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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군인들
카유코 항해 수업 로스 산토스의 코코넛 열매 옥수수 속의 돼지들 연료통의 진흙 라모스 삼촌의 집 나의 귀여운 다람쥐 하얀 나비 마지막 나비 첫날 밤 첫 폭풍 카유코의 돼지들 쓰레기 강 해적 두 해변 바보 같은 나 여섯 번째 칼집 안젤리나의 인형 육지의 끝 부서진 인형처럼 낚싯바늘을 잘 만들어야죠 못 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어 폭풍 물 위의 별 파란 하늘 작가의 말 |
Ben Mikael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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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젤리나를 위해서 아무것도 안 남겨 놓다니 이런 돼지들 같으니라고.”
안젤리나가 키득키득 웃는다. “옥수수 속의 돼지들.” “우리 ‘옥수수 속의 돼지들’이라는 노래를 만들자.” 그렇게 우리는 곡조를 만들어 붙인다. 안젤리나는 옥수숫대를 씹으며 노래를 부른다. 트럭이 속도를 늦출 때마다 나는 손가락을 동생 입술에 살짝 갖다 댄다. 꽉 누를 필요는 없다. 이제 안젤리나도 소리를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기 때문이다. --- p.45 “갑판 아래에서 새 토르티야를 먹었구나?” 안젤리나는 털에 묻은 물을 흔들어 터는 강아지처럼 세차게 고개를 흔든다. “나한테 거짓말하면 안 돼. 갑판 아래에 들어갔다가 뭔가를 먹은 거야?” 동생은 또다시 머리를 흔들어 아니라고 말한다. “다른 봉지에 있는 토르티야가 없어졌다면 정말 화낼 거야.” (……) 안젤리나가 무척이나 진지한 얼굴로 말한다. “배 안에 돼지가 있는 것 같아." --- p.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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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밤을 날아서 희망의 땅으로 가는 작은 카유코
이 이야기는 『나무소녀』에 이어 과테말라 내전을 배경으로 한 벤 마이켈슨의 작품이다. 작가는 중앙아메리카 지역을 여러 차례 답사하고 난민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작품을 썼다. 그런 까닭에 이야기는 사실적이고 묘사는 눈으로 보듯 생생하다. 모든 전쟁은 참혹하고 잔인하다. 하물며 하룻밤에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아이들에게는 어떨까. 그 고통과 두려움의 깊이를 짐작이라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듣는 것만으로도 버겁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이야기는 재미있고 따듯하다. ‘붉은 밤’을 뒤로하고 도망치던 날부터 오빠 산티아고는 어린 동생을 위해 놀이를 시작한다. 몰래 숨어든 트럭에서 노래 만들기, 달리는 차 연료통에 말똥 집어넣고 뛰어내리기, 바다에서 나비 찾기, 나뭇잎으로 모자 만들기, 돌고래와 인사하기…… 이 모든 게 다 ‘살아남기 놀이’의 일부다. 산티아고 남매를 보면 자연스레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귀도(로베르토 베니니 분)와 조슈아가 떠오른다. 독일의 유태인 말살 정책에 따라 강제로 수용소에 끌려간 아버지와 아들. 귀도는 수용소에 도착하면서부터 조슈아에게 자신들은 특별히 뽑힌 사람이며 이제부터 신나는 놀이를 하는 거라고 속인다. 물론 안젤리나는 안다. 엄마, 아빠, 두 오빠와 언니 그리고 할아버지와 삼촌까지 모두 다시는 볼 수 없음을,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는 것을……. 오빠 산티아고가 소리를 내지 않도록 자신의 입을 막았지만 두 눈과 귀까지 가려 주지는 못했으므로. 그렇게 산티아고는 여동생을 위해 ‘살아남기 놀이’를 시작하고 안젤리나도 제 분신인 인형을 돌보면서 슬픔을 놀이로 치환한다. 망망대해에서 작은 카유코를 타고 배고픔과 잠, 외로움 그리고 폭풍에 맞서는 동안 산티아고는 서서히 지쳐 간다. 게다가 큰 부상을 입고 정신을 잃는다. 그런 소년을 돌보고 다시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은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아가씨, 안젤리나다. 마야인의 후예로 자연에 순응하며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사는 지혜를 배우며 자라서일까. 안젤리나는 어리고 여린 여자아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강인한 모습을 보여 준다. 둘은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하루 희망의 땅에 가까워져 간다. 전쟁과 평화, 책임과 연대를 이해하는 디딤돌, 『붉은 밤을 날아서』 하지만 작가의 메시지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평화와 반전을 말하고 붉은 밤을 경험한 아이들에게 위로와 관심을 보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산티아고와 안젤리나가 마침내 도착한 평화의 땅, 미국. 앞서 작가의 말에서 보듯 미국 정부는 과테말라 내전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붉은 밤을 경험한 아이들 앞에 어떠한 변명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한다. 과거의 실수를 잊지 않고 어떤 이유로도 절대로 붉은 밤하늘을 보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다. 전쟁은 지구 어느 편의 먼 나라 이야기, 뉴스에 나오는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외면하는 청소년 독자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안 듣고 안 보는 것이 차라리 마음 편할 수도 있겠다. 한편으로 나는 그런 나라에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계의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심을 가지고 돌아볼 일이다. 어쩌면 전쟁을 경험한 다른 나라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갖는 것 또한 상당한 용기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벤 아저씨가 들려주는 『붉은 밤을 날아서』가 그 디딤돌이 되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