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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창비 200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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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top10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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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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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2. 천애윤락
3. 쾌활냇가의 명랑한 곗날
4. 책
5. 천하제일 남가이
6. 욕탕의 여인들
7. 꽃의 피, 피의 꽃

해설/정호웅
작가의 말

저자 소개1

成碩濟

196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에 [문학사상]에 시 「유리닦는 사람」을, 1995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소설가로서의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평론가 우찬제는 그를 거짓과 참, 상상과 실제, 농담과 진담, 과거와 현재 사이의 경계선을 미묘하게 넘나드는 개성적인 이야기꾼이며, 현실의 온갖 고통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올바로 성찰하면서도 그것을 웃으며 즐길 줄 아는 작가라 평했다. 또한 평론가 문혜원은 “성석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농담인지 구별하기
196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에 [문학사상]에 시 「유리닦는 사람」을, 1995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소설가로서의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평론가 우찬제는 그를 거짓과 참, 상상과 실제, 농담과 진담, 과거와 현재 사이의 경계선을 미묘하게 넘나드는 개성적인 이야기꾼이며, 현실의 온갖 고통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올바로 성찰하면서도 그것을 웃으며 즐길 줄 아는 작가라 평했다. 또한 평론가 문혜원은 “성석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농담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막힘없이 풀어놓으며 "마치 무협지의 고수들처럼"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입담을 펼친다.”라고 전한다. 이런 평론가들의 말처럼 성석제는 미묘한 경계선을 거닐면서 재미난 입담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 『소풍』은 흥겨운 입담과 날렵한 필치가 빛나는 산문집이다. 저자는 음식을 만들고 먹고 나누고 기억하는 행위가 곧 일상을 떠나 마음의 고삐를 풀어놓고 한가로운 순간을 음미하는 소풍과 같다고 말한다. 음식은 “추억의 예술이며 오감이 총동원되는 총체예술”이며, “필연코 한 개인의 본질적인 조건에까지 뿌리가 닿아 있다”는 지론은 곧 우리 세대가 잃어버린 사람살이의 다양한 세목을 되살려온 성석제 소설세계와 상통한다. 십수년간 각종 매체에 연재하며 갖가지 음식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낸 작업이 ‘음식의 맛, 사람의 맛, 세상의 맛’을 함께 음미하게 한다.

단편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모든 면에서 평균치에 못 미치는 농부 황만근의 일생을 묘비명의 형식을 삽입해 서술한 표제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포함하여, 한 친목계 모임에서 우연히 벌어진 조직폭력배들과의 한판 싸움을 그린 「쾌활냇가의 명랑한 곗날」, 돈많은 과부와 결혼해 잘살아보려던 한 입주과외 대학생이 차례로 유복한 집안의 여성들을 만나 겪는 일을 그린 「욕탕의 여인들」, 세상의 경계선상을 떠도는 괴이한 인물들의 모습을 담은 「책」, 「천애윤락」,「천하제일 남가이」등 2년여 동안 발표한 일곱 편의 중 · 단편을 한 권으로 엮었다. 이번 작품집도 예외없이 세상의 통념과 질서를 향해 작가 특유의 유쾌한 펀치를 날리는데, 비극과 희극, 해학과 풍자 사이를 종횡무진한다.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는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이후 성석제가 3년간 발표한 단편들을 모았다. 혼기에 이른 맏딸을 염려하는 어머니의 이야기와 딸이 어머니에게 읽어드리는 옛이야기를 교차 시키며 유려하게 텍스트를 직조해낸 표제작을 비롯, 제49회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내 고운 벗님' 등 총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기성의 통념과 가치를 뒤집는 화려한 수사와 “웃음의 모든 차원을 자유자재로 열어놓는 말의 부림”으로 우리 주변에 있음직한 각양각색 인물들의 삶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표면에 드러나는 유쾌한 재미와 해학, 풍자 밑에는 세상을 보는 날카로운 통찰이 번뜩이기도 하고 그리움이나 인간을 향한 건강하고 따뜻한 시선이 은근히 깔려 있다.

이외의 소설집으로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새가 되었네』 『재미나는 인생』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 『호랑이를 봤다』 『홀림』 『지금 행복해』 『첫사랑』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참말로 좋은 날』 『이 인간이 정말』 『믜리도 괴리도 업시』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 등과 장편소설 『왕을 찾아서』 『궁전의 새』 『순정』 『인간의 힘』 『도망자 이치도』 『위풍당당』 『투명인간』 『왕은 안녕하시다』(전2권) 등, 산문집 『소풍』 『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칼과 황홀』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 『근데 사실 조금은 굉장하고 영원할 이야기』 등이 있으며, 명문장들을 가려 뽑아 묶은 『성석제가 찾은 맛있는 문장들』이 있다.

1997년 단편 「유랑」으로 제30회 한국일보문학상을, 2000년 「홀림」으로 제13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했고, 2001년 단편「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로 제2회 이효석문학상, 같은 작품으로 2002년 제33회 동인문학상을 받았으며, 2004년 「내 고운 벗님」으로 제49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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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01쪽 | 480g | 153*224*30mm
ISBN13
9788936436667

책 속으로

황만근은 또한 책에 나오는 예(禮)는 몰라도 염습과 산역(山役) 같이 남이 꺼리는 일에는 누구보다 앞장을 섰고 동네 사람들도 서슴없이 그에게 그런 일을 맡겼다. 똥구덩이를 파고 우리를 짓고 벽돌 찍는 일 또한 황만근이 동네 사람 누구보다 많이 했다. 마을길 풀깎기, 도랑 청소, 공동우물 청소…… 용왕제에 쓸 돼지를 산 채로 묶어서 내다가 싫다고 요동질하는 돼지에게 때때옷을 입히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일에는 그가 최고의 전문가였다. 동네의 일, 남의 일, 궂은일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다. 그런 일에 대한 댓가는 없거나(동네 일인 경우), 반값이거나(다른 사람의 농사일을 하는 경우), 제값이면(경운기와 함께 하는 경우) 공치사가 따랐다.

"반근아, 너는 우리 동네 아이고 어데 인정없는 대처 읍내 같은 데 갔으마 진작에 굶어죽어도 죽었다. 암만 바보라도 고마와할 줄 알아야 사람이다. 아나 어른이나 너한테는 다 고마운 사람인께 상 찡그리지 말고 인사 잘하도 다니라. 아이?"

황만근은 황재석씨의 이런 긴 사설을 들을 때조차 벙글거렸다. 일이 끝나면 굽신굽신 인사를 했다. 춤을 추듯이, 흥겹게.

--- p.29

동환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그이 손을 잡으며 들릴락 말락하게 말했다. 나, 나 말야,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 주고 싶었어. 동환은 울기 시작했다. 자유? 자유롭게? 잘해주고 싶었던 게 아니고? 그는 의혹과 경이에 찬 눈으로 동환을 보고 있었다. 동환은 제 무릎을 끌어안고 비죽비죽 울었다. 울음소리 역시 들릴락말락했다.

--- p.75

나는 내기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지금도 그렇다. 따라서 내기가 되는 대부분의 게임들을 좋아한다. 인생이 먼길을 걷는 것이라면 게임 또는 게임의 정화인 내기는 그 길가에 피어나는 꽃봉오리다. 단 지구상에 피어나는 꽃의 90퍼센트는 냄새가 없거나 심지어 더럽다는 것을 전제해두고서. 내기 좋아하다 패가망신에 이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어른이 말씀하시면 제발 좀 들으시오.

--- 2002/07/12 (sciencepak)

출판사 리뷰

폭죽처럼 쏟아지는 이야기의 향연
작가는 현실에 널린 대상을 포착해 그것을 묘사하는 고전적인 방식이 아니라, 현실의 세목을 하나하나 수집하고 분해한 뒤 거대한 거짓말의 세계로 끌어들여 정교하게 재구성함으로써 기존의 소설문법을 유쾌하게 뒤집어 보이고 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예외적 인물들, "순수한 개성"의 소유자들로 해서 그의 소설은 "국가 · 계급 · 계층 · 가문 등 전체성적 의미항을 중시하는 우리의 오랜 소설전통과, 나아가서는 한국사회와 근본적으로 맞서고 있다"(정호웅)는 평가를 낳게 되는 것이다.

표제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모든 면에서 평균치에 못 미치는 농부 황만근의 일생을 묘비명의 형식을 삽입해 서술한 단편이다. 남의 비웃음과 모멸을 거리끼지 않고 평생 자신의 일을 다하며 이웃을 돌보다 갑작스런 사고사를 당한 황만근의 일생이, 그의 진면모를 알아본 한 외지인의 기림 속에 온전히 살아나면서, 그 "이타의, 수분(守分)의"(정호웅) 행적을 되새기게 한다. 황만근은 과연 무엇이라 말했는가? 그는 작중 어디에서도 아무 특별한 메시지를 남기지 않지만("농사꾼은 빚을 지마 안된다카이"가 그나마 제대로 된 발언이다) 그 때문에 말없이 도리를 다한 생애는 욕망과 이기심으로 뭉친 삶을 되비추는 독특한 거울이 된다.

한 친목계 모임에서 우연히 벌어진 조직폭력배들과의 한판 싸움을 그린 「쾌활냇가의 명랑한 곗날」은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해학과 야유가 전편에 깔린 작품이다. 사기, 간통 등의 소소한 전과를 가진 지역사회의 보잘것없는 일원들의 모임인 이 '상호친목계'(한번 계원이 되면 '상호간에 평생 친구가 되어 목숨을 걸고 서로를 지키는 계'의 준말이다)는 그대로 현실세계의 축도이다. 이들의 크고작은 이권 싸움과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 파렴치하고 비겁한 이력은 그 자체로 흥미롭게 부조된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작품의 끝부분에 돌연 등장한 '진짜 깡패'들과의 일전은 이 세계가 '진짜 이전투구'의 장임을 생동감있게 폭로하는 장치이다. 이 "지리멸렬의 세계를 지배하는 권력의 몰합리적이고 폭력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속성"(정호웅)과 그에 대한 맹복적 복종, 한여름 땡볕 속에 벌어진 이유 없고 우연한 싸움의 아수라를 아연한 활기와 환호성으로 버무려 그려낸 작가의 솜씨가 빛을 발한다.

'목욕하는 여인(들)' '바느질하는 여인' '파라솔을 쓴 소녀' 등 르누아르의 작품들을 소제목으로 삼은 특이한 구성을 취한 「욕탕의 여인들」은 돈많은 과부와 결혼해 잘살아보려던 한 입주과외 대학생이 차례로 유복한 집안의 여성들을 만나 겪는 일을 그린다. 얄팍한 욕심과 변변치 못한 이력의 소유자가 미모의 돈많은 여성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른 세계'로 진입해보려다 '주제를 파악하고' 안착하는 과정이 주인공의 허위의식과 적당한 순정주의를 기조로 경쾌하게 이어진다. 누구나 한번쯤 품어봄직한 얄팍한 계산속과 이기주의가 막강한 현실과 부딪혀 낳는 결과를 해학과 페이소스에 실어 보여줌으로써 한편으로는 개인을 얽어매는 이 세계의 완강한 질서를, 한편으로는 허위의식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드러낸다.

세상의 경계선상을 떠오는 '괴(怪)'한 인물들의 모습은 이번 소설집에서 여러 형태로 드러난다. 집의 부피를 초과할 만큼 책 수집에 탐닉해온 「책」 주인공 당숙, 온갖 불운의 한가운데만을 걸으면서도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하는 「천애윤락」의 동환, 천덕꾸러기로 태어난 천하제일의 미남으로 자라고 향기로써 보는이의 영혼을 사로잡는 「천하제일 남가이」의 반평생, 첫판의 도박은 종류를 불문하고 이기고 마는 「꽃의 피, 피의 꽃」의 주인공 '나'가 그런 이들이다. 이들이 가진 독특한 습성과 괴벽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이들은 세상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할 법한 개연성을 부여받아 생동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편으로 설화적 · 전기적 요소를 십분 활용하는 치밀한 구성과, 대상과 상황의 미묘한 기미를 놓침없이 날렵하게 짚어내는 문장들에 힘입은 것이다.

이번 소설집은 그간 남다른 문체와 소재로 우리 소설에 유례없는 활기를 불어넣어온 성석제의 작품세계가 한층 무르익은 가운데 새로운 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추천평

소설을 읽다 날밤 새던 대학시절 습관을 성석제 소설이 30년 만에 되찾아준다. 물론 재미있어서지만, 더 나아가, 이를테면 나는 그의 소설을 읽으며 끝보다 중간이 더 궁금하다. 성석제는 이야기에 달통해 있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으로 '이야기의 비극'에, 그리고 비극을 천년 묵은 웃음의 나이로 포괄하면서 '이야기의 전망과 희망'을 모색하는 달통에, 달통해 있다. 이 '달통에 달통' 속에서 이야기는 물론 더 간단한 에피소드, 더 간단한 문장 하나, 심지어 더 간단한 단어 하나까지 새로운, 심상찮은 '목숨의 빛'을 발한다. 그의 소설이 종종 19세기적인 어법들을 동원하되, 복고적이기는 커녕 새로운 밀레니엄 너머로 가닿는 까닭이다.
--- 김정환(시인)
성석제의 소설은 무엇인가? 철저하게 무의미한 삶이다. 속수무책으로 엉뚱하고 정다운 사람들이다. 증명할 길 없고 정교하고 무용한, 그러나 한사코 믿고 싶은 박학다식이다. 그 모든 것이 못 말리게 흥겨운 입심의 에너지에 실려 폭죽처럼 펑펑 터지며 정처없이 흘러가는 길이다. 그 길가에는 새싹처럼 움찔움찔 낯익은 말들이 낯선 방식으로 돋아나 쑥쑥 자란다. 춤추듯이 가지를 뻗어 길을 덮는다. 길은 대책없이 갈라지고 또 갈라진다. 그래도 이야기에 홀려 넋을 놓은 독자들이여, 마침내 그 길은 무엇에 이르는가? 철저하게 무용한 정열인 삶을 한바탕 신명나게 읽고 난 기쁨, 혹은 슬픔…… 성석제의 소설은 무엇인가? 그의 말대로 표지가 떨어져나간 미학사전, 우리 시대의 판소리로 어깨춤 추는 국어사전……
--- 김화영(문학평론가, 고대 불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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