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9월 27일 |
---|---|
쪽수, 무게, 크기 | 296쪽 | 402g | 128*200*20mm |
ISBN13 | 9791170401421 |
ISBN10 | 1170401422 |
발행일 | 2022년 09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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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6쪽 | 402g | 128*200*20mm |
ISBN13 | 9791170401421 |
ISBN10 | 1170401422 |
MD 한마디
[쓰는 세계로 데려간 순간들의 기록] 김초엽 작가의 첫 에세이. 그녀가 ‘쓰고 싶은’ 자신을 발견한 여정, 읽기가 쓰기가 되기까지, 책이 가져다 준 우연의 순간들까지. ‘소설가’ 김초엽의 진솔한 이야기가 이 책에 모두 담겼다. 좋아하는 것을 느리게라도 계속하는 힘을 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전해주는 그녀의 이야기. - 에세이 PD 이나영
들어가며 1장 세계를 확장하기 - ‘결국은 인간 이야기’라는 말 / 마구 집어넣다보면 언젠가는 / 얼렁뚱땅 논픽션 쓰기 2장 읽기로부터 이어지는 쓰기의 여정 - 작법서, 작가의 토템 / 불순한 독서 생활 / 서평, 비평, 그리고 리뷰 3장 책이 있는 일상 - 책과 우연들 / 차가운 우주의 유토피아 / 완벽한 작업실을 찾아서 / 우리가 가진 최선의 도구 감사의 말 김초엽의 우연한 책들 |
「지구끝의 온실」책으로 유명한 김초엽 작가님의 에세이「책과 우연들」을 미자모 서평이벤트를 통해 만나게 되었다. 표지도 마음에 들었고, 에세이를 통한 작가님의 일상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작가로서 이야기를 쓰는 이유와 쓰는일을 하면서 만나게 된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을 빌어 담은 책인데 이 책을 쓰며 작가님이 만났다는 "김초엽의 우연한 책들" 목록이 무려 8페이지에 달한다. 그런데 내가 아는 책이라고는 절반정도 읽은「코스모스」와「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전부였다. 책을 가려서 읽는 독자는 아니지만 평소 과학이나 SF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많지 않아서 과연 나에게 얼마만큼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해 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들어가는 말 앞의 두 문장이 나의 마음을 스친다.
더많은 책이 우연히 우리에게 도달하면 좋겠다.
그런 우연한 충돌을 일상에 더해가는 것만으로 우린 충분할지도.
일단 첫 두문장으로 나의 관심끌기는 성공! 그러나 첫장부터 곰팡이 이야기를 하시는 작가님. 그동안 나의 관심 소재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소재라 어떤 낯선 냄새가 났는데 읽으면서 이 책을 내가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작가님이 읽었다는 SF책들과 쓰고싶다는 이야기 그 모든 것들이 내게는 무척 생소하고 낯설기만 했다. 그래서일까 낯설지만 신선하다는 느낌과 함께 호기심이 생기며 찬찬히 읽어 나갈 수 있었다. 관심 장르는 서로 다를지 몰라도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은 있고 이 책은 SF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니까 작가님이 말하는 책에 대한 사유를 궁금해하며 책을 읽었나갔다.
타고난 소설가인줄 알았는데 자신을 삶의 경험도 부족하고, 아는 것도 적다고 말하는 작가님, 아는걸 쓰는게 아니라 쓰면서 알아가고 있다며 글쓰기의 고단함에 대해 토로하신다. 과학에 관한 논픽션을 쓰는 작가를 꿈꿨으나 얼떨결에 SF소설가로 데뷔하게 되었다는 작가님은 소설쓰기는 즐거움과 현실 도피를 위해 시작한 취미였는데 그게 직업이 되었단다. 작가의 토템에 대해 이야기하며 재능이 없어도 배워서 쓸 수 있다며 토템처럼 작용하는 여섯가지 작법서들을 소개하신다. 확장되는 SF의 세계에 관해 이야기하며 서로 다른 사고방식, 낯선 세계간의 충돌을 보여주는 SF의 매력을 언급하는 작가님은 변두리에 있는 평범한 인물이 모순적 상황과 세계와의 갈등에 처하는, 그러나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가는 이야기가 좋다며 낯선 세계에 대한 이해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SF로 부터 배웠단다.
지금도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있어서 그런지 서평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피부에 와 닿았는데 서평은 때로 호불호의 관점, 작품에 대한 느낌과 감상을 매끈하게 정리하는 것을 넘어서 책의 내용을 다시 생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책이 놓여있는 맥락을 다시 보게 한다고 한다. 집에서 엄마표 파닉스를 해보겠며 시작된 미자모(미쉘과 함께하는 자녀교육 모임) 카페 활동. 지금은 미자모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종종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자칭 쓰는이의 삶을 살고 있다. 시작은 분명 자녀교육카페였는데 지금은 북카페의 느낌이 더 강하다. 미자모 촉촉 달달 독서모임을 통해 만나게 되는 책들과 미자모 서평책들과의 우연한 만남들 속에서 즐겁게 책폭탄을 맞으며 살고 있는중이다. 작가님의 표현을 빌자면 낯설지만 좋은 것들을 천천히 느리게 알아가는 중이랄까? 미자모를 통해 우연한 책들과의 만남을 가지면서 일상에 소박한 즐거움도 하나 생겼는데 '서평책 포토슈팅을 위한 출사'가 바로 그것이다. 낯선여행지에서 명상도 하고 산책도 하며 사진도 찍고 책과 함께 추억을 쌓아가는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챕터는 " 3장. 책이 있는 일상 "이었는데, 「책과 우연들」은 내가 좋아하는 섬 말도에서 말도 등대와 함께 바다뷰의 풍경과 공기와 냄새와 소리를 섞어가며 휴식같이 읽었다.
어떤 독서는 성공적이고 어떤 독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그 책들은 언제나 우연성을 가득 품고 있어서 나의 좁은 세계에 작고 큰 균열을 낸다.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산 책을 다 읽고 오는 것에는 또 다른 기쁨이 있다. 그곳의 풍경과 공기와 냄새와 소리, 그리고 책이 하나의 감각 묶음이 되어 기억의 서가에 꽂히는 것이다. 그것이 좋아서 일부러 여행을 갈 때마다 한 권이라도 책을 꼭 다 읽고 오려고 한다.
직장생활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스피치를 부담스러워하고 더군다나 글쓰기는 꿈도 꾸지 않았던 나인데 미자모활동 2년이 지난 지금은 집안 곳곳 책탑이 쌓여 있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는 내모습에 가끔씩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깜짝깜짝 놀란다. 시작은 아이에게 모범을 보이고, 책읽는 모습을 보여주자 였는데 지금은 책읽고 서평쓰는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어느 날엔가 우연히 미자모 카페지기 미쉘님과 채팅을 하게 된 적이 있는데 세상에 나더러 서평가란다. 내가 서평가라고? 난 평범한 회사원인데. 작가도 아닌데 작가 코스프레 하고 있는 듯 한 지금의 내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분명 2년전의 내모습과는 다른 나의 모습에 어리둥절 하기도 하다. 살면서 답답한 부분들을 책읽기로 위로받고 쓰기로 해소하고 싶어하는 어떤 마음이 시작점이었던 것 같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며서 새롭게 알아가는 것들이 점점 쌓여가고 있음이 뿌듯하기도 하고, 좀 더 넓은 스펙트럼을 갖게 되는 것이 좋기도 하다. 낯선 여행지를 먼저 가보고 그 매력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듯한 기분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 잠시나마 현실도피도 되고, 평화로워지는 기분이 되기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피곤하지만 계속 읽기와 쓰기를 하며 나도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살고 있다며 나 스스로를 격려한다. 글쓰기가 업이 아닌 입장이어서 그런지 조금은 덜 부담스럽게 글쓰기에 임하며 나만의 독서생태계를 만들어가는중이다.
궁극의 연장과 궁극의 작업실 이야기에서는 미니멀리즘을 꿈꾸지만 실상은 서점 사은품들과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책탑들로 전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우리집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도구들로 글을 쓰고 있을 때 가장 평온한 행복은 느낀다는 작가님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김초엽 작가님의 읽기 여정과 '쓰고싶은' 나를 발견하는 탐험의 기록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 「책과 우연들」과 함께 일상에 우연한 마주침을 경험하시기를 바란다.
어떤 책들이 우리를 생각지도 못했던 낯선 세계로 이끈다면, 책방은 그 우연한 마주침을 가능하게 하는 통로다. 좀 더 많은 책이 그렇게 우연히 우리에게 도달하면 좋겠다. 우리 각자가 지닌 닫힌 세계에 금이 간다거나 거창한 일까지는 일어나지 않더라도 , 적어도 우리는 조금 말랑하고 유.연.해질 것이다. 어쩌면 그냥, 그런 우연한 충돌을 일상에 더해가는 것만으로 충분할지도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미자모#책과우연들#김초엽#열림원
에세이를 읽는다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굳이 다른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를 쫒아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싶어서였다. 지금도 자기 계발서 분위기가 난다거나 나하고는 완전히 떨어져있는 느낌이 나는 주제의 에세이는 선호하지 않지만 손이 가는 에세이들이 예전에 비해서는 많아졌다. 김초엽 작가의 첫 에세이를 집어든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사설이 길어졌다.
이 책은 나의 읽기 여정을 되짚어가며 그 안에서 '쓰고 싶은' 나를 발견하는 탐험의 기록이다. 여기서 나는 읽기가 어떻게 쓰기로 이어지는지, 내가 만난 책들이 쓰는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에 관해 말할 것이다. 쓰는 일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독자에게도 이 책이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다면 기쁘겠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했지만 그 앞에서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두려움을 겪어본 이들에게, 나 역시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는 말을 건네고싶다. - 책 표지
내가 책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적도 없지만, 읽기가 쓰기로 이어졌다는 문장이 시선을 잡았다.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지식을 얻고, 내 세계가 확장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것만으로 만족해야할까? 책 읽기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를 데려갈 수는 없는걸까? 라는 고민이 계속되고 있었기때문이었다.
김초엽 작가의 이름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책 제목은 알고 있었지만, 내 관심 밖에 있었다. 죄송스럽게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장르가 SF라는 것도, 김초엽 작가가 포스텍 학부, 석사 출신의 과학도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덕분에 (?) 완전한 무에서 시작하는 신선한 느낌으로 만날 수 있었다.
어떻게 SF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얼만큼 힘들게 써나가는지 작가로서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작가가 한 권의 책을 써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처음인듯하다. 다양한 작법서에 관한 이야기는 소설 쓰기와는 전혀 무관한 내가 읽어도 흥미로운 내용들이었는데, 작가 지망생이라면 도움될 내용들이 많아보였다. SF작가들의 에세이에 관한 글은 SF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시켰다. 저자가 받았던 감흥들은 어느새 나의 관심을 아주 다양한 곳, 저 멀리까지 옮겨놓고 있었는데, 저자에게 작법서와 SF작가들의 에세이는 글을 쓰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었다.
글 쓰는 일은 때로 세계 전체를 뭉쳐 내 손 위에 가져다놓고, 과거와 현재 곳곳으로 나를 데려가주는 빽빽한 거미줄 위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작업같다가도, 때로는 나를 뚝 떼어내 좁고 작은 방, 오직 책들로만 둘러싸인 방에 고립시킨다. 재미있지만 가끔 심심하고 외롭고 심지어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책상 위에 놓인 작법서와 작가들의 에세이는 마음을 진정시켜준다. 침착하게 다시 상황을 바라보게 해준다. 망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준다. 무엇보다 내가 이렇게 늘어져있는 지금도, 어느 작업실과 침실과 부엌에서 수많은 작가가 화면을 노려보며 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다시 글 쓰러 가자. 나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P155
소설가가 되기 전 몹시 편협한 독서가였던 저자가 밑천이 바닥이 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내린 긴급처방은 독서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었다. 데뷔전에는 접한 적 없는 한국소설과 문예지, 잡지등을 몇 년동안 읽으면서 이젠 성실한 독자가 되었다한다. (나도 한국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다.왠지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어야함을, 그 글들이 새로운 소설의 자양분이 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소설가가 될 일은 없는 그냥 독자이지만 나 또한 편협한 독서에서 벗어나고 싶어졌다. SF소설 독파기, SF입문기를 통해 저자를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서평, 비평, 그리고 리뷰>라는 글에서는 저자가 서평을 썼던 경험, 자신의 책에 대한 독자들의 서평 읽기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는데, 서평을 가끔 쓰는 나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가끔 나는 언어를 경유하지 않고 순수한 사고 자체를 서로 전달하는 외계 생명체들을 상상한다.'는 문장을 읽는 순간, 생각하는대로 왜 글이 되어져나오지 않는건지 답답해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작가의 상상이 상상으로만 그치지 말고,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싶었다. 새로운 SF 소설의 탄생 !
우연한 책들과의 만남, 우연한 책방과의 만남등 책들이 우리를 생각지도 못했던 낯선 세계로 이끈다는 말이 참 좋았다. 내가 이 책을 읽고싶었던 목적은 읽기가 쓰기로 가는 과정이 궁금해서였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책과 우연들>이라는 책과의 만남은 김초엽이라는 작가, SF라는 장르에 대한 관심으로 나를 이끌었다. SF는 영화로만 봐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한 권의 책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읽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같다. 이것이 독서의 매력인지도.
* 띠지에 있는 저자의 사진과 표지의 그림이 너무나 닮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렵다는 저자의 첫 에세이에 수줍은듯하면서도 자신감에 차 있는 듯도 보이는 그림이 정말 잘 어울린다. 앞으로 김초엽작가를 말할 때면 언제나 이 그림이 떠오를듯하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SF 작가 김초엽의 등장은 우리 문단에 꽤나 신선하고 강한 인상을 남겼다. 테드 창의 작품 외에는 SF 소설에 그닥 관심이 없던 나도 작가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구해 읽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내가 읽고 꽂아 둔 책을 아들이 이어 읽은 후 김초엽 작가의 팬이 된 것을 보면 요즘 젊은 세대만의 공통분모가 작가의 작품 속에 완벽히 녹아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초엽 작가의 인기는 신인 작가 치고는 무척이나 놀라운 것이어서 작가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은 그동안 과도하게 증폭되고 축적되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작가의 산문집 <책과 우연들>이 출간된 건 어쩌면 시기적절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작가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앞으로 나올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김초엽 작가의 산문집 <책과 우연들>은 총 3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세계를 확장하기'에서 작가는 'SF란 무엇인가?'와 같은, SF 소설을 쓰는 작가이지만 선뜻 대답할 수 없는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통해 SF 장르 소설을 쓰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고 데뷔 후 김원영 작가와의 협업으로 논픽션 <사이보그가 되다>를 쓰면서 겪었던 많은 어려움 등을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다. 2장 '읽기로부터 이어지는 쓰기의 여정'은 자신이 겪었던 뒤죽박죽의 독서 여정과 우연처럼 찾아온 소설 쓰기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3장 '책이 있는 일상'에서는 책방과 독자, 과학과 작업실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를 들어가며 독자들이 궁금해했을 소설가로서 자신의 일상을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다.
"2015년의 어느 날 나는 소설 쓰기에 대한 작법서 한 권을 읽고 지인들과 함께 있던 채팅방에서 "작법서를 읽었는데 재밌더라. 취미로 소설 써볼까?" 가볍게 말문을 텄는데 별안간 "그래, 다 같이 한번 써보자!" 하고 몇몇이 동조하며 뜬금없이 창작 모임 하나가 급조되었다." (p.120)
어느 날 야구장을 찾았던 무라카미 하루키가 외야석 잔디밭에 누워 생맥주를 마시며 야구 경기를 관람하던 도중에 야쿠르트의 한 선수가 경쾌하게 2루타를 치는 소리를 듣고 우연히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일화처럼 김초엽 작가의 소설 쓰기는 아주 가벼운 우연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기억하는 세계사의 중요한 일들 대부분이 그렇듯 그 발단이나 시발점을 쫓아가면 픽 하고 헛웃음이 나올 정도의 작고 가벼운 것들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느 날 작업실에 앉아 책장을 쭉 둘러보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 같았다면 존재조차 몰랐을 책들이 눈에 잔뜩 들어왔다.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필요해서 사들인 게 아니었다면 살면서 한 번도 들춰보지 않았을 책들이 책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순수한 애정과 즐거움 대신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 독자가 되었지만, 그래서 그게 일종의 직업병이라며 투덜대고 있었지만, 혹시 이 불순한 독서가 나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게 아닐까? 잘못 탄 버스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도시의 낯선 장소로 나를 데려가주는 것처럼." (p.160)
소설가나 시인의 산문집은 대개 독자들의 요구와 이를 수용하는 출판사의 영리 목적이 결합하는 지점에서 성사되곤 한다. 작가에 대한 궁금증은 몇몇 기자의 질문을 통해 일부 해소되기도 하지만 인터뷰라는 형식의 딱딱하고 건조한 느낌, 산발적이며 즉흥적인 질문과 답변 등으로 인해 독자들의 읽기 욕구를 강하게 자극하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작가의 유년 시절을 포함한 읽기의 여정, 작가로 등단하기까지의 과정, 감명 깊게 읽었던 책들 등 독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일반적인 내용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출간하는 것은 작가에 대한 독자들의 관음증적 욕구를 해소하는 한편 소설이나 시에서 보였던 문장과는 완전히 다른 문장들을 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꽤나 매력적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나라 작가들이 내놓는 이런 형태의 산문집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먼 북소리>와 같은, 자신의 일상이나 경험을 일부 포함하면서도 세상을 보는 견해나 가치관 그리고 지금 작가가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 것에 대한 인상 깊은 묘사 등 작가로서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품격 있는 작품을 산문집에 담지 못한다면 작가의 산문집은 빵점에 가깝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것은 마치 이제 막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청소년에게 적나라한 신체의 사진을 보여주는 것과 하등 다르지 않다. 그와 같은 행위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자극하지도, 매력이나 호감도를 증가시키지도 못한다.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을 일률적으로 나열하고 기술하기보다는 예술적 가림막에 의해 적절히 가려지고 통제될 때, 작가에 대한 매력과 호기심이 증가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 그것이 바로 예술로서 산문집이 가져야 할 미덕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