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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264g | 132*225*20mm
ISBN13 9788937463594
ISBN10 8937463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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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해가 어머니의 얼굴을 비추어 어머니의 눈이 푸르스름하니 반짝였다. 얼핏 노여움을 띤 그 얼굴은, 대뜸 달려가 안기고 싶을 만치 아름다웠다. 그리고 나는 아아, 어머니의 얼굴은 아까 본 그 슬픈 뱀과 어딘가 닮았다고 생각했다.
--- p.19

내가 불을 내고 말았다. 내가 불을 내다니. 내 생애에 그런 무서운 일이 있으리라고는 어릴 적부터 지금껏 꿈에서조차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건만.
--- p.31

삼촌의 말로는 이제 우리 돈이 거의 바닥이 났다는구나. 저금 봉쇄다, 재산세다 해서 이제 삼촌도 지금까지처럼 우리한테 돈을 보내기가 힘들어졌다는 거야.
--- p.47

데카당?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는걸. 그런 말로 나를 비난하는 사람보다는 “죽어 버려!”라고 말해 주는 사람이 더 고맙다. 산뜻하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좀처럼 “죽어 버려!”라고 말하지 않는다. 쩨쩨하고 용의주도한 위선자들이여!
--- pp.65~66

나는 이번에 누나의 돈을 받으면 그걸로 약국 빚을 모두 갚고 나서 시오바라(?原)에 있는 별장에 가서 건강해진 몸으로 돌아올 작정이에요, 정말이에요, 약국의 빚을 전부 갚으면, 이제 난 그날부터 마약은 딱 끊을 작정이에요, 신께 맹세해요, 믿어 주세요, 엄마에겐 비밀로 하고 오세키를 시켜 가야노 아파트 우에하라 씨에게 부탁하세요.
--- p.70

저는 불량한 사람이 좋아요. 더구나 딱지 붙은 불량이 좋아요. 그리고 저도 딱지 붙은 불량이 되고 싶어요. 그렇게 하지 않고는 달리 제가 살아갈 방도가 없을 것 같아요. 당신은 일본 제일의 딱지 붙은 불량이겠죠. 그리고 최근 다시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추접스럽다, 역겹다며 몹시 미워하고 공격한다는 이야기를 동생한테서 듣고, 더욱더 당신이 좋아졌습니다.
--- p.92

“그럼 이제 여름이 다 지나갔으니까 어머니는 위험한 고비를 넘긴 거예요. 어머니, 마당에 싸리꽃이 피었어요. 그리고 여랑화, 오이풀, 도라지, 솔새, 참억새. 마당이 완연한 가을 뜰이 되었네요. 10월이 되면 틀림없이 열도 내릴 거예요.”
--- p.99

아아, 이 사람들은 뭔가 잘못된 거야. 하지만 이 사람들도 내 사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렇게라도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떡해서든 끝까지 살아야만 한다면, 이 사람들이 끝까지 살기 위한 이런 모습도 미워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살아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아아, 이 얼마나 버겁고 아슬아슬 숨이 넘어가는 대사업인가!
--- p.136

“지금도 날 좋아하나?”
난폭한 말투였다.
“내 아이를 갖고 싶나?”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바위가 굴러 떨어지는 기세로 그 사람의 얼굴이 다가왔고, 다짜고짜 나는 키스를 당했다. 성욕이 물씬 풍기는 키스였다. 나는 키스를 받으며 눈물을 흘렸다. 굴욕적인, 분해서 흘리는 쓰디쓴 눈물이었다. 눈물은 멈출 줄 모르고 넘쳐흘렀다.
--- p.141

나는 천박해지고 싶었습니다. 강인하게, 아니 난폭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소위 민중의 벗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술 정도로는 도저히 안 되겠더군요. 늘 어찔어찔 현기증을 느끼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러자면 마약 외에는 없었습니다. 나는 집을 잊어야 한다. 아버지의 피에 반항해야 한다. 어머니의 상냥함을 거부해야 한다. 누나에게 차갑게 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중의 방에 들어갈 입장권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p.147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저의 도덕 혁명의 완성입니다.
당신이 저를 잊는다 해도, 또한 당신이 술로 목숨을 잃는다 해도, 저는 제 혁명의 완성을 위해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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