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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생명연습 건 역사 차나 한 잔 다산성 염소는 힘이 세다 야행 서울의 달빛 0장 서울의 우울-김승옥론 작가 연보 |
저김승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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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김승옥 소설집 『무진기행』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9번으로 출간되었다. 그동안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은 새로운 번역으로 엄선된 문학 작품들을 선보인 한편 타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과는 달리,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뿐 아니라 특히 한국 문학 작품의 수록에도 힘써 왔다. 1998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1번으로 시작하여 이제 150번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세계문학전집에 『구운몽』(김만중), 『춘향전』, 『황제를 위하여』(이문열), 『돼지꿈』(황석영)에 이어 다섯 번째 한국 문학으로 선정된 작품은 1960년대 ‘감수성의 혁명’을 일으키며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 소설가 김승옥의 소설집 『무진기행』이다. 이번 소설집에는 ‘서울’과 ‘무진’이라는 공간 사이에서 그리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 냄으로써 한국 문학사상 최고의 단편소설로 평가 받고 있는 「무진기행」을 비롯해 김승옥의 등단작인 「생명연습」, 동인문학상 수상작 「서울 1964년 겨울」 그리고 이상문학상 수상작 「서울의 달빛 0장」까지,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단숨에 김승옥을 한국 문단의 ‘살아 있는 신화’로 만든 주요 소설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 1960년대를 살아가는 근대인들의 일상과 탈일상 김승옥의 소설들은 1960년대 서울의 근대성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첨예하게 문제 삼는다. 1960년대 급격한 산업화에 돌입한 한국 사회에 두드러진 가장 큰 문제는 물질주의의 팽배와 함께 그로 인해 야기된 사회적 갈등이었다. 김승옥은 이 같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특히 산업화의 과정에서 나타난 속물주의와 출세주의의 사회 속에서 현실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소시민의 모습, 일상에 얽매인 채 고민하는 개인의 모습에 주목했다. 그리하여 그의 소설들은 ‘감수성의 혁명’을 보여 주면서 ‘슬픈 도회의 어법’을 그 누구보다도 ‘지적인 절제’를 통해 소설화함으로써 ‘1960년대 문학의 기둥’이라는 찬사를 받게 되었을 뿐 아니라 한국 문학의 근대성 논의에서 뚜렷한 이정표 역할을 하게 되었다. 김승옥은 자아의 파괴를 통해 자아의 발전을 도모하는 지적인 작가이고, 이분법적 시각이 아닌 이중적 시각에서 자아의 양면성에 주목하는 입체적 작가이다. 근대에 대한 유혹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는 진정한 근대인으로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려 하기 때문이다. (김미현 | 작품해설 「서울의 우울」 중에서) ■ 한국 문단의 신화, 김승옥 소설의 문학사적 의의 이번 단편집에는 1962년 등단작 「생명연습」부터 1977년 제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서울의 달빛 0장」까지, 20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김승옥이 발표한 작품들이 담겨 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김승옥을 단숨에 ‘한국 문단의 신화’의 자리에 올린 주요 작품들이다. 감각적이고 섬세한 시선과 작품 속에 사용한 언어적 기교를 통해 만들어진 김승옥만의 참신함은 ‘전후문학의 기적’, ‘감수성의 혁명’, ‘단편소설의 전범’ 등 한국 문학사상 가장 화려한 찬사를 받았을 뿐 아니라 한국 소설을 ‘김승옥 전’과 ‘김승옥 후’로 구분할 수도 있을 만큼 한국 문학의 경향을 새롭게 바꾸어 놓았다. 김승옥의 소설들은 기존의 도덕적 상상력과 윤리적 세계관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감각적인 시선, 기발하고 섬세한 묘사로 현실과 환상을 조화롭게 담아내었다. 특히 ‘사회’라는 틀에서 벗어나 개인으로 시선을 돌려 개인의 감성과 감각에 의해 포착되는 현실을 치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이전 세대의 소설들이 지니지 못했던 독특함을 소설 속에 담았다. 또한 김승옥은 식민지 시대의 교육을 받지 않은 이른바 첫 한글세대였다. 그렇기에 김승옥의 언어적 기교들은 최초로 순우리말의 통해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 소설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고 한국 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지침이 되기도 했다. ■ 김승옥은 더 이상 ‘60년대 작가’가 아니다 김승옥은 등단하면서부터 활발한 글쓰기를 해 오다가 1980년 광주 민주화 항쟁으로 인해 집필 의욕을 상실하고 더 이상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 이후 그는 영화감독, 극적인 신앙 체험 등으로 집필과는 점점 멀어지던 중 2003년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독자들에게 안타까움을 주었다. 20여 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한국 문학사상 최고라고 할 만한 소설들을 남겼고, 이후 20여 년 동안 절필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언제나 ‘60년대 작가’라고 소개되고 있지만, 그의 작품들은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1995년 김승옥 전집이 출간되고, 2005년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김승옥의 작품들이 외국어로 번역, 소개되는 등 끊임없는 관심을 받고 있다. 투병 끝에 2004년 산문집 『내가 만난 하나님』을 출간하면서 조금씩 문학 활동을 재개한 김승옥은 이번 『무진기행』의 출간 작업 과정에서도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수필, 동화 등 글쓰기 활동에 대한 창작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1980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의미 없는 삶에 의미의 조명을 비춰 보는 일일 뿐”이라던 김승옥은, 이 의미 없는 현대의 삶에 다시금 의미의 조명을 비춰 보면서 오늘을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 신선한 감동과 전율을 전해 줄 새로운 작품들을 탄생시킬 것이다. 소설이란 추체험의 기록, 있을 수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도식, 구제 받지 못한 상태에 대한 연민, 모순에 대한 예민한 반응, 혼란한 삶의 모습 그 자체. 나는 판단하지도 분노하지도 않겠다. 그것은 하느님이 하실 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의미 없는 삶에 의미의 조명을 비춰 보는 일일 뿐. (김승옥 | 1980년 ‘작가의 말’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