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2년 12월 25일 |
---|---|
쪽수, 무게, 크기 | 427쪽 | 612g | 142*216*30mm |
ISBN13 | 9788998441005 |
ISBN10 | 8998441004 |
발행일 | 2012년 12월 25일 |
---|---|
쪽수, 무게, 크기 | 427쪽 | 612g | 142*216*30mm |
ISBN13 | 9788998441005 |
ISBN10 | 8998441004 |
멀고 아름다운 동네 불씨 마지막 땅 원미동 시인 한 마리의 나그네 쥐 비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방울새 찻집 여자 일용할 양식 지하 생활자 한계령 |
책을 사면 먼저 뒷장을 펼쳐 언제 발행했는지 얼마나 발행되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그 습관이 언제부터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책의 표지보다 더 관심이 가는걸 보면 무의식속에선 내게 꽤 중요한 이유인 것 같다. 이 책은 1987년에 초판이 나왔고 내 손에 들어온 책은 4판7쇄 짜리다. 30년 가까이 인쇄기를 꾸준히 돌려온 이 책을 왜 지금에서야 읽게 된 것일까? 어쩜 이제서라도 보게 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마침내 트럭은 멈추었다. 노모와 어린 딸과, 만삭의 아내를 이끌고 그는 이렇게 하여 멀고 아름다운 동네, 원미동의 한 주민이 되었다. 트럭이 멈추자 맨 처음 고개를 내민 것은 강남부동산의 주인 영감이었고 이어서 어디선가 꼬마가 서넛 튀어나와 트럭을 에워쌌다. 미장원집 여자는 퍼머를 말다 말고 흘낏 문을 열어보았다. 지물포집 사내도 도배일을 나가다 트럭이 멈춘 것을 보았다. 연립주택의 이층 창문으로 나타난 퀭한 눈의 한 청년도 트럭이 짐을 푸는 것을 지켜보았다.'
'멀고 아름다운 동네'의 마지막 문장을 보며 어쩌면 강남부동산의 주인 영감과 지물포집 사내 그리고 퀭한 눈의 청년 모두 이 소설집의 주인공일지도 모를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이 떠올랐다. 그 소설집의 단편들도 모두 연결되어 있었는데.. 아름답고 가슴시린 동화같던 '난쏘공'과 이 책은 무엇을 공유하고 또 무엇을 나누어 가지고 있을런지.
80년대 초반 나는 아직 골목을 뛰어놀던 초등학생이었던 터라 어른들의 이야기보다는 '원미동 시인'편에 나오는 몇살 어린 경옥이에게 눈길이 갔다. 특히 '300원짜리 빵빠레'라는 문장을 만나면서 부터는 이 소설을 어떻게 즐겨야할지 나름대로의 촛점을 맞출 수 있었다. 빵빠레는 300원짜리였고 이건 내게도 어른들이 아이를 위해 한턱 내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다.
힘들게 살아야 했던 우리 부모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무너짐을 막아줄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던 그 때 부모들은 웃지 못하고, 쉬지 못하고, 대들지 못하고, 즐기지 못하고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작품은 불행과 행복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맞추며 특정한 시대 특정한 지역에 살았던 이들의 절망이 아닌 그 시대 어른들의 삶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작은 웃음도 로맨스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된다. '찻집 여자'에서 사진관 주인의 잠깐동안의 불륜에 오히려 숨통이 트이고 균형감이 생기는 느낌이다.
어느샌가 주변에서 하나둘씩 사라져버린 강남부동산, 형제슈퍼, 행복사진관, 원미지물포, 서울미용실 같은 단어들이 다시 살아나 움직인다. 어릴땐 당연하게 어디에나 있던 그 이름들이 비록 소설속에서라도 버젓이 살아 있는게 몹시 반가왔다.
점심 시간에 문득 동료가 이런 말을 했다. 자기는 나이를 먹으면 뽕짝이 좋아질 줄 알았단다.하지만 마흔이 넘어도 뽕짝보다는 김광석이 좋고 이선희가 좋다고 하면서 나이에 맞게 즐기는게 따로 있는게 아니라 자기가 젊었을때 열광했던 걸 평생 가져간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걸 기록으로 남겨주는 문학작품에 감사할 일이다. 우리 아버지가 '무진기행'을 가슴속에 지니고 있듯 내게도 몇권의 책이 내 추억을 대신해 딸에게 말해줄 것이니 말이다.
와.... 정말 옛날 이야기이구나..... 싶었다.
전세가 기본으로 2년인 지금과는 달리 6개월이었다고 하니.....놀랄 밖에......
아마 80년대 초중반에 20대였던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향수에 젖어서 만족스러울 수 있겠지만,
지금의 20대는 향수에 젖을 일도 없으니 만족스러울지 의심스럽다.
아예 중국 이야기라면 20대가 공감할 수 있을까.............?
한국 사람이 아니라 중국 사람이라고 한다면 현실감이 더 있을 듯한데.....
이런 게 세대 차이라는 거겠지.....
그래서 국어 교과서에서도 나름 예전 세대를 이해하라면서 실었을텐데.....
게다가 그 토막 토막나 있는 이야기 구조
국어 교과서에 나온 부분만 생각하면서 더 많은 것을 기대하면 곤란할 듯해서
내용 별이 3개이고 편집 별도 3개이다.
물론 정치를 하는 86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용도로는 꽤 유용하다.
원미동 사람들 중 '비 오는 날에는 가리봉동을 가야 한다'를 읽었다. 이 작품은 1980년대 도시 변두리에 사는 주민들의 삶을 그린 연작 소설집 「원미동 사람들」 중 한 편이다. 임 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비 오는 날이면 떼인 돈을 받기 위해 가리봉동에 가야 하는 도시 빈민층이다. 반면 '그'와 아내는 임 씨의 외모와 직업만 보고 임 씨를 평가하고 의심했다가, 성실히 일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는 소시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익숙해진 '그'는 임 씨의 정직한 삶을 보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되고, 공존을 위한 내면적 갈등을 겪게 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타자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중요성을 전하고 있다. 나아가 세속적이고 탐욕스러운 현대인들에게 반성을 촉구하고, 주변의 소외된 계층의 인물에 대해 따뜻한 연민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1980년도에 어린 시절을 보낸 나에게도 그 시절에 대한 삶의 어려움 또는 고단함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지금이야 상상도 하기 어렵지만 곰국 그리고 계란후라이도 먹기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소시민 모두에게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그 안에서도 서로를 속이고 선입견을 가지고 대했다는 점에서 사람 사는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거 같다. 빈익부 부익부가 점점 심해져 가는 이 연말에 그래도 1980년대에는 외모와 직업만으로 평가하고 의심했지만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소시민이 있었다는 게 그 시절의 아련함과 순수함을 기억나게 해 주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기억의 한 편에 저장할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