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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베어

스피릿베어

[ 개정판 ] 카르페디엠-0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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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10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439g | 153*224*30mm
ISBN13 9788990220868
ISBN10 8990220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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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코 수갑을 찬 채 유배생활을 할 섬에 닿기로 한 약속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콜은 손목을 힘껏 비틀었다. 미니애폴리스 감옥의 철창신세를 면하는 유일한 길은 알래스카 남동부의 외딴 섬에서 홀로 1년을 보내는 데 동의하는 것뿐이다.
두 사람이 콜과 여정을 함께 했다. 배 한복판에 앉은 인디언 가비는 목소리가 걸걸하고 입담 좋은 미니애폴리스의 보호관찰관이다. --- p. 9

콜은 철물점에 몰래 기어들어가 온통 쑥대밭을 만들어 놓았다.
한 주 뒤, 콜이 제 입으로 학교에서 떠벌리지만 않았어도 완전범죄가 되었을 터였다. 하지만 누군가가 콜의 이야기를 듣고 밀고하는 바람에 콜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콜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고, 이어 자기를 밀고한 소년을 찾아 흠씬 두들겼다. --- p. 13

“원형 평결 심사는 치유를 원하는 사람을 위한 제도입니다. 치유라는 게 쉬운 길이라고는 할 수 없지요. 실은 치유 과정이 훨씬 더 힘겨울 때가 있답니다.”
사회자는 깃털 하나를 들어 보였다.
“이 깃털은 경의와 책임을 상징합니다. 이것 없이는 누구도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이 깃털을 손에 들고 있는 한 그 사람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시만을 말해야 합니다.” --- p. 54

“저는 틀링깃 인디언입니다. 알래스카 남동부에서 자랐지요. 콜을 내수로에 있는 머나먼 섬으로 유배 보낼 수가 있어요. 이건 오랫동안 원주민들이 해오던 방식이랍니다. 콜은 비전 탐구(원시림이나 산정에 홀로 들어가 자연과 교감하며 깊은 깨달음을 얻는 인디언의 전통 의식-옮긴이)를 하듯 오랜 시간을 홀로 지내며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내면의 분노와 골똘히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p. 79

살아야 한다.
죽으면 억압도, 분노도, 비난할 사람도, 선택도, 아무것도 없다. 산다는 것은 선택하는 것이다. 선택할 수 있는 힘은 다른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그런 같잖은 힘이 아니라 진정한 힘이다. 콜은 자신이 툭하면 그런 같잖은 힘을 행사했음을 깨달았다. 응어리진 가슴을 부여안고 일생을 자기 연민에 빠져 복수의 칼을 가느라 온갖 소중한 기회를 탕진해 버렸다.
--- p. 113

콜은 북슬북슬한 흰 털을 파고들어 단단한 몸뚱이를 어루만졌다. 손끝으로 따스한 기운이 전해졌다. 곰의 가슴에 손을 대니 심장박동이 느껴졌다. 더불어 다른 느낌도 전해졌다. 그 느낌은 바로 믿음이었다. 왜 하필 믿음일까? 그 곰을 죽이겠다고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침을 뱉었다.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이 바로 이 녀석이고 그래서 스피릿베어라면 머리털이 곤두서며 몸서리가 났다. 콜은 곰을 어루만지던 손길을 멈추고는 손을 거두었다. --- 본문 중에서

원형 평결 심사는 수세기 동안 인디언 사회에서 행하던 것이다. 근대 미합중국의 사법제도에 이 개념을 도입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이 소설에서처럼, 가해자가 있는 외딴 섬으로 피해자를 보내는 것은 가당찮다는 논란이 일 법도 하다. 하지만 원형 평결 심사의 저력은 바로 이와 같은 치유 평의회원 개개인의 창의적인 발상에서 나온다. 실제 삶에서도,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라면 그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기를 바란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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