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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할 거예요, 어디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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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14g | 135*190*20mm
ISBN13 9791155641705
ISBN10 115564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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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에겐 회사를 그만두기 위한 합당한 이유와 변명이 절실했고 그렇게 쥐어짜듯 만든 핑계와 거창한 계획들로 ‘퇴사’란 단어를 그럴 듯하게 포장하였다.
하지만 솔직히 회사를 관두고 떠난 이유는 하나였다.
지금, 바로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더 지나면 고민할 용기조차 나지 않을 것 같아서…….
살면서 한 번쯤 아무 이유도 없이 뭔가를 그냥 하고 싶을 때가 있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는 그때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물론 참 무모하고 생각 없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난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때 차마 떠나지 못하고 회사에 남았다면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난 후에 ‘내가 만약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그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며 후회했을지도 모르니깐.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한번 저질러보고 나서 후회하는 게 낫지 않을까?
---「Chapter 1. 직장생활 5년, 그리고 한국 아디오스! - 나는 회사를 퇴사하였다」중에서

사실 나에게 이번 여행의 목적은 영국이 아닌 바로 바르셀로나였다. 런던에서 이틀을 머문 뒤 친구와 나는 미리 끊어 놓은 저가항공을 타고 스페인으로 날아갔다.
어차피 여행이란 한곳에 일정 시간 동안 머물다가 떠나는 ‘이방인’의 입장에서 현지생활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돌아갈 때와 장소가 있기에 더욱 설렘을 주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 바르셀로나에서는 여행객으로서의 시선이 아니라 원래 여기에 살고 있던 것처럼 한번쯤 지내보고 싶었다. 영국에서 자유로운 삶을 만끽하고 있던 친구와는 달리 당시 나는 한창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신제품 출시로 인한 부서에서의 압박과 부담감에 폭발 직전이었다.
나에게 이번 여행의 테마는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기’였다.
여행을 가기 전 일부러 서점에 들러서 샀던 여행 책은 가방 안에 고이 넣어둔 채 우린 특별한 계획 없이 그냥 순간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꾸깃꾸깃 접은 지도 한 장과 약간의 돈만 주머니에 넣고 마치 집에 있다가 잠시 편의점으로 바람 쐬러 나온 사람처럼 그렇게 우리는 바르셀로나를 거닐었다.
숙소에서 나와 한 10분 정도 걸었을 때 안토니오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눈앞에 나타났다.
---「Chapter 1. 직장생활 5년, 그리고 한국 아디오스! - 인생 한번쯤 여기서 살아보고 싶다」중에서

지난 몇 년 동안 회사원으로서 일했던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는 것처럼 나는 바르셀로나에 오자마자 매일 밤 어학원의 풋풋한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며 정신없이 첫 서너 달을 보냈다. 밤늦게 돌아와 혼자 방문을 열고 불을 켤 때나 이제 막 친해진 친구가 방학이 끝나고 하나둘씩 돌아갈 때면 왠지 모를 허탈감과 외로움이 한꺼번에 밀려오고는 했지만 그럴 때마다 지금 나는 누구나 부러워할 자유와 행복을 누리고 있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몇 번씩 되뇌었다.
그렇게 여행 중 느꼈던 설렘, 두근거림은 어느 순간 소소한 하루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조깅하러 나갈 때마다 몇 분씩 황홀하게 올려다보곤 했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도 이제는 무심히 지나치게 되고, 길모퉁이 악사의 기타 연주나 온몸에 땀을 흥건히 적시며 춤추던 플라멩코 댄서를 바라보면서도 별다른 감흥 없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게 되었다.
다 좋다, 너무 행복하다.
꿈에 그리던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는데 당연하다.
하지만 정작 난 그렇지 못했다.
그때 난 여행에서 느꼈던 낭만과 현실 중간 즈음에서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초겨울 차가운 냉기가 올라오는 오래된 아파트의 돌 벽에 기대어 몇 번의 밤을 지새우며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 과거를 향한 미련과 후회를 양손에 쥔 채 여전히 놓지 못하고 있었다.
---「Chapter 2. 여행의 낭만이 일상이 되다 - 여행의 낭만이 일상이 된다는 건」중에서

다음 날 아침 친구가 호텔 커피숍에서 직원과 미팅을 하는 동안 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다른 테이블에 홀로 앉아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다. 한 번씩 흘깃 쳐다본 그녀의 진지한 모습은 평소와는 사뭇 달라 보였고 불현듯 얼마 전까지 회사에서 일하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처음이었던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두고 난 후 이런 기분이 들었던 건.
물론 일할 때의 기억이 한번씩 떠오를 때도 있었지만 이렇게 뭔가 허전하면서도 씁쓸한 감정은 아니었다.
‘혹시 지금 나 후회하고 있는 걸까?’
전날 밤 공항에서의 유쾌하지 않았던 사건 때문이었는지, 오랜만에 잤던 깔끔하고 세련된 호텔 때문인지, 아니면 미팅 중이던 그녀에게 겹쳐진 예전 내 모습 때문이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물론 언제 그랬냐는 듯 난 그날 밤 바르샤바의 구시가지에 만연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즐겼다.
하지만 지금도 그 여행을 떠올리면 난 외국에 나와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친구를 시샘이라도 한 것 같아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모든 결정과 선택에는 어느 정도의 미련과 후회는 남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그 선택으로 얻은 소소한 행복 하나하나도 잃지 말고 마음 한편에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또다시 후회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 단박에 꺼내어볼 수 있게. 그리고 내가 포기한 것들에 미련은 생기더라도 그것만 되씹으며 지금 이 순간을 망쳐버리는 실수는 더 이상 하지 않도록…….
---「Chapter 3. 그저 흘러가는 대로 - 난 후회하는 걸까」중에서

일찌감치 체크아웃을 한 후 파스텔 톤으로 칠해진 오래된 목조건물이 줄지어 서 있는 늬하운 운하 근처의 크리스마스 마켓에 들러 샌드위치와 따뜻한 커피로 목을 녹였다. 비행기 시간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티볼리 테마공원의 아름다운 야경은 아쉽게도 보지 못했지만 오밀조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한껏 꾸며놓은 공원을 따라 찬찬히 일상에서 산책하듯 둘러본 후, 그렇게 다시 독일로 돌아왔다.
딱히 특별한 목적도 없이 그냥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꼭 뭔가를 해야 되는 게 아니라 낯선 어딘가에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냥 좋은, 어쩌면 일상의 연속 같은 여행. 그리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이나 마음을 금세 알아채는 마음이 편안한 사람과 함께라면 더욱 좋은.
코펜하겐에서 지낸 이틀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제이미와 나는 그리 많은 것을 하진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우린 이미 충분히 좋았다.
---「Chapter 4. 점 하나가 길이 되고 꿈을 만들다 - 딱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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