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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

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

: 여행 후에 오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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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100 2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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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7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584g | 128*188*30mm
ISBN13 9788952774286
ISBN10 8952774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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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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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 생활도 우리는 그 어떤 미래도 확인하며 살아갈 수 없다. 불분명한 미래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그 불분명을 근거로 삼아 하루하루를 어떻게 밝히며 사느냐는 각자의 몫이니까. --- p.28

친한 친구는 말없이도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이가 아니라 어떤 말이라도 쉽게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부담 없는 사이다. 그렇다. 그랬어야 했다. 어느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차릴 것인가? 먼저 말했어야 했다. 친구에게 바라는 마음이 너무 컸다.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알 거라고 아둔하게 생각했다. 정작 나는 친구가 그렇게 힘든 작업을 하면서 병을 키워 왔는지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했으면서. --- p.56

어머니께서 여름 홑이불로 쓰라고 끊어 주신 새하얀 광목을 여행 다니는 내게 줬다. 같이 가지 못하는 마음 대신 내민 새하얀 광목을 배낭 맨 아래쪽에 얌전히 넣었다. 필요한 곳 있으면 어디서나 깔거나 덮으라고 받은 것을 나는 아까워 잘 쓰지도 못했다. 남루한 침대를 만날 때도 덜컹거리는 낡은 밤의 버스 안에서도 내내 생각만 하다가 대륙 몇 개를 건넜다. 어쩌다가 볕 좋은 창가 침대를 얻으면 커튼으로 걸어 두기도 하고, 오랜 시간 배낭 아래서 눅눅해졌다 싶으면 탈탈 털어 빨랫줄에 널면서 자주 너를 그렸다. --- p.101

알레포에 머무는 동안 자주 그 기사의 말을 떠올렸다. 확신에 찬 밝은 음성. 반드시 다음에 또 오게 될 거라는 말.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람에게 실망하고 사람에게 위로받는 일. 우리는 죽을 때까지 이 일을 반복하겠지만 끝내 그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이 사람의 일이다. 당신의 오류가 때로는 나에게 상처가 되고 나의 친절이 때로는 당신에게 불편을 줄 수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처음처럼 정성스러웠으면 한다. 그것이 어떤 의도도, 계획도 아닌 채 아무렇지 않게 말이다. --- p.202

아쉬운 자리를 털면서 현관에 걸터앉아 신발 끈을 매는데, 곁에 선 부부의 발이 참 든든해 보였다. 비슷한 색깔을 신은 두 사람의 양말이 같은 상자 속의 초콜릿처럼 보기가 좋았다. 오랜 여행이 끝나고 다시 길 위에 집을 지은 것처럼, 또 다른 마음으로 세상을 이어나갈 그들의 삶이 초콜릿처럼 달콤하게 이어지길 바랐다. 얼큰해진 가슴으로 새벽 별빛을 보면서 우리는 또 다음을 약속했다. 우리는 서로가 그 시간 동안 또 각자의 여행을 할 것이다. 우리는 떠나든 떠나지 않든 어떤 종류의 이야기라도 나의 이야기처럼 여겨 한 걸음에 달려가 귀 기울일 것이다. --- p.260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경험하고 배운 것들에서 비켜가는 것을 잘 참지 못한다. 나 역시 그랬고 내 주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다. 그래도 누군가는 잘못된 것을 알려 줘야 한다는 생각은 옳다고 믿지만, 나는 여전히 건널목의 삼십 초가 너무 지루하고, 배달 올 시간이 되면 시계를 예민하게 노려보고 여전히 과정보다 결과에 민감하다.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면 혼자라도 조금 더 여유롭고 아무렇지 않은 듯 살자고 다짐했다. 그 다짐은 매번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깨끗하게 사라졌고, 나는 여전히 시간을 재가며 마음을 졸이며 산다. 오늘 반쯤 잘려나간 저 달을 보면서, 반쯤 희미해진 기억을 떠올린다. 내가 경험한 것들을 꺼내 본다. 그리고 보름달처럼 꽉 찬 마음으로 환하게 살자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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