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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들

: 여성의 자유와 해방에 관한 지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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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500쪽 | 660g | 148*210*25mm
ISBN13 9791168730694
ISBN10 1168730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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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기존 페미니즘 역사 서술이 유럽 미국 중심이었다면, 케임브리지대학교 역사학부 교수 루시 딜랩이 쓴 『페미니즘들』은 지구 전체 여성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꿈, 생각, 공간, 사물, 모습, 감정, 행동, 노래 등 8가지 키워드로 다양한 여성들의 사유와 삶을 조명한다. - 손민규 사회정치 PD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추천의 말
들어가며
1장 꿈
2장 생각
3장 공간
4장 사물
5장 모습
6장 감정
7장 행동
8장 노래
나가며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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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 책에서 앞으로 다루게 되겠지만, ‘페미니즘’의 기원은 범세계적임에도 종종 서구에서 형성된 해방된 여성이라는 모델과 연관되어왔다. 다양한 배경이나 목적을 지닌 이들의 목소리는 무시되기도 했으며, 페미니즘의 캠페인이 그들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도 못했다. 얼마 안 되는 기록물마저도 권력과 특권을 지닌 페미니스트들이 하고자 한 이야기에 편향된 경향이 있다. 아델 무르돌로(Adele Murdolo)의 말대로, “페미니즘 아카이브에는 갈등을 겪거나 인종적으로나 민족적으로 분열된 운동을 선뜻 보여주는 기록이 거의 없다”.
--- p.17, 「들어가며」 중에서

나는 페미니즘의 기원을 유럽에서 찾으려 애쓰기보다 역사적으로 계속해서 이어 붙여진 여러 조각들로 구성되어 독특한 무늬와 그림을 만들어내는 ‘모자이크 페미니즘’이라는 한층 더 확산적인 개념에 의지한다. 페미니즘들은 마치 모자이크처럼 멀리서 바라볼 때와 가까이에서 바라볼 때 무척이나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또한 모자이크와 마찬가지로 페미니스트 연합은 그때그때 가능한 부스러기와 조각들, 즉 다른 운동, 헌신적인 개인, 행동과 아이디어 등이 한데 합쳐 이뤄진 것이다. 어떤 조각은 오래도록 살아남았지만 부스러져 타일만이 재사용된 경우도 있고, 아예 사라져버린 조각도 있다.
--- p.36, 「들어가며」 중에서

지난 20년 사이 역사가 쓰이는 방법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고 방식 자체도 다원화되었다. 문화사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물질문화, 공간, 자본, 그리고 감정 연구를 위시한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접근법이 발달했다. 이 책은 이런 새로운 접근법들의 영향을 받아 페미니즘 역사를 지적·사회적 운동 분석이라는 통상적 위치 너머로 확장한다. 나는 지난 2세기에 걸친 페미니즘운동을 연속적인 흐름에서 이야기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이는 불가능할 정도로 거대한 과업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최근의 혁신적 역사들에 뿌리를 둔 몇 가지 새로운 도약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 p.41, 「들어가며」 중에서

1871년 미국의 여성참정권운동가 수전 B. 앤서니(Susan B. Anthony, 1820~1906)는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대중강연을 펼쳤다. 어느 성가신 남성 청중이 자신의 관점을 피력하려 하자 앤서니가 이렇게 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당신의 남성적 시각은 치워버려요. 여성들은 그런 거라면 모조리 거부하고 스스로 꿈을 꿀 작정이니까요.” 여성의 꿈이 남성의 꿈과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은 극도로 전복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여성들이 어느 정도까지 같은 꿈을 꾸는가는 페미니스트들의 주요한 관심사이자 깊은 분열의 영역이었다. 꿈은 여성 쉼터를 만들고자 힘겨운 시도를 감행한 라마바이가 보여주듯 혁신을 상상하게 할 뿐만 아니라 변화를 향한 희망 속에 파고든 한계와 긴장을 시사하기도 한다. 페미니스트들이 상상하는 미래는 근본적으로 복수의 것이다.
--- p.82-83, 「1장 꿈」 중에서

여성이 운영하는 사업체들은 섹슈얼리티나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대체로 상품 매입, 건물 임대, 직원 고용에 필요한 자본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은행은 여성, 특히 결혼한 여성에게 선뜻 대출을 승인하지 않았다. 여성들은 담보대출이든 신용카드 사용이든 툭하면 거절당하거나 남편의 보증을 요구받았고, 특히 유색인 여성은 금융권 접근 자체를 거의 차단당하다시피 했다. 역사학자 조슈아 클라크 데이비스(Joshua Clark Davis)의 주장대로 여성의 금융거래에 존재한 어려움이 1973년 디트로이트의 페미니스트신용협동조합(Feminist Federal Credit Union, FFCU) 같은 신용협동조합이나 은행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 p.166, 「공간」 중에서

페미니즘 사상을 전달하고 표현하는 데 쓰인 물질적 수단은 역사학자들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페미니즘이 모자이크라면 그 무늬를 이루는 재료들은 과연 무엇일까? 새로운 연구자들은 활동가들이 사용한 사물의 쓰임새를 살펴보며 우리와 세계의 감각적 관계가 어떻게 정치와 사상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보다 깊이 이해하고자 했다. 페미니즘의 사물들을 만지고 맛보고 입는 우리의 능력은 페미니즘운동을 지지하거나 세상에 이의를 제기하는 강력한 수단이었다. 앤 나이트의 사촌은 그것이 “돼지 앞에 진주”를 던지는 일이라 느꼈을지 모르나, 여러 세대의 여성들은 여성참정권운동의 상징 색조합을 몸에 걸치거나 어깨띠를 두르고 여성해방 배지를 다는 데서도 어떤 힘을 느꼈다.
--- p.194, 「4장 사물」 중에서

바지를 입고 모자나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여성이라는 이미지는 ‘페미니스트’를 상상할 때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였다. 경제적이면서 실용적이라는 이유로 남성복을 입었던 프랑스 작가 조르주 상드(George Sand, 1804~1876) 같은 인물은 그러한 행동 때문에 널리 악명을 떨쳤다. 여성이 남성복을 입으려면 경찰의 허가를 얻어야 했던 1800년대 파리에서 상드의 선택은 전복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상드는 허가증이 없었지만 남성복을 입었고 조롱에 시달렸다. 동료 작가 빅토르 위고(Victor Hugo)는 이렇게 비아냥거렸다. “조르주 상드는 자기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결정하지 못한다. 나는 모든 동료를 몹시 존경하지만, 상드가 나의 자매인지 형제인지를 결정하는 건 내 소관을 벗어난 일이다.”
--- p.237, 「5장 모습」 중에서

1981년 전미여성학회(National Women’s Studies Association) 연설자로 초청된 오드리 로드는 분노를 주제로 택했다. 그의 분노는 백인 여성운동 내에서의 인종주의 인식 부재, 그리고 공통의 억압을 쉽게 입에 올리는 페미니스트들을 향한 것이었다. 로드는 청중을 향해 냉엄한 질문을 던졌다. “이곳에 모인 여성들은 자신이 겪는 억압에 사로잡힌 나머지 다른 여성의 얼굴에 찍힌 자신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분노는 파괴적인 감정일 수 있지만, 로드는 분노를 되찾아 힘의 원천으로 쓰고자 했다. 로드는 유색인 여성들이 “분노가 우리를 갈라놓지 않도록 그것을 세심하게 조율하는” 법을 알고 있다고 보았다. 로드에게 분노는 여성들이 두려워하는 감정이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감정이었다. “세밀하게 집중했을 때, 분노는 진보와 변화를 추동하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습니다. …… 분노에는 지식과 힘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로드가 주장한 분노 되찾기가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 p.308, 「6장 감정」 중에서

우리는 과거의 한계와 폭력을 검증하거나 재현하지 않고서도 과거를 중요한 자원으로 삼을 수 있다. 다른 시대의 페미니스트들은 때로 인종차별, 계급적 편견, 반유대주의, 열성적 제국주의에 공모하거나, 오늘날에는 극히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의제들을 경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불편한 과거에 그저 절연을 고하거나 환멸만을 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불편한 과거라 할지라도 비교, 상상력을 동원한 재구성, 역사적인 지식에 기반해 비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페미니즘의 지형을 납작하게 또는 단순하게 만들고자 하는 시도, 또는 타협하기 어려운 이데올로기적 차이들을 무시하고자 하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 이런 점을 이해할 때 페미니즘 역사는 더욱 쓸모 있는 것이 된다. 여성들이 서로 다른 걸 원한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다. 페미니즘의 성패는 이러한 다양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 p.443-444, 「나가며」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그간 우리가 페미니즘 역사를 이해한 방식은 ‘물결’ 서사다. 19세기~20세기 중반 여성참정권운동을 중심으로 한 제1물결,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본격적인 여성해방운동이 등장한 1960년대~1990년대 제2물결, 여성 내부의 불평등 문제를 더욱 활발히 제기하기 시작한 21세기 제3물결이라는 페미니즘 역사서술 방식은 페미니즘의 과거를 이해하는 기초로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러한 물결 서사는 페미니즘의 기원을 유럽과 미국이라는 서구사회에 둔다. 실제 역사에 따르면 페미니즘의 ‘기원’이라 할 만한 순간들, 인물들은 범세계적으로 존재했으며 그 흐름 역시 매우 다양했음에도 말이다. 가령, 물결 서사는 여성참정권과 같은 문제를 진작에 해결된 것처럼 이해하게 했지만,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도 현재 진행형인 의제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역사학부 교수이자 이 책의 저자인 루시 딜랩은 지구적 관점으로 페미니즘의 과거를 새롭게 안내한다. 이 책이 ‘세계사(world history)’가 아닌 ‘지구사(global history)’란 용어를 쓴 이유도 이처럼 명확한 저자의 관점 때문이다. 기존 세계사 연구의 유럽-미국 중심성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며 국경이 아닌 지구 전체로 시야를 확대하는 지구사는 사상, 인물, 텍스트가 국경을 넘나들며 이뤄낸 상호작용을 기민하게 포착해내는 동시에, 배제되었던 다양한 목소리에 고르게 주목하도록 한다. 그간 “페미니즘 역사는 대부분 백인이자 교육받은 여성 선구자들이라는 제한된 출연진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러한 기존의 역사서술이 “초기 페미니즘 사상과 행동을 오독할 위험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누가 최초인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욕망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계보가 구조화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며, 오늘날 우리가 ‘페미니즘’으로 읽을 수 있는 최초의 텍스트들이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제국주의 국가의 백인 시민을 기준으로 국가적 우선권을 설정하는 데 이용되었다고 지적한다.

지구적 관점에 따르면 페미니즘의 시작점과 주요한 사상가들은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1798년 프랑스의 알렉산드리아 침공에 과격하게 항의하던 이집트 여성들이 여성의 고용조건과 가족 내 지위를 논의하기 위해 1799년 결성한 라시드여성회의를 페미니즘의 시작으로 잡을 수도 있다. 아니면 1792년 시에라리온에서 토착민 여성 가구주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순간을 그 시작점으로 볼 수도 있다. 뉴질랜드의 원주민과 정착민 여성들은 1893년에 투표권을 얻었고, 이는 유럽이나 미국의 여성들보다 한참이나 앞선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페미니즘의 역사를 대안적 방식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구적 관점을 택함과 동시에 유럽 페미니즘의 ‘설정된’ 우선순위에 대항하고 실제 존재하는 풍요로운 역사를 충분히 이야기하기 위한 방법으로 ‘모자이크 페미니즘’이라는 한층 더 확산적인 개념에 의지한다. 역사적으로 계속해서 이어 붙여진 여러 조각으로 구성되어 독특한 무늬와 그림을 만들어내는 모자이크처럼 지구적으로 존재한 페미니즘의 사상, 인물, 텍스트가 한데 모여 구성한 형상으로서 역사를 보고, 그것을 멀리서 또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것이다. 페미니즘, 또는 페미니스트라는 하나의 거대한 ‘연합’은 여러 운동, 헌신적인 개인, 행동과 아이디어들이 한데 합쳐 이뤄진 것이다. 그것들 사이에는 때로 희미한 영향력의 선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이나 절연과 혁신도 존재한다.

꿈, 생각, 공간, 사물, 모습, 감정, 행동, 노래
8가지 키워드로 꿰어나가는 독창적인 스토리텔링


지난 3세기에 걸친 페미니즘 지구사를 연속적인 흐름에서 이야기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너무나 거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몇 가지 입구이자 도약점을 마련하고 그것을 키워드로 페미니즘의 과거를 꿰어나가는 독창적인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키워드는 총 8가지로, 꿈, 생각, 공간, 사물, 모습, 감정, 행동, 노래가 그것이다. 각 키워드에 한 장씩을 할애하여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그러한 세부 주제 안에서 그간 배제되고 소거되어왔던 목소리들을 고르게 증폭함으로써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지구 곳곳의 풍요로운 페미니즘‘들’로 우리를 안내한다.

각 장의 내용을 좀더 상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1장 ‘꿈’은 페미니스트들이 꾸었던 꿈을 살펴본다. 꿈이 “변화와 타자성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수단”이라 말하는 저자는 어떤 상상과 순간들이 역사 속 인물들을 페미니즘으로 이끌었는지, 그들이 꿈꾼 세계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좇는다. 또한 동시에 우리가 자면서 꾸는 꿈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그것을 새로운 삶을 향한 비전에 빈번히 수반되는 불안과 갈등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살핀다. 2장 ‘생각’은 페미니즘이 이룩한 주요한 지적 혁신을 톺아본다. 가부장제를 비롯한 여러 개념이 사회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포착했는지 논의하는 것과 함께 페미니즘이 기독교, 사회주의, 자유주의, 입헌주의, 공화주의 같은 다양한 전통과 주고받은 영향을 이야기한다. 3장 ‘공간’은 일터, 예배, 쉼터, 시장 등 페미니스트들이 요구한 다양한 공간을 살핀다. 여성이 어떠한 공간을 점유할 수 있고, 공간에서 어떻게 존재하느냐는 페미니스트들의 오랜 관심사였다. 4장은 사물을 도약점으로 삼는다. 여성이 의류나 생필품, 식료품에 돈을 쓰는 소비자로서 갖는 특수한 지위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유지된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소비와 여성성의 결합에 좌절하기도 했으나 언제나 물질문화와 거리를 두고자 한 건 아니었다. 어떤 사물들은 정치적 주장에, 페미니즘적 사고의 전달에, 다른 페미니스트를 알아보는 데, 페미니즘의 꿈을 널리 알리는 데 유용하게 쓰이며 국경을 넘어 유통되기도 했다. 페미니즘문화가 스며들고 응결된 유산으로서의 사물들을 살펴보며 그것이 어떻게 지구 곳곳에서 페미니즘적 사건이 되었는지 알아본다. 5장은 물질문화를 페미니즘의 복장과 패션이라는 ‘모습’으로 확장하고, 6장은 새로이 등장한 감정 연구들에 기반해 페미니즘들이 불러일으킨 감정들을 살펴본다. 분노, 사랑, 모성과 같은 감정이 페미니즘운동에서 어떠한 현장을 만들어내며 운동의 중심을 이루기도 했는지 그 기제를 탐구한다. 7장은 페미니즘들의 역사를 꿰뚫는 행동주의적 측면에 집중하며 각종 시위의 창의적인 전술들을 다룬다. 돌 던지기에서 술집 바 레일에 자신을 묶어두는 행위까지, 몸과 공간을 아우르며 실천된 저항의 방식들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8장은 페미니즘 ‘듣기’를 시도하며 노래, 구호, 키닝(keening) 등 페미니즘을 둘러싼 풍부한 사운드트랙의 자취를 더듬어본다. 페미니즘운동, 노동운동, 반파시즘운동이 운동 사이의 경계와 국경을 넘어 공유하고 개작한 노래들이 얼마나 풍부한 음악적 유산으로 남아 있는지를 알려주는 장이다.

이처럼 8가지 키워드를 입구이자 도약점 삼아 페미니즘의 과거를 꿰어나가는 저자의 이야기 속에는 무엇보다 국경에 제약되지 않고 지구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진 페미니스트들 간의 상호작용과 대화가 당대의 활력을 가지고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선형적이고 유럽-미국 중심적인 기존의 역사서술에서는 쉽게 포착되지 않았던 지점이다. 그동안의 역사에서 누락되었던 페미니스트들 간의 상호작용들을 목도하다 보면 페미니즘을 단지 해외에서 전래된 수입품이 아니라 일종의 대화로서 이해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그러한 대화에는 당연하게도 경합, 갈등, 권력 다툼이 자리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페미니즘과 엇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제국주의, 식민주의, 계약노동, 국가주의 등은 폭력과 종속에 기반한 기획이었으며 페미니스트들도 그러한 시대적 배경과 결코 무관할 수 없었다. 페미니즘 지구사는 단순히 페미니즘, 페미니즘, 그리고 또 다른 페미니즘을 나열하는 식으로 페미니즘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루시 딜랩이 또 다른 역사학자 므리날리니 신하(Mrinalini Sinha)의 말을 빌려 “각기 다른 여성운동들이 지닌 불일치하는 역사”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듯, 서로 불일치하는 페미니즘의 여러 꿈을 헤아릴 때 우리는 비로소 지구적 페미니즘‘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지구상 페미니즘은 한 번도 단일한 적이 없었다
‘최종 상태’가 아닌 여정으로서 페미니즘-하기
젠더 정의에 대한 넓고 깊고 다양한 열망을 인식하기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페미니즘의 과거와 맺는 관계는 어떠해야 할까? 우리는 무엇보다도 오늘날의 페미니즘운동과 사상이 결코 과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러한 과거가 국경을 경계로 폐쇄적으로 전개되어온 것이 아니라 지구적으로 매우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해왔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지역적으로 특수한 관점들을 지닌 채 발전해왔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저자는 우리가 과거를 중요한 자원으로 삼을 수 있고,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비록 다른 시대의 페미니스트들이 때로 인종차별, 계급적 편견, 반유대주의, 제국주의 등에 공모했거나, 오늘날 매우 주요하게 여겨지는 의제들을 경시했다 하더라도 그러한 과거에 그저 절연을 고하거나 환멸만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정하기 어렵고 불편한 과거라 할지라도 비교, 재구성,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오늘날의 운동과 행동에 유용한 자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건 지구 페미니즘들의 지형을 실제 그대로 충분히 확장하고 또 있는 그대로 복잡하게 인식하는 것, 타협하기 어려운 이데올로기적 차이들을 섣불리 뭉개거나 무시하지 않으려는 시도일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여성들이 서로 다른 걸 원한다는 사실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며, 페미니즘의 성패는 바로 이러한 다양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지역과 시대 속에서 여성의 자유와 해방을 외친 페미니즘운동과 활동가들의 얽히고설킨 역사를 살펴보는 일은 어째서 페미니즘에 대한 보편적 정의를 내리는 게 불가능한지를 확실하게 확인시켜준다. 우리는 그 불가능한 일을 하고자 애쓰는 대신, 250여 년이라는 시간 속 거대한 지구적 캔버스 위에 페미니즘들을 펼쳐놓고 이 목소리들에 고루 귀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페미니즘들》은 바로 그러한 귀 기울임을 가능하게 해주는 책이다. 그렇게 귀 기울여보면 지구상 여성의 자유와 해방을 말한 이들의 요구는 결국 모두가 번영할 수 있는 환경에 관한 요구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그러한 요구는 공정한 임금일 때도 있었고, 동일한 교육의 보장일 때도 있었고, 투표권일 때도 있었고, 식민 지배의 종식일 때도 있었다.

페미니즘에 대한 지구적 관점은 젠더 정의를 향한 열망과 결의가 얼마나 넓고 깊고 다양했는지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페미니즘은 그 다양성과 함께 발전해왔으며, 페미니스트들은 다양성 속에서 경합하고 연대하며 무수한 성취를 이루어왔다. 계속되는 백래시 속에서 마치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느끼거나, 진전되지 않는 듯한 논쟁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지구 전체로 시야를 확장하는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이토록 풍요로운 페미니즘의 역사로부터 반드시 영감과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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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들의 지구사를 쓰기 위해서는 방대한 지식과 그것을 엮어내는 독창적인 관점, 비판과 대화의 씨줄과 날줄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글솜씨가 필요하다.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는 개인 연구자는 존재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바로 그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해서 이뤄낸 놀라운 성취다.

페미니즘의 역사를 물결 중심으로 구분하거나 다른 사상과 접합해 분류하는 ‘하이픈(-)페미니즘’식 서술로는 페미니즘의 역사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1물결, 2물결, 3물결, 4물결 등 시간순으로 이름을 붙이는 연대기적 서술은 페미니즘이 건너온 시간의 지층을 드러내는 장점이 있지만 연속성을 놓치고 구체성을 상실하며 지리적 차이를 삭제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사회주의-페미니즘, 자유주의-페미니즘, 급진주의-페미니즘, 탈식민주의-페미니즘 등 하이픈으로 이어 붙인 분류법은 페미니즘의 사상적 다양성과 폭넓은 논쟁을 드러내는 데 유용하지만 기존의 사유체계를 넘어서고자 했던 페미니즘 사상의 해방적 잠재력을 묘사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1세계에 사는 교육받은 백인 여성 중심성에 대한 비판은 유색인종 관련 서술을 추가하거나 비판 자체를 덧붙이는 수준에서만 수용되곤 했다. 이러한 역사서술의 가장 큰 문제는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노력했던 페미니스트들 간의 상호작용과 대화가 대부분 누락된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저자 루시 딜랩은 발전주의적 세계관에 입각한 선형적인 역사서술 방법으로는 전 지구적인 페미니즘들을 제대로 드러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아온 페미니스트들의 대화를 드러내기 위해 모자이크 페미니즘이라는 매력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모자이크의 무늬를 만들어온 재료들이 어떻게 계속 변화해왔는지를 보여주며, 다른 방식으로 다시 짜일 수 있는 가능성 역시 남겨둔다. 이 책을 읽으면 페미니즘들이 만들어내는 모자이크에 기꺼이 동참하고 싶어질 것이다. 나 역시 사물과 활동과 노래에 관한 장을 읽을 때는 그동안 보고 들었던 역사가 감각기관에 그대로 새겨져 있다는 걸 알았다. 지난 약 3세기 동안 세계 각지의 페미니스트들이 만들어온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행동주의를 바라보는 상상력에도 다시금 불을 지펴준다. 쉽게 읽히면서도 깊이가 있고,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비어 있는 역사를 채우고 싶게 하는, 영감을 안겨주는 책이다. 전혀 진전되지 않는 듯한 논쟁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 권김현영 (페미니스트 연구활동가, 《여자들의 사회》 저자)
지금까지 ‘역사’라 하면 대개 현재의 국경선을 경계로 하는 각국사, 아니면 고대 그리스로부터 근대 유럽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역사의 발전 단계로 설정하고 이를 역사의 본류(mainstream)로 삼는 서구 중심적 역사였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새롭게 등장한 것이 근래 주목받는 ‘지구사(global history)’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역사학부 교수 루시 딜랩이 펴낸 《페미니즘들: 여성의 자유와 해방에 관한 지구사》는 이 같은 지구사적 역사서술 방법론을 이용해 페미니즘 역사의 핵심적인 모순에 도전한다.

그의 문제의식은 본래 페미니즘운동이 “사회적·정치적 삶의 모든 영역에 여성을 포함하라 주장하고, 여성을 배제하는 구조를 향해 급진적인 변혁을 촉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페미니즘의 역사서술이 “대부분 백인이자 교육받은 여성 선구자들이라는 제한된 출연진을 중심으로” 반복되어왔다는 것이다. 루시 딜랩은 페미니즘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선 이것이 단지 ‘서구에서 전래된 일종의 수입품’이 아니라 다양한 시대와 지역, 세대에 걸쳐 함께 나눈 대화를 통해 발전하고 융성하게 된 일종의 모자이크 같은 사상이란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여성들이 서로 다른 걸 원한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다. 페미니즘의 성패는 이러한 다양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입증하기 위해 서구를 중심에 놓고 전개하는 연대기적 방식을 대신해 꿈, 생각, 공간, 사물, 모습, 감정, 행동, 노래라는 8가지 키워드를 채택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지역과 시대 속에서 자유와 해방을 외친 페미니즘운동과 활동가들의 얽히고설킨 전 지구적 역사를 섬세하고 친절하게 보듬어나간다. 우리는 이 책이 보여주는 지구적인 연결고리를 확인함으로써 지역과 세대를 초월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해온 입체적인 운동이자 사상으로서의 페미니즘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비서구지역에서 활동한, 여러 계급의 여성 페미니스트들의 활동과 역사는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자유와 해방의 세상에 대한 풍부한 영감의 원천이 될 것이다.
- 전성원 (미디어문화 연구자,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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