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대부분 녹음된 음악을 들으니 어디에서나 세계 최고 소프라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캐슬린 베틀(Kathleen Battle)의 모차르트 아리아 원본 테이프에서 CD를 찍어 내는 비용이나 이류 성악가의 테이프에서 찍어 내는 비용이나 차이가 없으므로 우리는 당연하게 캐슬린 베틀의 노래를 듣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베틀보다 조금 못한 성악가를 듣느니 몇 푼을 더 내더라도 베틀의 노래를 듣기를 원한다. 그러니 베틀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 된다. 라보 카라베키안과 캐슬린 베틀이 자신들의 서비스를 파는 시장을 ‘승자독식시장(winner-take-all-market)’이라고 부른다.
--- p.18, 「1장. 이긴 자가 전부 가지는 사회」 중에서
우리는 승자독식시장에서 벌어지는 최고를 향한 경쟁 덕분에 가장 재능 있고 생산적인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지만 동시에 두 가지 형태의 낭비를 조장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너무 많은 경쟁자가 모이고 둘째, 경쟁 과정에서 비생산적인 소비와 투자가 발생한다.
--- p.27, 「1장. 이긴 자가 전부 가지는 사회」 중에서
상대적인 실력 차이로 보상을 받는다는 점이 승자독식시장을 다른 시장과 구별해 주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반대로 경제학자들이 연구하는 시장에서는 절대적 능력 차이로 보상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생산직 노동자의 급여가 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면 동료 노동자와 비교한 생산성이 아니라 그가 매주 생산하는 제품의 개수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중략) 승자독식시장의 두 번째 특징은 승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몇몇 최고 실력자에게 집중되므로 미미한 재능이나 노력의 차이가 엄청난 소득 차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 pp.48-49, 「2장. 승자독식시장의 탄생」 중에서
정보통신 혁명, 운송비 감소, 관세 하락 추세는 서로 결합해 네트워크 효과를 강화시키고 이는 다시 승자독식시장을 탄생시킨다. 이런 변화는 네트워크의 일부가 되면서 가능해진다. 즉, 구성원 사이에 어떤 형태로든 상호 연결된다는 뜻이다. 아마도 모든 네트워크 중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한 분야는 문자로 연결되는 네트워크일 것이다. 예를 들어 전화, 팩스, 이메일 같은 전자 통신망 같은 것들이다. (중략) 그 결과 이런 네트워크 덕분에 다양한 국제시장이 성장했고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 pp.84-85, 「3장. 승자독식사회는 왜 멈출 수 없는가」 중에서
공동 소유의 초지에 소를 1마리 더 풀어 놓으면 소의 몸무게가 늘어나므로 주인 입장에서는 이익이다. 풀어 놓지 않아도 어차피 다른 소들이 그곳의 풀을 다 먹게 되어 있다. 목초지에는 다른 사람의 소만 있으므로 소 주인은 자신의 소를 보냈을 때의 이익만 생각하고 소를 보낸다. 다른 사람이 치러야 할 비용은 생각하지 않고 소
를 1마리 더 방목했을 때 자신이 얻게 될 이익이 마을 전체의 손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가수 시장에 진입했을 때 다른 참가자들의 승리 확률이 줄어들지만 이를 무시하기 때문에 자신이 승리할 거라고 착각한다. (중략) 재능이 부족한 참가자들이 경쟁을 포기하고 엔지니어, 교사, 제조업 근로자 등으로 이직해도 승자독식시장에서 최고 실력자의 능력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우리는 더욱 가치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추가로 얻게 된다. 결국 개인적인 동기는 지나치게 많은 경쟁자를 승자독식시장에 끌어들여 다른 시장의 산출물을 희생시킨다.
--- pp.159-160, 「6장. 경쟁자가 너무 많다고요?」 중에서
경쟁자들의 실력 향상에 대한 투자는 최종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가수들이 경쟁적으로 발성 훈련에 투자하면 청중들은 더 좋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례에 대한 면밀한 이론적 분석에서 알 수 있듯 성능 향상에 대한 투자 수준은, 최종 제품의 가치가 투자와 무관할 때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과도하다. (중략) 즉, 능력 개발을 위한 투자가 개인의 승률에 영향을 미치는 승자독식경쟁에서 개개인의 투자는 서로의 투자 효과를 상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며 이는 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이다.
--- pp.187-188, 「7장. 투자라는 이름의 도박」 중에서
과거에는 비교적 소수의 경쟁자가 반복적으로 서로 영향을 미쳤다. 텔레비전 방송국도 3개뿐이고 영화사도 몇 개 안 되고 출판사의 수도 적을 때는 어떤 책을 출간하고 어떤 영화를 찍고 어떤 프로그램을 방송해야 하는지에 대한 암묵적인 규범을 지키는 것이 가능했다. 게다가 최고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비교적 적었기 때문에 이런 규범을 깨고 싶다는 유혹을 억제할 수 있었다. (중략) 오늘날의 경쟁적 환경에서는 그러한 제한을 유지하는 것
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해관계가 너무나 많이 얽혀 있고 규범이 느슨해졌다. 그러므로 O. J. 심슨이 남부 캘리포니아의 고속도로에서 경찰에게 쫓기는 장면을 주요 공중파 방송사와 수많은 유선방송사에서 생방송으로 장시간 내보낸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 pp.278-279, 「10장. 승자독식사회 속 대중문화는 어디로 가는가」 중에서
책과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아직도 개인이 움직일 수 없는 영역이다. 물론 우리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메뉴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개개인이 그 메뉴에 대해 통제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으므로 우리는 문화가 나아가는 방향에 관심을 가진다. 우리가 읽고 보는 것이 우리의 인격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따라 대중문화 공급자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콘텐츠가 달라진다. 이렇게 끝없이 순환이 이루어진다.
--- p.287, 「10장. 승자독식사회 속 대중문화는 어디로 가는가」 중에서
철학자 마이클 월저(Michael Walzer)는 불평등이 어떤 영역에서는 더 큰 고통을 만들어 낸다고 주장한다. 소득이 높아야 고급 승용차를 살 수 있다는 사실은 받아들일 수 있어도 소득이 높아야 좋은 학교에 다니고 필수적인 의료 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또한 돈이 있어야 해외로 휴가를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은 견딜 수 있어도 돈이 있어야 공평한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참기 힘들다. 월저는 삶의 영역이 독립적으로 구분된 세계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영역에서는 소득이 중요하지만 다른 중요한 사회 영역에서는 모든 시민이 소득과 상관없이 평등한 자격을 가져야 한다.
--- pp.318-319, 「11장. 승자독식사회를 벗어나기 위하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