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는 마켓컬리의 시그니처이자 이제는 다른 대형 유통사에서도 모두 따라 하는 ‘새벽 배송’이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켓컬리의 성장사를 찬찬히 분석해보면 단지 새벽 배송 하나로 소위 ‘대박’을 낸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우리는 새벽 배송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행해내기까지의 디테일한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까다로운 고객들과 완고한 공급사 사이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며 만들어낸 그들만의 운영 프로세스와 자율적인 조직문화가 성공의 돌탑을 쌓은 비결인 셈이다.
--- p.20, 「프롤로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마켓컬리처럼」 중에서
과거에 비용과 편익을 중시하던 경제 패러다임에서는 ‘규모’로 승부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고객 가치와 트렌드를 중시하는 경제 패러다임에서는 ‘속도’가 승부를 가른다. 이전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철저한 계획’을 세워 실패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순간순간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며 그 경험으로 배워나가는 ‘학습 역량’이 중요해졌다. 또한 과거에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변수를 최소화하고자 했다면, 이제는 빠르고 정확한 학습을 위해 속도를 최대화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한마디로‘비용 주도’의 비즈니스가 ‘기회 주도’의 비즈니스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2018년 메타넷글로벌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제안된 속도의 경제 시대 패러다임 변화를 요약하면 그림 3과 같다.
요컨대 마켓컬리는 ‘규모의 경제’에서 ‘속도의 경제’로 이행하는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고 있는 회사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구체적인 시장 상황과 고객 가치와 만나면 다양한 트렌드를 창출하는데, 마켓컬리가 이 중 가장 크고 힘센 회사는 아닐지언정 적어도 새로운 트렌드를 적용함에 있어 주저함이 없는 가장 날쌘 회사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래서 트렌드 리더나 트렌드 창출자의 몸집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트렌드를 가장 먼저 실행해 보이는 ‘트렌드 선도자Trend Initiator’의 명칭을 갖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 p.28, 「분석의 틀」 중에서
앞서 말했듯이 고객 지향성을 표방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문제는 실천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오랜 관행 때문에, 미처 깨닫지 못한 탓에 고객이 원하는 바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결국 현대 사회에서 고객 지향성이란 그것을 추구하고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의 숨은 니즈를 얼마나 빨리, 정확히 읽어내고 다양한 제약을 극복해 그것을 어떻게 실행해가느냐의 문제다.
마켓컬리는 아직 작고 젊은 회사지만 많은 기업에서 주목할 만한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 사실 다음 파트부터 이야기할 공급사 관리, 운영 프로세스 정착, 라스트마일의 확보,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 등은 모두 이런 고객 지향성을 해결하기 위한 각 영역의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객 지향은 이 책의 벼리 같은 주제다. 현대 기업의 성패가 그러하듯 말이다.
--- p.70, 「PART1, [고객] 고객 가치를 향한 집념」 중에서
어느덧 마켓컬리는 공급사들이 찾는 1순위 마켓이 돼가고 있다. 물론 까다로운 그들의 기준 때문에 힘들어하거나 포기하는 공급사도 있지만, 오히려 그 깐깐함 덕분에 ‘마켓컬리에 상품을 납품하면 품질은 인정받은 것’이라고 자부하는 곳도 생겼다. 마켓컬리 입점이 하나의 자격증이 된 셈이다.
마켓컬리가 공급사들의 진심을 이해해줬기에 기꺼이 ‘자식 같은’ 상품을 내어주고 제품 개선에도 함께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 아닐까? 상품에 대해 개선을 논의하는 일은 결국 ‘고객’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고객이 원하는 방향’이 마켓컬리와 공급사가 공유하는 ‘공동의 목표’가 될 때 진정한 의미의 ‘상생’이 시작된다. 다소 어려운 요청이 계속되더라도 불필요한 감정이 끼어들 여지가 줄어들고 서로의 역할이 더 분명해질 수 있다.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같은 관점에서 상품을 만들때 공급사·소비자·플랫폼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 p.123, 「PART2, [공급사] 공급사와의 지속가능한 협력」 중에서
마켓컬리는 스타트업이지만, 엄청나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회사를 세운 곳이 아니다. 또한 대단히 획기적인 기술로 하루아침에 성공한 회사도 아니다. 물론 마켓컬리에 혁신이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개념이 달랐을 뿐이다. 마켓컬리의 혁신이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것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과정이었다. 고객 지향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매일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해가는 것, 오늘 하루만이라도 어제보다 더 성장하는 것, 마켓컬리의 혁신은 그런 것이었다. 요컨대 마켓컬리를 설명하는 혁신은 ‘커다란 한 방’이 아니라 ‘작은 개선들의 집합’이다. 그들에게 혁신이란 매일의 디테일한 개선에서 나온 것이며, 그것이 쌓여 큰 변화를 만들어왔다. 마켓컬리가 생각하는 리테일(소매)은 디테일이다. 대표를 비롯한 모든 직원이 고객의 후기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도, 공지사항에 들어갈 문구 하나까지 일일이 신경 쓰는 것도, 0.1퍼센트의 배송 오류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도 모두 ‘하루치의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 p.186, 「PART3, [운영 프로세스] 디테일 경영 실현」 중에서
“무엇이 쉬운가가 아니라 무엇이 필요한가에 집중했습니다.” 무엇이 쉬운 일이고, 무엇이 필요한 일이었을까? 대부분의 다른 유통사처럼 매출을 빨리 올려 손익분기점에 다다르기 위한 ‘쉬운 길’을 포기하고, 고객의 만족을 높일 수 있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고객을 향한 마켓컬리의 가장 강한 진정성을 실감했던 부분은 직원 평가의 핵심 기준(KPI)이었다. MD의 KPI가 ‘매출’이 아니라 ‘상품 품질’과 ‘VOC 해결 역량’이었던 것이다. 회사가 아무리 특정 가치를 강조해도 직원들은 자기를 평가하는 기준인 KPI에 따라 움직이게 되어 있다. 예컨대 회장님이 아무리 ‘상생’을 외친다한들 직원의 KPI가 매출이나 영업이익에 있다면 그들은 협력사를 쥐어짜 이윤을 키울 수밖에 없다. 은행원들 사이에서는 “은행 직원들 KPI에 ‘남북통일’이 있었다면 진작 통일이 됐을 것”이라는 농담이 있다. 그만큼 KPI는 조직 운영에서 중요한 요소다. 대표가 자신 있게 ‘우리 회사의 KPI는 좋은 상품과 고객 불만 해소’라고 이야기하는 것만큼 한 회사의 고객 지향성을 진정성 있게 대표하는 말이 또 있을까?
--- p.289, 「에필로그, 코로나 이후 언택트 트렌드를 선도할 주역, 마켓컬리」 중에서
‘영선반보(領先半步)’ 반 발짝 앞서 시장을 이끌라는 말이다. 역설적이지만 격변하는 트렌드 시대에는 고객으로부터 한 발짝 이상 앞서면 시장을 이끌어가기 어렵다. 오히려 시장의 변화에 보조를 맞추면서 딱 반 발짝만큼만 살짝 앞서는 것이 핵심적인 성공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소비 트렌드 변화를 항상 민감하게 감지하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 p.294, 「에필로그, 코로나 이후 언택트 트렌드를 선도할 주역, 마켓컬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