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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마약을 해보았나요? ·004
1부 마약 하는 사람 1장 시작: 천국을 엿보다 몸이 아파서 ·022 아픈 마음을 숨기고 ·036 나비약의 비밀 ·047 최고의 피로회복제라는 핑계 ·053 ‘바흐의 심포니’, 그 황홀한 세상 ·071 너도 한번 해볼래? ·080 나도 모르게 범죄 ·084 2장 중독: 어느덧 빠져들다 중독의 조건 ·092 저주의 시작 ·101 무너지는 세상 ·124 3장 결말: 지옥에서 끝나다 감옥, 마약 사관학교 ·138 환각에서 살인까지 ·142 마약도 권장량이 있나요? ·144 마지막으로 딱 한 번 ·149 4장 희망은 있는가? 범죄자와 환자 사이 ·154 절망의 끝, 희망의 시작 ·156 2부 마약 파는 사회 1장 최고의 고부가가치 사업 검은 황금과 하얀 황금 ·170 커피와 코카의 나라, 콜롬비아 ·176 가난한 농부의 딜레마 ·184 당신이 이곳에서 태어났다면 ·189 축복이자 저주 ·197 영원한 토너먼트 ·201 2장 마약 왕국을 꿈꾸다 왕을 꿈꾼 자, 에스코바르 ·210 쿤사의 헤로인 왕국 ·214 국가 사업 ‘백도라지’ ·221 북한의 가정상비약, 아편 ·229 탈북자와 마약 ·232 3장 제약회사, 마약상이 되다 미국 마약의 역사 ·238 완벽한 조건 ·243 아마겟돈의 시작: 옥시콘틴 ·249 첫 번째 파동: 계획된 사기 ·255 두 번째 파동: 헤로인행 급행열차 ·266 놓쳐버린 기회 ·269 세 번째 파동: 펜타닐 쓰나미 ·271 4장 이 땅의 마약 ‘아편굴’과 ‘주사옥’의 등장 ·280 격동의 정치 그리고 마약 ·284 코리아 커넥션 ·289 범죄와의 전쟁, IMF 그리고 월드컵 ·297 진화하는 마약 ·302 범죄자와 환자 그리고 정치 ·313 에필로그: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 ·324 감사의 글 ·333 그림·표의 저작권 및 출처 ·336 참고문헌 ·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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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병리 현상에는 단순히 한 개인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얽혀 있다. 이 책에서는 마약의 특징은 물론이고,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마약을 시작하는지부터 사람들이 왜 마약을 만들어서 어떻게 사고파는지까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호기심과 두려움, 안타까움과 분노, 동정과 경멸 등 엇갈리는 감정이 찾아올 것이다.
--- p.11-12, 「프롤로그」 중에서 펜타닐, 정말 좋은 약이었다. 가장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덕분에 김정철 씨는 ‘명절을 집에서 보내고 싶다’는 마지막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펜타닐은 병을 낫게 하지는 못해도 꼼꼼하게 잘 쓰면 환자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다. 김정철 씨에게 펜타닐을 쓸 때는 중독을 고려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그가 말기 암 환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암성 통증에 마약성 진통제를 쓰다 중독되는 경우가 꽤 있다. --- p.25, 「1부 1장」 중에서 마약에 대해 알아갈 때는 약의 효능과 효과에 따라 업(흥분), 다운(행복), 환각제로 이해하면 좀 더 쉽다. 같은 칼이라도 주방장이 쓰면 요리 도구이지만 살인자가 쓰면 살인 도구가 되는 것처럼, 현재 의료용으로 사용되지만 환자가 임의로 사용해서 문제가 되는 약(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신경안정제, 일부 다이어트 약, 수면제, 프로포폴)과 아예 불법으로 정해진 약(아편, 코카인, LSD, 엑스터시, 헤로인)으로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중독성이나 의존성, 위험성 정도에 따라 ‘소프트(마리화나, LSD, 엑스터시)-미디엄(술, 담배, 신경안정제)-하드(코카인, 헤로인, 히로뽕, 펜타닐) 드러그’ 정도로 구분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술은 다운 계열의 미디엄 드러그로 합법이지만, 히로뽕(코카인)은 업 계열에 처음부터 불법이며 중독성과 의존성이 강한 하드 드러그다. --- p.45-46, 「1부 1장」 중에서 비교적 가벼운 약인 마리화나나 프로포폴 같은 향정신성 약물이 위험한 이유는 이처럼 더 강하고 위험한 약으로 가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바로 관문이론이다. 과거 한국에서는 본드에서 가스로, 가스에서 알약(러미라Romilar)으로, 알약에서 대마로, 대마에서 필로폰으로 이어지는 마약중독을 ‘엘리트 코스’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대마로 시작해 LSD, 엑스터시, 코카인을 거쳐 헤로인, 펜타닐까지 가는 게 기본 코스다. --- p.110-111, 「1부 2장」 중에서 당신은 마약중독자다. 내성으로 인해 어지간한 양으로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환청과 환시를 겪고 있어 눈앞이 흐릿흐릿하고, 손은 마구 떨린다. 거기에다가 지금 당장 약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 마약을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기 위해 1회 분량인 0.03g이 아니라 1g 단위로 샀기 때문에 이를 소량으로 나눠야 한다. 쉽지 않다. 당장 급한 마음에 저울 따위는 쓰지 않고 어림짐작으로 대충 약을 투여한다. 적게 투여했는지, 약의 순도가 달라졌는지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이번에는 2배, 아니 3배로 투여한다. 마약을 하다 보면 시간 개념이 없어진다. 방금 전에 했는지, 하루 전에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고, 또 하고, 또 한다. 술을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얼마나 마셨는지 모르고 계속 마시는 것처럼 그렇게 마약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가 과다 복용이나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이다. --- p.145, 「1부 3장」 중에서 마약을 하는 사람은 범죄자인 동시에 환자다. 절대로 마약을 해서는 안 되지만, 만약 마약을 하고 있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리가 부러지면 우리는 수술을 받거나 깁스를 한다. 아무런 치료도 없이 단순히 의지만으로 걸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나중에 깁스를 푼다고 해도 바로 예전처럼 뛸 수는 없다. 뼈뿐만 아니라 근육이 약해진 상태에서 잘못하다가 넘어지면 간신히 붙은 뼈가 다시 부러질 수 있다. 예전처럼 완벽하게 걸으려면 천천히 힘을 주는 것부터 시작해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 마약 또한 마찬가지다. 단순히 의지만으로 끊을 수 없다. 전문적인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 증상이 심할 경우 2~3주 정도의 입원 치료가 필요하고 이어지는 외래 치료는 필수다. 약을 끊고 1년 정도 지나면 손상된 뇌와 신경 구조가 어느 정도 회복된다. 가족과의 관계, 경제적인 문제 등을 회복하기 위해 각종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 이런 재활 치료가 없으면 또 넘어져 다칠 수 있다. 의학적인 치료와 함께 재활이 필수다. --- p.155-156, 「1부 4장」 중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모두 돈 때문이다. 콜롬비아 현지에서 500만 원이었던 코카인 1㎏은 미국에서 최소 7,000만 원에서 최대 1억 2,000만 원까지 올라간다. 미국 땅에 도착하면 적게는 14배에서 많게는 20배까지 껑충 뛰는 것이다. 코카인 1g은 15만 원으로, 같은 무게에 8만 원인 금보다 2배 비싸다. 하얀 황금, 아니 황금보다 더 비싼 것이 바로 코카인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코카인이 마약 사용자의 손에 들어갈 때는 일반적으로 순도 50% 정도이기 때문에 2배로 양을 불릴 수 있다. 또한 코카인과 베이킹파우더를 섞어서 코가 아니라 담배처럼 피울 수 있게 만든 크랙crack의 경우, 코카인 1g으로 비율에 따라 대략 5~30배까지 양을 늘릴 수 있다. 크랙 1g 가격은 7만 원에서 13만 원 선이다. 코카인 1g을 크랙으로 만들어 팔면 또다시 3~10배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 p.182-183, 「2부 1장」 중에서 북한제 최고 상품은 핵무기나 미사일이 아니라 마약, 그중에서도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다. 필로폰 결정이 얼음처럼 투명해 ‘얼음’, ‘아이스’, ‘크리스털’이라고 하는데, 중국과 북한에서는 빙두?毒,(독의 중국어 발음, 얼음독)라고 한다. 북한산 필로폰은 순도가 98~100%로 전 세계에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합성마약인 필로폰은 대개 소수의 개인이나 집단이 감기약의 원료인 슈도에페드린을 원료로 해서 소규모로 만든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흥남제약공장’의 지하 2층에 있는 5직장에서 박사급 인력들이 국가의 명령 아래 전문적으로 필로폰을 생산한다. 품질이 나쁘려야 나쁠 수가 없다. --- p.227, 「2부 2장」 중에서 옥시콘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던 중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Al-Qaeda가 납치한 비행기가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했다. 3,000명에 가까운 사망자와 최소 6,0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9.11 테러는 세계무역센터를 무너뜨렸지만 한 회사를 살렸다. “이번 국가의 비극으로 전국 신문의 1면에서 옥시콘틴이 삭제될 수 있었다.” 9.11 테러 당시 퍼듀 파마의 영업 담당자가 남긴 메시지였다. 미국은 ‘마약과의 전쟁’ 대신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 결과 9.11 테러로 죽은 사망자보다 수십 배나 많은 이들이 마약으로 목숨을 잃게 되었다. 하지만 옥시콘틴의 위험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소송은 9.11 테러로도 완전히 막을 수 없었다. FDA는 2002년 1월 옥시콘틴과 관련해서 국내 최고의 통증 전문가로 이루어진 자문위원회를 열었다. 하지만 그렇게 모인 통증 전문가 10명 중 8명은 퍼듀 파마와 다른 제약회사의 대변인이거나 강연료를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결론은 예상한 대로였다. --- p.262, 「2부 3장」 중에서 지금까지 살펴본 미국의 마약 파동을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다. 돈에 눈이 멀어 타락한 제약회사가 1995년 미국 땅에 옥시콘틴을 퍼뜨렸다. 1996년에 시작되어 2010~2011년에 정점을 찍은 옥시콘틴의 1차 파동이었다. 옥시콘틴 공급이 줄자 옥시콘틴에 중독된 사람들이 헤로인으로 갈아탔다. 2010년에 시작해 2015~2016년에 정점을 찍은 헤로인의 2차 파동이었다. 때를 놓치지 않고 멕시코 카르텔은 펜타닐을 자체 생산했다. 이렇게 옥시콘틴과 헤로인에 이어 펜타닐의 3차 파동이 2013년에 시작되었고, 이후 사망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7분에 한 명씩 펜타닐로 사망하고 있다. 더 끔찍한 것은 이 파동이 아직 정점을 지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 p.278, 「2부 3장」 중에서 보수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마약과 범죄 문제를 부각하려고 한다. 그것도 정권 초기에 말이다. ‘이전 정권이 잘못해서 늘어난 범죄와 마약을 정의로운 보수 정권이 퇴치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과거의 선례를 보면, 1990년 노태우의 범죄와의 전쟁이나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실시된 강력한 마약 단속 등을 통해 2~3년간 마약 사범 수를 일시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풍선을 힘(단속)으로 눌러봤자, 바람(수요)을 빼지 않는 한 결국 몇 년 후 다시 원상복구된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한 바 있다. … 처음부터 불순한 동기로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했던 리처드 닉슨과 50년째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은 사실상 전쟁에서 패배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죽을지 아무도 모른다. 한편 검사 시절, 마약과의 전쟁을 통해 인기를 얻은 로드리고 두테르테는 검사에서 시장으로, 시장에서 대통령까지 올랐기에 그의 마약과의 전쟁은 개인적으로 대성공이었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한동훈 장관과 보수 정권은 과연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2023년 6월 26일 법무부는 마약사범재활팀을 신설했다. 한동훈 장관은 이어진 인터뷰에서 “많이 잡고, 강하게 처벌하고, 제대로 치료하겠다”라며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어쩌면 로드리고 두테르테의 성공을 꿈꾸고 있을지 모르지만, 리처드 닉슨의 실패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p.321-322, 「2부 4장」 중에서 공급은 수요를 낳고 수요는 공급을 낳는다. 공급과 공급-수요를 이어주는 유통, 판매를 막는 동시에 수요를 줄여야 한다. 수요가 줄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떨어진다. 마약 수요가 줄어 가격이 떨어지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마약을 공급할 이유가 없다. ‘하이 리스크high risk(고위험), 하이 리턴high return(고수익)’에는 많은 이들이 뛰어들지만 ‘하이 리스크high risk(고위험), 로우 리턴low return(저수익)’에는 아무도 뛰어들지 않는다. 미국의 유명한 진보학자 노엄 촘스키Noam Chomsky 또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마약 문제는 수요가 근본적인 원인이지 공급에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이 정도의 추리는 상식입니다. 따라서 모든 문제의 근원은 미국에 있는 것이지 콜롬비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 p.329, 「에필로그」 중에서 |
일상을 파고든 검은 유혹, 마약
종류와 형태, 거래 방식에서 나타나는 마약의 거침없는 진화 검은 유혹에 빠진 개인과 마약을 상품화하는 사회에 대한 현직 의사의 숨 막히는 추적 마약의 일상으로의 침투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아편, 코카인, 헤로인, LSD, 엑스터시, GHB, 야바 같은 불법 마약류부터 페치딘, 펜타닐, 졸피뎀, 프로포폴, 펜터민 같은 의학적 사용이 가능한 마약류까지 종류와 형태, 거래 방식 모두에서 진화한 마약은 사회 도처에서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유흥에 빠진 일부 사람만이 마약에 중독되는 것이 아니다. ‘몸이나 마음이 아파서, 살을 빼려고, 일을 하려고, 친구와 어울리려고, 호기심에서’ 등 다양한 이유로 많은 이들이 마약에 노출되고 중독된다. 마약 팬데믹 시대가 본격화된 것이다. 다양한 의료 분야를 포괄하는 가정의학과에서 15년간 20만 명의 환자를 진찰해 온 저자 양성관은 이 책에서 마약을 소비하는 개인적 측면(1부)과 생산-유통-판매로 이어지는 사회 시스템 측면(2부) 모두를 면밀하게 분석한다. 특히 마약 관련 이슈에서 대중이 가장 궁금해하는 문제―도대체 왜 마약을 하는 걸까? 왜 끊지 못하는 걸까? 국내에 그리고 전 세계에 왜 마약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걸까?―를 환자를 진료한 의사로서의 경험과 각종 통계 지표 및 정량적 연구 자료, 관련 역사 기술을 통해 다채롭게 설명한다. 마약에 얽힌 개인과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책은, 의사가 쓴 최초의 마약 해설서답게 마약에 대한 단순한 지식을 넘어 마약을 바라보는 혜안까지 가질 수 있게 이끌어 준다. 마리화나로 시작해 코카인, 헤로인, 펜타닐까지 대마 합법화가 가져올 후유증에 대한 엄중한 경고 중독이 아니라는 부정, 조절할 수 있다는 망상이 낳는 중독의 늪 저자가 마약 하는 사람의 마음과 중독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자의든 타의든 마약에 손을 대면 효과가 더 강하고 중독과 금단 증상이 심한 약물로 눈을 돌리는 것이 시간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마약성 진통제나 대마에서 시작해 LSD, 엑스터시, 코카인을 거쳐 헤로인, 펜타닐로 이어지는 중독 코스에는 그야말로 탈출구가 없다. 대다수의 마약 중독자에게서 업 계열, 다운 계열, 환각 계열 약이 함께 검출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는 마약 중독자들의 실제 사례와 증언, 연구 조사 결과와 임상 사례 등을 분석해 이를 입증하고 있으며, 대마 합법화가 불러올 수 있는 사회적 후유증을 미국 일부 주와 태국의 실상을 통해 드러낸다. 더욱이 ‘나는 중독이 아니다’, ‘나는 언제든 투약을 조절할 수 있다’라는 착각과 망상은 한 개인을 이런 중독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든다. 가볍게 손댄 마약이 감옥, 응급실, 약물 과용으로 인한 사망, 또는 자살로 이어지는 참혹한 과정을 묵묵히 보여주는 이 책은 마약의 위험성을 단순히 훈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자각하게 함으로써 마약으로 진입하는 장벽 자체를 매우 높이고 있다. “지구상에 코카인(마약)보다 더 고부가가치 상품은 없다.” 무지와 탐욕으로 얼룩진 마약 산업의 역사, 걷잡을 수 없이 양산된 마약의 피해자들 마약이 처음부터 마약이었던 것은 아니다. 19세기 이전에는 병의 종류와 관계없이 통증을 줄여주는 약으로 아편, 모르핀, 헤로인 등이 처방되었고, 각성제나 강장제 또는 우울증의 치료제로 코카인이 사용되었다. 또 전쟁에 참여한 군인의 사기를 진작하고, 일터에 있는 노동자의 근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메스암페타민 성분의 약이 대량 공급되었으며, 누구나 소비할 수 있는 음료나 초콜릿 같은 식료품에까지 첨가되었다. 과학과 의학 기술의 발전이 더뎠던 때의 무지로 인해 다수의 마약중독자가 발생하고 만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마약이라는 최고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마약 조직뿐 아니라 국가와 제약회사가 발 벗고 나서면서 마약 피해자의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마약 왕국을 꿈꾼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쿤사, 국가사업으로서의 북한의 마약 생산, 퍼듀 파마의 옥시콘틴에서 헤로인, 펜타닐로 이어진 미국의 3차 마약 파동, 그리고 코리아 커넥션에서 뉴 화이트 커넥션으로의 변화 속에는 탐욕으로 얼룩진 마약 산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얼마 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미국 필라델피아 켄싱턴의 좀비 거리가 그 단면 중 하나며, 저자의 지적처럼 이는 비단 미국만의 일이 아닌 마약을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모든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 현재의 일이다. 한국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마약 팬데믹에 접어든 한국, 그러나 이념 전쟁으로 말미암아 말잔치로 끝나버린 마약 정책 정치권에 던지는 강하고 엄중한 메시지 한국은 마약을 생산하는 국가에서 소비하는 국가로 일찍이 변모했다. 대만에서 슈도에페드린이나 에페드린을 들여와 부산에서 필로폰을 생산한 후 일본에 파는 ‘코리아 커넥션’이 약화된 이후 국내에서는 해외에서 싼값에 생산한 마약을 수입해 소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종 마약이 다크웹, 소셜네트워크, 국제택배 등 다양한 유통 경로를 통해 유입됨에 따라 마약 사범의 증가와 주요 소비층의 하향화 경향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 책에서 마약 사범의 증감 추이와 그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는 저자는 지난 보수 정권과 진보 정권의 마약 관련 정책을 공히 비판한다. 마약의 실질적인 공급을 막고(마약과의 전쟁) 마약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는(치료보호제도) 방안이 병행될 필요가 있는데, 지난 정권 모두에서 이를 취사선택하는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특히 마약중독자 치료를 위한 치료보호 사업 예산이 턱없이 적게 책정되어 치료 지정 병원의 운영이 파행을 겪은 일에 대한 저자의 맹렬한 비판은, 마약중독자를 환자로 보면서도 치료 사업을 제대로 이끌어가지 못한 진보 정치의 과오와 마약중독자를 범죄자로만 보는 보수 정치의 편협한 접근 모두를 진지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마약 생산은 막을 수 없다. 대신 국내에서 일어나는 마약 밀수와 유통, 판매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처벌해 공급을 줄여야 한다. 동시에 교육을 통해 마약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치료를 통해 재범을 줄여서 마약에 대한 수요도 줄여야 한다. 이 두 가지 방법을 통해 마약을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 사업으로 만들어야 마약이라는 전염병의 대유행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에필로그 중에서) 진보와 보수 정치에 건네는 저자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마약중독자를 범죄자로만, 또는 환자로만 규정하는 불필요한 이념 전쟁을 멈추고 공급을 막는 단속?처벌과 수요를 억제하는 치료를 병행하여 마약 산업을 ‘하이 리스트, 로우 리턴’ 사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 초반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한동훈 장관과 윤석열 정부는 과연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개인을 넘어선 공동체 차원의 실효성 있는 성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