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2년 11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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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56쪽 | 3150g | 132*225*80mm |
ISBN13 | 9788937486104 |
ISBN10 | 8937486105 |
발행일 | 2012년 11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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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56쪽 | 3150g | 132*225*80mm |
ISBN13 | 9788937486104 |
ISBN10 | 8937486105 |
1. 소설 (민음사 5권)
1) 소설 레미제라블…. 웬만하면 '장 발장' 정도는 어린 시절 듣고 오는 고전 중의 고전! 행운이 있어 민음의 책을 선물 받았고, 마침 영화 '레미제라블'의 상영과 맞물려 읽을 힘을 내었습니다. 이런 기회가 제게 오다니…. 정말 2012년의 독서 마무리가 너무나 아름답다(?)고 스스로를 칭찬해 봅니다.^^
내용의 줄거리는 다 아는 것처럼 의외로 간단하지요. 배고픈 일곱 조카들을 위하여 빵 한 덩이를 훔치다가 19년이란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장 발장. 출옥 후 냉대를 받다가 미리엘 주교의 집에서 하루를 따뜻하게 대접받지만, 그만 은(銀)식기를 훔쳤다가 금세 잡힙니다. 주교는 은촛대는 왜 가져가지 않았냐며 위기에서 구해주지요. 그리고 엄숙한 어조로 한 말씀, "장 발장, 나의 형제여. 당신은 이제 악이 아니라 선에 속하는 사람이오. 나는 당신의 영혼을 위해서 값을 치렀소. 나는 당신의 영혼을 암담한 생각과 영벌(永罰)의 정신에서 끌어내어 천주께 바친 거요.(1부 193쪽)". 당연히 감명 받아야죠. 이를 계기로 장 발장의 삶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속죄의 마인드로 바뀝니다. 마들렌이란 이름으로 불쌍한 사람들을 돕다가 시장이 되는데, 여기서 장 발장을 쫓는 자베르 경감이 등장합니다. 어째 잘 넘어가는가 했는데 어디선가 장 발장이 잡혔다는 이야길 듣고 법정으로 달려가 자신이 장 발장이라고 밝혀버립니다.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양심의 발로겠지요. 이즈음 어린 딸을 위해 몸을 팔다 죽어가는 팡틴의 부탁으로 사악한 테나르디에 손에서 코제트를 구출하여 프티 픽퓌스 수녀원으로 들어가 10년간 잠적해 버립니다. 그런데 이 코제트가 자라서 그만 젊은 공화주의자 마리우스란 청년과 사랑에 빠지네요. 장 발장은 코제트를 위해 바리게이트 항쟁에서 죽기 직전의 마리우스를 구출하고 둘의 결혼을 성사시키지만 조용히 사라집니다. 나중에 전말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장 발장을 찾게 되고 이들 앞에서 장 발장은 숨을 거둡니다….
2) 워낙 잘 알려진 소설을 두고 이러니저러니 말하기 심히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전 권에 흐르는 기본을 한 마디 읊어보라면 '인간 본연의 가치'가 아닐까 합니다. 용서와 사랑! 말은 쉽고 행동으로는 어려운, 그러나 지향해야할 '인간성'을 빅토르 위고는 말하고자 하는 거겠지요. 1800년대의 프랑스 민중들의 삶이 아주 고단했나 봅니다. 오죽하면 이 책의 제목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이 '비참한(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의미이겠습니까. "죄인은 죄를 범한 자가 아니라, 그늘을 만든 자다(1권 31쪽)."는 말이 참 와 닿습니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혁명을 꿈꾸는 젊은 진보주의자들이 흘린 피는 부질없어 보이나 사실은 변화의 초석이지요. 작가는 혁명을 통해 민중의 지난한 삶이 변화되길 바랬을까요? 사실 여기서 헷갈립니다. 장 발장을 통해 보여주는 점진적이고 포용적인 변화와 ‘ABC(Abaisse)의 벗’들이 보여주는 급진적인 변혁이 대립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려진 것처럼 대중의 각성을 가져온 젊은 아베쎄들에게 보내는 존경과 그리움일까요?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장 발장과 자베르의 관계야 테제에 대한 안티테제 (Antithese;反定立)의 고전적 기법이니 그러려니 하구요, 미리엘 주교와 장 발장, 황제와 자베르 그리고 테나르디에의 대립구도에서 마리우스와 코제트가 탈출구이며 미래의 희망이겠지요. 어쨌거나 수렁에 빠진 한 인간이 어떻게 성스러운 존재로 변할 수 있는지... 신의 뜻을 어찌 알겠습니까. 다만 짐작할 뿐이지요. 그런데 이런 심오함을 이해하는 덴 동양적 사고도 꽤 유용하다고 나름대로 이해해 버립니다. 얼마 전에도 인용했던 맹자의 고자장(告子章)을 떠올리면 빅토르 위고의 플롯이 바로 보입니다.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고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고, 근육과 뼈를 깎는 고통을 주고 몸을 굶주리게 하고, 그 생활은 빈곤에 빠뜨리고 하는 일마다 어지럽게 한다. 그 이유는 마음을 흔들어 참을성을 기르게 하기 위함이며,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라고 하셨으니, 혹시 작가가 맹자의 글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은 아니겠죠? ^^
3) 민음사판 레미제라블에 대해 잠깐 평을 해야겠습니다. 지금 시중에 나온 완역판 중에서는 민음사판이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이고, 번역도 가장 낫다고 말들 하더군요. 번역자의 레벨도 최고 수준이었기에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대치에 조금 미치지 못하네요. 단문 중심으로 읽기 편한 번역인 것은 맞으나 한문 투의 문장으로 매끄럽지 않은 면이 많아 고개가 갸우뚱뚱뚜웅. 그래서 한번 찾아보니 1962년 출간된 한 출판사의 3권짜리 번역본을 바탕으로 정교수님이 한 자 한 자 원문과 대조해 가며 거의 새로이 번역하다시피 다듬었다더군요. 분명히 현대적 문체로 바뀐 것은 맞는데, 왜 그렇게 어색함이 남아있었는지 바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전 권에 걸쳐 남아있는 구시대적 단어는 교수님의 시대언어로는 아주 정상적으로(저에게도 크게 문제없이) 번역한 것은 맞으나, 한문은 거의 모르고 한글 체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신세대에겐 어색하고 모르는 단어들인지라 난처함이 있었으리라 봅니다. 그런 점에서 언젠가 다시 한 번 새로운 완역판이 나올 여지를 남겨둔 셈이라 생각해 봅니다. 결후(結喉), 역홍예(逆虹霓) _5권 하수구에서 장 발장과 테나르디에가 만나는 장면에서_ 이런 말 아는 사람 요즘 거의 없지 않을까요? 이런 부분이 크게 많았다고는 생각 안하지만 그래도 쉽게 고쳐야할 대목이 더러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가끔씩 나오는 이 책의 번역 투로 말해보면 그저 홍복(洪福)입니다….^^
2. 영화 (톰 후퍼 감독, 2012)
지금 극장에는 톰 후퍼 감독과 뮤지컬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가 제작을 맡았으며 휴 잭맨, 앤 해서웨이, 러셀 크로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이 출연한 영화 '레미제라블'이 상영 중입니다. 엊그제 보고 왔습니다, 벗님, 꼭 보려 가십시오. 후회하지 않습니다. 드물게 잘 된 영화입니다. 물론 1년에 몇 편 안보는 저의 말이니 웃기기도 하겠지만, 적어도 저번에 본 ‘블랙 스완’ 보다 몇 배는 나아보였습니다. 당연히 영화 보는 비용 아깝지 않은 별 다섯입니다. 오히려 책 좀 읽는다는 분이 안보면 분명 후회하게 되실겁니다. 책과 다른 감동, 꼭 보십시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와서 평론가나 본 사람들의 평을 보니 별 4개 정도더군요. 그 이유의 핵심에 뮤지컬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Song-Through 형식)로 이어지니 일반 영화 생각하고 가신, 뮤지컬에 젬병인 분들은 별 하나로 평점을 줬더군요. 이해합니다. 158분 동안 노랠 들었으니…. 그런데 똑똑하신 분들도 뮤지컬하고 비교하여 고주알미주알 늘어놓으신 분이 많더군요. 뮤지컬은 뮤지컬, 그걸 영상화한 것은 그 나름대로의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거 아닐까요. 저는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분들은 원작을 읽어봤을까요? 단언하건대 많은 분이 읽지 않았을 거라 속단해 봅니다. 제 관점으론 이런 감동을 주는 영화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에서 구현할 수 없는 웅장한 스케일을 잘 살려낸 영화입니다. 물론 축약이 있지만 그래도 원작에 충실하고, 출연배우들이 라이브로 부르는 노래입니다. 대단합니다. 특히 앤 해서웨이의 'I dreamed a dream'…. 감정이 절절히 스며든 게... 아~ 소름 짠~. 압권입니다. (동영상 하나 찾아 붙여봅니다). 그리고 개인적 느낌 하나, 팡틴 역의 앤 해서웨이와 김태희, 코제트 역의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한예슬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그냥 그렇다는 얘깁니다. ^^*
사실 영화를 보려가기 전날 밤 또다른 ‘레미제라블’ 영화를 봤습니다. 밤에 EBS에서 빌 어거스트 감독의 1998년작 레미제라블(출연 : 리암 니슨, 우마 서먼, 제프리 러쉬, 클레어 데인즈)을 방영하더군요. 적시에 적절하게 잘 봤다는 생각을 톰 후퍼 영화를 보는 내내 했답니다. 원작과 어울려 두 영화의 장단점이 확연히 느껴졌습니다. 올 2012년, 레미제라블이 이렇게 3편이나 와닿아 버렸네요. 아마 EBS에서 재방할 때 꼭 이 영화도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영원히 레미제라블의 내용이 잊히지 않을 겁니다….
마무리를 해야겠습니다. 만약 완역본 책만 읽었다면 곧 많은 내용이 잊히고 말았을 겁니다. 영화가 있어 감동할 수 있었고, 영화가 무엇을 놓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톰 후퍼의 영화에서는 장 발장이 마리우스를 하수구로 구해내다가 테나르디에를 만나게 되는데, 테나르디에는 마리우스의 반지를 슬쩍~ 합니다. 이게 나중에 장발장이 마리우스를 구했음을 밝히는 증거가 되지요. 그런데 원작은 반지가 아닙니다. 뭔지는 비밀이구요.^^ 마리우스와 코제트가 결혼할 때 장 발장이 코제트의 신분세탁을 한다는 거, 이런 건 원작을 읽지 않으면 모르는 겁니다. 그래서 영화와 원작을 같이 보고 읽으면 그만큼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5권짜리 원작, 읽을 만합니다. 앞에 지적했던 것처럼 요즘 잘 쓰지 않는 한문 투의 단어들이 가끔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술술 넘어가고 문학적 배경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좋은 책과 영화를 놓치면 정말 후회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이만 물러갑니다….
독자들에게 '장 발장' 으로 더 알려진 <레 미제라블> 은 고전 중에 고전으로 다양한 버전(책 제목도 다양하거니와 번안본 다이제스트본등 출판 형식도 다양합니다)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더랬죠. 제 기억에도 학창시절에 축소 요약된 문고판 혹은 시험용으로 전체 줄거리만 써머리된 페이퍼 형식으로 읽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네요. 그러다 보니 사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아니 <장 발장> 에 대한 감흥은 그리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아주 판에 박힌 권선징악적인 결말과 교훈적인 울림은 <백설공주> 와 같은 우화 비슷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원작이 이렇게 방대한 내용인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거든요.(하긴 그 동안 클래식을 접하면서 다소 놀라는 부분들이 바로 이런 거 아닌가 생각됩니다. 알고 있다고 혹은 읽어 봤다고 생각했던 유명작들을 막상 대면할때 느끼는 부분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처음 출발은 뭐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데로 시작하지만 작품속에 들어가게 되니 정말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게 합니다. 그리고 작품을 읽으면 읽을수록 작품속으로 빠져들면서 절로 무릎을 치게 만들고 '아하' 라는 감타사를 연발하게 만드네요.
자 그럼 <레 미제라블> 의 세계로 한번 들어가보죠. 주의할 점은 내용이 방대하다 보니 주절주절 서평도 길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구요. 이 점은 나름 빅토르 위고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 표명이라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음 도저히 간단하게 줄여서 리뷰를 올릴 자신이 없더라구요. 아마도 저의 무지와 능력의 부재이지 않을까라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이런 말투도 위고를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참 깜박했는데 전제가 있네요. 지금까지 레 미제라블을 장 발장이라는 문고판 내지는 축소 번안판으로 읽은 독자들 그러니까 완역 작품을 대하지 못했던 독자들 이라면 더 공감되지 않을까 싶네요.
▣ 첫 도입부는 정말(물론 저한테 해당됩니다) 지루하고 약간의 짜증을 동반합니다. 아~ 고전이라는 이런 것 인가 하는 생각 예전에 그 유명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런 생각들(저한테는 솔직히 이게 뭐야라는 느낌이 더 강했고 5권을 읽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먼저 들었습니다) 로 시작됩니다. 그래도 일단 고전이니까 참아가면서 읽어 나가다 보면 그 이름도 익숙한 우리의 주인공인 장 발장이 등장하면서 내러티브의 속도와 긴장감이 급상승 하기 시작하네요. 뭐 대부분의 유럽 소설들이 그렇지만 이번 작품은 유독 인물에 대한 설명이 마치 엑스레이로 투과하듯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세세하게 설명되고 있어 정말 독자들로 하여금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는 것입니다.- 이 점은 작품 전반에 걸쳐 투영되어 있어 등장 인물들의 숨소리를 듣는 듯한 사실감을 증폭시켜 준다는 점에서 위고의 치밀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다소 반복되고 있어 약간은 지루한 맛도 있지만요. 워낙 인물 묘사에 대가인 점 인정치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잘 나가던 내러티브(여기까지는 예전의 기억이 생생하게 다가옵니다)가 갑자기 샹 마티외 재판을 계기로 돌변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그 유명한 장 발장이라고 까발리는 마들렌 시장의 고백은 재판장과 판,검사 그리고 배심원과 방청객을 당황케 하는 만큼 독자들도 상당히 당황하게 한다는 것이죠(음 대충 작품의 분량을 미루어 짐작해 봐도 아니 왜 이렇게 초장에서 이 무슨 시츄에이션인가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뭐 이런거 있지 않습니까. 어디선가 대충은 본 듯한 현상이 데자뷰되는 듯 한데 왠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들. 물론 그 동안 알아왔던 레 미제라블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모른체 말입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도입부를 건너가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게 되죠.
그런데 2부에 들어서면 또 다시 한번 더 작품의 분위기가 확 돌변합니다(이거 왜 항상 초입부에 이런 설정을 해 놨는지 도통 모르겠지만요). 약간 생뚱 맞다고 할까요(물론 전 작품의 분량에 비해선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지만요) 막상 작품을 대하는 독자의 눈에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게 하죠. 갑자기 등장하는 워털루 전투와 다시 권력을 잡는 부르봉 왕가등 당시 프랑스, 유럽의 역사가 서사되면서 우리의 장 발장은 귀퉁으로 밀려납니다. 특히 워털루 전투의 발발과 전개 그리고 결말에 이르는 서사는 카이사르의 내전기 이후 가장 전쟁을 제대로 묘사한 부분으로 남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책을 읽는 내내 화약냄새와 포성과 병사들의 함성을 느낄수 있을 만큼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묘사가 1부 도입부에서 주교에 대한 묘사에서 눈치는 챈 독자라면 아 이 양반의 주전공임을 알아채게 합니다. 이러한 스트럭쳐는 3, 4, 5부로 가면 갈수록 독자들이 넘어서야할 무거운 담론과 서사의 시초라는 점, 그리고 작품을 읽으면 읽을수록 문학작품인지 정치,역사 혹은 시대 평설인지 아리까리 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생각외로 진도가 팍팍 나가질 않습니다. 근데 이런 구조가 은근히 시선을 붙들어 매고 있다는 점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 작품 전체적인 내러티브 진행중에 군데 군데-아마도 어떤 독자들은 짜증낼 만큼 장 발장에 빠져들려면 등장하고 불쑥 머리를 들이대는 위고의 너스레라고 할까요. 생뚱 맞는듯한 또 다른 부연 설명들 마치 굳이 그렇게 친절하게 서사를 하지 않더라도 전체 내러티브를 이해하고 읽어나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을듯 한데 -예를 들어 워털루전투의 상세묘사, 베르나르 수도원, 파리시내의 하수도의 구조도와 연혁, 공화제와 왕정의 비교 검토, 내란과 외란의 차이점(특히 4부는 분량도 가장 많은데다 정치적인 담론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 더욱 더 진도 빼기가 힘듭니다)- 오히려 이런 카메오 같은 서사들이 내러티브 전반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등장들이 작품의 진정한 맛과 이해와 더불어 독자들로 하여금 그 장소, 그 시대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주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장 발장을 위주로한 소설부분만 도려내더라도 제법 훌륭한 평설을 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빅토로 위고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장치적인 구조가 상호 보완 역활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작품의 가치를 배가 시킨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하네요.
▣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가장 교훈적이고 도덕적인 담론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고전중에 고전작품이기에 그럴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가져보게 되지만 만약에 이러한 담론들이 일률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사되고 있다면 어디 문학작품이겠습니까 그저 바이블 같은 느낌의 수양록이 되겠죠. 하지만 빅토르 위고는 당시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아노미 상태에 빠져있는 시대상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교훈적이고 도덕적인 담론들을 내러티브에 녹여 놓았다는 자체가 독자들에게 정형화되거나 진부한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는 것이죠. 여기에 자신의 전공인 인물과 장소, 지리, 사물(심지어 깨진 그릇에 이르기까지요 정말 엄청납니다)에 이르는 세밀한 묘사는 문학적인 작품성을 높이고 등장인물들과 당시 시대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설정과 효과는 이 작품 자체를 읽는 것 만으로도 마치 눈 앞에 펼쳐지는 스크린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생생한 현장감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고전작품과는 사뭇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마도 별도의 각색없이 그 대로 원작을 차용하더라도 훌륭한 영상과 뮤지컬이 탄생할 수 있을 만큼 빅토르 위고섬세하고 치밀함을 볼 수 있습니다. 마르틴 베르가의 분원인 베르나르 교단의 수녀원의 건물 모습을 묘사하는 과정을 보게 되면 정말 문손잡이, 벽지의 문양과 색깔, 창틀의 구조, 마루바닥의 흠집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세세한 묘사를 하고, 파리 전역의 거리, 그 거리에 있는 상점과 건물들 그리고 그 거리를 활보하는 인물들의 표정과 옷차림(특히 위고는 이러한 인물들의 겉모습을 통해서 그 사람의 심리상태까지 연상케 한다는 점은 가히 압권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건물들의 배치와 등등 이러한 면을 통해서도 가히 완벽한 영화의 시나리오와 뮤지컬의 극본에 걸맞는 무대효과를 설치하는데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 위고는 작품 전반을 통해서 제목에 걸맞는 불행하고 불쌍한 사람들 즉 당시 대다수의 프랑스 민중을 모델로 삼았습니다. 혁명과 제정 그리고 왕정의 복고와 다시 맞은 혁명등 프랑스의 정치 사회는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좌와 우, 위와 아래를 번갈아 왔다갔다 했지만 정작 민중들에게는 특히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겐 그저 무의미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 쪽의 서사(역사 평설)는 당시 정치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다른 한 쪽의 서사(소설작품)는 그저 그와는 별개의 세상을 살아가는 민중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민중들의 비참한 이야기의 근원이 바로 정치였다는 점을 은근히 비꼬는 역활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도 한 몫 거들고 있고요.
정말 엄청난 大作을 만났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대작일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고요. 그저 몇 마디 말로만 표현하는 그런 대작이 아니라 마음속 깊이 우러나오는 형용할 수 없는 그런 대작이자 명작입니다. 소설가 백영옥은 "고전이 재밌다 라는 말은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그건 마치 뜨거운 욕탕에 들어앉아 '어! 시원하다' 라는 아버지의 거짓말과 일맥상통한다." 고 했습니다. 이런 고전의 정형이 바로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닐까요? 그 동안 한 쪽의 서사만을 다룬 간략한 번안이나 다이제스트본으로 접해왔던 <레 미제라블> 은 잊어야 할 것 같네요. <장 발장> 이 아닌 <레 미제라블> 의 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왠지 이 엄청난 명작을 읽고도 초라한 서평으로 댓가를 갈음하는 제 자신이 부끄럽게 여겨집니다.
Tip 1.) 분명하게 문학작품임에 틀림없어 보이지만 정말 냉혹한 시선으로 바라 보면 역사평설과 문학소설이 혼합되어 있는 유니크한 스트럭쳐를 지니고 있습니다. 분명 문학적인 측면만 놓고 봐도 압권이지만 평설적인 부분 역시 빼어난 역사의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 마지막 왕 루이 필리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아마도 자신이 2월 혁명을 계기로 왕당파에서 공화파로 전향하면서 "혁명은 바로 반항의 반대이다, 혁명은 훼손되더라도 지속되고 피투성이 되더라도 살아남는다 혁명은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되므로 존재한다" 라는 서사가 자신의 공화파 전향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표면상으로는 마리우스라는 청년을 내세워 자신의 사유를 보여주지만 질노르망 영감의 역활 역시 상당히 위고의 사유가 잔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번 작품은 필히 프랑스의 근대사를 한번 확인하고(2월, 7월 혁명등 뭔놈의 혁명이 많습니다) 읽어나간다면 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Tip 2.) 4부 7번째 챕터의 '결말' 이라는 장에서 위고는 당시 민중들 즉 레 미제라블이 사용하는 비어, 속어에 대한 별도의 장을 마련하여 곁말의 어원과 형식 그리고 사용처 등 상당히 고급스러운 언어학자다운 고찰을 보여주는데요. 이 갑작스러운 등장은 독자들을 다시 하번 당혹하게 하지만, 앞 뒤 면밀히 생각해보면 작품과 연계해서 더 부각시키기 위한 작가의 의도이지 않을까 싶네요. 이렇듯 <레 미제라블> 속에는 예상치 못한 서사들이 카메오 출연 같이 상당히 많이 산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서사들이 장 발장을 비롯한 당시 프랑스 민중들의 삶을 보충하는 역활을 하고 있고요. 이런 점 같이 음미하면서 읽는다면 한층 더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레미제라블의 내용이야 두말할 것도 없이 최고입니다. 문학책이긴 하지만 그 안에 당대 프랑스(넓게는 유럽)의 역사, 철학, 사회, 문화 등 방대한 내용이 모두 담겨있습니다. 말그대로 대서사시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어렸을 적 봤던 '장발장'이라는 책은 레미제라블 원전에서 '스토리'만 빼온 것으로 그것만 읽어도 레미제라블의 내용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처럼 레미제라블 원전을 완역한 책에는 줄거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저자가 역사적 상황에 대한 나레이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나 혁명 전후의 유럽 역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도저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가 프랑스 역사책을 한번 보고 다시 보니 처음보다는 쉽게 받아들여집니다. 아무튼 레미제라블 세기의 고전입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꼭 읽어보시길!
하지만 번역과 편집에 있어서는 상당히 실망스럽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전집을 내놓고 있는 출판사 중 가장 믿음직한 출판사 중 하나가 민음사이지만 민음사는 가끔 뒤통수를 칩니다. 번역이 썩 잘돼있는 책이 있는 반면 정말 이상한 책들도 상당히 많은데 이번 레미제라블은 <이상한 책들>에 속합니다.
기본적인 철자법, 연도 틀린 부분이 정말 많습니다. 제가 일일이 볼펜으로 고쳐가면서 봤구요....프랑스어를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옮기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건 익히 아는 바이지만 우리말 어법에 어색한 부분도 굉장히 많습니다. 물론 원문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서 그랬겠지만 어색한 문투 때문에 중간중간 멈춰서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이게 무슨뜻이지? 이렇게요..
하지만 이 부분은 모든 불문학 서적의 공통점입니다. 영어는 몰라도 프랑스어는 어쩔 수 없나봅니다. 우리랑 말하고 생각하는 사고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그렇다고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으로 쓰면 원문을 역자가 자기 마음대로 요리한 것이 될테니 어쩔수 없는 한계이지요.
하지만 맞춤법 틀리는 건 도저히 용납이 안되네요. 한두군데도 아니고 1권에서 5권까지 두루두루 있네요.
꽤 권위있는 출판사에서 이런 실수는 자꾸 하시다니. 양이 많으니 여러번 검수하기 힘들어서 그냥 대충대충 끝냈나 봐요.
원작은 인류의 유산급이지만 번역과 편집에서의 다수의 오류 때문에 권위가 약간 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