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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의 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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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커버판,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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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1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522g | 125*188*30mm
ISBN13 9791196123437
ISBN10 119612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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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이 빠른 건 불안하다는 증거, 곧바로 역을 나간 건 약속 장소가 정해져 있다는 증거지.”
사토야는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 그럴 만하다. 지금부터 가는 곳이 아야카를 살해한 범인들의
본거지일지도 모른다. 만약 이들 일당이 범인이라면 경찰 체포 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다.
범인 무리에 성인이 섞여 있다 해도 일상의 한 장면을 포착하기는 힘든 법이다. 대개는 체포돼
경찰서로 이송되는 순간 얼굴 일부가 언뜻 비치는 사진이 고작이다. 체포 전, 심지어 일당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사진은 건지려고 해도 쉽게 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특종.
조금 전부터 다카미의 머릿속에 그 두 글자가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이번 특종만
터뜨리면 [애프터눈 JAPAN]은 오명을 씻는 것은 물론 시청률도 단숨에 회복할 것이다.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대역전을 거머쥘 수 있다.
사토야에게 민폐 덩어리 취급을 받고 질책까지 들은 마당이다. 다카미는 마음이 무겁고 자기
자신이 한심해 견딜 수 없었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특종만 잡으면 모든 것이 뒤집힌다. 오셀로 게임처럼 단 하나의 말로 상황이 백팔십도
달라진다. 어떻게든 성공해야 해. 다카미는 긴장과 사명감으로 얼굴이 굳는 게 느껴졌다.
--- pp.167-168

“언론 일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해요?”
말에 악의는 담겨 있지 않았다. 어린아이다운 소박한 의문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날카로운
창처럼 다카미의 가슴을 꿰뚫었다. 다케히코는 서서히 고개를 들어 다카미를 바라봤다. 탁한
기운이라곤 없는 맑은 눈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다.
“다른 사람 집을 에워싸고, 저 같은 초등학생을 쫓아오고, 병원 밖에 숨어서 기다리는 걸 누가
훌륭하다고 해요? 우리 누나한테 그렇게 하면 대체 누가 좋아하는 거예요?”
부조리한 상황에 당혹하고 화를 내는 눈빛이었다.
불현듯 다카미는 기억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동생 마유가 괴롭힘을 당한 끝에 자살
했는데도 학교는 사실을 은폐했고, 경찰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원통하고 억울해서 울었다.
부조리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그때 자신도 지금 다케히코와 똑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아이의 시선을 견딜 수 없어져 다카미는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미안.”
간신히 그 말만 입에 담고 도망치듯 사토야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 pp.231-232

“자신들이 늘 이 사회의 사이렌이어야 한다. 당신들은 혹시 그런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나? 흔히 있을 법한 사고, 흔히 있을 법한 살인으로는 더는 만족 못 하는 거 아닌가?”
구도는 일단 말을 끊고 다카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방금 떠올랐는데, 사이렌이라는 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이렌이라는 요정 이름에서
유래된 말이라더군.”
“세이렌…….”
“상반신은 인간 여자, 하반신은 새. 암초 위에 앉아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해
조난과 난파를 유도하는 존재. 내가 보기에 당신들 언론은 꼭 그 세이렌 같아. 시청자를
달콤한 말로 유혹해 불신과 조소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이지.”
“……맞지 않는 비유예요.”
“그렇게 틀린 것 같지는 같은데. 당신들이 항상 큰 소리로 부르짖는 보도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 같은 것도 실은 세이렌의 노랫소리 같은 거야. 물론 당신들에게는 대의명분이겠지만,
그 대의명분이라는 미명 하에 실제로 하는 일이라곤 사실 추구도, 피해자 구제도 아니지.
그저 당사자들의 비애를 오락거리로 제공할 뿐이야.”
--- pp.24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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