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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알리 레 하윱
행복한 킨세아녜라 호르헤 오빠가 잡혀가다 동굴의 기도 마누엘 선생님의 죽음 불타는 마을 또 하나의 무덤 전쟁 중에 태어난 아기 읍내의 학살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산미겔 난민수용소 미국의 두 얼굴 알리시아의 침묵 수용소 학교 마치치나무 아래에서 |
Ben Mikael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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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가브리엘라. 나무 타는 것이라면 웬만한 사내애들보다 낫다. 그래서 일명 나무소녀. 높다란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곳이 천국인가 싶다. 우리는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에 경외심을 품고 살아가는 마야 종족으로, 우리 가족은 모두 아홉 명이다. 비록 풍족한 삶은 아니지만 우리는 자연에 감사하며 평화롭게 지내고 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내 열다섯 살 생일을 축하하는 파티를 연 날, 군인 몇이 들이닥쳤고 오빠가 끌려갔다. 우리는 오빠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렸다. 하지만 오빠는 감감 무소식이고 엄마는 병 때문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기다리는 오빠는 오지 않고 선생님과 군인 초소에 오빠를 찾으러 가보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을 하고, 온갖 뒤숭숭한 소문만 마을에 떠돈다. 군인들이 우리 인디오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는 장에 갔다 와 보니 우리 가족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다들 피를 흘린 채 죽어 있었다. 막내인 알리시아는 가족들이 총을 맞는 광경을 목격한 충격으로 말문을 닫아버렸다. 알리시아를 데리고 숲속을 헤매던 나는 길에서 여인을 만나 가까스로 아기 낳는 일을 도와주었지만 아기의 탄생을 기뻐할 새도 없이 군인들이 다가오는 소리에 놀라 하는 수 없이 아기와 알리시아만 데리고 급히 숲으로 숨었다. 고생 끝에 다른 마을에 닿은 나는 알리시아에게 아기를 맡기고 장에 가서 아기가 먹을 우유며 식량을 구하던 중, 군인들이 들이닥쳐 나무 위로 숨었다. 그곳에서 나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을 보고 몸서리를 쳤다. 한바탕 만행을 저지른 군인들이 돌아가고 나는 알리시아와 아기를 찾으러 갔지만 도무지 찾을 길이 없었다. 굶주림과 피로에 시달리며 갖은 고생을 한 끝에 난민 수용소를 찾았지만 그곳은 안식처가 아니었다. 식량이 부족해 사람들이 날마다 죽어갔다. 그러다가 알리시아와 아기를 찾아냈다. 수용소에서 나는 알리시아의 목소리와 웃음을 되찾아 주고 아이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싶었다. 버려진 헝겊쪼가리로 공을 만들어 공차기를 하자, 수용소 아이들이 하나둘 끼어들면서 아이들이 모처럼 밝게 웃었다. 나는 전직 교사인 마리오라는 청년과 아이들을 가르칠 임시 학교를 열었다. 그런데 마리오가 반군에 가담해 싸우겠다며 떠나고 말았다. 갑작스fp 마리오가 떠나자 나는 알리시아를 데리고 수용소를 빠져 나왔지만 알리시아는 나를 원망스런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나무에 오르려는 알리시아를 보고 엉겁결에 “위험해.” 하고 내뱉고서 깜짝 놀랐다. 나무소녀인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나는 알리시아를 데리고 나무에 올랐다. “나무소녀는 아주 특별한 존재야. 그렇지만 무서운 것이 있다고 그걸 피해 달아나면 나무소녀가 될 수 없어. 너를 겁에 질리게 하는 것에 당당히 맞서야 나무소녀가 될 수 있어. 그러려면 먼저 말을 해야 해.” 알리시아가 입을 열었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어?” 하고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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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을 존중하는 마야족의 정신에서 삶의 지혜가 느껴지는 책
이 책이 흔히 보는 ‘역경을 딛고 꿋꿋이 살아가는 소녀 이야기’를 넘어서서 더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은, 인디오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잊지 말아야 할 삶의 지혜가 곳곳에서 전해지기 때문이다. 내전이 일어나기 전, 마을 사람들의 삶에서는 자연이 지닌 의미와 생명력을 알고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온 마야족의 정신과 지혜가 잘 드러난다. 현대화된 문명사회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인디오 특유의 전통과 사고방식이 인간이 살아가는 데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자연에 씨를 뿌리고 거두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던 사람들,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고 겸허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에게서 자연과 함께 숨쉬며 살아가는 마음이 엿보인다. 하느님, 평화를 주십시오. 가장 높은 산에 / 가장 낮은 산에 호소합니다. 강의 주인이신 분께, / 하늘의 주인이신 분께 호소합니다. 우리에게 평화를 주십시오. (……) 저는 항상 감사를 드렸습니다. 비와 태양에 대해, / 건강과 가족에 대해. 지나간 옛날에는 / 돈을 벌게 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러면 언제나 제 말씀을 들어주셨죠. 하지만 이제 와서 평화를 구하는 / 절 용서하십시오. 평화가 없다면 / 다른 어떤 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에게 내려진 다른 축복도 / 사라집니다. 우리에게 평화를 내려주십시오. 가브리엘라 가족을 비롯한 마야 인들이 문명과 동떨어져 자연에만 호소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인디오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내려는 마음에서 커다란 변화의 흐름 앞에 긍지를 잃지 않으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변화는 힘든 거란다. 수십 년 동안 개처럼 취급당하다 보니 인디오들 스스로도 자신들이 에스파냐 혈통의 라티노만큼 존중받거나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어. … 존중과 희망이란 건 싸워서 얻을 가치가 있는 거야.” “무엇이든 네가 선택해서 네 날개로 탄 바람이 옳은 거다. 지금 우리의 관습이나 이름 중에는 마야 조상들에게서 물려받지 않은 것도 있어. 여러 줄기의 바람에서 나온 거지. 어떤 바람을 타고 날지는 네가 선택하는 거야.” “누군가를 존중한다면 그 사람의 종교, 관습, 이름을 바꾸도록 만들 수는 없을 거예요. 군인들이 우릴 존중하지 않는 건 교회에서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인가요?” 작가는 너무나 당연하게 존중받고 존중해야 할 공동체가, 순박한 사람들의 삶과 지혜의 터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마야 인들의 삶과 생각을 통해 보여 주면서 ‘전쟁’의 의미를 묻고 참혹성과 광기를 고발한다. 그리고 전쟁의 회오리에 휘말린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은 과연 무엇인지, 그것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언젠가는 고향 마을로 돌아가, 어린시절 그 곳에 남겨 두고 온 아름다움을 다시 찾을 거다. 그 아름다움은 이미 내 마음 속에 깃들어 있는 아름다움과 같을 것이다.”라고 되뇌는 소녀의 입을 통해.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 ‘조상들이 남겨 준 노래, 한밤 영혼이 고요하게 가라앉을 때 바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들을 수 있는 민족의 노래’를 찾을 것이라는 소녀, 가브리엘라의 마음을 통해. 또 한 가지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미국의 힘과 야망이 한 작은 나라에 살고 있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무참하게 짓밟고 죽음으로 내몰았는지를 실화를 바탕으로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폭력과 전쟁을 마음으로 느껴보고 생각을 정리해볼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