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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책

: 금서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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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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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20 (10% 할인)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494g | 140*200*20mm
ISBN13 9791169092210
ISBN10 116909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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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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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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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책은 누군가의 삶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 p.7

독자는 문장으로 적힌 지옥의 창문을 열어보면서 자유의 물결 속에 자신을 위치시킬 수 있다. 편협한 생각, 작가에 대한 권능자의 질투와 조바심이 금서를 만든다. 금서의 작가는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고자 힘썼던 초극적인 존재들이다. 그들은 안전하지 못한 책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었다. 금서를 읽으며 여행하는 일은 곤경에 처했던 책들의 광휘 가득한 복권이다. 금서를 선택하여 읽는다는 것은 잊힐 뻔했던 인류의 가치와 미래 지향적인 진의를 제자리에 위치시키는 독자讀者적 행위다. 독자는 망각의 물결에서 의식적으로 책의 불온함을 제거해준다. 이 위대한 일은 독자만이 해낼 수 있는 과업이다.
--- p.15

외면된 이유를 짚어볼까요. 우선 대만은 난징대학살 배상 책임을 요구하는 대신 일본에게서 ‘정식 국가’로 인정받아 교역하기를 바랐습니다. 둘째,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 난징대학살은 자신들의 일이기보다 경쟁자였던 중국 국민당이 경험한 수치에 가까웠습니다. 셋째, 미국은 전쟁 이후의 안정을 위해 이 학살의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일본은 1970년대부터 난징대학살과 ‘위안부’ 허구론을 펼칩니다. 난징의 참극은 그렇게 잊혀갔습니다. 그러던 중 고작 서른 살에 불과한 동양 이민자 출신의 미국인 여성이 중일전쟁의 만행, 중국 공산당의 무신경, 미국의 외면까지 아울러 비판하는 걸작 논픽션을 출간한 것입니다. 한 사람의 노력이, 망각됐던 비극의 기억을 역류시켰습니다.
--- p.34

절망의 씨앗은 도둑처럼 찾아와 생의 척박한 땅에 심어져 모든 풍경을 망쳐버립니다. 피콜라의 아빠 촐리가 감옥에서 출소한 겁니다. 촐리는 인간이 될 수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 p.95

세상은 언제나 포장지 없는 날것으로 우리에게 비극을 보여주지만 소설이 그 날것을 거울처럼 옮겨 적는 일은 늘 불허되었습니다. 토니 모리슨의 글은 그 날것을 바라보게 해주는 창窓과 같은 기능을 했습니다.
--- p.97

예술은 픽션을 통해 세상의 구조적 모순을 이해하도록 인간을 이끕니다. 베이트먼의 광란에 가까운 범죄 묘사는 인간에 대한 존중이 허물어지고 한낱 물질로 폄하되는 세계, 윤리적 인간과 도덕적 사회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을 더 선명하게 비춥니다. 『아메리칸 사이코』는 그런 점에서 현실을 보여주는 (반어적 의미에서의) 윤리적 거울로 기능합니다. 비상식적이고 비합법적인 베이트먼의 살인 연극을 목격하고 나면 윤리적 기준이 완전히 망실된 우리 세계, 인간이 쾌락을 위해 물질화되는 시대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이 『아메리칸 사이코』의 잔혹한 묘사를 이해하는 하나의 길일 것입니다.
--- p.111

칼을 갈면서, 두아르테는 살인을 사유합니다. 그러고는 바로 그 논란의 장면이 시작됩니다. 차마 옮겨 적을 수 없는 ‘모친 살해’ 장면 말입니다. 아들이 어머니를 자기 손으로 죽이는 모습이 책에는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그것은 모성의 부정이며 운명에 대한 난도질이었습니다. 숨을 거둔 두아르테의 어머니는 유죄일까요, 무죄일까요.
--- p.130

두아르테는 첫째, 아내와 상간남 살인으로 3년 복역, 둘째, 어머니 살해로 약 13년 복역 후 풀려났다가 셋째, 결국 지주 살인으로 다시 갇혀 교수형에 처해진 것입니다. 셋째의 경우, ‘전쟁 주체의 도구(정권의 끄나풀)’가 되어 누군가를 살해하는 데 앞장섰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두 차례의 교도소 수감을 통한 두아르테 교화는 불가능했고(제도의 실패), 교도소 시절 두아르테를 아끼며 교육했던 가톨릭 사제도 그의 재범을 막지 못했습니다(영성의 실패). 사회의 제도도 종교의 영성도 폭력의 발생을 제지하지 못했다는 점이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에 숨겨진 또 하나의 깊은 주제입니다. 결국 두아르테의 실패는 한 선량한 시민의 실패이며, 나아가 인간의 실패라는 주제를 형성합니다.
--- p.135~136

쿤데라처럼 아름다운 문장을 탐하는 이들이라면 영원히 기억할 만합니다. “아름다움이란 더 이상 아무런 희망도 없는 인간에게 가능한 마지막 승리다.” 마치 밀란 쿤데라의 문학 인생을 즙으로 짜낸 듯한 문장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저뿐일까요. 그의 문장을 읽는다는 것은 세계 전체와 호흡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 p.161~162

저 말을 한 혀가 잘리고 저 말을 하는 데 필요했던 목과 폐, 그리고 저 말을 강조하는 데 쓰였던 손까지 순서대로 ‘절단’됩니다.
--- p.201~202

좋은 문학이란 불안한 현실의 첨예한 모순을 빼어난 상징과 은유로 고발하면서, 동시에 소설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의 숙명을 압축하는 글이 아니던가요. 한 시대를 작동시키는 정신의 심장을 차가운 메스로 도려내면서, 모든 시대의 살갗에 접촉하며 불에 덴 듯한 뜨거움을 주는 문학이야말로 참된 문학일 것입니다.
--- p.331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은 권위적인 국가권력이 불온함을 감지한 책과 평균적인 시민사회가 불편함을 느끼는 책을 모두 다룬다. 그게 중요하다. 이제 불온함의 가치는 생존주의와 부족주의에 의해 무시 혹은 냉대의 대상이 됐고, 불편함의 가치는 때로 타인에 대한 윤리적 섬세함과 충돌하는 것처럼 보여 그 명분이 약화됐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여전히 이 두 가치를, 그것의 갱신된 버전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좀 특별한 독서 에세이인 정도가 아니라 그런 정치적·문화적 맥락 속으로 뛰어든 결단이다. 성실한 본문을 압도하는 서문의, 저 이글거리는 문장들의 결기를 보라. 김유태는 나쁜 책이 좋은 책이라고 적었다. 이 책은 나쁘기 짝이 없는 역작이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 서울대 영문과 교수)
김유태 시인은 매주 나오는 수백 권의 신간을 일별하고, 그중 두세 권에만 눈길을 줘 글로 써낸다. 다년간 쌓아온 일별의 감각은 깊이를 만들어냈고, 독자들이 책의 바다에 빠져 있을 때 무사히 섬이나 해안으로 올라오도록 경계표지가 돼주었다. 『나쁜 책』에서도 불에 타죽거나 물에 빠져 익사할 뻔한 책들을 구원해낸다. 20세기와 21세기에 나온 책더미의 혼란 속에서 열독 경로의 경험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인도해줄 것이다. 이 책은 소란에 대항할 수 있는 아주 독특한 목소리다. 그 목소리에는 저자만의 독특한 선율이 담겨 있다. 나쁜 책을 사랑하고 그 책들이 내는 음악을 아는 이에게만 들리는 속삭임이자 노래다.
- 옌롄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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