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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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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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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년 08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506g | 140*215*20mm
ISBN13 9791188635214
ISBN10 118863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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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는 잎에도 독이 들어 있다. 16세기 유럽에 감자가 전파된 후 이 작물을 먹고 중독되는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자 ‘감자는 독성식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졌다. 여기에 더해 울퉁불퉁한 겉모양 탓에 감자를 먹으면 한센병에 걸린다는 황당한 미신이 퍼지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감자는 ‘성서의 기록에 나오지 않는 식물’이었다. 성서에서 하느님은 씨앗으로 번성하는 식물을 창조했다고 하는데, 감자는 씨앗이 아닌 덩이줄기로 번식한다. 그렇다 보니 뿌리줄기로 번식하는 감자가 유럽인에게 기이한 식물로 보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서양인들은 흔히 성서가 언급하지 않은 식물을 사악한 존재로 여겨 꺼리고 피했다. 그런 이유로 감자는 결국 한동안 ‘악마의 식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다.
한때 중세유럽에서는 마녀재판 등 종교재판이 성행했다. 한데, 이 무시무시한 종교재판정에 악마의 식물로 낙인찍힌 감자가 서는 날이 찾아왔다. 재판정은 감자에 유죄 판결을 내렸는데, 놀랍게도 마녀로 몰린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화형이 형벌로 내려졌다. 세상의 모든 생물이 암수의 조화로 자손을 남기는데, 감자는 덩이줄기만으로 번식한다는 점이 유죄의 근거였다. 이런 번식 방법이 성적으로 매우 불순하다고 본 것이었다. 아무튼 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감자에서 침샘을 자극할 만큼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솔솔 풍겼을 텐데, 당시 유럽인들에게는 군침 도는 냄새로 느껴지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 p.31~33, 본문 「종교재판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화형에 처해진 불운한 감자 이야기」중에서

이슬람권에서는 온갖 향신료를 사용한 요리가 발달했다. 후추가 유럽에 전해진 것은 십자군 원정 이후였다. 이슬람 지역으로 십자군 원정을 떠난 기사와 병사들이 그곳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본 뒤 후추를 비롯한 여러 향신료를 자신의 모국에 전한 것이었다. 중세 유럽인들은 그 독특하고도 이국적인 향취에 흠뻑 취해 후추 등 향신료를 열렬히 갈망하기 시작했다.
‘후추를 비롯한 다양한 향신료를 육로가 아닌 해로로 유럽에 들여올 수 있다면……?’ 당대의 유럽 상인들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당시 유럽에서 향신료의 인기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었기에 만약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은 바닷길로 후추를 들여와 대박을 터뜨릴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처럼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유럽인의 후추 사랑은 여전히 이루어지기 힘든 짝사랑에 신기루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무언가로 남아 있었다.
중세 유럽 선원들에게 바다란 주로 ‘지중해’를 의미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지중해 끄트머리에 있는 나라다. 그런 터라 이 두 나라는 지중해 무역에 활발히 참여하기가 어려웠다. 흥미롭게도 두 나라가 지닌 이런 지정학적 약점과 한계가 장점으로 작용했고 장기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두 나라는 지중해 무역에 억지로 끼려고 애쓰는 대신 지중해 바깥의 넓은 바다로 진출한 것이었다. --- pp. 77~78, 본문 「향신료를 차지하는 나라가 세계를 제패하던 시대」 중에서

콜럼버스의 착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의 항해 목적은 인도에서 후추를 확보해 스페인으로 직접 들여오는 직항로를 개척하는 데 있었다. 그 무렵 육류를 보존하는 데 필수품이던 후추는 아시아 각지에서 생산되어 인도로 모였고, 다시 아랍 상인의 손을 거쳐 유럽으로 들어갔다. 당시만 해도 아시아의 후추 무역이 아랍 상인들의 손아귀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후추 가격 또한 아랍 상인에 의해 좌우되다시피 했다. 유럽 내부적으로 후추가 비싸질 수밖에 없는 여러 요인에 더해 아랍 상인의 농간이 겹쳐지다 보니 순식간에 후추는 같은 무게의 금과 맞먹을 만큼 엄청난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어이없게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알게 된 고추를 후추를 의미하는 ‘페퍼’라고 부르게 된 데는 이런 시대적?정치적?경제적?역사적 맥락이 존재한다. 후추는 아열대 기후의 인도 남부 지역이 원산지인 식물이라 유럽에서 나고 자란 콜럼버스가 후추라는 식물을 잘 몰랐다고 변명한다면 할 말은 없다. 실제로 후추를 향신료 중 하나로 날마다 사용하는 오늘날에도 후추가 덩굴손을 뻗는 덩굴식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러니 후추라는 식물의 생김새를 몰랐다는 말은 얼마든지 수긍해줄 만하다. 그러나 후추를 찾아 거칠고 험한 항해에 나선 콜럼버스가 그 맛마저 몰랐을까? 내 생각에 콜럼버스는 의도적으로 착각한 듯싶다. 다시 말해, 콜럼버스에게 아메리카 대륙의 고추는 후추여야만 했던 게 아닐까. --- pp. 100~101, 본문 「후추를 향한 욕망에서 시작된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탐험」 중에서

영국인이 홍차를 사랑하고 즐겨 마실수록 많은 양의 차를 청나라에서 사와야 했다. 그렇게 영국은 차를 사기 위해 엄청난 양의 은을 중국에 쏟아부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청나라 쪽에서는 영국에서 사 올 만한 상품이 별로 없었다. 그 탓에 영국의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돈줄이던 미국마저 독립하자 영국 정부의 주머니 사정은 한층 더 빠듯해졌다. 영국이 ‘삼각무역’이라는 묘수를 내놓은 것은 바로 그 무렵이었다.
산업혁명으로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값싼 면직물을 영국인들은 국내에서 다 소비하지 못하고 인도로 수출했다. 그 영향으로 인도의 전통 면직물 산업이 줄줄이 무너졌다. 영국은 주요 산업이 무너진 인도에서 마약 원료인 양귀비를 재배했고 그것으로 만든 아편을 청나라 상인들에게 팔았다.
이처럼 영국은 인도에서 생산한 아편을 청에 팔고 자국에서 생산한 면제품을 인도에 팔아 차를 수입하느라 유출한 은을 회수하는 개념의 삼각무역을 창안했다. 청나라가 즉각적으로 이 무역에 반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아편을 취급하는 영국 상인의 짐을 압수하려는 청과 자국 무역 보호를 주장하는 영국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면서 1840년 청나라와 영국 사이에 아편전쟁이 일어났다. --- pp. 146~147, 본문 「영국인의 기형적인 홍차 사랑이 낳은 엄청난 비극, 아편전쟁」 중에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스페인 이사벨 여왕의 지원을 받아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했으나 그녀가 간절히 찾던 후추는 발견하지 못했다. 본래 스페인은 후추로 막대한 부를 축적해 포르투갈 등의 다른 유럽국들을 압도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콜럼버스의 항해를 지원했다. 그러나 스페인은 콜럼버스가 발견한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하는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결국 스페인은 서인도제도에서 부를 창출하고자 새로운 경제적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온갖 진귀한 식물을 유럽으로 전파한 인물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구대륙인 유럽의 식물을 신대륙인 아메리카로 옮겨와 재배하고자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포르투갈 연안의 마데이라제도(Arquipelago da Madeira)에서 재배하던 사탕수수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카리브해 섬들의 온난한 기후에 주목한 콜럼버스는 사탕수수를 아메리카 대륙에 들여왔다. 그의 계획대로 그렇게 도입해 재배된 사탕수수는 후추를 대신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라났고 막대한 부를 창출했다. 그렇게 아메리카 대륙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해 대량으로 얻은 설탕은 유럽으로 흘러 들어갔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설탕은 어디까지나 기호품일 뿐 식량이 아니다. 사탕수수가 없다고 굶어 죽을 일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돈벌이에 혈안이 된 스페인의 지배를 받게 된 풍요로운 섬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훼손당하며 드넓은 사탕수수밭으로 바뀌고 말았다. --- p. 162~164, 본문 「천혜의 자연환경을 거대한 사탕수수밭으로 바꾼 유럽 강대국의 달콤하고 위험한 욕망」중에서

인류가 볏과 식물을 주요 식량원으로 삼을 수 있게 된 결정적 계기가 우연히 찾아왔다. 놀랍게도 그 해결책을 ‘돌연변이 밀’이 제공했다.
일립계 밀(Einkorn Wheat)은 석기시대 때부터 인류가 재배해온 작물로 밀의 선조 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오랜 옛날 어느 날 우리의 선조 중 누군가가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발견을 했다. 그것은 바로 씨앗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 돌연변이를 일으킨 밑동을 발견한 일대 사건이다. 아주 낮은 확률로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비탈립성’을 지닌 돌연변이가 생겨날 때가 있는데 가물에 콩 날 확률보다 더 낮은 확률로 나타나는 그 돌연변이 밑동을 인류가 운 좋게 발견한 것이다.
씨앗이 여물어도 땅에 떨어지지 않으면 그 식물은 자연계에 자손을 남길 수 없다. 그러므로 탈립성이 없는 특성, 즉 씨앗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 성질은 식물의 치명적 결함이며 번식을 방해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식물이 가진 이런 결함과 악재가 오히려 인류에게는 호재이자 축복으로 작용했다.
여문 뒤에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 씨앗은 인간에게 식량이 되어준다. 그리고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작물의 밑동에서 씨앗을 잘 갈무리해 두었다가 심으면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성질을 지닌 밀을 얻는 길이 열린다. 이는 운이 따라준다면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농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pp. 207~208, 본문 「초기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한 ‘돌연변이 밀’ 씨앗 한 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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