 말을 줄여 한 이미지로 표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각자의 시절을 관통한 그림들을 시인 각자의 언어로 추억하고, 조우하며 시와 그림이 접촉하는 순간, 엉겨 붙어 내게로 오는 순간을 느낀다. - 에세이 PD 이나영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8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기독교 미술은 쉴 새 없이 예수를 호출했다. 예수의 손바닥에 못을 박고 다시 십자가에서 내렸다가 찬양하고 위무했다. 차라리 신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미립자, 혹은 파동처럼 형상이 없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신을 굳이 인간의 모양으로 조각하여 육안으로 확인하려 드는 것도, 구체를 향한 인간의 욕망 때문 아닐까.
---「신미나 × 장 프랑수아 밀레」중에서

제목과 주석만 초라하게 남은 저 광활한 실패를 보라. 아마 시를 쓰면서 처음으로 마주한 장벽이 아니었을까. 모든 자극이 다 시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 어떤 그림은 그 자체로 크고 넓어 언어가 되기를 거부한다는 것. 그리고 나는 다시 그림 앞에 선다. 같은 그림을 본다.
---「안희연 × 파울 클레」중에서

앙리 마티스의 그림을 마주할 때마다 춤추는 기분이 든다. 정확히 말하자면 춤추자고 적극적으로 손 내미는 사람을 마주한 기분이 든다. 몸을 움직이는 데 젬병인 나조차 신체 곳곳에 분포한 신경이 반응한다. 발을 살짝 떼도 괜찮지 않을까, 손을 슬쩍 머리 위로 올려도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마티스의 회화에서 내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도 바로 이 느낌이다. 직전이 가져다주는 설렘과 아슬아슬함을, 한창때에 번져 나오는 흥분과 희열을 나는 도무지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마티스의 회화는 결코 넘치는 법이 없다. 신체는 캔버스에 스며든 듯 안정적이고 신체가 표현하는 동작은 날렵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자연스럽다.
---「오은 × 앙리 마티스」중에서

노인들이 해로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다. 손을 잡고 걸음을 맞추고 서로를 바라보며 거리를 걷는 나이든 사람들을 보는 것이 좋다. 페네가 평생 그린 그림을 역으로 쫓아 보는 지금도 비슷한 기분이다. 그 장면이 단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그들을 차분하게 하지 못했을 무수한 일들, 사랑 이후의 일들을 묵묵히 건너와 가능한 몸짓들이기 때문에. 사랑 이후의 일들과 사랑의 복잡다단함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반대로, 시간을 견뎌온 사람의 얼굴에서 보이는 맑고 산뜻한 사랑과 첫사랑의 그것도 잘 구분되지 않는다. 사랑의 어려움과 지루함을 함께 건너가는 것만이 사랑의 지속이기 때문에.
---「김연덕 × 헤몽 페네」중에서

건전하지 못한 상태가 병(病)이라면, 예술도 병이다. 나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세상에 적의를 품었다. 삐뚤어진 인정 욕구를 세상을 향한 비웃음과 조롱으로 드러냈다. 나 자신도 타인도 세상도 한낱 예술의 소잿거리쯤으로 취급했다. 예술에서 눈을 돌리는 것이 배교(背敎)라도 된다는 듯 예술의 순교자를 자처했다. 예술을 멀리하는 것만으로도 내 영혼이 더러워지는 양 몸서리쳤다.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싶은 대로 보는 반편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안다고 착각하는 풋내기. 꿈만 꿀 줄 아는 무능력자. 그러면서 세상의 모든 슬픔을 품고 있는 표정을 짓는 머저리. 그게 나였다.
그때 나는 내 영혼을 지키고 싶었다. 무엇이 영혼을 해치는지도 모르면서.
---「이현호 × 최북」중에서

보나르의 그림은 오래오래 보고 있을 수 있다. 봐도 봐도 안 본 눈처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사각의 틀에, 무게와 점도와 질감을 가지고 중력과 표면장력, 마찰력의 영향을 받는, 인간이 만들어낸 빛의 모형을 가지고 끊임없이 시간의 흐름, 빛의 질주에 저항하는 보나르의 집착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위로 끝날 것을 알면서도 빛이 바랠 새도 없이 기억을 색칠하고 상상을 그리는 보나르. 삐뚤삐뚤한 선은 끝까지 지켜보아야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다. 이런 게 그림이지, 하고 생각한다.
---「최재원 × 피에르 보나르」중에서

가쓰시카 호쿠사이는 이십 대의 방황 속에서 우정을 짙게 나눈 작가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작품 활동을 하는 동안 수십 번씩이나 자신의 이름을 바꿔 활동했다. 생애 약 3만 점의 작품을 그린 다작한 작가이기도 했다. 살면서 아흔세 번의 이사를 다니기도 했는데, 그것은 자신이 머물러 있는 곳에 물들지 않아야 한다는 자기만의 예술에 대한 철학을 굳게 지킨 일이기도 했다. 호쿠사이는 마치 언젠가 소식이 끊겨버렸지만 한 시절의 깊은 우정을 나눴던 친구처럼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매분 매초 바다의 정체성을 바꾸는 파도의 성량처럼 말이다.
---「서윤후 × 가쓰시카 호쿠사이」중에서

시간이 지연될수록 나는 내 공간에 그녀의 그림을 걸게 될 순간을 더 간절히 기다리게 된다. 소화의 얼굴을 본 시간보다 떨어져 지낸 시간이 이제 훨씬 더 많게 되었지만, 그녀에 대한 나의 애정이 더 깊어진 것처럼. 그녀의 그림에 대해서도 같은 마음이다.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때, 그리고 그녀의 그림이 내 공간에 존재하게 될 때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웃게 된다. 이것이 작은 꽃의 기쁨.
---「박세미 × 이소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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