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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민박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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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128*188*30mm
ISBN13 9791168222892
ISBN10 1168222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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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왜 저런 이상한 애한테 말을 걸고 그래?”
이름도 모르는 남자애가 웃으며 지껄이는 그 말이 가슴 깊은 곳에 날카롭게 박혔다.
이상한 애. 그게 당연한 반응이었다. 먼저 말 좀 걸어줬다고 들뜨다니. 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두 사람이 다가온 건 어차피 단순한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기대 같은 건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이 선글라스만 벗을 수 있다면…… 어쩌면 상황이 많이 바뀔지도 모른다. 하지만 슈는 절대 이 선글라스를 벗지 않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벗을 수 없다. 벗으면 분명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 눈은 ‘저주’를 받았으니까.
--- p.29

아야시 장은 사람과 요괴의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스에노가 시작한 민박집이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손님이 거의 없는 큰길 쪽 건물에서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인간은 대부분 어느 정도의 영력을 갖고 태어나는데 아야시 장에 숙박 등록을 마친 손님은 손츠루 님의 힘으로 그 영력이 일시적으로 강화된다. 그 상태로 철제문을 통과하면 뒷골목 쪽 아야시 장에서 요괴들과 교류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 p.87

“니가 해야 할 일은 영원한 시간을 살아가는 요괴 손님들의 방대한 기억 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기는 것이여. 아야시 장에 머물렀던 기억을 문득 떠올리고 그때 참 즐거웠다는 생각이 들만한 접객을 해야 하는 겨. 그러면 틀림없이 손님들은 다음에 또 와줄 테니께. 그게 곧 미래를 이어나가는 일 아니겄어?”
--- p.200

“카사바케!”
큰 소리로 부르자 카사바케가 말을 멈추고 거북한 눈빛으로 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님들에게 “다음 부분은 나중에 들려드리겠소.” 하고 말하고는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기다려봐, 카사바케! 시즈쿠 씨가 이제 곧 고백을 시작할 거야. 그러니까 같이 가줘!”
그녀의 고백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지 카사바케는 발처럼 사용하는 손잡이 부분을 딱 멈췄다. 하지만 슈 쪽을 돌아보진 않았다.
“……미안해. 난 내가 쓸쓸해지기 싫어서 널 여기 붙잡아두고 있었어. 시즈쿠 씨가 가르쳐줬어. 요괴의 존재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사람들과 여행하는 거야말로 카사바케가 모든 걸 제쳐두고서라도 하고 싶은 일이잖아. 난 내 이기적인 생각으로 네 존재 이유를 빼앗으려 했어. 정말로 미안해.”
--- p.208

“오늘은 작은 요괴들의 단체 예약이 있으니께 사이즈에 맞는 비품 좀 준비혀놔.”
아무렇지도 않다. 평소처럼 손자를 마구 부려먹는 스에노였다. 그런데 설명하기 힘든 위화감이 느껴졌기에 슈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하얗게 센 머리에 평소처럼 덩굴풀 무늬가 들어간 옅은 하늘색 기모노. 허리춤에 두른 치자색 오비는 등 뒤에서 두툼한 매듭이 지어져 있다. 그런데…… 그 익숙한 뒷모습이, 사라졌다.
“응?”
영문도 모른 채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나왔다. 스에노가 있던 장소에는 그때까지 그녀가 입고 있던 기모노만이 허물처럼 놓여 있었다. 그 순간을 슈 혼자 목격한 게 아니었는지 로비가 조금씩 술렁이기 시작했다.
--- p.232

앞으로의 생활이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민박집 일도 모르는 부분이 많아 얼마나 실수하게 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슈는 혼자가 아니다. 코노스케가 있고, 미노리가 있다. 선생님도 있다. 무뚝뚝하긴 해도 조카를 위해 움직여주는 삼촌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야시 장의 접객을 기대하며 찾아주는 손님들이 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 것이다. 많이 고민하면서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까. 지금은 작아도 언젠가 커다란 횃대가 될 거라고 믿으면서.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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