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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문학동네 30주년 기념 특별판, 양장 ]
리뷰 총점9.5 리뷰 15건 | 판매지수 29,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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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30주년] 하루키 아크릴 시계, 문장 달력 (포인트 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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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1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60쪽 | 644g | 128*188*35mm
ISBN13 9788954691581
ISBN10 8954691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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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언젠가 바닷가에서 물을 뿜는 푸른 고래를 만났을 때
그녀는 죽음을 이긴 영원한 생명의 이미지를 보았던 것이다.”

끊임없이 독자의 기대를 배반하는 매력적인 인물들,
파도에 휩쓸린 듯 빠져나올 수 없는 서사의 힘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천명관의 『고래』는 지금까지의 소설 문법과 그 궤를 전혀 달리하는 작품으로, ‘노파-금복-춘희’로 이어지는 세 여인의 굴곡지고 파란만장한 삶을 농염한 묘사와 압도적인 서사로 그려내며 단번에 평단과 독자를 사로잡았다. 신화적 상상력, 민담, 사회 괴담, 무협지 등 소설적 토양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 이를 훌쩍 뛰어넘는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한국소설의 외연을 한층 더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간 후 이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고래』가 구축한 방대한 서사와 생동하는 인물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그 밀도를 더하고 있다. 작가가 이야기꾼의 입을 빌려 쏟아놓은 무궁무진한 변주가 이 소설의 무너지지 않는 뼈대이자 살이기 때문이다. 금복을 떠올리면 춘희가 딸려오고, 춘희를 떠올리면 노파가 따라나오는 마술. 후에 『고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조금씩 다른 버전으로 소설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신화,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능수능란하게 장르를 오가며 이야기 꽁무니에 이야기를 달아둔 천생 소설가 천명관의 스텝은 소설 속 스토리의 변주인 동시에 작은 세계의 확장의 과정이기도 할 터이다.

『고래』는 단순히 색다른 모양새의 이야기들을 집약해놓은 소설이 아니라 우리 삶의 문을 쑥 밀고 들어오는 커다란 머리다. 독자는 그 우거진 머리를 헤치고 맛보고 다듬으며 저마다 찾고 싶은 군상을 발견하고 공감할 것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천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에요. 전 『고래』의 유머 감각과 독특함이 너무 좋아요. 부커상이 『고래』에 주목한 것도 이런 소설은 세상에 없고, 한번 읽기 시작하면 책장을 덮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 켈리 팔코너 (문학 에이전트)
등장인물들은 착하지 않지만 저항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고 결말은 매우 감동적이다.
- 부커상 심사위원회
마치 팀 버튼이 『토지』를 쓴 것 같다. 신화적이고 설화적이며 예술성까지 갖춘 책!
- 장항준 (영화감독)
자유분방하게, 그 어떤 규칙도 도용하지 않고 쓴 엄청난 이야기.
- 장진 (영화감독)
살아 있는 고래처럼 빠르고, 치밀하고, raw하다.
- 박칼린 (뮤지컬 감독)
우리의 서사적 전통에 힘입은 개성적 문체다. 이야기도 물론 최고!
- 장기하 (뮤지션)
작가가 의도한 것이건 아니건 『고래』는 소설이 갈 수 있는 최대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만은 틀림없다.
- 신수정 (문학평론가)
말 그대로 이 소설은 장터의 시끌벅적한 카니발을 연상시키고, 또 키치적 아우라도 물씬 풍긴다. 이 작가의 이야기 수집벽이 남다른 것은 소설 몇 쪽만 들쳐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고, 더 읽어나가면 놀랄 수밖에 없게 된다.
- 류보선 (문학평론가)

회원리뷰 (15건) 리뷰 총점9.5

혜택 및 유의사항?
주간우수작 고래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k*******5 | 2023.05.15 | 추천28 | 댓글16 리뷰제목
  입소문을 이기지 못해, 부커상의 위상이 궁금해서 잡아든 천명관의 소설<고래>는 나의 독서 이력 중에서 가장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그간 유럽의 고전을 하나라도 더 읽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나에게 한국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핵폭탄을 날려주었고, 앞으로의 독서 방향에 있어서는 커다란 물줄기가 새로 생겨났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앞;
리뷰제목


 

입소문을 이기지 못해, 부커상의 위상이 궁금해서 잡아든 천명관의 소설<고래>는 나의 독서 이력 중에서 가장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그간 유럽의 고전을 하나라도 더 읽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나에게 한국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핵폭탄을 날려주었고, 앞으로의 독서 방향에 있어서는 커다란 물줄기가 새로 생겨났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는 무엇을 읽으면 좋을지에 대하여 깊은 고민이 생기는 시점이기도 했다. 어쩐지 다른 책들이 시시해져 버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한국문학이 많이 읽고 싶어졌다.

 

이야기를 전진 시키고, 때론 멈추어 두고 과거로 돌아가 장면을 펼쳐내는 솜씨가 독자를 매료시킨다. '흡입력'이라는 단어로 이 소설을 설명한다면 아무것도 못하고 3일을 내리 고래만 읽었다. 한 페이지도 건너뛰거나 눈을 굴려 지나칠 수 없었다. 소설이 어찌나 촘촘하고 탄탄한지 몰입감 역시 최고였다. 1,2부 욕정이란 무엇인지 아주 제대로 맛보았다. 3부 인간의 흥망성쇠가 무엇인지 그 아찔한 추락을 경험하며 심하게 몰입한 탓에 이야기의 잔인성에 힘들기도 했다.

 

줄거리를 잠시 나열하거나 소설의 주제의식을 짧게 던져놓기에는 너무 큰 소설이었다고 말해야 할까? 얽히고설키는 인연 따라 긴 시간을 함께 추적해 보는 이 소설은 글로는 잘 만나보지 못한 낯선 경험이었기에 버겁기도 했지만 완주하고 보니 워낙 짜임새 있고 촘촘히 잘 엮인 글이라 무척이나 뿌듯한 여행이 되었다.

 

이 소설은 19금 소설 냄새가 물씬 풍기면서도 가감 없이 인생사의 단순함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어서 '새로운 경험' 이었다는 말을 거듭 강조하게 된다. 꼭 완주하실 분에게는 적극 추천드리고, 읽다가 말 것 같으면 시작하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다. 소설의 표현 그대로 쓰레기통 속 악취를 온몸에 문지르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에 분명 읽으면서 힘들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니까 꼭 끝까지 읽어 내시고 당신의 고래를 만나시길 같은 독자로써도 간곡히 바라본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본 육체의 가벼움과 무거움 그리고 키치, 그리스인 조르바의 자유, 싯다르타의 윤회와 고통, 니체의 영원회귀, 어쩐지 어린 왕자가 기억하라고 말하는 순간들도 스친다. 이런 소설들이 떠오르게 하는 문장의 가장자리마다 이정표를 세우며 지나가는 것도 이 소설 <고래>의 매력이었다.

 

 

저자가 등장시키는 세상의 법칙, 인생사에 대한 통찰을 압축하며 얼추 50여 번을 등장하는 새로운 이름의 법칙들이 독자에게 주는 것은 이미 많이 정의된 부조리에 대한 반감인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의 시점에만 해도 이것들이 부조리인지 모르고 당하고 겪어내야 했던 이야기. 어떤 인물과 사건의 이야기 말미마다 때론 명확하게 때론 적당히 정리되는 다양한 법칙을 통해 이해를 넓혀가기도 한다.

 

 

처음 몇 번의 법칙을 지나 이렇게 많은 법칙들이 등장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재미 삼아 이런 법칙들을 나열했다기엔 이미 소설과 한 몸이 되어 핏줄처럼 이야기를 돌리고 있었기에 재미로 흘려볼 수가 없었다. 어떤 법칙은 동맥처럼 굵었고 어떤 법칙들은 미세혈관처럼 뻗어 있다.

 

 

오기로 그 법칩들을 한 번 써보자면 이러하다.

자연의 법칙, 세상의 법칙, 유전의 법칙, 생식의 법칙, 고용의 법칙, 화류계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무지의 법칙, 거리의 법칙, 금복의 법칙, 칼자국의 법칙, 사랑의 법칙, 구애의 법칙, 비만의 법칙, 운명의 법칙, 무의식의 법칙,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작살의 법칙, 이념의 법칙, 거지의 법칙, 흥행업의 법칙, 구라의 법칙, 진화의 법칙, 그들의 법칙, 관청의 법칙, 유언비어의 법칙, 구호의 법칙, 만용의 법칙, 자본주의의 법칙, 헌금의 법칙, 경영의 법칙, 알코올의 법칙, 감방의 법칙, 신념의 법칙, 자본의 법칙, 토론의 법칙, 권태의 법칙, 지식인의 법칙, 독재의 법칙, 중력의 법칙

 

 

춘희의 법칙도 있을만 한데 춘희가 가진 특성상 오직 그것만큼은 춘희의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그 섬세함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춘희는 법칙 따위를 논할 지성이 없기도 하지만 법칙이 필요치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단순해 보이는 육체의 삶에도 이렇게 수많은 법칙들이 작용하고 있다니 놀라울뿐더러 그것들을 소설에 녹여내고 가지를 치게 만든 소설 <고래>의 위용이 거대하다. 나는 뒤늦게 읽었지만 이 소설에 대한 평가가 빈말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이런 소설은 없었다.

에너지에 휩쓸린다 

 

 

국밥집 노파, 노파의 딸 애꾸, 금복, 금복의 딸 춘희, 생선장수, 걱정이, 칼잡이, 약장수, 문, 수련, 트럭 운전수, 쌍둥이 자매, 코끼리 점보, 도둑들, 감방수, 벽돌 공장, 교도소, 대형극장...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모두 선명하게 보인다. 그들이 가진 이야기들이 어떻게 이야기되고 흩어지고 회자되는지 빨려 든다.

 

거꾸로 보면 벽돌 한 장을 역추적하다가 '빨간 벽돌의 여왕'의 이야기를 찾아내는 소설이기도 하다. 고립되어 있던 평대 마을에 기차가 들어오면서 문명사가 시작되는 진화 과정에서 전기도 들어오고 전화가 들어오고, 다방, 자동차, 유곽, 영화관까지 생겨나며 부흥을 맞은 도시가 다시금 쇠락하고 인간의 이야기와 함께 추락하는 거대한 이야기는 국밥집 노파, 금복, 춘희를 비추며 섬세해진다.

 

폐쇄적인 마을 하나가 금복이라는 여자 하나를 통해 얼마나 달라져가는지 그 과정도 재밌었다. 마찬가지로 문명의 붕괴와 인간의 추락을 보며 자본주의 법칙이 가장 커 보였고, 결국 돈이 인간을 들어 올렸다가 추락시키는 것만 같았다.

 

여장부인 금옥의 매력과 능력의 끝이 어디인지 그 이야기는 한없이 펼쳐진다. 금옥에게 모성애가 없다는 것이 결국 남성성을 선택하며 그녀가 쇠락해가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금옥의 사랑은 육체의 허망한 사랑이었다.

 

매력적이지 않았지만 가장 애잔한 춘희, 그녀의 거대한 몸은 여자로서 겪어낸 말하지 못할 고통과 수모를 모두 감당해냈다. 대형화재의 방화범 누명을 쓰고 들어간 교도소의 참혹한 생활은 상상하기 싫었다. 감옥에서는 나올 수 있었으나 그 육체의 굴레는 죽을 때까지 벗어나지 못하는 비극과 불행을 나진 이야기에서 무서운 몰입으로 무상함을 함께 느끼며 힘들게 따라왔다.

 

 

춘희가 바랬던 것은 엄마에게 따뜻이 안기고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지만 끝까지 고립되어 있는 외로움 속에 산다. 춘희는 모성을 느끼지 못하며 컸고 일반인의 지성이 없어 언어소통이 힘들다. 그럼에도 남달리 탁월한 오감을 통해 삶을 끌어간다. 자기가 낳은 생명을 지키기 위해 본능으로 사랑을 깨우치는 모습은 원초적으로 감동적이면서 슬펐다. 덧없는 죽음들이 침묵하는 동안 커지는 슬픈 여운이 내 안을 뱅뱅 돈다.

 

아름다운 육체가 시들고 남는 것은 허상이지만 아름답다는 기준에서 모두 멀었었던 춘희의 모성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기억하고 싶다. 마지막에 지구 밖으로 줌아웃되며 마무리되는 소설. 춘희가 꼭 알았으면 싶은 트럭 운전사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춘희가 사랑받았음을 꼭 알려주고 싶어진다. 이 거대한 이야기들이 결국 모든 게 먼지 한 톨보다 작아지는 것으로 심하게 몰입했던 독자를 소설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그 마무리가 개인적으로 가장 완벽했다.

 

아직 여운을 우리는 중이다.

평가할 입장이 아니지만

최고~~

 

 

고래의 문장들 얘기까지 하자면 끝이 없다. 그러니 밑줄에서 뭔가가 느껴지신다면 직접 고래를 만나시기를 바란다.

 


 

여자로서 춘희가 겪은 고초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들 만큼 끔찍한 것들이었으나 그것은 모두 과거의 일이 되었다. 고통은 희미해지고 그녀는 이제 교도소를 나와 쇠락한 벽돌 공장으로 돌아와 있는 것이다. - P13

 

살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이자 영원히 벗어던질 수 없는 천형의 유니폼처럼 그녀를 안에 가둬 놓고 평생이 끌고 다니며 멀고 먼 길을 돌아 마침내 다시 벽돌 공장까지 데리고 온 그 살들을 춘희는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 P19

 

거기에 대해 대답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녀의 저주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며 그녀의 이야기는 까마득한 옛날 평대의 전기차가 들어왔던 시절의 이야기다.
- P21

2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8 댓글 16
구매 포토리뷰 인간의 욕망의 끝은 어디까지 일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삶**소 | 2023.07.02 | 추천9 | 댓글2 리뷰제목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 갓 교도소에서 출소한 춘희. 거구의 벙어리이자 정신박약아. 춘희의 엄마 금복. 시골 출신에 남자를 끄는 남다른 매력과 사업적 수단으로 부를 거머쥐지만 딸에게 애정을 주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 평대에서 홀로 국밥집을 차려 오로지 돈 모으는 데만 집중했던 노파. 이 노파 또한 자기 손으로 딸의 한쪽 눈을 멀게 하고 벌꿀 두통에 딸을 팔아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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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

갓 교도소에서 출소한 춘희. 거구의 벙어리이자 정신박약아.

춘희의 엄마 금복. 시골 출신에 남자를 끄는 남다른 매력과 사업적 수단으로 부를 거머쥐지만 딸에게 애정을 주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 평대에서 홀로 국밥집을 차려 오로지 돈 모으는 데만 집중했던 노파. 이 노파 또한 자기 손으로 딸의 한쪽 눈을 멀게 하고 벌꿀 두통에 딸을 팔아버린 모진 엄마였다.

금복과 노파의 공통점은 본인 스스로는 애정에 굶주렸으나 정작 자기 핏줄인 딸에겐 정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 딸들 또한 애정에 굶주렸으니 노파의 딸은 노파에 대한 원한을 품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였고 춘희는 누군가에게 원한을 품을 정도로 세상에 대해 알지 못했다.

 

금복의 끊임없는 욕망은 결국 노파의 한으로 인해 가장 화려했던 날 많은 이들이 화재로 죽고 죄 없는 춘희는 방화범으로 감옥에 가야 했다. 13년이란 세월 간 춘희의 모진 수감생활이 끝나고 그녀가 좋아했던 벽돌 공장으로 돌아오지만 홀로 야생의 세월을 보낸다. 그녀는 한 남자의 아이를 가졌지만 버려졌고 그 아이마저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벽돌을 만들며 죽어간다. 춘희는 행복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몰랐겠지만 가장 순수한 행복을 느끼고 경험한 인물이라 생각된다.

 

그녀는 감정에 충실했으며 자신의 직관을 어리석을 만큼 턱없이 신뢰했다. 그녀는 고래의 이미지에 사로잡혔고 커피에 탐닉했으며 스크린 속에 거침없이 빠져들었고 사랑에 모든 것을 바쳤다. 그녀에게 '적당히'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사랑은 불길처럼 타올라야 사랑이었고 증오는 얼음장보다 더 차가 워야 비로소 증오였다. 그녀는 걱정의 배 위에 두려움 없이 얹어놓았 던 그 손으로 칼자국의 배에는 거침없이 작살을 꽂아넣었다. 그렇다면 자식에 대한 어미로서의 사랑은? 그것은 그저 그랬다. 아니 그보다 더 못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p.154)

 

이제 그 모든 호들갑은 우리의 주인공 춘희의 인생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졌다. 그녀는 영웅도 아니었고 희생자도 아니었다. 그녀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 장인도 아니었으며 숭고한 예술가는 더더욱 아니었다. 우린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어떤 삶을 원했는지 알 수 없다. 그녀는 우리와 달랐으며 다르다는 이유로 평생 고독 속에서 살았다. (p.415)

 

저마다의 기구한 운명을 지닌 이 세 명의 여성과 주변인물 사이에 벌어지는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 모든 것을 열망했던 금복과 반대로 열망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기의 온 감각을 이용해 살아갔던 딸 춘희의 대비는 인간의 욕망이 과연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이제야 고래를 읽었다. 정말 이 이야기 특별하고 놀랍다.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이런 이야기 대환영이다.

 
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9 댓글 2
포토리뷰 욕망으로 살찐 고래 이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제**전 | 2023.06.19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낯설음과 기이함으로 시작된 [고래]와의 만남은 당혹감과 저항감으로 이어졌다. 내가 읽어왔던 소설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무슨 판타지 소설도 아니고. ‘부커상 후보 맞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인간의 습성인 남 탓 때문이다. 내 탓 인줄도 모르고. 소설의 말미에 있는 소설가들의 평론으로 말 하지면 우리가 한국소설에 너무 낯선 탓이라고 한다. 인정한다.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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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음과 기이함으로 시작된 [고래]와의 만남은 당혹감과 저항감으로 이어졌다. 내가 읽어왔던 소설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무슨 판타지 소설도 아니고. ‘부커상 후보 맞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인간의 습성인 남 탓 때문이다. 내 탓 인줄도 모르고. 소설의 말미에 있는 소설가들의 평론으로 말 하지면 우리가 한국소설에 너무 낯선 탓이라고 한다. 인정한다.

 

당연히 부커상 후보가 된 것 때문에 선택한 책이다. 처음에 읽기를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읽다가 나만 읽자는 마음도 들었다. 3부에 이르러 누군가에게도 끝까지 꼭 읽으라고 권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책을 끝냈다. 더불어 갈팡지팡 연약한 내 마음의 정체도 알게 되었다.

 

노파, 금복, 춘희 이 세 명의 여자를 중심으로 사람들과 그들이 가진 각각의 욕망이 합쳐져서 소설의 뼈대에 살을 붙인다. 그 살은 본능과 충동으로 사는 삶의 다양한 경험들이고 경험들이 섞여서 이 소설 속을 흘러간다. 흘러가는 곳은 뭐 각자의 복이겠지만.

 

책에 이런 말이 적혀있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다.” 얼굴에 쓰고 있는 수천 장의 가면을 하나씩 벗겨가는 인생처럼. 깊이 다가오는 말이었다. 작가는 그 먼지들을 소설 속에 세상의 법칙들로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걸어가다 법칙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캐내면서 나만의 언어를 덧붙이는 일은 재미있었다. 반복되는 법칙들을 포함하면 무려 50여 가지의 법칙들이 소개된다. 모든 법칙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키지는 않겠지만, 나에게는 법칙들마다 곰곰이 생각을 열고 키우는 순간들을 만들어 주었다. 그 법칙들과 나의 생각들을 하나씩 적어보고자 한다.

 

1. 소문의 법칙. 노파와 반편이 사이에서 벌어진 애정 행각이 인간의 육체 중에서 가장 가벼운 입을 통해 퍼져 나가는 것을 보았다. 소문은 당사자들에게 불행을 선사한다. 사람에게 가장 힘든 것이 침묵이라는 생각을 했다. 침묵은 금이라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

 

2. 관성의 법칙. 가엾은 노처녀를 매질하는 사람들에게 생긴 광기가 멈추질 않는 것을 보았다. 광기를 안고 감추고 살아가는 우리를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매 순간 그 광기를 멈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3. 유전의 법칙. 반편이의 눈과 눈빛을 닮은 반편이의 딸을 묘사하며 작가가 제시한 세상의 법칙 중 하나다. 눈빛을 닮았단다. 사람이 가진 성격이 어떻게든 유전이 된다는 말이다. 핏줄이든 환경이든. 유독 드러나는 건 부정적인 면이다. 그 유전적 성향과 싸우며 매일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일이 이 법칙을 이겨내는 방법이 아닐까?

 

 

4. 사랑의 법칙.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법칙이다. 노파가 반편이 다음으로 목도수를 만나 삶의 윤기를 머금는다. 그 윤기 때문에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애교이고 재치이고 매력인 순간이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하지만 가장 짧은 순간이기도 하다. 왜냐면 사랑은 행복과 불행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조화의 힘이 필요하다. 사랑하기 위해선.

 

잠깐 쉬어가자. 사랑의 법칙을 지나 주인공인 춘희와 금복의 세계가 차례로 펼쳐진다. 물화와 시간과의 싸움, 욕망과 가치의 싸움이다. 그 적나라한 세계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세상의 법칙들을 만나게 된다. 인생의 가장 큰 장애물인 두려움과 함께.

 

5. 생식의 법칙. 금복이 자라면서 자연히 가지게 되는 남자에 대한 갈망처럼 인간이 가지지 않을 수 없는 본성이다. 그리고 나 보다 더 나은 유전자를 갈망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기도 하다.

 

6. 고용의 법칙. 부부가 된 걱정과 금복이 구복을 해결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는 평생토록 세상이 만든 수많은 조건들에 고용된다. 부와 가난,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의 조건들. 그래서 인생이 힘들 수밖에 없다. 그 조건들의 무게 때문에.

 

7. 화류계의 법칙. 이 세상 여러 곳에 유흥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법칙이다. 이 법칙에서 많은 남자들이 자유롭지 않다.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이 법칙은 사람을 돈의 노예로 만들고, 육체를 썩게 만든다. 지금도 두렵다.

 

8. 가속도의 법칙. 타인을 지키려는 걱정의 용기가 만용으로 치닫는 장면이다. 사건이라는 용액에 만용이라는 용매가 섞일 때 그 속도는 인간이 감당하기 어렵다. 어마무시하다. 그렇게 밀린 인간은 패배라는 빠져나오기 어려운 구덩이로 처박힌다.

 

9. 무지의 법칙. 걱정의 만용을 불러일으킨 것은 육체의 힘만 믿는 무지였다. 육체라는 그림자에 가려진 단순함의 비극이었다. 이 법칙 앞에서 우리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자각하고, 반성하는 지혜로 무지라는 그릇을 채워야 한다.

 

10. 의처증의 법칙. 다시 말해 의심의 법칙이다. 걱정에게 영원히 멈추지 않는 질투의 신이 다가왔다. 의심을 바탕으로 인간은 자기기만하에 상대를 판단하고 공격한다. 인간이 아마도 질투만큼은 신보다 우위일지도 모른다.

 

11. 거리의 법칙. 금복에게 칼자국이 등장한다. 그리고 작가는 극장의 금복의 자리를 빗대어 거리의 법칙을 설명한다. 그 거리를 두고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타인은 항상 반대편에 거리를 두고 있다. 그 반대편은 다름이기도 하고 틀림이기도 하다. 다름과 틀림은 동의어지만 반대말이기도 하다. 다름은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하고, 틀림은 서로에게 아주 크고 두꺼운 벽이 있다. 서로를 볼 수 없을 만큼.

 

12. 연기의 법칙. 이건 내가 추가한 법칙이다. 칼자국이 금복에게 영화 속 인물들의 연기가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짐짓 그런 척하는 것이 연기라고 말한다. 여기서 나는 인간에게 주어진 두 가지 삶을 생각했다. 내 삶은 연기인가, ‘진심인가 

 

13. 금복의 법칙. 금복은 칼자국에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대가를 치른다. 이것을 나는 나만의 법칙이라고 하고 싶다. 우리는 삶에게 값을 치르는 각자의 방식이 있다. 그것을 감정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각자마다 가지고 있는 감정의 종류들도 다르고, 많고 적음이 또 다르다.

 

14. 칼자국의 법칙. 칼자국의 왕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모두 그의 자국이 없는 것이 없다. 나는 이것을 대가의 법칙이라고 부르겠다. 나의 행동에는 반드시 어떤 대가가 따른다. 절망이든 희망이든, 실패든 성공이든.

 

15. 서부극의 법칙. 서부극에서 백인의 총을 맞은 인디언들은 반드시 노루처럼 쓰러진다는 설정의 법칙이다. 강자와 약자의 법칙이고, 부익부와 빈익빈의 법칙이고, 평등이 아닌 불평등의 법칙이다.

 

16. 사랑의 법칙이 한 번 더 나온다. 이것은 소유의 법칙이다. 소유는 욕심과 집착을 부른다.

 

17. 구애의 법칙. 갈망의 법칙일수도 있겠다. 우리는 어떤 대상에게 모든 것을 받친다. 갈망을 집착한다. 우리는 그 대상을 바꿔야 한다, 내 안의 또 다른 나.

 

18. 비만의 법칙. 걱정이 식욕에게 함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비만은 바보가 되는 지름길이다. 그 지름길로 가면 탐욕의 살에 눌리고, 욕심의 무게는 감당이 안 된다.

 

19. 운명의 법칙. 올 것은 결국 오고야 만다고 한다. 아무런 전조가 없이도. 운명은 그토록 거대한 바위인가? 나는 운명이라는 바위를 깨뜨릴 방법을 알고 있다. 바로 의지라는 망치다. 그 망치는 열정이라는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불가능은 없다. 실패는 있어도.

 

20. 무의식의 법칙. 금복의 의식에 박혀있는 칼자국의 음성을 말한다. 내 의식의 밑바닥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다. 초라함, 두려움, 절망 

 

21. 습관의 법칙. 걱정의 몸에 밴 노랫가락을 이야기하며 나오는 법칙이다. 습관은 내 삶이 나르는 짐들 중에서 가장 무거운 짐이라는 생각을 했다. 또 습관이라는 육중한 살덩이를 상상했다. 우리는 이 살 중에서 지방 덩어리만큼은 빼든지 자르든지 정리해야 한다.

 

22.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금복과의 사랑을 뒤로 한 걱정의 끝은 그 육중해진 몸에 절망을 더해서 죽음이라는 바닷물에 빠지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번갈아 찾아오는 수많은 손님들이 생각났다. 그 손님을 나는 감정이라고 부르고 싶다. 어떤 손님을 부를지는 오로지 자기 몫이다.

 

23. 작살의 법칙. 금복이 칼자국의 배에서 작살을 빼려하지만 상처만 더 커질 뿐이다. 우리는 착각과 오만으로 많은 일들을 벌인다. 빠지지 않는 작살처럼 벌어지고 나면 주워 담을 수 없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24. 이념의 법칙. 금복이 세상을 떠돌다가 남쪽과 북쪽으로 나뉘어 싸우게 되는 전쟁을 만난다. 그 전쟁은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 이념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수와 진보. 그들이 선택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틀림이다.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다름은 서로에게 갈 수 있는 길이 열려져 있지만, 틀림은 휴전선이라는 벽이 있을 뿐이다. 서로에게 총을 겨눈.

 

25. 거지의 법칙. 금복이 춘희를 임신한 까닭으로 거지 무리에서 쫓겨난다. 도움이 안 되면 가차 없이 버리는 세상이다. 배려와 베품이 없는 이기심의 사회다. 우리 역시 이기심이라는 바가지를 들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26. 흥앵업의 법칙. 쌍둥이는 코끼리 때문에 다치고, 신데렐라에서 하녀로 몰락하게 된다. 삶이라는 놀이공원의 필수 코스는 롤러코스터다. 상승과 하강을 경험하고, 번영과 몰락을 경험한다.

 

27. 구라의 법칙. 금복의 어릴 적 친구인 약장수를 말솜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는 세상이라는 친구의 구라 가득한 이야기에 넋을 잃는다. 그리고 그 구라에 한숨과 눈물과 웃음을 더한다.

 

28. 진화의 법칙. 평대라는 도시가 변하는 모습을 빗대었다. 살기 위한 몸부림과 투쟁이 우리를 얼마나 많이 진화시켰는가? 옳은 방향이든, 틀린 방향이든.

 

29. 관청의 법칙. 점보라는 코끼리 수송에 관해 금복과 철도공사 간에 책임을 떠넘기는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법칙이다. 우리는 평생 여러 기관에 소속되어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기관도 전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말은 이렇다. “삶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의 책임일 뿐“.

 

30. 유언비어의 법칙. 소문들이 각색되고 퍼지면서 벽돌공장 일꾼들 사이에서 솟아난 법칙이다. 세상은 이야기 천국이다. 그리고 그 세상에는 진실을 각색하는 각본가와 그것을 퍼뜨리는 연기자만 있을 뿐이다.

 

31. 구호의 법칙. 목소리가 벽돌공장 일꾼들을 부추기고 충동질하는 선동의 법칙이다. 세상에는 사람들을 선동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그들의 논리와 설득력은 자극적이다. 그 힘에 의해 모인 무리가 외치는 온갖 종류의 구호들을 우리는 목격할 수 있다.

 

32. 만용의 법칙. 곽사장이라고 불리는 건축업자의 영화와 추락을 주도했던 건 용기가 아닌 자만이었다. 자만이 동반하는 건 섣부른 판단과 후회와 자책 뿐 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내가 추가하고 싶은 법칙이 하나 더 있다. 금복이 엑스레이 사진을 찍고, 육신의 한계와 죽음의 공포를 벗어나기 위한 바람기가 시작되는데 나는 이것을 몸부림의 법칙이라고 말하고 싶다. 거기에는 한계와 허무와 덧없음과 죽음 밖에는 없다. 그 한계를 벗어나고 싶은 인간은 신앙을 갖기도 한다.

 

 

33. 자본주의의 법칙. 사람들이 가진 공허를 돈으로 바꾸는 금복의 셈법이다. 우리는 복잡한 관계 속에서 시비, 오해, 화해, 소비로 물든 자본주의라는 기차를 타고 공허라는 종착역에 도착하는 운명이다.

 

34. 헌금의 법칙. 금복과 목사와의 부적절한 관계 속에서 예배당이 세워진다. 신앙이라는 가면을 쓴 수많은 위선자들이 내는 돈을 헌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35. 이라는 성을 가진 남자의 병에 대한 가족력에서 유전의 법칙이 또 나온다. 그 불운을 보면서, 내 삶의 불운을 예감하는 것은 인간에게 내려오는 유전의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36. 이념의 법칙도 반복된다. 멸공주의, 빨갱이가 나온다. ‘주의라고 이름 붙어진 생각의 이름들. 그건 내 생각만 옳다는 도둑놈 심보다. 작가는 이것을 오른쪽은 옳은 쪽이란 뜻이라고 설명한다.

 

37. 경영의 법칙. 금복은 벽돌의 수요 감소로 인해 공장 일꾼들을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했고, 인부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그래서 이 법칙은 돈의 법칙이고 배신의 법칙이다.

 

39. 알코올의 법칙. 금복이 알코올 중독이 되어 약장수의 배신을 겪게 되는 장면이다. 나는 이 법칙을 쇠약의 법칙, 중독의 법칙, 그리고 검은 그늘의 법칙이라고 부르고 싶다.

 

40. 플롯의 법칙. 극장에 불기둥이 치솟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상업주의가 만들어내는 경탄과 환호, 절망과 한숨이 삶을 형상화한다. 이게 바로 플롯이다.

 

41. 감방의 법칙. 춘희와 같은 감방에 갇혀있는 죄수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이건 죄인의 법칙이기도 하다. 우리는 감방에 갈 만큼 감추어둔 충분한 죄가 있지 않는가 

 

42. 신념의 법칙. 우생학의 신봉자인 교도소장의 편협한 생각이 수감자들에게 단종수술을 시행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사람은 옳고 그름보다는 소명이라는 판단이 있을 뿐이다.

 

43. 자본의 법칙. 약장수는 수련과 함께 평대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로 가고 금복으로부터 빼돌린 돈은 그곳에서 무한한 증식을 한다. 우리는 그 법칙을 눈앞에서 직접 보며 살고 있다.

 

44. 토론의 법칙. 약장수가 이사 간 도시에서 말발로 소위 엘리트 그룹에 끼게 된다. 그들 대화의 주제는 나의 약점을 어떻게 하면 감출 수 있을까?’. 우리의 대화도 보면 인정욕구라는 속셈이 뻔히 드러나 보인다. 그건 음험한 속셈과 속내만 있는 수박 겉핥기의 법칙이기도 하다.

 

45. 권태의 법칙. 수련이 매력 없는 약장수에게 싫증을 느끼고 바람을 피우게 된다. 우리가 겪는 수많은 싫증들 덕분에 삶은 더 풍성한 듯하다. 싫증의 법칙이다.

 

 

46. 지식인의 법칙. 약장수는 정체가 탄로 나고 지식인 집단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들이 약장수에게 지혜가 아닌 지식이라는 냉담하고 잔인하기도 한 두 얼굴을 가진 마음의 폭력을 휘둘렀다. 선수가 아닌 심판의 법칙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판단의 법칙이라고 해도 괜찮겠다.

 

47. 독재의 법칙. 장군의 권력에 대한 끝없는 욕망의 법칙, 독선의 법칙, 종속의 법칙, 지배의 법칙이다.

 

48. 중력의 법칙. 춘희에게 다가오는 나이라는 무게의 이야기다. 삶이라는 너무도 무거운 중력은 우리에게 주름을 만들고 고민을 안긴다. 고민과 고독은 다르다. 고민하는 사람은 많겠지만, 고독한 사람은 드물다. 고독은 나를 만나는 길이고 진실과 진리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놓음과 자유,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이런 질문이 생각난다. 당신은 고독한가?

 

이것들이 작가가 내놓은 세상의 법칙들이다. 이런 법칙들이 생겨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겸손하지 못한 인간들이 살면서 눈 배설물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배설물들로 작가는 세상의 법칙들을 만들고 욕망의 대서사시를 완성했다.

이 소설은 본능과 충동에 의해 구체화된 욕망이라는 인간이 사랑, 고통, 열정, 고독, 겸손을 배우며 내려놓는, 놓아버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금복과 춘희를 통해서. 춘희가 걷는 길은 나를 찾아가는, 고독을 찾아가는, 진실의 길이다. 그 길의 끝에 고독과 겸손이 있지 않을까 

 

소설도 삶도 아이러니의 세계다. 영원을 욕망하는 인간과 그 욕망이 시간의 풍화작용으로 사라지는 것이 소설과 삶의 공통점일 수도 있겠다. 이 소설을 통해 삶의 수많은 법칙들이 섞이고 확장하고 반복되는 시간과 공간들을 보고 듣고 느꼈다. 인간은 시간이라는 중력의 아래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가 돌고 도는 그 시간들을 지나쳐 고독과 죽음으로 회귀되는 그 여정의 법칙[고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책 속에 나온 건축학의 모토처럼 내 인생에 어떤 집을 짓고 싶다는 말로 이 글을 마치고 한다. 나는 이 집을 자연스럽되 거칠지 않고, 아름답되 요란스럽지 않으며, 실용적이되 천박하지 않고, 조화롭되 인공적이지 않게 만든 다음, 겸손이라는 페인트로 마무리 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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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영화를 본 것 같아요 진짜 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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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치**마 | 202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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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야말로 고래이자 벽돌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동****탈 | 202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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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이 받아서 구매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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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t********5 |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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