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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장자수업 2
밀쳐진 삶을 위한 찬가
강신주
EBS BOOKS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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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철학자 강신주는 사유의 최고봉으로 장자를 꼽는다. 부속품이 아닌, 자유인의 가치에 관해 사색해서다. 모두가 돈, 권력, 쓸모를 지향할 때 장자는 무쓸모의 덕을 외친다.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불평등이 심해지머,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지금, 장자는 자유인에게 안식처이자 무기다. - 손민규 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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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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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2권 ]

3부 등불을 불어 끄고

25 에히 파시코(ehi pasiko)! 아니 그냥 파시코! - 총명 이야기
26 깨기 힘든 악몽 - 여희 이야기
27 장주가 장자로 다시 태어난 날 - 조릉 이야기
28 허영의 세계에서 기쁨의 공동체로 - 새끼 돼지 이야기
29 삶과 죽음의 대서사시 - 현해 이야기
30 망각의 건강함 - 공수 이야기
31 길과 말, 그 가능성과 한계 - 길 이야기
32 수레바퀴 옆에서 - 당랑 이야기
33 비교하지 않아야 보이는 것들 - 위시 이야기
34 대붕이 남쪽 바다로 날아간 까닭 - 시남 선생 이야기
35 살토 모르탈레(Salto Mortale)! - 날개 이야기
36 두 다리의 변증법 - 뒤처진 양 이야기

4부 바람 부는 곳으로

37 문턱에서 길을 보며 - 도추 이야기
38 열 번째 화살을 찾아서 - 벌레 이야기
39 죽음, 그 집요한 관념을 해체하며 - 맹손재 이야기
40 예술이 간신히 탄생하는 순간 - 재경 이야기
41 울타리의 유혹에 맞서서! - 꿩 이야기
42 섭섭한 세계와 장자의 고독 - 삼인행 이야기
43 자유를 지켜보는 전사의 마음 - 여우 이야기
44 사랑하는 마음의 은밀한 이중성 - 원숭이 이야기
45 자유인의 저항할 수 없는 매력 - 애태타 이야기
46 두 세계가 만나는 곳에서 - 수영 이야기
47 관이 좁은 위대한 죽음 - 임종 이야기
48 누가 장자의 꿈을 깨울까? - 나비꿈 이야기

에필로그_ 떠날 수 있는 자유와 힘을 위하여

저자 소개1

姜信珠

철학과 삶을 연결하며 대중과 가슴으로 소통해온 ‘사랑과 자유의 철학자’. 동서양 철학을 종횡으로 아우르며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인문학적 통찰로 우리 삶과 시대를 관통하는 주제들에 다가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신주의 장자수업』(전 2권)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공저) 『강신주의 역사철학?정치철학 3: 구경꾼 VS 주체』 『강신주의 역사철학?정치철학 1: 철학 VS 실천』 『철학 VS 철학: 동서양 철학의 모든 것』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강신주의 감정수업』 『철학이 필요한 시간』 『상처받
철학과 삶을 연결하며 대중과 가슴으로 소통해온 ‘사랑과 자유의 철학자’. 동서양 철학을 종횡으로 아우르며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인문학적 통찰로 우리 삶과 시대를 관통하는 주제들에 다가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신주의 장자수업』(전 2권)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공저) 『강신주의 역사철학?정치철학 3: 구경꾼 VS 주체』 『강신주의 역사철학?정치철학 1: 철학 VS 실천』 『철학 VS 철학: 동서양 철학의 모든 것』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강신주의 감정수업』 『철학이 필요한 시간』 『상처받지 않을 권리』 『망각과 자유: 장자 읽기의 즐거움』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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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608g | 146*217*22mm
ISBN13
9788954799461

책 속으로

자신에 대해, 타인에 대해, 사물에 대해, 사건에 대해, 관계에 대해, 그리고 사회에 대해 내가 품고 있는 생각은 나만의 꿈이 아닐까? 장자의 꿈 모티브는 이런 반성을 유도합니다. 그렇다고 장자가 단순히 유아론(solipsism)을 표방하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장자는 깨어남, 즉 각(覺)을 이야기하니까요. 이건 꿈이 아닐까 하고 장자가 반성하고 회의하는 이유는 꿈으로부터 깨어나기 위해서입니다. 방법론적 유아론(methodological solipsism)! 장자에게 있어 꿈 모티브의 핵심은 바로 이겁니다.
--- p.28, 「정말 깨기 힘든 악몽 - 여희 이야기」 중에서

겉치레와 허영에 젖은 억압사회는 시각이라는 감각에 의존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 억압사회를 벗어나는 작은 실마리가 허영의 논리를 극복하는 데 있다면, 우리는 시각의 독점적 지위를 해체해야만 합니다. 보는 자가 보이는 자를 지배한다는 사실, 그리고 보이는 것만 소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 p.59, 「허영의 세계에서 기쁨의 공동체로 - 새끼돼지 이야기」 중에서

장자에게 ‘허(虛)’, ‘상(喪)’ 혹은 ‘망(忘)’ 등은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세 개념은 모두 마음을 대상으로 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잃어버리고, 마음을 잊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 장자의 허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잘해야 정색하면서 말할 겁니다. “폭포 근처나 절벽 끝에서 결가부좌를 해보세요. 수행을 완성해 마음을 비우면 도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그야말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헛소리입니다.
--- p.87~88, 「망각의 건강함 - 공수 이야기」 중에서

인간에게 들키지 않고 인간에게 길들면서 집쥐의 길, 즉 도(道)가 탄생합니다. 집쥐는 쥐가 인간 주거지에 잘 길들 때 탄생한다고 말해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집쥐는 자신이 쥐라는 걸 한순간이라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의 집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길들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감시가 심해지거나 혹은 집 도처에 쥐약이나 쥐덫 등 위험 요소들이 많아지면 쥐는 그곳을 떠나 다른 곳에 길들어야 합니다.
--- p.105, 「길과 말, 그 가능성과 한계 - 길 이야기」 중에서

그레이엄은 위시(爲是)와 인시(因是) 개념을 구분합니다. 여기서 ‘위(爲)’는 동사로 ‘~라 여긴다·간주하다·생각하다’라는 뜻이고, ‘인(因)’도 동사로서 ‘~를 따른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시(是)는 명사로서 ‘이것’이라는 뜻으로, 두 개념의 경우 각각 ‘위’와 ‘인’의 목적어로 사용됩니다. 그러니까 ‘위시’는 ‘이것이라 생각한다’는 뜻이고, ‘인시’는 ‘이것에 따른다’는 뜻이 됩니다. (…) ‘이것이라 생각한다’는 뜻의 ‘위시’에서 ‘이것’은 다른 것과 비교되는 ‘이것’입니다. 반면 ‘이것에 따른다’는 뜻의 ‘인시’에서 ‘이것’은 비교 대상이 없는 ‘이것’입니다.
--- p.135~139, 「비교하지 않아야 보이는 것들 - 위시 이야기」 중에서

살토 모르털레(Salto Mortale)! 목숨을 건 도약이라는 뜻입니다. (…) 절벽 끝에 이른 발자국은 남아 있지만 그 끝에서 되돌아 나온 발자국이 없다면, 우리는 그 누군가가 심연으로 추락했거나 아니면 심연 너머 저편으로 날아갔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러고는 짐작할 겁니다. 누군가 목숨을 건 도약을 했다고, 누군가 두려움 속에 자신이 밟고 있던 이편 절벽 끝에서 발을 뗐다고 말입니다.
--- p.167, 「살토 모르탈레(Saltp Mortale)! - 날개 이야기」 중에서

문이 닫힐 때 안과 밖은 구분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문이 열릴 때 안과 밖의 구분은 해체됩니다. (…) 타자를 이해하는 길이 문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열리는 거죠. 반대 상황도 가능합니다. 문이 만들어졌기에 바깥쪽의 타자를 안쪽으로 들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바깥쪽이 안쪽으로 열리는 환대의 길입니다. 그렇지만 타자를 이해하거나 환대하는 것, 즉 문을 여는 일에만 집중해서는 안 됩니다. 어쩌면 나를 파괴하려는 타자와 단호히 단절하는 것, 즉 문 닫는 일도 그만큼 중요하니까요.
--- p.201~202, 「문턱에서 길을 보며 - 도추 이야기」 중에서

피지배계급의 서글픈 허영은 이렇게 탄생합니다. 자신이 지배계급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과시적 허영과는 달리 지배계급의 간택을 받으려는 피지배계급의 허영이기에 서글프다는 겁니다. 서로에 대한 피지배계급의 뒤틀린 질투는 이런 서글픔을 가중시킵니다. 이웃들의 실패와 불운에 안타까움을 피력하지만, 속으로는 묘한 기쁨과 안도감이 찾아옵니다. 반대로 이웃들의 성공과 행운에 치하를 보내지만, 그 이면에는 우울함과 자괴감이 동시에 들어섭니다. 우리 이웃들을 모두 잠재적 경쟁자들로 느끼기 때문이죠.
--- p.207, 「열 번째 화살을 찾아서 - 벌레 이야기」 중에서

모르는 사람의 딸이 죽었을 때와 애지중지하던 내 딸이 죽었을 때, 두 경우에 우리가 죽음을 느끼는 강도는 확연히 다릅니다. (…) 딸의 빈방에서도, 거실에서도, 부엌 식탁에서도, 화장실에서도, 딸이 신던 신발에서도, 딸이 입던 옷에서도, 딸이 가지도 놀던 곰 인형에서도, 심지어 배우자에게서도 “딸이 없다”는 경험, 블랙홀과 같은 부재감에 사로잡힐 겁니다. (…) 바로 이것이 2인칭의 죽음입니다. 여기서 2인칭은 내가 ‘너’나 ‘당신’이라고 부르는 사람, 다시 말해 내 앞의 누군가를 가리키는 문법적 의미를 넘어섭니다. 인문학적 의미의 2인칭이니까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 기쁨을 주는 사람, 그래서 부재하면 내게 슬픔을 안기는 사람이 2인칭입니다. 반면 모르는 사람의 딸은 내게 3인칭이죠.
--- p.219, 「죽음, 그 집요한 관념을 해체하며 - 맹손재 이야기」 중에서

여우! 그 존재 자체로 천-천자-대인-소인으로 구성된 천하질서, 천으로 정당화된 가부장적 질서 바깥에 위치합니다. 천하에 의존하지 않고 당당한 삶을 영위하는 여자! (…) “홀로 걷는 여자”, 여우에게서 우리는 말을 타는 전사의 당당함을 떠올려야 합니다. 여우는 억압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온갖 스트레스를 감당하는 전통 가부장제 속의 여성과는 다릅니다. (…) 그녀가 억압사회에서 허우적거리는 웬만한 남자들보다 위대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 p.284~285, 「자유를 지켜보는 전사의 마음 - 여우 이야기」 중에서

비운 마음은 죽은 마음이나 정적에 빠진 마음이아닙니다. 그건 생각할 수 없을 정도 민감한 마음, 역동적인 마음, 타자가 “예스”라고 할 때까지 새로운 제안을 하는 지치지 않는 마음이니까요. (…) 이렇게 원숭이 이야기는 사자성어 조삼모사의 저주로부터 풀려나게 됩니다. 저공은 간악한 사기꾼도 말재주로 타인의 이익을 취하려는 장사꾼도, 아닙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타자에게 행하는 것이 사랑이고 소통이라는 것을 알았던 사랑꾼이자 소통꾼이었으니까요.
--- p.304~305, 「사랑하는 마음의 은밀한 이중성 - 원숭이 이야기」 중에서

그러나 타자가 부재한 꿈은 그저 백일몽일 뿐입니다. (…) 누가 그리고 어떤 얼굴이 저를 깨울지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어쨌든 장자의 조언에 따라 철학자입네, 선생입네, 남자입네, 저자입네, 강연자입네, 중년입네 하며 살지는 않을 겁니다. 정체가 묘연한 사람에게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자유와 타자와 소통할 수 있는 힘이 허락되니까요. 이제 장자가 되었던 꿈으로부터 완전히 깰 때가 된 것 같습니다.

--- p.360~362, 「누가 장자의 꿈을 꺠울까? - 나비꿈 이야기」 중에서

출판사 리뷰

남에게 쓸모 있는 길을 갈 것인가, 나를 위한 길을 갈 것인가

장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치열한 경쟁 시대였다. 군주들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인재 등용에 혈안이 되었고, 자신을 위한 인재가 되어줄 이에게 명예와 권력, 부를 약속했다. 그런 상황에서 제자백가들은 자신의 말을 따르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바로 여기서 ‘길’, 즉 ‘도(道)’라는 말이 등장했다고 말한다. 2,500년 전의 인재 논리를 보면, 21세기 오늘날의 경쟁 논리에 뛰어든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 저자는 ‘경쟁과 인재의 논리’는 장자의 시대에서나 지금 시대에서나 여전히 유효한 강력한 이데올로기라고 말한다. 아니, 전국시대에는 지배계급에서나 그 논리가 국한되었지만, 오늘날은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었으니 더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장자는 전국시대의 쓸모와 인재의 논리를 문제 삼고 극복하려고 한 철학자였다. 그는 쓸모가 사실은 우리 삶을 파괴할 수 있고, 쓸모없음이 우리 삶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쓸모 있는 사유란 국가나 자본이 요구하는 사유에 지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게 해주는 사유야말로 국가를 위한, 자본을 위한 사유이지 진정 나를 위한 사유, 인간을 위한 사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2,500년 전 장자의 사유를 통해 ‘남에게 쓸모 있는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나를 위한 길을 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이 책은 『장자』 원문 중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48가지 이야기를 선별하여 강렬한 해석으로 장자를 21세기 우리 삶에 직면시킨다. 회사에, 나라에, 자본에, 심지어 가족에게까지 그 쓸모를 보이지 못하면 나의 가치를 잃어버린다는 강박으로 오늘도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집 밖을 나서는 이들을 위한 삶의 긍정과 자존감을 되찾게끔 하는 책이다.

타자(他者)를 만나지 못하면 우리 삶은 완성되지 않는다

장자는 타자를, 그리고 타자와의 관계를 고민했던 철학자다. 저자는 그런 장자를 한마디로 ‘타자의 철학자’라고 정의한다. 장자는 ‘타자’라는 개념을 통해 당 시대의 우상 공자(孔子)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공자의 명언“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도 하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를 두고, 장자는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게 타자가 원하는 것과 같을 수 있을까?’라고 되묻는다. 내가 원하는 것을 타자가 원하고, 내가 원치 않는 것을 타자가 원치 않는 관계란 거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오히려 내가 원하는 것을 타자가 원치 않고, 타자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치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장자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누군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장자의 충고를 받아들인다면 우리 삶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머니, 아버지, 남편, 아내, 딸, 아들, 선배, 후배 등등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가 파괴가 아닌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다.

타자와 만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물리적으로 만난다고 만난 것일까? 이 책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빌려, 타자를 만나면 우리에게 두 가지 감정 즉, 기쁨과 슬픔이 든다고 설명한다. 타자를 만났을 때 기쁨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다면 타자를 만나도 사실 ‘만났다’고 볼 수 없다. 지하철에서 직장에서 식당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우리는 그들과 만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 남편을, 아내를, 아이를 봐도 어떤 감정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만남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상아(吾喪我), 나를 비울 때 타자와 마주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타자와 만날 수 있을까? 저자는 장자의 그 유명한 말 ‘오상아(吾喪我, 나는 나 자신을 잃었다)’를 통해 타인과 마주칠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자신을 비운다는 것, 자신을 잃는다는 것은 내 안의 소유욕과 자의식을 없앤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나는 똑똑해’‘나는 남자(여자)야’ ‘나는 돈이 많아’ ‘나는 섹시해’ 등등 내 속을 가득 메운 생각과 자의식이 사라질 때 그 자리에 타자가 들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저자는 막연하기만 한 오상아 개념을 바람 소리를 비유로 들어 설명한다. ‘바람 소리’‘물 흐르는 소리’ ‘숨 쉬는 소리’ 등등 우리가 듣는 소리들은 무언가의 마주침에서 일어난다. ‘어떤 구멍’과 ‘어떤 바람’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마주침의 소리는 누구로부터 났을까? 바람일까? 구멍일까? 정답은 바람과 구멍 둘 다이다. 구멍이 막혀 있으면 바람이 분들 소리가 날 수 없고, 구멍이 비어 있어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소리는 울리지 않는다. 이 둘이 마주칠 때 비로소 소리가 나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를 포함한 모든 탄생과 변화도 이러한 마주침의 효과라고. 그런데 내가 속이 꽉 찬 죽순처럼 소유욕과 자의식으로 가득하다면 어떤 바람, 어떤 타자가 나를 스쳐 갈 수 있을까? 그래서 오상아다. 때로는 텅 빈 구멍이 되고, 때로는 바람이 되어, 우리는 타자를 그 구멍에 담거나 타자의 구멍에 들어가야 비로소 만나 소통할 수 있다.

문맥은 오직 하나가 아니다

저자는 장자를 보는 핵심 키워드로 하나는 ‘타자’를 또 하나는 ‘문맥’을 든다. 장자가 바라보는 세계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다, ‘이것만이 원칙이야’라는 모든주의(all-ism)가 아니라 ‘세상은 다양하고 복잡한 문맥들도 가득해’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반대로 모든주의에는 날을 세웠다. 모든주의는 우리 각자의 단독성(singularity)을 사장하고 우리에게 열렸던 타자의 구멍을 다시 닫히게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두고 책에서, 문맥의 일원화를 ‘문맥 단수주의’, 문맥의 다양성을 ‘문맥 복수주의’라고 쓰고 있다. 부국강병과 입신양명이 하나의 절대적 원칙으로 통용되던 2,500년 전 전국시대처럼 개인의 성공과 부의 달성이 21세기 자본주의 시대에 절대적 신념이 되었듯, 우리의 삶 역시 장자가 말한 문맥 복수주의에는 멀어져 있다. 저자는 철학자로 살아오면서 그 심각성을 여실히 느껴왔다. 쓸모의 논리가 팽배한 세계가 유일한 세계라고 생각한다면, 그 세계에서 자신이 쓸모없다고 여기는 순간 우리는 절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장자의 문맥 복수주의는 우리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 지금의 문맥에서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낀다면, 자신이 쓸모 있어지는 다른 문맥을 만들어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장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유용이 중요한 것도 무용이 중요한 것도 아니라고. 우리 삶을 긍정하고 더 근사한 방향의 문맥을 찾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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