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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1
리뷰 총점9.2 리뷰 12건 | 판매지수 6,108
베스트
세계각국소설 11위 | 소설/시/희곡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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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455g | 132*225*20mm
ISBN13 9788937479793
ISBN10 8937479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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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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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 나는 죽은 몸
2. 내 이름은 카라
3. 나는 개입니다
4. 나를 살인자라고 부를 것이다
5. 나는 여러분의 에니시테요
6. 나는 오르한
7. 내 이름은 카라
8. 저는 에스테르랍니다
9. 나는, 셰큐레
10. 저는 한 그루 나무입니다
11. 내 이름은 카라
12. 나를 나비라 부른다
13. 나를 황새라 부른다
14. 나를올리브라 부른다
15. 저는 에스테르랍니다
16. 나는, 셰큐레
17. 나는 여러분의 에니시테요
18. 나를 살인자라고 부를 것이다
19. 저는 금화올시다
20. 내 이름은 카라
21. 나는 여러분의 에니시테요
22. 내 이름은 카라
23. 나를 살인자라고 부를 것이다
24. 나는 죽음이다
25. 저는 에스테르랍니다
26. 나는, 셰큐레
27. 내 이름은 카라
28. 나를 살인자라고 부를 것이다
29. 나는 여러분의 에니시테요
30. 나는, 셰큐레
31. 내 이름은 빨강
32. 나는, 셰큐레
33. 내 이름은 카라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다. 마지막 숨을 쉰 지도 오래되었고 심장은 벌써 멈춰 버렸다.
--- 본문 중에서

나는 카라의 에니시테다. 처음에는 카라의 어머니가 그에게 나를 ‘에니시테 에펜디’라고 부르도록 가르쳤는데, 나중에는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나를 에니시테라고 부르게 됐다. 카라가 우리 집에 들락거리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우리가 약사라이 동 뒤편, 밤나무와 보리수가 우거진 어둡고 눅눅한 골목에 살던 시절부터였다.
--- p.61

만약 당신들이 세밀화를 그리거나 예술 창작을 하면서 실망감을 맛보고 싶지 않다면, 그것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버려야 한다. 당신들이 타고난 재주가 얼마나 뛰어난지는 몰라도, 부와 명예는 다른 곳에서 찾는 게 좋을 것이다.
--- p.53

활활 타오르는 그의 눈을 처음 보자마자 나는 사랑에 빠졌습니다. 검은 머리칼, 새하얀 피부, 초록색 눈동자는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팔뚝도 단단하고 강해 보였지요. 하지만 그는 늘 잠든 아이처럼 천진하고 조용했습니다.
--- p.92

사랑이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걸까요, 아니면 바보들만 사랑에 빠지는 걸까요? 저는 오래전부터 방물장수 겸 중매쟁이 노릇을 해 왔지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서로 불이 붙을수록 더 영리해지고 약아지며 지능적으로 술수를 쓰는 연인들 중에서도 특히 남자 쪽이 저는 아주 궁금하답니다.
--- p.164

“색의 의미는 그것이 우리 앞에 있다는 뜻이며, 그것을 우리가 본다는 것을 뜻하지. 보이지 않는 사람에겐 빨강을 설명할 수 없네.”
--- p.362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동양과 서양의 문명이 함께 이룩해 낸 위대한 도시 이스탄불
오스만 투르크 제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음모와 배반, 목숨을 건 사랑

2002년 프랑스 최우수 외국 문학상 수상
2003년 이탈리아 그린차네 카보우르 상, 인터내셔널 임팩 더블린 문학상 수상

20세기적 글쓰기로 16세기를 마술처럼 생생하게 복원해 내는 비범한 능력,
오르한 파묵에게 ‘진정한 이야기의 대가’라는 칭호를 붙여 준 작품

『내 이름은 빨강』은 등장인물들이 번갈아 가며 화자로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사건이 전개되어 가는 구성으로, 역사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현대적 서사기법을 취하고 있다. 살해당한 시체, 여자 주인공 셰큐레, 남자 주인공 카라, 술탄의 밀서 제작을 지휘하며 서양의 화풍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했던 두 번째 희생자 에니시테, ‘나비’, ‘올리브’, ‘황새’라는 예명을 가진 세 명의 세밀화가는 물론, 금화, 나무, 죽음, 빨강(색), 악마, 그림 속 개까지 말을 한다. 이러한 서사기법은 독자들로 하여금 이들 중 과연 누가 살인범인지 궁금해지게 만들뿐더러, 각각의 인물들이 처한 정황과 생각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하면서 작중 인물들에 대해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다양한 색깔을 가진 목소리들이 차곡차곡 겹쳐지면서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완성하는 이러한 서사기법은 마치 블록을 쌓아 나가는 듯한 인상을 주며, 이 작품이 대단히 치밀한 건축학적 구성을 갖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동시에 각각의 이야기들은 넓은 화폭 위에 대단히 섬세하고 정교하게 그려진 오브제들을 연상시키는데, 이것은 작품 속에서 세밀화를 그리는 화가들의 이미지와 겹쳐지면서 이슬람 문화의 꽃인 세밀화를 이야기의 형태로 구현해 내고 있다. 이처럼 파묵은 역사 소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대단히 모던한 서사 방식에 추리 소설의 기법을 가미하고, 거기에 이슬람의 역사와 문화, 문명의 흥망성쇄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감싸 안는 심오한 통찰력을 발휘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대단히 지적이고도 문학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획득한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새삼 실감하게 한다.

전쟁과 테러의 위협으로 가득한 이 세계에서
화해와 상호이해의 미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문제작

어린 시절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오르한 파묵은 일찍부터 이슬람 화가들의 세밀화를 모사하며, 미술에 대한 안목을 키워 왔다. 그런 그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십 년에 걸친 준비 끝에 완성한『내 이름은 빨강』은 한마디로, 다큐멘터리를 능가하는 이슬람 회화사의 생생한 기록이다.

16세기 말, 서쪽으로는 이탈리아, 남쪽으로 이집트, 동쪽으로는 인도와 중국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무대로 하는 이 소설에는 쉴레이만 대제 시대의 궁정화원장으로 『축제의 서』를 제작한 오스만과 벨리잔(‘올리브’라는 예명의 세밀화가)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또한 이슬람 세밀화의 대가인 비흐자드(?~1564)와 페르시아 세밀화의 중요한 화파 가운데 하나인 헤라트파의 생성과 소멸 과정이 현재 시점으로 재현된다. 또한 페르시아 문학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견되는 러브 스토리인『휘스레브와 쉬린』은 물론, 『레일라와 메즈눈』,『유수프와 줄라이하』 등 페르시아의 다양한 전설과 민담이 상세히 소개되고 있으며, 루미, 자미, 사디, 로크만, 푸줄리, 페르도우시 등 페르시아의 대표적인 시인과 역사가의 작품들도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이 작품을 보면 오르한 파묵의 미술과 예술에 대한 뛰어난 안목과 통찰력이 전문가의 수준을 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소설에서 세밀화가들 사이의 갈등은 근본적으로 시대성을 띠며, 문명과 문명의 충돌이라는 층위 외에도 역사적인 필연성에 저항하는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갈등을 보여 준다. 전범이 되는 작품을 완벽하게 모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러한 고도로 단련된 기예를 통해 신에게 가까워지고자 하는 근대 이전의 예술론과 ‘작가 의식’이 싹튼 이후의 예술, 즉 개인의 ‘창의성’과 ‘창작’이라는 개념 간에 빚어지는 충돌이 결국은 살인까지 불러오고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이 소설이 왜 오늘날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지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각 문화의 개별성과 고유성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며, 그 속에는 항상 소중히 간직되고 지켜지며 보호되어야 할 요소들이 있다. 동시에 세계의 문명은 언제나 새로운 것들과 충돌하면서 섞이고 변화하는 가운데 진보한다. 사실 수천 년에 걸친 문명의 투쟁의 역사는 바로 이러한 진보의 과정이었다. 『내 이름은 빨강』은 이런 거시적 관점의 역사 속에 있는 각각의 개인들, 즉 ‘인간’을 보여 준다. 그들이 왜 투쟁하며,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희생하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현기증이 일 정도로 아름답고, 경이로울 정도로 다채로운 문학의 진수.
-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오스만 제국 예술가들의 치열한 삶과 사랑을 놀라울 만큼 생생하게 재현해 낸 이 시대의 고전.
- LA 타임스
문학적 묘미와 읽는 재미를 결합한 완벽한 소설.
- 데일리 텔레그래프

회원리뷰 (12건) 리뷰 총점9.2

혜택 및 유의사항?
눈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엠*이 | 2020.01.26 | 추천8 | 댓글2 리뷰제목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다가 "낮에 잃은 것을 밤이여 돌려다오"라는 문장에 밑줄을 쳤다. 종일 찌들어 퇴근하고 이 문장을 노트에 적었다. 하지만 다음 문장은 오리무중이다. 오늘 무수한 것들을 스쳤는데 뭐 하나 제대로 생각나지 않는다. 동료들과 술 한잔을 걸치고 헤어졌지만 찜찜한 마음이 든다. 응어리진 뭔가가 있어도 숙취와 함께 사라졌다. 숙취야 내일 아침이;
리뷰제목

 괴테의파우스트 읽다가 "낮에 잃은 것을 밤이여 돌려다오"라는 문장에 밑줄을 쳤다. 종일 찌들어 퇴근하고 문장을 노트에 적었다. 하지만 다음 문장은 오리무중이다. 오늘 무수한 것들을 스쳤는데 하나 제대로 생각나지 않는다. 동료들과 한잔을 걸치고 헤어졌지만 찜찜한 마음이 든다. 응어리진 뭔가가 있어도 숙취와 함께 사라졌다. 숙취야 내일 아침이면 미역국에 풀릴 테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형체 없이 떠다니는 상념을 보려고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늦은 밤에 낮에 잃은 것들을 끄집어내서 들여다본다.

 글을 언어의 한계를 절감한다. 그래서 자주 허공을 응시하고 허벅지를 긁는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가 버거워 부산스럽다. 볼품없는 문장을 적으면 절로 무력감이 든다. 하지만 뭐라도 써야 불안이 사그라지니 어쩔 없다. 부단한 성격은 쓸데없이 문장을 늘어뜨린다. 갈팡질팡하다 이럴 알았지. '그리고, 그러하여, 그런데도' 남발하면서라도 어찌할 바를 적어나간다. 삽질에도 근력이 붙는지 한결 수월한 기분에 휩싸인다.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한다. 어렵사리 책을 펴도 귀가 팔딱거리며 읽고 싶은 책이 생긴다. 요즘 오르한 파묵의 이름은 빨강 읽는데 그새를 참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 신간 권을 주문했다. 좀처럼 책장이 넘어가지 않으니 요령부득하다. 어머니는 분명 책에는 돈을 아끼지 말라고 하셨는데, 요즘엔 책도 돈이라며 호통을 치신다. 뭐든 정도껏 해야 욕을 면한다. 다행히 오르한 파묵이 문장은 유려해서 읽힌다. 근데 그걸 받아먹지 못해 흘린다. 되돌아가 살펴보지만, 의미가 혼비백산 흩어진다. 주위가 어수선해서 그런가. 문장을 붙들지 못하고 스쳐 지난다. 딴생각하느라 시간이 속절없이 지났다. 이제 자야 시간이다. 어렸을 적에도 그랬다. 열심히 아동문학 전집을 읽었는데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선천적으로 머리가 나빠서인지, 대충 읽는 습관이 돼서 그런지는 몰라도 수십 권도 넘게 사들인 계몽사 아동 문고는 흔적조차 남지 않아서 거금을 들여 방문 판매 서적을 구매한 어머니를 아연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조바심 내지 않고 다시 문장을 붙든다. 비록 기억에 없더라도 세포 어딘가에 새겨지리라 믿어버린다. 내내 잠복해있다가 어떤 위기가 닥치면 구원해주겠지. 그렇게 믿지 않으면 견딜 없다.


 오래전 글을 읽으면 생경한 느낌이 든다. 어쩐지 내가 글이라고는 믿을 없는 내용이 한가득하다. 현실의 나완 묘하게 다른 누군가가 우두커니 있다. '당신 누구시오.' 물어봐도 딴소리만 한다. 그건 마치 원근법을 무시한 그림처럼 시각 너머의 관념에 가깝다. 앙리 마티스의 그림처럼 색만 휘황하지 현실감이 없다. 어쩌면 글에는 내가 바라는 이상향과 애써 보이고 싶지 않은 내가 담겨서 왜곡되는지도 모른다. 마치 인스타그램에 담긴 나처럼 현실과 거리를 이미지만 남을지도. < 이름은 빨강에서 등장하는 살인사건도 이런 갈등에서 시작되었다.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유럽식 화풍이 오스만 튀르크 말기의 이스탄불에 스며들고, 기존 이슬람 전통 화가들은 생계가 위태로워진다. 결정적으로 술탄이 유럽식 화풍을 적극 지지 하면서 갈등이 고조된다. 변화하려는 자와 지키는 자가 맞부닥쳐 갈등이 벌어지는 양상은 흔하다. 하지만 갈등이 예술과 종교로 번지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이슬람 화가들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 그리지 않는다. 그들이 믿는 신은 현실과 달리 전지적이라 그런 수고로움이 필요 없다. 금을 덧씌우고 색을 찬란하게 그리는 공을 들여도 그깟 원근법 따윈 무시한다. 신은 높은 바벨탑 꼭대기에서 우릴 굽어보는데 원근법 따위를 따질 리가 없다. 쪼그마한 인간은 길바닥의 모래처럼 구분할 없다는 식이다. 고작 인간 따위가 보는 방식을 이슬람 화가에게 적용하라는 신성모독이라고 주장한다.

  통념에 세차게 휘둘리는 사람으로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겠다는 예술가의 욕망을 이해하지 못한다. 세상을 내키는 대로 그려내고 그걸 믿어버리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런 사람이다. 소설에서 카라라는 잘생긴 청년이 나오는데 그는 유부녀이자 어릴 적부터 짝사랑한 여자를 사랑한다. 남이 보기엔 그의 사랑을 이해할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 세상에 하나뿐인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이여.'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랑에 투신한다. 사랑에 빠진 남자에게 그녀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 온통 그녀가 아른거리는데 원근법 따위 따질 없다.


 오늘은 이름은 빨강 사라지기 전에 글로 남겼다. 생각을 곱씹어도 별것 없지만, 좋으면 좋은 대로 별로면 별로인 자체로 정확한 감각을 적었다. 상상의 발로가 글에 드러나 누추한 현실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역시 소설 얘기는 않고 실컷 딴소리만 늘어놨다. 늘어놓은 문장을 읽어보니 평소 의식하지 못했던 생경한 내가 얼핏 보인다. 도시를 에워싼 무수한 사람 하나가 아니라, 홀로 들판을 걷는 비루한 뒷모습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카라의 뒤를 쫓아 세큐레의 청순한 얼굴을 훔쳐봤다. 글은 의심의 여지 없이 오르한 파묵을 읽는 일상구간에 글이다.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8 댓글 2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16세기 말 이스탄불의 갈등]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가*비 | 2020.02.19 | 추천4 | 댓글0 리뷰제목
내 이름은 빨강/ 오르한 파묵/ 199816세기 말 이스탄불의 갈등   1제목의 ‘빨강’은 전통(혹은 인습)에 항거하는 새로운(혹은 불온한) 생각의 상징? 아니면 정반대로 서양화풍에 대항하여 세밀화의 전통을 지키려는 열정? 살인을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고, 세밀화에 자주 등장하는 색, 빨강이기도 하다. 만약 ‘내 이름은 빨강’이란 말이 살인자인 올리브의 고백이라고 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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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오르한 파묵/ 1998



16세기 말 이스탄불의 갈등

 

1

제목의 빨강은 전통(혹은 인습)에 항거하는 새로운(혹은 불온한) 생각의 상징? 아니면 정반대로 서양화풍에 대항하여 세밀화의 전통을 지키려는 열정? 살인을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고, 세밀화에 자주 등장하는 색, 빨강이기도 하다. 만약 내 이름은 빨강이란 말이 살인자인 올리브의 고백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빨강은 세밀화에 대한 애정인 동시에, 새로운 베네치아 화풍에 대한 동경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2.에서 밝혀본다. 결국 빨강은 동양과 서양,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전통과 새로움의 갈등을 상징하는 색이라고 하겠다. 그것은 16세기 말 오스만 제국의 이스탄불이 겪은 갈등이기도 하다.

 

2

살인자는 올리브였다. 그는 엘레강스를 죽였다. 에니시테와 함께 하는 새로운 그림에 대해 엘레강스가 반대하기 때문이다. 또 올리브는 에니시테까지 죽였다. 세밀화에 대한 애착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에니시테는 술탄과 비밀스럽게 서양화풍으로 화집을 만들고 있었다. 그럼 도대체 올리브는 어느 입장인가? 그는 어느 입장도 아니다. 그는 베네치아 화풍과 세밀화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였다기보다는 이 소설의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는 예술가로서의 삶과 관련하여 고민하고 행동했다고 하겠다. 스타일과 서명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예술 외적 요소에 매달린 자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3

반면에 예술가로서의 삶을 대변하는 인물 중 화원장 오스만이 있다. 그는 전통 세밀화의 정신을 지키려고 고집하다가 급기야는 바늘로 자신의 눈까지 찌른다. 이는 예술지상주의의 모습이다. 나는 이렇게 형상화된 모습을 많은 우리 문학에서 보아왔다. 특히 김동리의 소설들. <서편제도 마찬가지다. 서구인들이 아무리 소리가 위대하다기로서니 딸의 눈을 멀게 한 아버지의 패륜적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서 서편제영화를 보고 구토를 일으켰다. 나도 그렇다. 이런 종류의 미친 예술은 싫다. 작가가 오스만을, 예술지상주의를 옹호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예술에 대한 중독적인 사랑이 존재함을, 그리고 그것이 인류 문화에 중요한 동력이 된 것임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4

이 소설에서 가장 특이하고도 신경이 쓰이는 것은 시점을 옮겨 가며 서술하는 방식이다. 이 독특한 시도의 득과 실은 무엇인가 

[] 시점의 이동은 마치 홍상수 감독의 영화 ! 수정처럼 흥미롭다. 살아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이미 죽은 사람, 사물까지 자신을 말하게 한다. 이는 전통적 소설 내레이션의 지루함을 날려버린다.

[] 주의 산만하고 긴장감이 박탈된다. 작가의 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닌가? 이렇게 하면 너무 쉽게 쓸 것 같다.

1인칭 시점, 3인칭 관찰자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중 그 무엇도 아니다. 전지적인 작가라면 모든 인물의 운명을 손아귀에 넣고 있다. 하지만 1인칭 시점을 취할 수는 없다. 왜냐 하면 1인칭 화자 ''는 다른 인물에 대해서는 모르기(관찰할 수만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1인칭 시점으로 카라와 셰큐레의 생각을 각각 전하는 장면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화자 '나'로서의 카라와 셰큐레가 아니다. 작가가 살짝 가면을 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카라와 셰큐레는 각각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 전지자로서의 작가는 알고 있다./ . 1인칭 서술자로서의 작가는 모른다.] 이는 모순이다. 도대체 전지적인 작가가 각각의 인물로 화하여 1인칭 서술자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은 새로움의 상쾌함보다는 너무 제 맘대로 해버린 불쾌함이 있다.

 

5

이스탄불이라는 도시. 콘스탄티노플-비잔티움-이스탄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도시. 각각의 이름이 역사 속에서 기나긴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도시. 동서양의 만남(혹은 갈등)이 이루어진 도시. 이 도시에서 동서양이 융합할 수 있었던 것은 오스만투르크의 관용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이슬람은 기독교보다 인자했다. 이 소설은 오스만투르크라는 생소한 나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용어들에 대해 공부하게 된다. 샤와 칸과 술탄과 칼리프는 어떻게 다른가? 모두 지배자를 일컫는데 민족에 따라 달리 부른 결과이다. 페르시아는 샤, 몽골은 칸, 투르크는 술탄이라 불렀다. 칼리프는 아랍 쪽 용어다.

 

6

이슬람 세밀화는 어떤 것인가? 유행은 돌고 돈다. 장식적이고 평면적 구성. 분할된 화면에 각각 독립적인 개체들. 서양미술사에서 르네상스(소설에서는 베네치아 화가들로 나타난다)와 고전주의 시대에 우리는 원근법을 강조하고 입체감을 돋우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상주의에 와서는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고, 세잔이나 고갱과 고흐에 와서는 아예 무시되어 버린다. 그렇다면 무엇이 최상의 태도란 말인가? 그저 흘러갈 뿐이다. 돌고 돌 뿐이다.

 

7

이 소설은 2006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어떤 점에서? 추측건대, 노벨문학상의 수상 범주를 제3세계 문학으로까지 눈을 돌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리라. 아니 정치적으로 이해하지 말고, 좀 더 이 작품 자체에 천착해 보자.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이다. 실은 노벨상 이전에 이미 유럽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니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 아닌가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0
구매 내 이름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a******k | 2021.05.30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사랑이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걸까요, 아니면 바보들만 사랑에 빠지는 걸까요? 저는 오래전부터 방물장수 겸 중매쟁이 노릇을 해 왔지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서로 불이 붙을수록 더 영리해지고 약아지며 지능적으로 술수를 쓰는 연인들 중에서도 특히 남자 쪽이 저는 아주 궁금하답니다. 이 구절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소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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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걸까요, 아니면 바보들만 사랑에 빠지는 걸까요? 저는 오래전부터 방물장수 겸 중매쟁이 노릇을 해 왔지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서로 불이 붙을수록 더 영리해지고 약아지며 지능적으로 술수를 쓰는 연인들 중에서도 특히 남자 쪽이 저는 아주 궁금하답니다.

이 구절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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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6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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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오르한 파묵 소설 중에서 가장 재밌습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앵* | 2020.09.03
구매 평점5점
세큐레와의 시린 만남...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s****8 | 2020.02.10
구매 평점5점
너무 좋아하는 책이라 소장용으로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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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뗑**지 | 202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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