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4년 12월 20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583쪽 | 2308g | 215*265*35mm |
ISBN13 | 9788983711540 |
ISBN10 | 898371154X |
발행일 | 2004년 12월 20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583쪽 | 2308g | 215*265*35mm |
ISBN13 | 9788983711540 |
ISBN10 | 898371154X |
머리말 Chapter1. 코스모스 바닷가에서 Chapter2. 우주 생명의 푸가 Chapter3. 지상과 천상의 하모니 Chapter4. 천국과 지옥 Chapter5. 붉은 행성을 위한 블루스 Chapter6.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 Chapter7. 밤하늘의 등뼈 Chapter8.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여행 Chapter9. 별들의 삶과 죽음 Chapter10. 영원의 벼랑 끝 Chapter11. 미래로 띄운 편지 Chapter12. 은하 대백과 사전 Chapter13.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 감사의 말 부록 1 부록 2 참고 문헌 옮긴이 후기 찾아보기 Picture credits |
서재에 꽂혀 있는 모습을 본 지 참으로 오래됐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면서 내내 봤다. 그 시절 언젠가 TV에서도 방송했던 것을 얼핏 본 기억도 있고 해서 이 책의 존재감은 다른 책에 비해 컸다.(있는 줄도 모르고 잊혀지는 그런 무수한 책들에 비한다면 말이다.) 한 번 봐야지 봐야지 했지만 식구와 떨어져 혼자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 내 가정을 이루고, 그 애들이 커서 학교를 다니고, 그 애들을 데리고 할아버지할머니 댁을 무수히 오간 뒤에야 책장에서 꺼냈다. 이 책 <코스모스>. 휴, 31년 걸렸다.
늘 누군가가 고전이라고 골라 준 책을 읽어 왔다. 다른 책도 읽었지만 고전이란 건 늘 누군가가 고전이라고 명명한 책이었다. 하지만 <코스모스>는 내가 읽은 뒤에 고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첫 책이다. 물론 이미 누군가에 의해 고전의 반열에 올랐을지도 모르나 중요한 건 내가 주체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이다. 인간의 능력으론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저 광활한 우주와 무한한 시간 속에서, 그에 비하면 한 줌, 아니 한 톨의 먼지 같지도 않은, '별의 재'에 불과한 인간이란 존재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돌이켜 보면 밤 하늘에 총총한 별들을 보면서 까닭 모를 설렘을 느끼던 때도 있었다. 저 별빛이 너무나 멀리서 오기 때문에 모두 과거의 것들이란 게, 그렇게 하늘을 사이에 두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는 게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었다. 그 거리와 시간이 얼마나 멀고 얼마나 긴지 전혀 생각지 못했기에 기분 좋은 상상이었다. 벽에 부딪힌 건 지구과학을 배우면서 였는데, 중고등학교 어느 때 아닌가 싶다. 당연히 수박 겉핥기 수준이었지만, 우주가 대폭발로 생겼고 계속 팽창한다는 빅뱅이론을 접하고 나서였다.
우주의 끝은 없는 건가, 있는 건가. 끝이 없다란 건 무슨 의미인가? 시간과 공간이 무한한 지경이란 건가? 이해 불가다. 그런데 대폭발로 생겼다고? 폭발이 있었다면 폭발이 일어난 공간이 있었다는 거 아닌가? 그럼 우주의 끝이 존재하는 거고 그 너머엔 초우주적 공간이 있는 거 아닌가? 도대체 우주의 끝은 있는 건가? 없는 건가? 불행히도 내 지적 능력은 그 답을 유추해낼 능력이 없었고, 아쉽게도 답을 해준 선생님도 없었다. 아,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단언컨대 그때 읽었어도 이 혼란을 정리하진 못했을 거다. 하지만 우리가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건 알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우주의 끝은 있나 보다.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좌표는 우주 저편으로 넘어가면서 무의미해진다. 다만 인간의 인식을 뛰어넘는 그 어딘가에 우주의 끝이 존재하고 그 건너엔 초우주가 있나 보다. 평면의 세계, 2차원에서 입체의 세계 3차원을 결코 알 수 없듯이, x,y,z축을 넘어서는 4차원이 있나 보다. 결코 볼 수도 이해할 수도 없지만 말이다. 저자는 상상은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좀 어렵다. 광활한 우주에서 돌아본 지구의 생명들은 묘한 이중성을 지닌다. 얼마나 보잘 것 없는가? 태양이 초신성이 되고 순식간에 태양계가 빨려 들어가도 우주에선 기척조차 느낄 수 없으리라.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소중한 존재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유일한 생명. 아니 무수한 행성에 무수한 생명이 있다 하더라도 지구의 생명들은 여전히 유일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저자 칼 세이건과 감수자 조경철 박사 모습. 두 분 모두 돌아가셨다.
'천문학적'이란 표현을 만끽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빛은 1초에 30만km를 간다. 지구를 7바퀴 반 도는 거리다. 그런 빛이 태양까지 가는 데는 8분 걸린다. 1억4천400만km다. 태양과 같은 다른 별을 만나기 위해선 빛을 타고 수백 년 날아가야 한다. 그 빛을 타고 80억 년을 날아가면 우주의 중간 정도에 도달할 수 있단다.(어느 방향? 그건 나도 모르겠다.) 지구는 스스로 빛을 내는 '별'도 아니다. 태양이라는 별의 군식구인 행성이다. 태양은 은하계에 있는 수천억 개에 이르는는 무수한 별 가운데 하나다. 그 별들 역시 태양처럼 군식구들을 거느리고 있다. 수천억 개의 별들이 적어도 그 수 만큼 지구 같은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 그럼 이게 얼마냐. 우리 은하계에만 수천억의 두 배고, 우주엔 우리 은하계 같은 은하도 천억 개라 했으니 최소한 천억의 천억 배만큼 항성과 행성이 있다. 지구에만 생물이 산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주과학이 진화론과 맞닿을 줄도 몰랐다. 어찌 보면 당연한데, 별의 탄생과 성장, 소멸이 진화의 단초가 되는 것이다. 하긴 지금도 지구가 생명력을 유지하는 건 태양 때문 아닌가. 고대 과학과 철학, 기하학과 물리학, 역사까지 사통팔달이다. 신의 영역이 어딘지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그 신의 이름으로 무수한 패악을 저지른 인간의 어리석음도 새삼스레 다시 느꼈다. 저자가 직접 언급한 것 같진 않은데, 그는 무신론자 같다.
내가 읽은 건 우리나라에 번역돼 나온 해인 1981년에 나온 8판이다. 4월에 초판이 나왔는데 6월에 8판을 찍어냈으니 당시에도 베스트셀러였던 거 같다. 모든 책이 다 좋지는 않다. 때론 깊이 감동하고 때론 별 감흥 없이 덮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고전이다. 내가 명명한 고전. 내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 읽으라고 권할 첫 책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다.(고백컨대, 최근에 나보다 먼저 이 책을 읽은 동료가 이런 말 역시 먼저 했다. 그때는 그 의미를 잘 몰랐다.) 내가, 인간의 위치가 어디인지 차분히 들여다 볼 수 있을 거다. 운이 좋으면 자기의 진로를 정하는 데도 유용할 테고-천문학자 시키겠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도 제가 좋으면 하는 거지만-비교적 최근에 새로 출간된 것도 있는데, 한 권 구해야 겠다. 어떤 부분이 바뀌고 보충됐는지도 궁금하다. 사족을 달자면, 신학을 하는 분들이나 종교를 믿는 분들 그리고 그 자제들에게도 꼭 한 번 일독을 권하고 싶다.
애들이 좀 떠든다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짜증을 자주 낸다. 고상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이게 뭔가 싶다. <코스모스>를 읽으면서 느꼈던 어떤 경외감들이, 마치 꿈에서 깬 듯, 민망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