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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그날 밤까지
2장 가모 집안 사람들 3장 사건 4장 계엄령 5장 병사에게 고한다 종장 다카시 편집자 후기 |
저미야베 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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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에 서 있는 새로운 투숙객이―덩치가 작은 중년 남성이었다―심하게 ‘어두웠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어두웠다. 그가 서 있는 주위만이 빛이 닿지 않는 방구석처럼 어두침침했다. 원래 로비 조명 자체가 그다지 밝지는 않지만, 일단은 제대로 켜져 있다. 그런데도 카운터 일부분에만 검정물이 스며든 것처럼 보인다.
‘내 눈이 이상한 건가?’ --- p.21 프런트맨은 사람 눈을 피해 한밤중에 먹을거리를 훔치러 온 쥐새끼마냥 작은 눈을 희번덕거렸다. 마치 그가 말하는 ‘유령’이 지금 여기서 우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곤란하다는 듯. 그러고는 비밀 이야기라도 하는 양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 “가모 대장의 유령이에요.” --- p.46 “화재 속에서 달리 도망칠 방법이 없었어. 믿을 수 없다는 건 잘 알아. 하지만 사실이야.” “대체 뭐가 사실이라는 건가요?” 남자는 다카시를 계속 응시했다.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하얀 숨을 토해 내며 말했다. “우리는 타임트립을 했어.” 타임트립? 남자는 아무 말도 없는 다카시를 향해 뭔가 켕긴다는 표정을 지었다. “난, 시간 여행자야.” --- p.79 건물 사이 샛길 안으로 창문에 플라멩코 댄서 같은 무용수의 포스터가 붙어 있는 레스토랑과 〈여종업원 모집〉이라는 벽지가 붙은 사무소가 보인다. 〈대서代書 다나카〉라는 큰 간판이 눈에 뒤덮여 노인이 바지런히 눈을 치우고 있다. 여기는 뭐 하는 가게일까? 걷는 동안 자신이 사는 ‘현대’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다르지는 않구나 하고 생각했다. 옷차림, 신발, 빌딩 높이, 문장의 가로쓰기 방향이 다른데다가 한자도 어렵지만 인간 자체가 뿌리째 바뀌지는 않는 것이다. --- p.487 이 나라는 한 번 망한다. 당신들이 지금 살아가는 이 ‘나라’는 망한다. 나라가 망해 가는 길에 당신들 모두 동행하게 된다. 거기서 웃고 있는 당신도, 코트 옷깃을 세우는 당신도, 보도에 선 사람에게 웃는 군인도, 전차 위의 군인도 모두 함께 데리고 가 버린다. 그 무엇도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 지금은 끝의 시작이다. 그런데 왜 웃고들 있지? 왜 아무도 화를 안 내지? 무섭지 않아? 왜 아무도 나서지 않는 걸까. 이건 잘못됐다고, 우린 죽고 싶지 않다고. --- p.5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