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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똑똑한 강아지

[ 초판 한정 사인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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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56g | 135*200*18mm
ISBN13 9791193904084
ISBN10 119390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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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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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는 나를 ‘나또’라고 부른다. 왜 나또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이름 욕심이 없다. 누가 뭐라 부르든 상관없다. 그런데 ‘나또’라는 이름은 그냥저냥 마음에 든다. 수주가 나를 부를 때 상냥하게 “나또~”라고 불러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헷갈리는 게 하나 있다. 어떨 때는 ‘나또’라고 부르고 어떨 때는 ‘나또야’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나는 처음에 인간들이 말끝에 ‘야’를 붙이는 건 화가 나서라고 생각했다. 인간들은 보통 화가 나면 “야!”라고 소리를 지르기 때문이다.
--- p.15

그런데 이런 능력은 어느 날, 어느 순간 갑자기 생긴 것이라 수주와 할아버지에겐 아직 밝히지 않았다. 강아지가 말을 한다면 얼마나 놀라 까무러치겠는가. 다른 중요한 이유도 있다. 인간어를 할 줄 아는 것을 걸렸다가는 책상과 의자에 나를 묶어 두고 책 읽기, 받아쓰기, 일기 쓰기, 덧셈과 뺄셈 같은 훈련을 시킬지도 모르고, 심지어 인간들조차 싫어하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까지 보게 할지 모른다! 내 앞발로는 연필도 못 잡는데…….
--- pp.16-17

짖어 본다. 왈왈! 왈왈! 나의 목소리는 바깥으로 퍼져 나가지 않고 벽에 부딪혀 나에게로 되돌아온다. 계속 짖어 보지만 소용없다. 목이 아프다. 더 이상 짖을 수가 없다. 지금 상황에서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주위를 둘러본다. 눈을 뜨고 있어도 감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을 만큼 깜깜하다.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제발 수주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기를.
--- p.27

“어? 강아지네?” 나는 약간 놀라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의외로 파란 모자 인간은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묻는다. “넌 이름이 뭐니?” “난 이름 없어.” 낯선 생명체에게는 내 이름을 절대 알려 주지 않는다. 잠깐만…… 그러고 보니 뜨앗, 인간어를 해 버렸다. 어떡하지……. 어쩔 수 없다. 수주와 할아버지를 찾아야 하니까. 킁킁. 좋은 사람 냄새가 난다. 다행이다. 이 파란 모자 인간은 왠지 안심이 된다. 말하는 동물을 봤다고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거나 나에게 공부를 시킬 것 같지는 않다.
--- pp.28-30

“우리 강아지들이 목줄에 묶여 있어서 마치 인간의 지배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잘 생각해 봐. 산책할 때는 우리가 앞장서서 인간을 끌고 가고, 영역 표시를 할 때는 인간은 뒤에서 얌전히 보좌하고, 다른 강아지의 엉덩이 냄새를 맡으며 인사를 나눌 때는 끝마칠 때까지 인간은 옆에서 기다려. 힘든 척 혀를 내밀고 헉헉거리면 안아 들고, 심지어는 사극에서나 보던 임금님 가마처럼 유모차로 모시기도 해. 어때? 이 정도면 강아지들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지?”
--- pp.40-41

스텔라냥에게 인사하는 것도 잊고 홀린 듯이 따라간다. 뒷모습을 유심히 본다. 우아하게 하늘거리는 루미의 꼬리를 보니 촐랑거리는 내 꼬리가 오늘따라 볼품없어 보인다. 살짝 살짝 보이는 발바닥에는 달콤하면서도 몰랑몰랑한 젤리 같은 게 붙어 있다. 분명 같은 곳을 걷고 있는데 저 젤리 때문인지 루미는 구름 위를 걸어가는 것 같다. 볼수록 차가운 아름다움을 뽐내는 묘한 분위기에 빠져든다. 침을 꼴깍 삼킨다. 귀엽고 예쁜 강아지들을 많이 봐 왔지만 이런 두근거리는 설렘은 처음이다.

“집 강아지니?” “응? 응…….” “인간들 비위 맞추면서 귀여운 척하느라 피곤하겠어.” “아…… 그, 그게…… 피곤하지는 않아. 아닌가? 피곤한가?” “인간들이 밖에 나갔다가 들어올 때 문 앞까지 나가서 꼬리 흔들지?” “응.” “진짜 좋아서 그러는 거야?” “응, 반가워서.” “너무 그러지 마. 계속 그러다가 한 번 안 하면 나쁜 강아지가 될 수 있어. 우리 고양이들처럼 어쩌다 한 번 애정 표현을 해 줘야 그 한 번에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니까. 인간들은 단순해.”
--- pp.59-60

그래도 치킨은 누가 옆에 없어도 혼자 먹을 수 있으니 밤마다 시켜 먹었다. 작업 중에는 전날 마시다 남은 콜라를 물 대신 마셨다. 밤에는 치킨, 낮에는 콜라. 그렇게 점점 탄수화물 여신으로 진화한 끝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년 만에 10킬로그램이 쪘다. 수주는 할아버지께 일주일에 한 번씩은 물었다. “할아버지, 저 살쪄 보여요?” “아니. 오히려 마른 것 같구나. 어느 정도 살집이 있어야 복이 들어오지.” 그 말을 위안으로 삼은 내가 바보지, 어휴.
--- pp.88-89

이제 달려 볼까? 수주를 만나러 갈 시간이다. 도로를 따라 질주한다. 뒷다리와 앞다리는 빠르고 거칠게 지면을 밀어낸다. 내 옆으로 코끼리가 휙휙 지나간다. 어쩐지 코끼리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달리고 또 달린다. 배고프다고 냉장고로 돌진하는 수주가 된 것 같다. 드라마 봐야 한다고 소파로 돌진하는 수주가 된 것 같다. 엉덩이를 부여잡고 화장실로 돌진하는 수주가 된 것 같다. 신호등 깜빡일 때 이번에 꼭 건너야 한다고 돌진하는 수주가 된 것 같다. 아…… 내 머릿속에는 수주뿐이구나. 수주 생각을 하며 달리다 보니 작게만 보이던 산이 커져 가고 있다.
--- p.97

그렇게 찾기 시작한 지 두 시간이 흘렀다. 나또가 없다. 어느새 수주의 감정은 불안감에서 간절함으로 바뀌고,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나또! 여기서 숨바꼭질하는 거 아니야! 빨리 나와! 우리 이제 갈 거야!” 미친 사람처럼 보여도 상관없다. “맛있는 거 줄게! 맛있는 거 많이 많이 줄게! 내 구두 물어 뜯어도 괜찮아. 집에 절대로 외롭게 혼자 두지 않을 거야. 미안해, 나또야! 내가 잘못했어. 이제 그만 나타나 줘! 제발…….” 수주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었다.
--- pp.116-117

“하아, 귀찮아. 길 잃은 친구들을 구해 준 게 오십 번도 넘는다. 그래도 너는 가벼워서 다행이지. 지난번 캥거루는 너무 무거웠다.” “저, 저기요. 제가 사, 살아 있는 건가요?” “보면 모르나? 너는 살아 있다. 인간처럼 자기 뺨을 꼬집어 보라고 할 수도 없고. 개들이 잘하는 거, 뭐냐. 그거 있잖아. 귀 긁는 거. 그거라도 해 봐.” 샥샥샥샥샥. 시원하다. 아, 살아 있구나. 시원함이 느껴진다는 건 살아 있다는 뜻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저는 어떻게 여기로 온 거죠?” “어이, 어이. 도와줘도 기억을 못하니 내가 무슨 보람이 있겠어. 낭떠러지로 떨어진 건 기억나나?” “네, 떨어지던 순간은 기억나요.” “그때 내가 빛의 속도로 자네를 휙 낚아챘다. 한 편의 영화처럼.”
--- p.133

다시 몸의 물기를 털어 낸다. 귓속에 들어간 물이 잘 빠지지 않는다. 뒷발로 귀를 긁는다. 샤샤샥. 더 깊이 들어간 느낌이다. 다시 한번 긁어 본다. 샥샥샥. 안 빠진다. 이런. 언젠간 빠지겠지. 수주가 면봉으로 귀 후벼 줄 때 기분 좋았는데. 죽도록 사랑한다는 말. 예전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죽는다는 것은 나쁜 것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좋은 것이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나는 오늘 두 번이나 죽을 뻔했다. 죽음의 문턱에 다가서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수주였다. 그 찰나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 미안함, 고마움, 아쉬움, 그리움 같은 모든 감정이 빠르고 진하게 스쳐 지나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조금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 p.152

놀이터 한복판에 어린 인간이 있다. 모랫바닥에 나뭇가지로 글자를 쓰고 있다. 인간 나이로 열 살쯤 되어 보인다. 부산으로 가는 길을 물어볼 사람이라고는 저 어린 인간뿐인데 어쩌지? 말을 걸어야 하나? 놀라서 기절이라도 하면 어떡하지? 아닐 거야. 어린 인간들은 동화를 많이 봐서 동물도 말을 할 줄 안다고 믿고 있을 거야. 하긴 매우 반짝이는 코를 가진 루돌프를 타고 선물을 주러 다니는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을 정도니 뭐. “어린 인간, 안녕?”
--- p.155

내가 먼저 인사를 한다. “안녕?” “안녕, 신입!” 수돗가 강아지가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덧붙인다. “제정신이야? 아무리 몰라도 그렇지. 좀 조심하지 않고.” “저 녀석은 이름이 뭐야?” “녀석이라니. 입조심해. 이름은 쉐도우. 사냥개 출신이라는 말도 있고, 경비견으로 있다가 사고 쳐서 왔다는 말도 있고, 소문이 흉흉해. 어휴, 저 이빨 좀 봐. 한번 물렸다가는 뼈도 못 추릴…… 흠흠, 아무튼 조심해.”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는데. 착한 냄새가 나. 그리고 내 이빨도 만만치 않아.” “얘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쉐도우님 이빨에 비하면 네 이빨은 순두부지.” “수, 순두부라니!”
--- pp.209-210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가 멍해진다. 생각할 힘도 없다. 앞이 흐려진다. 눈을 감는다. 그렇게 몇 분, 몇 시간이 흘렀을까? 눈부신 햇빛에 눈이 살짝 떠진다. 창밖에 익숙한 얼굴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누구지? 어디서 본 얼굴인데……. 아무것도 먹지를 못해 기억력도 전 같지 않다. 분명히 아는 얼굴인데…… 누굴까……. 다시 눈이 감긴다. 똑똑. 아까 그 사람이 창문을 두드린다. 벌름벌름. 옅긴 하지만 어린 인간의 냄새가 난다. 꼬리를 흔들고 싶은데 움직여지지 않는다.
--- pp.245-246

그동안의 일들이 빠르게 머릿속을 지나간다. 창밖을 본다. 해가 비스듬한 각도로 들어온다. 콧구멍을 실룩거리며 공기를 폐 속으로 깊숙이 빨아들인다. 약품 냄새, 강아지와 고양이 냄새. 그 사이에 감지되는 숲속의 풀 냄새, 아주 미세하게나마 전해지는 보호소 냄새. 그리고…… 그리고…… 좀 전에 맡았던 가구 냄새와 수주의 살냄새가 난다. 설마?
--- p.273

“아, 어떡해! 묶기도 애매하고 풀기도 애매해. 나또, 머리 푼 게 예뻐, 묶은 게 예뻐?”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난감하다. 뭐라고 해야 하지. “난 네 모습 그대로가 좋아.” “…….” 나 대답 잘한 거 맞나? “나또, 영혼 없이 대답한다?” “수주야, 나는 옆집에 사는 예쁜 몰티즈도 아니고, 귀여운 요크셔테리어도 아니고, 애교 많은 비숑도 아니고, 멋있는 허스키도 아니고, 그냥 길거리 댕댕이인데, 괜찮아?” “그럼!” “그래. 나도 수주라는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거야.” “고마워. 감동적이다.” “솔직히 말하면…… 묶은 거 푼 거 둘 다 안 어울려. 푸풉.” “야!”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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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강아지의 꼬순 발냄새가 계속 생각나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야기. 존재만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앞으로 힘든 날들이 더 많을 우리에게 이 책이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 공승연 (배우, <소방서 옆 경찰서>)
강아지 나또가 너무 귀여워 책을 물어뜯어 버리고 싶어진다. 이 책을 보고 있는 내 얼굴 표정은 나만 아는 비밀로 남겨 두고 싶다.
- 이유미 (배우, <오징어 게임><힘쎈여자 강남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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