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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낱말들

일상의 낱말들

: 닮은 듯 다른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열여섯 가지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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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478g | 125*200*30mm
ISBN13 9791160949834
ISBN10 1160949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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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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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들어가며

1부 반복되는 리듬

커피
전투 식량 캔커피 │ 복잡해서 재미있는 일 │ 코피와 커피 │ 동물이 살 만한 카페는 없습니다

양말
예술적 양말 거부자들 │ 양말을 신는 존재 │ 엄마와 산타클로스가 지킨 양말 │ 구멍 난 양말


밥 짓기라는 의식 │ ‘밥’ 하면 부추김치 │ 너와 나의 밥 │ 밥을 준비하는 과정

아침
무려 매일 오는 아침 │ 아침의 좋은 기운 │ 다른 세계의 아침 │ 고양이가 잠에서 덜 깬 아침

[반복되는 리듬] _ 최태규

2부 속삭이는 사물들

텔레비전
텔레비전과 다양한 ‘알몸’들 │ 3분이면 될까요? │ 농인 엄마와 함께 보는 텔레비전 │ 텔레비전 안과 밖의 동물들

손바닥
손바닥 인사 │ 어린이의 손바닥 │ 자존심 강한 손바닥 │ 손바닥 맞대기


책의 물성 │ 아기 그림책의 둥근 모서리 │ 더듬더듬 읽어 내려가는 책 │ 책을 즐기는 순간

바닥
바닥을 감수하는 춤 │ 바닥처럼 딱딱한 일 │ 차가운 바닥에 앉아서 │ 그 바닥을 디뎌야 한다면

[속삭이는 사물들] _ 이길보라

3부 움직이는 마음

장난감
치타와 윌슨에 대하여 │ 가지고 노는 구슬이 좋지 │ 세상에서 가장 멋진 불빛 장난감 │ 장난감 하나에 들썩이는 기분

병원
병원을 보호하는 사람들 │ 걸어서 갈 수 있는 병원 │ 시끄럽고 번잡스러운 장례식 │ 마지막 장면은 병원이 아니길

흔들흔들
흔들흔들 몸 곁에 │ 흔들리는 이 하나 │ 손으로 만지는 흔들흔들 │ 멀미가 날 것 같은 공포

소곤소곤
소곤소곤, 마음이 털어놓는 말 │ 외우기로 해요 │ 수어로 비밀 말하기 │ 우리는 작은 목소리로 말해요

[움직이는 마음] _ 김원영

4부 고요히 흐르는 시간

게으름
게으름과 천장의 무늬 │ ‘마음먹기’를 하기 │ 게으른 장애인 │ 게으름이 아니라 지루함

기다림
하염없는 기다림 │ 기다리는 어린이 │ 들을 수 없는 기다림 │ 매일매일 기다려

서늘함
서늘한 하늘 │ 365계절 │ 서늘한 바람 앞에서 │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고양이

안녕
구름이 어떻든, 안녕 │ 여러분의 안녕 │ 손과 입으로 부르는 안녕 │ 안녕, 귀여운 내 친구야

[고요히 흐르는 시간] _ 김소영

저자 소개 (4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김소영의 ‘커피’
제가 어린이 앞에서, 그것도 처음 만난 어린이 앞에서 신통치 않은 솜씨로나마 커피를 내리는 것은 무엇이든 좋아하는 게 있으면 번거로운 과정도 즐겁게 느껴진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입니다. 어린이에게도 그렇게 말합니다. 장난감을 조립하거나 퍼즐을 맞추거나 게임 레벨을 올릴 때 어떤 때는 복잡할수록 재미있지 않느냐고요.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어린이도 ‘그렇네’ 하는 얼굴이 됩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복잡해서 좋은 것’을 말해줍니다. (…) 어린이의 그런 작은 부분을 알게 되면 두 번째 만남은 더 잘 준비할 수 있습니다. 커피가 우리를 가깝게 합니다.
--- p.21

김원영의 ‘밥’
즉석 밥을 데우면 훨씬 간단히 밥 한 그릇이 완성되고, 채소와 단백질 위주의 식사가 탄수화물보다 더 건강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엇에도 자신이 없는 마음에 빠져들었다면, 꼭 쌀을 씻어야 합니다. 잡곡을 적당히 섞으면 훨씬 좋지만 그런 걸 할 여력은 없을 테니(잡곡은 미리 씻어서 물에 담가 다섯 시간 정도 불려야 하는데, 지금 우리에게 그럴 힘이 어디 있겠어요. 다섯 시간 후에는 세상이 멸망할 것만 같은 기분인데요), 흰 쌀만 작은 컵 하나에 담아서 싱크대까지 가져와 봅시다. 한국 사람은 밥을 먹어야지. 밥심이 최고야. 어디 풀떼기나 먹어서 되겠나.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명심해주세요.
--- p.54

최태규의 ‘텔레비전’
동물들은 사실 그렇게 무해하지도 약하지도 않습니다. 스스로 살아 있는 동물을 만나고 싶다면 텔레비전을 끄고 가까운 뒷산에 조용히 올라보세요. 지금도 바로 우리 곁에서 각양각색의 동물이 장엄하기까지 한 그들의 삶을 스스로 살아내고 있습니다. 쌍안경을 들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면 동물의 진짜 삶을 볼 수 있습니다.
--- p.121

김원영의 ‘책’
학교 도서관에 가서 두꺼운 백과사전을 빌렸습니다. 도서관에는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 그 책을 휠체어 아래에 깔고 앉았습니다. 한 권을 깔고 앉으니 앉은키가 꽤 커졌습니다. 시험 삼아 한 권을 더 깔고 앉자 세상을 더 멀리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저는 이른바 ‘벽돌책’에 집착하는 사람이 된 것이에요.
--- pp.141~142

이길보라의 ‘장난감’
스타렉스가 터널에 진입하면 온 세상이 순식간에 어두워짐과 동시에 노랗게 빛났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입을 동그랗게 모아 소리를 내며 손바닥으로 입을 두드렸습니다. 이렇게요.
“우부부우부부부부부부우우부.”
그럼 저와 동생도 신나게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따라 했습니다. (…) 생각해보면 그건 귀 대신 눈으로, 청각 대신 확장된 시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농인 부모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인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장난감이었습니다.
--- p.206

김소영의 ‘기다림’
제가 어린이 모르게 어린이를 기다려주듯이, 어린이들이 저 모르게 저를 기다려줄 때도 많을 것입니다. 주변 어린이들을 떠올려보세요. 어른들이 바쁜 일을 끝내기를, 지난번 그 약속을 지키기를, 자신을 바라보고 귀 기울여주기를, 말로는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는 마음을 알아주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나요? 이번에는 누가 기다릴 차례인가요? 헷갈린다면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p.303

이길보라의 ‘기다림’
‘쉬’라는 소리, 공기가 입 안의 혀와 이 사이를 비집고 지나면서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 소변이 배출된다는 걸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엄마는 어떻게 알았을까요? 자신은 듣지 못하는 그 소리가 청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조건 반사 작용을 일으킨다는 걸 말이에요. (…) 엄마는 과학자였던 걸까요? 오줌을 누며 엄마를 생각합니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딸의 감각을 상상하며 ‘쉬-’ 소리를 끝도 없이 내던, 배뇨가 시작되기를 한없이 기다리던 엄마를 생각합니다. 그건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 p.306

최태규의 ‘서늘함’
함께 사는 동물이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면 가슴 깊은 곳이 서늘해지면서 손에 땀이 납니다. 저는 그 철렁하는 서늘한 느낌이 너무 싫어서 다시는 동물병원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영원히 아프지 않거나 죽지 않는 동물은 없습니다. 그런데 다른 동물의 아픔까지 너무 자세히 알고 깊이 공감하게 되는, 인간이라는 동물의 특징은 생로병사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모두 사건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럴 거면 고양이를 키우지 말아야 하는데, 또 하나를 데려와 버렸습니다.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이 어린 고양이가 다시 아플 날은 분명히 돌아올 것입니다.
--- p.328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2주에 한 번, 네 명의 작가 앞에 도착한 뜻밖의 낱말
닮은 듯 다른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열여섯 가지 단어

우리의 일상은 언뜻 비슷하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다르다. 우는 아이를 달래며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고,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에서 깨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휠체어를 타고 집을 나서고, 누군가는 수개월째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책을 읽는 자세도, 손바닥을 사용하는 방법도 모두 조금씩 다를 것이다. 일상이야말로 한 사람의 고유한 이야기가 가장 선명하게 살아 숨 쉬는 곳이 아닐까.

장애를 가진 몸 혹은 다수가 아닌 정체성과 서사를 가진 사람들의 존엄함을 이야기해온 김원영, 동등한 권리와 개별성을 가진 동료 시민으로서 어린이라는 존재를 한층 분명히 보이게 한 김소영, 농인 부모의 청인 자녀인 코다CODA로서 소수자의 언어와 감각을 통역해온 이길보라, 동물들이 덜 고통받으며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동물복지를 공부하는 수의사 최태규. 사회를 향해 뚜렷한 메시지를 발신해온 네 창작자가 이번에는 그 메시지를 품고 키우고 다듬어온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시작은 한 라디오 방송국의 제안이었다. 2주에 한 번 새 낱말을 받아 그와 관련한 일상 이야기를 구상한 뒤 그것을 각자의 공간에서 녹음해 청취자에게 전하는 프로젝트였다. 커피, 손바닥, 장난감, 병원, 소곤소곤, 흔들흔들, 게으름, 서늘함 등 일상의 사물이나 경험을 가리키는 열여섯 가지 단어가 작가들을 찾아왔다. 방송이 끝난 뒤 작가들은 음성 형태로만 존재하던 이야기를 완결된 한 편 한 편의 글로 새롭게 정리하고, 낱말을 중심으로 모은 열여섯 꼭지의 글을 주제에 따라 네 개의 부로 묶었다. 특별한 형식 없이 목소리로만 전해지던 이야기들이 일정한 형식과 질서를 갖춘 텍스트로 옷을 갈아입자 각자의 개성과 매력, 역할과 관점이 한층 선명하게 드러났다. 성장 환경이나 신체 조건도 다르고, 하는 일도 사는 곳도 다른 네 사람이 일터에서, 집에서, 병원이나 마트, 거리에서 무엇을 유심히 보고 무엇에 호기심이나 불편함을 느끼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가운데 하나다.

‘양말’이라는 낱말 앞에서 김원영은 “민망한 이야기이지만 저는 스무 살 무렵부터 서른 살이 훨씬 넘을 때까지 양말을 신지 않았습니다”라며 발이 크고 다리가 길어 보이기 위해 휠체어 위에 커다란 구두를 올려놓고 바지 속 맨발로 꽉 움켜잡고 다니던 시절을 고백하고, 최태규는 매일같이 함께 양말 벗기기 놀이를 하다 양말에 구멍을 내곤 하던 개 방울이를 회상하며 수의사의 유년 이야기로 손색이 없는 일화를 들려준다. ‘밥’이라는 낱말에 김소영은 부추김치를 떠올린다. 물통을 들고 뒷산 약수터에 올랐다가 탈진해 돌아온 여덟 살의 자신에게 다섯 살 많은 언니가 부추김치를 얹은 밥을 먹여준 일은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힘이 되는 기억이다. 한편 이길보라는 “청인들 밥 먹다가 그 입으로 대화해. 먹을 거 다 보여. 조금 더러워”라는 농인의 말에 감탄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름이 주는 새롭고 놀라운 관점을 더 많이 발견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렇게 닮은 듯 다른 네 사람의 글을 읽다 보면, 그동안 이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보여준 남다른 이해와 통찰이 어떤 경험과 생활 속에서 빚어졌을지 조심스럽게 짐작해볼 수 있다.

최태규의 리듬, 이길보라의 사물, 김원영의 마음, 김소영의 시간

이 책은 총 네 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의 주제는 일상을 구성하는 유무형의 요소인 리듬, 사물, 마음, 시간이다. 작가들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주제를 맡아 각 부 마지막에 조금 긴 글을 한 편씩 실었다. 각자의 일상이 주로 펼쳐지는 곳이 어디인지, 그곳에 누가 있는지, 그들과 어떤 고민과 대화, 발견과 배움을 나누는지를 엿볼 수 있는 글들로 네 사람의 개성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동물에게 날마다 일정하게 반복되는 리듬을 제공하면서도 그 반복이 지루함을 낳지 않도록 변화를 주는 일의 중요성을 아는 최태규는 ‘반복되는 리듬’이라는 주제를 맡았다. 농사회와 청사회를 오가며 서로 다른 감각을 연결하는 이길보라는 라디오가 말 없는 사물에 소리를 선물하듯이 다른 관점을 경유하면 새로운 언어와 서사를 갖게 된다는 생각을 전하며 ‘속삭이는 사물들’에 대해 썼다. ‘쓸모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변호사가 되었지만 글을 쓰고 공연하는 삶에 자꾸 마음을 빼앗기는 김원영은 ‘움직이는 마음’이라는 글을 통해 삶에서 가치나 의미를 찾지 못해 자주 마음이 흔들리는 우리를 격려한다.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김소영은 한 사람 안에 차곡차곡 쌓인 시간을 발견했던 일화를 들려주며 그렇게 시간으로 이루어진 존재이기에 모든 사람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담아 ‘고요히 흐르는 시간’이라는 글을 썼다.

최태규의 [반복되는 리듬]
동물을 잘 돌보는 일은 동물에게 필요한 리듬이 무엇인지 동물에게 묻고, 그 리듬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그리고, 매일 반복되지만 동물이 반복이라고 느끼지 않도록 변주를 주는 일입니다. 반복만 있으면 리듬이 아닙니다. 반복되는 와중에 우리를 춤추게 하는 변화가 자잘하게 쪼개져 들어가야 좋은 리듬이 됩니다. 그 리듬이 무엇인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일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이 동물을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리듬입니다. - 94쪽

이길보라의 [속삭이는 사물들]
라디오는 눈을 감고도 들을 수 있습니다. 청각을 기반으로 한 여러 소리의 조합으로 새로운 공간을 구현해내지요. 그 속에서는 언어를 가지지 못한 사물들의 공간이 생겨납니다. 평소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거나 별생각 없이 마주했던 물체들이 달리 보입니다.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시각이라는 감각을 제외하고 감각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 다르고 낯선 관점을 경유하여 말이 없는 사물들은 언어와 서사를 갖게 됩니다. 말 그대로 속삭이는 사물들이 됩니다. - 188쪽

김원영의 [움직이는 마음]
이러한 마음에는 근본적인 회의감이 깃들어 있습니다. 잠시 존재했다 사라지는 무대를 만드는 일. 특별한 사용 목적이 없는, 굳이 말한다면 어떤 종류의 아름다움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사물을 제작하고 전시하는 일의 의미를 되묻는 것입니다. (…) 다만 우리는 자신이 만들어내는 쓰레기를 의식할 수 있는 존재이며, 무엇보다도 그것을 ‘반복하는 삶’에서도 종종 깨닫는다는 것. 멈추거나 포기하거나 다른 세계로 도피하는 대신 자신이 버린 것들을 의식하고 의심하고 줄이려 애쓰면서 삶을 반복한다는 것. 그러므로 (…) 여전히 좀 더 나아질 여지는 있다는 것. - 267~272쪽

김소영의 [고요히 흐르는 시간]
어린이가 자라는 걸 보면서 어쩌면 시간은 흐르기만 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어린이의 몸과 마음에 시간이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 열한 살 어린이를 들여다보면 열 살, 일곱 살, 다섯 살의 어린이가 있습니다. 얼굴과 몸에 그리고 마음에 성장의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시간은 한 톨도 남김없이 어린이를 이루는 데 쓰입니다. 시간은 쌓입니다. (…) 저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시간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 안에는 길고 긴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그 시간을 생각하면 모두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로 돕고 아껴주는 것이 당연합니다. - 353~356쪽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당신의 커피, 양말, 아침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이 책의 글감이 된 열여섯 가지 낱말은 작가들이 직접 정한 것이 아니다. 밖에서 주어진 것이었고, 작가들은 때로는 반가워하며 때로는 당황스러워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구상했다. “이 낱말들을 스스로 정하지 않았기에 일상 이곳저곳 숨어 있는 작은 물건, 흔하지만 귀한 경험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었습니다. (…) 스스로 낱말을 정했다면 아마 늘 이용하는 ‘휠체어’나 ‘엘리베이터’를 떠올렸을 것 같습니다”라는 김원영의 말처럼, 뜻밖의 글감을 타인에게서 건네받았다는 것이 책에 생기와 재미를 부여한다. 미리 알고 준비할 수도 없고, 평소 생각해본 적이 없다거나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할 수도 없다. 진솔하고 내밀한 기억과 경험의 조각들이 툭 튀어나오기에 좋은 조건이다.

일상에 작은 균열을 내며 찾아온 낱말들에 작가들은 불현듯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고, 부끄러웠던 감정이나 후회되는 사건을 고백한다. 오랜 시간 배우고 일하며 다듬어온 지금의 생각에 비추어 예전의 경험을 다시 해석하고, 늘 곁에 두었으나 주목하지 않았던 사물에서 뜻밖의 이야깃거리를 발견한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내 안에 소리 없이 쌓인 시간과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해준 존재들, 무심히 사용했던 사물들이 지금껏 나를 지탱해주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쓰기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기억과 감정, 발견과 깨달음에 자세를 가다듬고 흐트러진 자신을 일으켜 세운다.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이런 경험을 할 것이다. 새로운 낱말을 만날 때마다 자기 안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길어 올리게 될 것이다. 스스로를 좀 더 자세히 관찰하고 ‘그리 나쁘지 않은걸. 생각보다 잘 살아왔네’라며 작은 위안을 얻을지도 모른다. 여기 열여섯 개의 낱말이 있다. 이 책을 함께 쓴 네 명의 작가들이 그랬듯이 할 얘기가 없다고 밀어내지 말고, 하나씩 앞에 두고 나의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당신의 커피, 양말, 아침 이야기가 궁금하다.

회원리뷰 (12건) 리뷰 총점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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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일상의 낱말들 - 김원영, 김소영, 이길보라, 최태규 에세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현*맘 | 2023.02.2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열여섯 가지 단어를 두고 네 명의 작가님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연 덩어리 [일상의 낱말들]을 읽었습니다. 그야말로 일상에서 방금 뽑은 듯한 열여섯 가지 단어는 네 갈래 주제들-반복되는 리듬, 속삭이는 사물들, 움직이는 마음, 고요히 흐르는 시간-마다 네 가지 글감으로 묶여 네 명의 작가님의 이야기 옷을 입고 일상의 비일상을 되돌아 보게 만들었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리뷰제목
열여섯 가지 단어를 두고 네 명의 작가님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연 덩어리 [일상의 낱말들]을 읽었습니다. 그야말로 일상에서 방금 뽑은 듯한 열여섯 가지 단어는 네 갈래 주제들-반복되는 리듬, 속삭이는 사물들, 움직이는 마음, 고요히 흐르는 시간-마다 네 가지 글감으로 묶여 네 명의 작가님의 이야기 옷을 입고 일상의 비일상을 되돌아 보게 만들었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생활을 하시는 김원영 작가님은 '커피'라는 단어에서 대학생 시절 법대 도서관에서의 추억과 함께 자판기에서 우당탕 떨어지는 '캔커피'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경제적 또는 선호도에 따른 선택이 아닌 '캔커피'여야만 한 이유에 대해 비장애인 입장에선 쉽게 떠올리기 어려웠습니다. 휠체어는 누군가 밀어주는 사람이 없는 한 이동을 위해선 양손이 필요하다는 것, 흔들리면 쏟아지는 테이크아웃 커피는 작가님의 일상엔 들어올 수 없는 기호식품이었다는 것, 그래도 지금은 텀블러가 있어 일상으로 누릴 수 있다는 것 등을 알게 되면서 전혀 모르던 타인-사람을 점점 알아가는 듯 열여섯 단어들 마다 실려 있는 작가님의 글들은 다른 눈높이로 사물을, 세상을 보는 방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말하기 독서법]과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된 김소영 작가님은 어떤 단어에 쓰신 글이든 '어린이'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독서교실에 다니는 제자 어린이들과의 일화, 어른이지만 소아과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던 이야기, 기다림에 대한 주제에서도 자신의 차례를 꾸욱 참았다가 화장실을 다녀와도 되는지 묻는 귀여운 '기다림'에 조물락조물락 그 느낌이 느껴지는 '액체 괴물', 문방구가 사라지듯 '장난감 가게'가 사라진 요즘의 일상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이길보라 작가님과는 [반짝이는 박수 소리] 완독챌린지 책거리 줌토크에서 영상으로 만나(?) 뵌 적이 있습니다. 수어로 하는 박수 동작이 '반짝반짝 작은 별' 노래 동작과 같아서 신기했었는데 그 이외에도 촉각과 시각으로 소리와 음악과 울림을 알아가는 이야기는 늘 감동입니다. 청인의 세계와는 먼 라디오라는 매체, 우리는 그 소중한 이야기들을 흘려듣고 때론 소음으로 치부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비일상이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동물복지학을 연구하는 수의사 최태규 님의 글은 처음인데도 공감되고 뜨끔하고 반성도 좀 하며 읽었습니다. 종이 상자에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모셔와 가족들이 모두 나가고 없는 빈집에 방목으로 키우고 있는 집사이면서 써니와 쌔리라는 이름의 코뉴어 앵무새 두 마리와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제로의 물고기들까지 뽁짝뽁짝 키우고 있는 사람으로서 '동물복지'라는 개념도 낯설었고, '반려'라는 단어를 붙여 부르지만 진짜 한 평생 함께하는 존재로 여기며 사는지 되돌아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커피, 양말, 책, 기다림, 병원 등등 주변에 늘 있는 '일상의 낱말들'에 대한 4인4색의 에세이 [일상의 낱말들] 신기롭고 특별한 일상을 선사하는 글들로 꽉채워져 있습니다. 알면 이해하게 된다는 말처럼 일상을 낱말들을 통해 그 일상들이 얼마나 특별한가를, 비일상인가를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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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일상의 낱말들」 / 김원영 김소영 이길보라 최태규 / 사계절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h******7 | 2023.01.1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우연한 계기로 나에게 온 책「일상의 낱말들」, 아마도 이 책은 나와 인연인가보다 하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보들보들한 종이의 질감에서 따뜻함이 느껴지고, 표지의 라디오에서는 뭔가 휴식같은 음악이 흘러나올 것만 같다.                       안수연 라디오 피디님의 제안으로 각자 다른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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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한 계기로 나에게 온 책「일상의 낱말들」, 아마도 이 책은 나와 인연인가보다 하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보들보들한 종이의 질감에서 따뜻함이 느껴지고, 표지의 라디오에서는 뭔가 휴식같은 음악이 흘러나올 것만 같다.   

 

 

 

 


 

 

 

 

 

 안수연 라디오 피디님의 제안으로 각자 다른 일상을 버티고 누리며 살던 네 분의 작가님이 일상을 이해하고 성찰 할 계기를 가지며 이 책을 집필하게 되셨다고 하는데 각 낱말마다 김원영, 김소영, 이길보라, 최태규 작가님 순으로 글이 수록되어 있다. 16개의 일상의 단어들에 대한 작가님들의 닮은 듯 다른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의 일상의 단상들도 함께 떠올리며 읽었다. 

 

 

 

 

 


 

 

 

 

 

 첫번째 일상의 낱말은 <커피>. 공연을 하고 글을 쓰며 변호사로 일하고 계신다는 김원영 작가님은 휠체어를 타시는데 대학생 시절 두 손의 자유를 가질 수 없어 캔커피를 고집하셨으나 까다롭고 예민하기로 유명한 법대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시절, 문 앞에 붙은 포스트 잇 " 캔 좀 조용히 따세요. " 문구에 흠칫하셨다는 커피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신다. 

 

 어린이와 함께 책을 읽는다는 김소영 작가님, 독서 교실에 처음 온 어린이들에게 일부러 수동 커피 그라인더로 커피콩을 드드득 갈며 커피 내리기 시연을 하신다고. 그리고 자신만의 '복잡해서 좋은 것'을 말해주신다고 한다.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신다는 이길보라 작가님, 어떤 단어나 문장, 표현을 만나면 얼굴 표정과 손을 움직여 생각하시는데 본인은 수화언어, 수어를 모어로 하는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라고 하시며 수어로 커피는 비슷하게 생긴 단어인 '코피'를 소환하여 '코피'와 '차'라는 단어가 합쳐진 수어는 어쩐지 코피를 저어 마시는 것 같아 으스스 하다고. 

 

 동물복지를 공부하는 수의사 최태규 작가님, 서울 도심에서 동물원이 되어 버린 야생동물 카페에 혐오감 외에 다른 감정을 느끼기 어려운 장소라며 서로가 안녕한 세상에서 커피는 더 향긋할 것 같다며 동물이 살 만한 카페는 없다고 말씀하신다. 

 

 20년차 회사원인 나에게 '커피'는 각성제이자 사랑의 표현이다. 업무로 한참 정신없이 돌아가는 사무실, 직장 동료가 자그마한 수동 커피 그라인더를 손에 들고 천천히 손잡이를 돌리며 드르륵 드르륵 갈면서 스몰톡을 건넨다. 회사에 자동 커피 머신이 있는데도 수동 커피 그라인더를 사용할 생각을 한 그 친구의 발상이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정신없이 바쁜 회사 생활이지만 잠시나마 찰라의 여유를 가지고 싶어 그랬을까? 사실 커피 맛을 잘 모르는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었다가 지난 10년간 온갖 프로젝트와 업무의 고단함에 찌들게되면서 어느새 커피를 숭늉처럼 마시고 있다. 업무을 해야해서 각성이 필요할 때면 에너지 드링크도 찾아서 먹을 정도로 나의 음료 취향은 완전히 바뀌었다.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를 즐겨서라기 보다는 내 몸을 각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편이 맞겠다. 

 

 주말이면 우리 가족은 산으로 바다로 캠핑이나 여행을 떠난다. 주말 아침이면 아이가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수동 커피 그라인더로 커피콩을 갈아주고 남편이 커피를 내려준다. 모두 남편의 제안으로 시작된 일인데 남편도 고된 회사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커피콩을 가는 낭만을 즐기고 싶어한 것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오늘 아침에도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아이와 남편표 라떼가 배달되었다. 김소영 작가님 말씀대로 어떤 때는 복잡할수록 재미가 있는 법이다. 처음에 언뜻 생각했을때는 '그걸 뭐 하러 그렇게 하느냐' 하고 타박을 한 적도 있는데 지금은 신통치 않은 솜씨이지만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커피콩을 갈고,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커피를 내려주는 그들의 마음이 담긴 커피를 마시면서 잔잔한 행복을 느낀다. 무엇이든 좋아하는 게 있으면 번거로운 과정도 즐겁게 느껴진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라는 김소영 작가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낱말은 <아침>이었다. 출퇴근이 없는 한겨울의 어느 주말 아침, 함박눈이 펑펑 내려 눈꽃이 장관인 강원도의 한적한 오솔길을 홀로 걸었다. 사방이 눈꽃으로 둘러싸인 아무도 밟지 않은 시골길을 걸으며 혼자만의 아침 산책을 즐겼다. 뽀도독 뽀도독 내가 눈 밟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조용한 가운데 오늘 아침의 하루치 좋은 기운을 나혼자 모두 마신 기분이었다. 최태규 작가님의 말씀을 빌자면, 해가 뜰 무렵 태연하게 일어나 무언가에 늦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지 않아도 되는 날, 언제든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는 그런 날, 일찍 일어나 일을 해야하는 평일 아침과는 달리 조용히 나만의 아침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이런 일없는 주말 아침이 주어짐에 그저 감사했다. 문득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에 인상깊게 봤던 영화 <바라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말이 떠오른다. 

Tomorrow is another day.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 

 김원영 작가님이 말씀하신 아침을 기다리라는 드워킨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는 느낌의 말이다. 우울하고, 슬프고 아무리 애를 써도 삶이라는 거대한 무의미 앞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더라도 아침을 기다리면 된다는 이야기. 아무리 노력해도 때로는 거대한 허무와 절망, 슬픔에 빠지지만, 무려 매일 찾아오는 아침이 있으니 오늘도 힘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연말이면 회사에서 법정 의무교육이라고 해서 다양성과 포용을 강조하며 교육을 실시한다. 열린 마음으로 주변을 바라보자는 좋은 취지와 다름을 받아들이는 따뜻한 시선을 가지자는 취지로 이루어지는 교육으로 알고 있는데 거의 형식적인 느낌이라 좀 더 의미있는 시간이 되려면 다름에 대한 이해가 쌍방향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네 분의 작가님들의 경험과 함께했던 열여섯 가지「일상의 낱말들」을 다 읽은 지금, 편안한 일상의 단어들이 누군가에게는 결코 편하지 않을 수 있음을 공감하며 뭔가 묵직함이 느껴진다. 유쾌하지 않지만 일상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불편함들이 씁쓸하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회적 약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에 관한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음에 반성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 싶었다. '다른 각도의 삶'을 탐색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버티는 삶을 살면서 세계를 조금 더 높이서 조망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리고 편견과 차별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일본 문화와 한국문화가 다른 것처럼 농인과 청인의 문화 역시 다른 것이겠지요. 다름 속에 몸을 맡기는 일은 때로는 황당하고 민망하지만 아주 유쾌하고 웃기기도 합니다. 다름이 주는 새롭고 놀라운 관점을 더 많이 발견하고 싶습니다. 

 

식물이나 동물은 물론이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오직 '쓸모'에만 초점을 맞춘 채 살아가고 있다면, 특별한 용도 없이 태어난 물건을 소중히 다루던 어린 시절의 마음도 필요할 때가 있지않은가 생각합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YES24리뷰어클럽#일상의낱말들#김원영#김소영#이길보라#최태규#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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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낱말들 속 흔하되 흔치 않은 일상 - [일상의 낱말들]을 읽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흙******에 | 2023.01.15 | 추천8 | 댓글3 리뷰제목
흔한 낱말들 속 흔하되 흔치 않은 일상 <일상의 낱말들>을 읽고       날마다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다르지 않을 내일에도 한결같이 그 맛이 변하는 일은 없을거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누구에게든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는 있기 마련이지만, 각자가 서 있는 자리가 다르기에 경험치와 체감도는 서로 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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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낱말들 속 흔하되 흔치 않은 일상

<일상의 낱말들>을 읽고

 

 

  날마다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다르지 않을 내일에도 한결같이 그 맛이 변하는 일은 없을거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누구에게든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는 있기 마련이지만, 각자가 서 있는 자리가 다르기에 경험치와 체감도는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두 해 전 EBS 라디오 프로그램 『일상에 대하여』는 한 가지 주제를 놓고 각기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네 사람이 자기만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니,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들 중  자신의 농인 부모를 비롯한 농인 시청자들도 다함께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한 참여자의 마음이 제작진에게 가닿아 전 회차 수어통역으로 만들어진 까닭이다. 이 장면만 보더라도 '일상'에 대한 나의 감수성이 얼마나 부족한지 깨닫지 않을 수 없다.

  당시 프로그램에 출연한 네 사람은 <일상의 낱말들>의 공저자가 되어 다시 만나게 된다. 공연하고 변호사로 일하는 김원영, 어린이들(의 마음)과 책을 읽는 김소영, 영화를 만드는 이길보라, 동물복지를 공부하는 수의사 최태규. 다른 삶을 사는 네 사람이 함께 글을 쓰면서 닮은 구석을 발견했으리라 생각한다. 책은 크게 네 마당으로 각각 네 가지 단어를 두고 저자들이 번갈아가며 비사차기를 하듯 글을 써내려간다. 목차에 따르면 '커피, 양말, 밥, 아침'에서 '반복되는 리듬'을 찾고, '텔레비전, 손바닥, 책, 바닥'으로부터 '속삭이는 사물들'의 소리를 듣는다. 또 '장난감, 병원, 흔들흔들, 소곤소곤'을 통해 '움직이는 마음'을 들여다보고, '게으름, 기다림, 서늘함, 안녕'이라는 말에서 '고요히 흐르는 시간'을 감지한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어린이라는 세계』,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읽은 독자라면 <일상의 낱말들>에서 마주하는 저자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물론 작가나 그의 저서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도 괜찮다. 오히려 저자들의 오감이 닿는 곳곳에서 그동안 평범하게만 여겨졌던 것들이 어떠한 비범함을 드러낼 때, 독자는 육감으로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될테니 말이다. 내게 인상적으로 남은 일상적인 낱말들을 몇 가지 꺼내본다. 

  '커피'는 이제 기호품을 넘어 끼니는 걸러도 커피는 양보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사람들의 애호품이 된 듯하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에게 두 손의 자유는 넘치기 일보 직전의 아메리카노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김원영 작가는 대학시절부터 캔커피를 즐겨 마셔오고 있다. 김소영 작가는 어린이 앞에서 커피를 내리면서 그 번거로운 과정도 즐겁게 느껴진다는 걸 몸소 보여준다. 동물 까페에서 어린이들이 야생동물에 대한 신비로움보다는 그들을 물건처럼 소유하거나 사고팔 수 있다는 감각을 배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최태규 작가의 염려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어째서 커피라는 수어 단어는 시각적으로 '검은 물'과 '차'라는 표현이 합쳐진 것이 아닌 '코'과 '차'가 합쳐진 합성어가 되었는지, 'coffee'라는 영어 단어가 농인의 세계에 어떻게 처음 들어왔는지, 농인들은 신문 기사 혹은 메뉴판에서 '커피'라는 단어를 보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지, 용기를 내어 주문한 그 커피의 맛은 어땠을지 상상해봅니다.(27~28쪽)

 

  '책'은 또 어떠한가. 꽤 오래 전부터 여러 환경적인 요인으로 이 세상에서 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무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은 '독자(와 함께) 생존'하고 있다. 김원영 작가는 책을 읽고 쓸 뿐 아니라 책 위에 올라 앉거나 책에 기대어 앉기도 하면서 생존을 위한 버팀목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신이 쓴 책을 애쓰며 읽는 엄마처럼 청인 또한 농인의 세계를 공들여 이해하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이길보라 작가는 말한다. 최태규 작가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간 반려묘를 그리며 그에게 책은 북북 뜯고 찢으며 놀 수 있는 장난감이자 그 행위를 통한 희열의 순간을 맛보게 해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모든 책이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모든 책이 물건인 것은 확실하니까요. 아기 그림책의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고, 아기가 입에 물어도 해롭지 않도록 콩기름을 이용해 코팅하고, 헝겊 그림책의 소재를 신중히 고르는 것도 책이 물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아기부터 어른까지, 독자가 누구이든 그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148쪽)

 

  몸이나 마음이 움직이는 모양을 뜻하는 '흔들흔들'을 보고 있으면, 하나둘 하나둘 박자에 맞쳐 팔의 자세를 바꿔보고 싶은 마음과 곧장 어디론가 떨어지거나 빠질 것만 같아서 다리가 후들후들한 기분 사이를 오가는 듯하다. 김소영 작가는 흔들리는 이에 대처하는 어린이를 보면서 흔들린다는 것은 재미와 긴장을 불러 일으키는데, 흔들리는 일이 마음 전체를 차지한다면 스스로 결정을 내려할 순간이 찾아온 것이라고 말한다. 나무를 두드리고 만지면 거기서 나는 소리를 촉각으로 받아들이는 아빠를 보면서 이길보라 작가는 그러한 흔들거림이 아빠에게는 소리가 된다고 표현한다. 최태규 작가는 먼저 떠나보낸 반려묘과 함께하다 홀로 남겨진 반려묘의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기 위해 털을 쓰다듬어주다가 자신또한 돌봄을 받는 기분을 느꼈던 때를 떠올린다.

 

움직이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 일이 보통은 더 힘듭니다. 중력에 대항하며 우리는 미세하게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심장과 맥박의 운동으로 몸 전체에 혈액을 보내느라 작은 진동을 계속합니다. 그런 가운데 몸 전체를 의식적으로 지배하며 공간을 가득 채우기란 간단하지 않은 일입니다.(230쪽)

 

  누군가 말했다.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겉으로는 한 자리에 머물며 사람이나 사물 혹은 때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속마음은 바라는 대상을 향해 수없이 갔다가 돌아오길 반복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원영 작가는 무언가를 기다릴 때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고 말하며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의 주인공도 혼자서 고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기에 그도 관객도 모두 참을만한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어른만 어린이를 기다려주는 게 아니라 마찬가지로 어린이도 어른을 기다려주는데, 이를테면 어른이 어서 바쁜 일을 끝내길, 지난 번 약속을 지켜주길, 말로는 전달하지 못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알아주기길 바랄 것이라는 김소영 작가의 말에 한지붕 아래 사는 아이의 마음을 엿보는 듯했다. 어린 시절 오줌싸개였던 이길보라 작가는 잠들기 전 화장실에서 소변보는 일이 여간 어렵지 않았는데, 그때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엄마가 마법 주문처럼 '쉬'라는 소리를 내줘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어떤 훈련이든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사람의 기다리는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사람이 얼마나 차분하게 개를 기다려줄 수 있는지가 '기다려 '훈련의 핵심입니다. '개의 시간'을 기다려주는 사람이 훈련을 잘하는 사람이고 개와 함께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308쪽)

 

  <일상의 낱말들>에서 열여섯 개의 단어는 비단 네 명의 작가만 눈으로 보며 입속에 넣어 굴리고 손으로 글을 써낼 수 있는 소재가 아니다. 독자 역시 하나의 낱말을 마주하고 그에 관한 저자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문득 나에게는 어떠한 의미를 가진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나아가 나도 한 번 그것에 대하여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일게 만들 수도 있다. '일상의 낱말들'이 다른 일상을 사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연결시켜준 것처럼, 그들이 그려놓은 특별한 원과 독자가 그린 특유의 원이 겹치는 순간부터는 그들만의 비범한 나날이 아니라 다같이 공감하고 배려하는 평범한 일상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흔하되 흔치 않은 일상의 곳곳에서 오늘도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빛나고 있을  흔한 낱말들을 상상해보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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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4건) 한줄평 총점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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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아껴서 읽고 있어요~ 왠지 마음이 차분해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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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j******1 | 2023.05.23
구매 평점5점
또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새삼 포용과 소통의 중요성을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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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n******e | 2023.03.26
구매 평점4점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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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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