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3년 04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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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410g | 143*210*18mm |
ISBN13 | 9791191842463 |
ISBN10 | 1191842460 |
발행일 | 2023년 04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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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410g | 143*210*18mm |
ISBN13 | 9791191842463 |
ISBN10 | 1191842460 |
들어가며 - 기후가 이끈 역사, 인류가 바꾼 기후 1. 지구에 그려지기 시작한 역사의 밑그림 1장 빙하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간 인류 2장 홀로세의 온기로 문명의 싹을 틔우다 3장 축의 비밀, 고립을 넘어 교류로 2. 기후, 문명의 운명과 세계의 지도를 바꾸다 4장 유라시아 스텝이 인류에게 준 선물, 말 5장 엘니뇨, 크레타와 그리스의 운명을 가르다 6장 아프리카에 인류 조상을 가두었던 열대수렴대 7장 마야는 왜 울창한 밀림에서 가물어 사라졌을까? 8장 중국이 동아시아의 거대한 중원을 지켜온 비결 9장 로마가 대제국의 영광을 잃고 사분오열한 원인 10장 흑사병, 온난기의 암흑시대를 끝장내다 11장 팍스 몽골리카의 영광을 이끈 대륙 북방의 우기 12장 소빙기가 무너뜨린 한족의 막강 화약 제국 13장 싸우는 유럽, 신대륙으로 떠나는 유럽인 3. 기후변화의 역사에서 기후위기의 시대로 14장 산업화와 화석연료가 빚어낸 인위적 기후위기 15장 사막과 바다에 침식되어 사라지는 인류의 삶터 16장 전 세계에 드리운 식량 위기와 전염병의 공포 17장 전쟁과 테러리즘, 기후 안보 비상사태 18장 인류세는 대멸종을 과연 피할 수 있을까? 나가며 -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다 연표 미주 지도 출처 |
기후가 역사에서 커다란 역할을 했을 것이란 짐작은 해왔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순조 연간의 가뭄과 그에 이은 전염병이 조선의 몰락을 가속화했다는 얘기도 들었었고, 중국 명나라의 멸망이 역시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과 기근, 그리고 이어진 농민 반란 때문이었다는 것도 어디선가 읽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배경이고, 조건이었을 뿐 주된 요인은 위정자들의 무능력과 부패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기후? 그건 부차적 요인이었을 뿐이라고.
그런데 이동민 교수의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를 읽고 보니 생각을 좀 달리 해야할 것 같다. 고대 문명의 발생이 기후적으로 유리한 조건인 곳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물론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도 지정학적인 조건 때문이었다는 것에서 시작하여 세계사의 굵직굵직한 흥망성쇠가 기후 변화로 인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여러 연구 결과들을 인용하며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인상 깊은 것은, 기후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졌다고 했을 때 주로 언급하는 것은 국가의 위기와 멸망인데, 여기서는 세력이나 국가의 발흥 역시 기후의 변화로 인한 것이었다고 설명하는 점이다. 이를테면 중국이 동아시아의 거대한 중원을 차지하고 거의 분열 없이 커다란 국가를 이어온 것은 한나라가 건국한 직후 기원전 200년 무렵 중국 전역의 기후가 온난습윤해진 것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그후로 여러 부침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따뜻한 기후 때문에 중국이라는 나라가 통일 국가를 이룰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칭기스칸의 몽골의 영광이나 누루하치의 여진(후금, 나중에 청)의 발흥 역시 칭기스칸이나 누르하치라는 걸출한 영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 시기에 몽골 지역이 우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나 건진여진이 살던 요동 반도의 위치 때문에 중국대륙이 한냉화가 불어닥쳤음에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았던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지리학계나 역사학계에서 얼마나 상식적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그래도 꽤나 역사에 관심을 가져왔던 나도 거의 잘 알지 못했던 내용들이다. 그만큼 세계사의 흐름에서 기후의 역할에 대해서 제한적으로만 기록해왔던가, 내지는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란 얘기가 될 것이다.
다만 이렇게 기후 중심으로 역사를 기술하다보니, 어떻게 보면 모든 게 기후 때문이다란 식의 ‘기후 환원주의’처럼 읽히기도 한다. 물론 이동민 교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제한적으로 받아들지던 역사의 흐름에서 기후의 역할을 강조하다보니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기후가 역사의 흐름을 바꾼 얘기들을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지금의 기후 위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후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기온의 급상승은 기후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지구 문명이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지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보이지만, 지금까지 역사에서 기후 변화가 벌인 일들을 보면 1, 2백 년에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지금까지의 역사의 흐름과 그다지 다르다고 보지 않을 듯 하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기후를 통해서 세계사의 흐름을 보는 것은 정말로 역사를 공부하여 현재에 반성과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는 교과서적인 답변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기후 때문에 사라져버린 마야 문명, 기후 때문에 사분오열한 로마 제국, 소빙기의 영향으로 무너진 막강한 한족의 화약 제국 등등의 운명을 우리가 밟지 않기 위해서는 기후 위기가 정말로 위기란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역사에서 배우는 것이다.
최근에는 거의 매년 '역대급 무더위', '역대급 추위' 가 온다는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어릴 때에는 에어컨이 없이도 잘 지냈지만 이제는 에어컨이 없는 여름은 상상할 수도 없네요.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화재나 태풍 같은 자연 재해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파괴력은 점점 더 커져서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교토의정서, 파리협정 등 많은 나라들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힘을 합치고 있지만 한때 미국이 협정에서 탈퇴하였었고 개발도상국들이 반발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네요.
현재 지구의 온도는 사람이 살기에 적당하지만 역사적으로는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어 왔습니다.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 에서는 역사에 등장한 많은 사건들이 기후와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기후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등장하였으며 그후 중동,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등 다른 대륙으로 퍼져 나갔는데 처음에 아프리카에 머물렀던 시간이 길었네요. 오늘날 아프리카에는 거대한 사하라 사막이 가로막고 있지만 과거에는 물이 흐르는 초원으로 사람들이 살기에 좋았다고 합니다. 기후 변화로 자연 환경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날 수 밖에 없었네요. 빙하기에는 날씨가 추워 얼음이 얼기 때문에 해수면은 지금보다 훨씬 낮아서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까지 걸어서 갈 수 있었습니다.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간빙기가 되면서 육지는 끊어졌고 각각 발전해 왔는데 기후가 더 늦게 바뀌었다면 문명의 탄생 시점은 지금보다 훨씬 느렸을 수도 있겠네요.
흔히 중세를 암흑의 시대로 부르는데 이름이 주는 이미지 때문인지 사람들이 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중세 후기에는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늘어났고 수확량도 크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페스트의 창궐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네요. 상당수의 사람들이 페스트로 사망하면서 일할 사람이 줄어들자 노동력으로 운영되던 장원이 붕괴하였고 농민에 대한 대우가 높아졌습니다. 이후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가 화려하게 꽃피었는데 이 시기 지구의 기후는 간빙기에서 소빙하기로 바뀌는 시점이었네요. 르네상스도 기후와 연관이 있다니 신기합니다.
과거에는 주기에 따라 기후가 변하였고 인류는 이에 맞춰서 적응하였다면 현재의 기후 변화는 인위적인 요인이 큽니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석탄, 석유 등 화석 연료 사용이 크게 늘었고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높아졌습니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북극과 남극의 얼음, 그리고 만년설이 녹기 시작했고 이때 따라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 장관은 물 속에서 연설을 하였는데 기후 변화로 나라가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네요. 우리나라에서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지도로 보여주고 있는데 정말 전 지구적으로 협력해야하는 문제이며 그렇지 않으면 인류의 존속에도 큰 영향을 미칠지 모릅니다.
지구의 온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어도 피부로 심각하게 와닿지 않았었는데 지구의 온도가 1도, 2도의 상승하거나 하락함에 따라 역사적으로도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네요.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새롭게 역사를 읽어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