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개정판 머리말 감히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기 위하여
시작하는 말 나는 어쩌다 인생을 시작하기도 전에 회고하게 되었을까 최애 장르 다시 보기 : 범죄물의 팬인데 여자인 경우 창작의 재료 혹은 영혼에 대하여 죽거나 혹은 미치거나 너는 어느 편이냐 묻는 말에 대하여 : 혹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비웃음에 관하여 반성문 더하는 말 1 : 소녀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여주인공은 없다 타인의 고통 알바고양이의 휘발유를 둘러싼 모험 딸들의 시간 일하는 가난한 여성들 마마 돈 크라이 우리는 과거에 상상했던 미래에 도달한 것일까 나는 네가 살지 말아야 할 집을 알고 있다 마흔 살의 내가 스무살의 나에게 이어 읽기 : 괜찮냐고 묻고 싶은 당신에게 웃어요 웃어봐요 좋은 게 좋은 거죠 부엌에 선 여자들 화장실의 귀곡성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더하는 말 2 : 세상을 바꾸는 만 원 별 뜻 없이 하는 말 여성 독자는 이해합니다 우정에 대하여: 친구라는 건 정말로 필요할까 가이드 없음, 전진 가능 당신은 그것이 기분 탓이라고 말했다 끝맺는 말 당신이 이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
저이다혜
관심작가 알림신청이다혜의 다른 상품
이 책에 실린 원고를 쓴 시기는 몇 년에 걸쳐 외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였다. 동생이 결혼했고, 나는 혼자 살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된 때였다. 친구들은 결혼했고, 이혼했고, 재혼했고, 아이를 낳았고, 일을 그만두었고, 외국으로 떠났다. 생각해야 할 일이 많았고, 결정해야 할 일도 많았다. 그런 시절의 문장이라서,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던 말을 욱여넣느라 지금의 내게는 없는 이상한 박력이 남아 있었다. 뜨거운 마음이 식기 전에 하고 나누고 싶던 슬픔과 기쁨이 책에 담겼다. 그 마음이 당신에 닿기를 바란다.
---「개정판 머리말」중에서 하지만 내가 부모님이 읽던 책을 따라 읽은 기억을 떠올리면, 대체로 이문열과 김용옥을 비롯한 중년 남성들의 글이 많았다. 나를 매혹시킨 것도 그들의 세계였다. 황석영. 이청준. 하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한국어로 창작하는 작가들의 세계를 금방 떠나버렸다. 왜 떠나게 되었는지도 그때는 잘 몰랐다. ---「시작하는 말」중에서 여성으로서 이 장르의 팬이 된다는 것은 시련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운명을 함께할 여성 캐릭터를 찾는 것은 여성혐오에서 자유로운 한국 언론 기사를 읽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신원 미상의 시체 또는 언제 죽거나 구출될지 알 수 없는 감금된 여자 대신, 그저 남성 캐릭터의 연인이나 아내 역할에 감정 이입을 해도 죽기는 매한가지다. 여성이 탐정(형사)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경우는 다를까? 그에게 다행히 죽음은 찾아오지 않더라도 납치되거나 강간당할 확률이 높아진다. ---「최애 장르 다시 보기」중에서 여성 독자들은 잘 이해한다. 많은 것들을 이해한다. 남성의 눈에 맞추어 괜찮은 여자가 되고자 노력하고 , 남성이 욕망을 느끼는 패턴을 이해한다. 그게 부당하다는 생각이 스쳐도 그냥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를 때리며 ‘널 때리는 나’에 눈물을 흘리면, 맞는 여자보다 때리는 남자의 ‘심적’ 고통에 공감할 줄도 알게 된다. 영화 〈LA 컨피덴셜〉 을 보면서 러셀 크로가 킴 베이신저를 때릴 때 나도 가슴이 먹먹해지더라니까. 사랑하는 여자를 때리는 러셀 크로에 감정이입을 얼마나 제대로 했는지. 얼마나 이상한 이야기인가. ---「여성 독자는 이해합니다」중에서 모든 모험은 여자들이 어디로 떠나면서 시작되는 대신, 행운의 존재들이 찾아오면서 비롯된다. 여성들은 투덜거리기보다 인내하는 쪽을 선택한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까지. 누군가에게는 남편의 폭력이 그렇고, 바람기가, 거짓말이, 불법행위가 그렇다. 『걸 온 더 트레인』,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나를 찾아줘』의 궁극적인 공통점은, 여자가 남자를 죽이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살인 행위로부터 처벌받지 않는 이야기들. 이런 맥락으로 생각하니 옆에 있는 여성을 보며 오싹한 기분이 드는가? 에이, 그건 그냥 당신의 기분 탓이겠지. ---「당신은 그것이 기분 탓이라고 말한다」중에서 |
“내가 책에서 배운 모든 것은 남성의 역사였다.”
최애 장르를 보는 여성 독자들의 불편함은 이제 그만, 온갖 악행과 파국, 모험을 즐길 여성 캐릭터를 기대하며 대부분 책에서 여성 인물을 소개할 때 단골처럼 따라붙는 문구가 있다. '아름다운 외모에...' '미인은 아니나 매력이 넘친다...' 책에서조차 여성들의 외모 품평은 필수다. 마치 여성에게는 외모로 결정되는 뭔가가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아름답고 매력 넘치는 여성들은 남성 주인공의 삶에 휘말리며 그를 사랑하고 혹은 미워하게 되고 그래서 불행하거나 행복해진다. 만일 당신이 스릴러 장르의 팬인데 여자라면 최애 장르에 푹 빠지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최근 나오는 스릴러 범인들에게는 대부분 살인 동기가 없다. 20세기 초 에드거 앨런 포와 아서 코난 도일, 애거사 크리스티 등이 쓴 클래식 미스터리에서 살인의 이유란 돈, 명예 또는 사랑이었고 그 시대 돈과 명예는 대부분 남성이 가지고 있었기에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주로 남성이었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약한 존재, 죽이기 쉬운 대상이 가장 타깃이 되고, 그러다보니 여성은 항상 피해자의 자리에 서게 되었다. 〈CSI〉, 〈크리미널 마인드〉, 〈멘탈리스트〉 등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범죄 수사물에서도 탐정이나 형사인 남성이 아니라 그의 아내 또는 여자 친구인 여성이 범죄의 희생양이 된다. 또한 사건을 지배하는 악당 캐릭터가 여성인 픽션이 드문 나머지, 여성 독자는 악당 주인공이 여성인 경우 책 속에서조차 여성이 저렇게 굴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을 무심코 하고 만다. 길리언 플린이 쓴 소설 『나를 찾아줘』의 주인공 에이미는 여성성을 십분 활용해 남자들을 휘두른다. 그런 ‘악녀’ 에이미를 보는 여성 독자들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하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그동안 수많은 스릴러의 남성 악당을 보고 누구도 성별 논리를 떠올리지 않으며 남성성을 비판하지 않았다. 에이미는 그저 스릴러물의 한 캐릭터일 뿐이니까. 지금까지 장르물에서 남성 독자들이 즐겼던 것, 캐릭터와 나 자신을 일치시키지 않으면서도 온갖 악행과 모험, 파국을 즐겨왔던 일을 여성 독자도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스무 살 때 배웠던 몇몇 좋아 보이는 가치들이 이제는 낡게 보인다는 것이 기쁘다.” 가이드 없음, 전진 가능 작고 좁은 세상에서 드넓은 혼란의 세계로 나아가는 시간 그럼에도 시대가 지나면서 분명 바뀌고 나아지는 것들이 있다. 저자는 그를 위해서는 남이 만든 지도를 따르는 대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 책에서 말한다. 좁은 세계에서의 책 읽기가 아닌 드넓은 혼란의 세계로 나아가려면 독자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말이다. 스스로 해결하고자 고민하지 않는다면 나아질 리 없으며 여기에 절대적인 가이드는 없을 것이다. 언젠가 이 책에서 하는 말도 미래의 독자들에게는 까마득한 옛날 일로 느껴지길 바라며, 끊임없이 자신을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책을 사랑했던 사람들은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겪어보지 못한 세상을 많이 겪어볼 수 있지만 대신 그 이야기 속에 빠져 있기 쉽다. 그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만큼만 경험하고 산다면 그것은 너무 작고 좁은 세계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나는 내게 다른 삶의 경험을, 우리가 바꿔야 할 삶의 태도를 알려줄 더 많은 동료가 생기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뜨거운 마음이 식기 전에 나누고 싶던 슬픔과 기쁨을 이 책에 담았고, 그 마음이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닿기를 바라며. 작고 좁은 세상에서 드넓은 혼란의 세계로 나아갈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이 내민 손을 잡기를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