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3년 08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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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294g | 128*188*20mm |
ISBN13 | 9791169518352 |
ISBN10 | 1169518354 |
발행일 | 2023년 08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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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294g | 128*188*20mm |
ISBN13 | 9791169518352 |
ISBN10 | 1169518354 |
1. 상경 이야기 내 집은 어디에 가전제품을 사다 혼자 살기 방범 대책 새로운 내가 엄마가 오다 핫케이크 한밤중의 사건 언어의 터널 아르바이트 찾기 일러스트 영업 신기한 편집부 파친코를 하다 피팅룸에서 클럽에 가다 헤어컷 모델 윗집 사람 한밤의 햄버거 가게 헤어짐 맛군 2. 도쿄 허둥지둥족 ·2019년 유성 구경 A형 독감입니다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것 학생수첩 도쿄 허둥지둥족 마들렌, 좋아해요? 적당히 하기 연습 모스라 바쁜 미래 나이트 가드 레이와 시대의 선풍기 보헤미안 랩소디 남의 집 내부 어울리는 음식 조합 악어 공원 곤란할 때는 지갑을 사기 좋은 날 밤새우기 좋아하는 사람 ·2020년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 발효의 힘 매화를 보다 꽃 비녀, 아르메리아 골목의 이름 아마릴리스 까만 전화기 온라인 회의 빵 굽는 기계 내 몸을 잣대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과자 스마트폰 너머의 친구 먹고 싶은 음식 베스트 5 나에게 보내는 편지 선글라스를 쓰고 사이클링 막막해지기 전에 마스크와 미용실 책의 용어 옛 사랑 ·2021년 운동화 블루스 세 개의 소포 박력분으로 만들다 마지막 선물 감자샐러드 먹고 싶어! 마리토쪼 딴 길로 새는 멍멍이 막대 불꽃 무리하지 않는 어른 전부 싫어진 밤 최근 즐거웠던 일 최강의 조언 최애를 원해 기다리는 즐거움 오랜만에 귀성 ·2022년 나쁜 버릇 인스턴트 누카도코 40년 만의 직소 퍼즐 팡데로 부를 수 있어요 지우개만 한 고양이 나보다 저 아이 후토코로모치 ‘마음’의 무게 작약 봉오리 3. 막차가 떠난 후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동시에 영어 숙제 진지하게 놀다 막차가 떠난 후 그때의 우리 |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또 들어도 좋을 때가 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을 좋은 마음으로 대하는 경우, 그 이야기 자체가 들어도 들어도 여전히 좋은 기분을 갖게 하는 내용을 품고 있는 경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호감을 유지하는 이유라고 마련해 본 말이다. 나는 이 작가도 좋아하고, 이 작가가 하는 말은 계속 좋게만 들린다. 이미 들었는데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싶은데도, 또 들어도, 또 읽어도. 이게 사람이 가진 매력인 것일까.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일 수 있을까?
잘 읽힌다. 그래서 섭섭하다. 금방 다 읽어 버리고 말겠군. 그래서 또 천천히 읽는다. 책장을 바로 넘기지 않고 책을 덮는다. 몇 장씩 감질나게 읽는다. 그래도 좋다. 부담도 없고 무리도 안 되고. 그러면서 나 역시 매일 이곳이, 지금 살고 있는 내 처지의 모든 것이 좋아진다. 고마운 일이다.
사소한 일과 경험들을 사소하지 않은 자신만의 역사로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본다. 에세이라고 다 같은 품격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어떤 글은 지루하고 옹졸하고 유치하고 지긋지긋하기만 한데 그 정반대에 있는 담백하고 솔직하며 깔끔한 글, 그리고 인생. 내가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
만화도 에세이도 모자람이 없다. 넘치지 않아서 이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넘쳐 보이려고 애쓰는 이들의 안간힘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더 배우고 익혀야 할 자세다.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며 스물여섯에 도쿄로 상경한 마스다 미리의 일상 이야기가 담긴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를 읽으며 어느 한 시절을 떠올렸다. 마스다 미리는 오사카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도쿄로 왔다. 되도록이면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자립한다는 의지를 가지고서 말이다. 살 곳을 구해야 한다. 직업이 마땅치 않아 집을 구하기 힘들었다. 가는 곳마다 거절을 당했다.
빨리 집을 구해야 하는데. 낙담한 채 길을 걷다가 오래된 중개업소를 발견했다. 다행히 사람 좋아 보이는 사장님을 만나 역과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할 수 있었다. 낡았지만 햇빛이 잘 드는 곳이었다. 집을 구하러 다니다 보면 알게 된다. 나의 어제와 오늘이 얼마나 한심한지. 분명히 돈을 벌러 일을 다녔는데 왜 나의 잔고는 이 모양인지. 좀 더 분발해야겠다 와 이렇게 살아서 뭐해 사이에서 갈등. 그러다 그냥 이 집으로 할게요.
마스다 미리는 집을 구하고 호기롭게 월세를 깎기도 한다. 한곳에서 사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엄마의 조언을 듣고 전자제품도 싸게 구입한다. 당장 일을 구할 수는 없어 저금한 돈을 가지고 생활한다. 밥은 해 먹고 텔레비전을 보거나 낮잠을 자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느긋한 생활을 한다. 원래 걱정이 많은 성격이었는데 그때만큼은 마음을 놓고 저금한 돈이 있는데 하는 생각으로 지냈다고 한다.
모두들 그랬겠지만 코로나로 일을 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지나고 보니 그때가 얼레벌레 어찌어찌 살아도 좋았을 시간이었다. 걱정은 넣어두고 불안은 밀어두고서 말이다. 걱정과 불안과 슬픔의 함량을 빼면 시체라 그러질 못했다. 허둥지둥 부랴부랴 다음 직업을 갖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괜찮아, 몇 달은 넷플릭스 보면서 누워 있어라고 말해주면 정말 정말 좋을 텐데.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는 괜찮은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서 보여준다. 일을 하지 않아도 걱정은 없다. 일을 할 예정이니까. 본격적으로 일을 찾는다. 그래도 불안하지 않다. 나만의 필살기를 활용해 영업을 하면 되니까. 연고도 없는 도쿄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시작할 때 마스다 미리는 출판사에 찾아가 포트폴리오를 건넨다. 자신이 만든 필기도구와 함께.
요즘에는 집꾸에 빠졌다. 집 꾸미기. 이사 온 지 5년째. 아직도 집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필요 제품이 아닌 불필요 제품이지만 소유하고 싶은 제품들이 많다. 분리수거장에서 괜찮은 물건이 있으면 가져오고 색깔과 분위기를 고려하지 못하고 단순히 갖고 싶다고 해서 사버린 가구들이 한가득이라 집은 임시 거처의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이곳이 좋다. 매일 좋아지고 있다. 나의 집. 정말 정말 집에 가고 싶을 땐 찍어둔 나의 방 사진을 본다. 조금만 기다려. 곧 가서 누워 줄 테니까. 춘식이로 꾸민 나의 방아. 걱정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 같으면 세상은 평화로 가득 찼을 것이고 허둥지둥한다고 해서 불안이 사라질 것 같으면 세계는 행복으로 충만해졌을 것이다.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는 걱정, 불안 없이 지금 여기 이곳이 좋아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