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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곳으로

해가 지는 곳으로

[ 양장 ] 오늘의 젊은 작가-16이동
리뷰 총점9.2 리뷰 71건 | 판매지수 26,316
베스트
한국소설 74위 | 소설/시/희곡 top100 14주
정가
14,000
판매가
12,600 (10% 할인)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6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308g | 128*188*20mm
ISBN13 9788937473166
ISBN10 89374731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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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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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7
해가 지는 곳으로 15
에필로그 173

작가의 말 191
작품 해설 | 전소영(문학평론가) 193
비로소 사랑하는 자들의 모든 노래가 깨어나면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죽는 순간 나는 미소에게 무슨 부탁을 할 수 있을까. 사랑해. 사랑을 부탁할 것이다. 내 사랑을 부탁받은 미소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다. 사랑을 품고 세상의 끝까지 돌진할 것이다.
--- p.17~18

우리는 어디로 가?
우리는…… 여름을 찾아서.
여름은 어디에 있는데?
나는 손가락으로 태양을 가리켰다.
저기, 해가 지는 곳에.
미소는 혀로 사탕을 굴리며 내 손을 꼭 잡았다.
--- p.24

불행이 바라는 건 내가 나를 홀대하는 거야. 내가 나를 하찮게 여기고 망가트리는 거지. 난 절대 이 재앙을 닮아 가진 않을 거야. 재앙이 원하는 대로 살진 않을 거야.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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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wins, 도리와 지나

“지나처럼 웃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입을 맞췄다. 차갑고 따뜻했다. 거칠고 부드러웠다. 추위도 허기도 불행도 재앙도 모두 우리의 키스에 놀라 자취를 감춰 버렸다.”

재난이 가져다준 단 하나의 선물 같은 만남. 도리와 지나는 아주 조심히 그 사랑을 정의해 나간다. 일상이 송두리째 삭제된 폐허 속에서 피어난 사랑은 “우리만의 이야기를 새로 쌓을”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들이 믿는 희망은 바이러스를 피할 완벽하게 안전한 벙커가 아닌, 불행에 지지 않고 살아가는 현재다. 이 사랑의 목표는 과거의 상처에 붙들리지 않고 미래의 불안에 잡아먹히지 않는 것이다. 이 사랑의 다짐은 지금 눈앞에 있는 서로의 얼굴을 똑바로 보겠다는 견고한 약속이다.

가난한 일상에 사랑을 미뤘던, 류와 단

“한국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소중한 사람을 미뤘다. 내일이 있으니까. 다음에 하면 되니까. 기나긴 미래가 있다고 믿었으니까. 이제 그럴 수 없다. (……) 미루는 삶은 끝났다.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

재난 이전, 류와 단의 일상은 오로지 관성에 의해 돌아갔다. 삶에 꼭 필요한 돈을 버느라 대화를, 포옹을, 칭찬과 감사를 잊었다. 재난 이후, 그들은 사랑하는 딸 해림을 잃고 애도의 기회를 박탈당한 채 한국을 떠나야만 했다. 일상이 무너지고 권태의 고리가 끊기자 류는 비로소 미뤘던 사랑을 돌이켜 본다. 방향도 목적도 없이 내내 달리던 자동차가 멈춘 어느 날, 류는 단에게 결혼 생활 내내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낸다.

재난 이전의 한국에서는 꿈이 없던, 건지

“살면서 단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난 언제나 권지나. 지나에게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면 어떤 경우에도 힘이 났다. 내겐 꿈이 있고 그 꿈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건지에게는 한국에서의 일상도 생존이었다. 집에는 엄마와 건지를 때리는 아버지가, 학교에는 건지를 때리는 동급생들이 있었다. 바이러스가 창궐한 마을에서 떠나지 않고 그대로 죽겠다고 마음먹은 건지를 탑차에 태운 사람은 지나였다. 지나의 손에 이끌려 피난길에 오른 건지는 1년 내내 따뜻한 바다를 꿈꾼다. 그곳에서 물고기를 잡고 나무 열매를 따며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것이다. 재난 이후, 처음으로 마음속에 소중한 꿈을 품은 건지는 따뜻한 바다에 도착할 수 있을까.

추천의 말

돌이켜보면 최진영이 오래 지켜 온 이야기들에는 사라지는 빛에 붙들린 당신의 얼굴을 발견하려는 의지가 있었고, 당신의 서글픔을 놓치지 않으려는 절박함이 있었고, 닮은 마음의 무늬로 머뭇거리는 우리의 만남을 그려 내려는 다감한 시도가 있었다. 그 의지와 절박함과 다감한 시도를 빠짐없이 담기 위해 그의 소설들은 자주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의 날을 세워 ‘인간적’이라는 수사가 무색해진 시대를 겨누어야 했을 것이다. 공들여 빚어진 문장과 표현으로 소설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정서적 교감의 가능성을 두드렸을 것이다. 사람에 대한, 소설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비어져 나온 최진영 소설만의 어떤 사랑의 방식이라 해도 좋겠다.
해설에서/ 전소영(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언젠가 인류가 멸망하고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것이 한 줌 재로 돌아갈 그날에도 사람들은, 당신은, 우리는 사랑을 할 것이다. 아주 많은 이들이 남긴 사랑의 말은 고요해진 지구를 유령처럼 바람처럼 떠돌 것이다. 사랑은 남는다. 사라지고 사라져도 여기 있을 우주처럼.

회원리뷰 (71건) 리뷰 총점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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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해가 지는 곳으로』사랑하는 일을 미루지 말자!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블* | 2017.09.27 | 추천11 | 댓글2 리뷰제목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는 황폐함 뿐일까. 황폐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봄을 향해 나아갈까. 저 너머 어딘가에 봄이 오는 곳이 있다고 생각할까.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는 좀더 희망적일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가 거쳐온 것과 현재의 삶을 보면 낙관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자원은 고갈되고, 각종 신종 바이러스가 생기고 있는 요즘이다. 곧 인간에 의해 정복되기도 하지만 진통이;
리뷰제목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는 황폐함 뿐일까.

황폐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봄을 향해 나아갈까. 저 너머 어딘가에 봄이 오는 곳이 있다고 생각할까.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는 좀더 희망적일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가 거쳐온 것과 현재의 삶을 보면 낙관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자원은 고갈되고, 각종 신종 바이러스가 생기고 있는 요즘이다. 곧 인간에 의해 정복되기도 하지만 진통이 따른다. 백신을 개발하면 더한 바이러스가 생겨나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대책이 없다.

 

미래를 말하는 소설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희망적인 미래 보다는 암울한 미래의 풍경이 더 많다. 인간적인 면이 거의 없으리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그럼에도 인간은 인간으로 인해 위로 받고, 인간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인 것 같다. 신종 바이러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는 한국. 재앙과 죽음 뿐인 이곳에서 희망을 찾기란 힘들다. 류는 단과 함께 해민을 데리고 한국을 떠났다. 해림을 바이러스로 잃고 그곳에서 살 수 없었다. 희망을 찾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왔지만 그곳 또한 재앙과 황폐함 뿐이었다. 그런 곳에서도 사람들이 산다. 한 곳에 붙박이로 사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떠나온 사람들이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동생 미소를 책임져야하는 도리는 표를 훔쳐 한국을 빠져나왔다. 텅 빈 거리, 텅 빈 집들. 먹을 것도 없는 곳이지만 미소를 데리고 해지는 쪽을 향해 움직였다. 우연히 류를 만나 통조림 몇 개를 얻었다. 그리고 지나를 만났다. 살아 남은 친척들과 함께 움직이는 지나 아버지의 트럭에 함께 타게 되었고, 그렇게 둘은 서로를 사랑했다. 학교와 가정의 폭력 피해자 건지의 시선은 지나에게 향해 있었고, 미소는 건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여자인 도리가 미소와 함께 트럭에서 버티는 일은 쉽지 않았다. 트럭을 멈추고 쉬고 있을때 총을 들고 강도들이 찾아와 가족 중 한 사람이 죽었다면 모든 책임은 도리에게 향하고 만다. 너 때문에  죽었다고. 너 때문에 지나가 죽을 수도 있었다고. 그때부터 그들에게 도리는 여정을 함께 한 사람이 아니다. 그들에 의해 짓밟혀져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만다.

 

 

 

지나의 아버지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그는 가족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책임 전가를 하고 싶었을 테고, 울분을 토해 낼 사람이 필요했을 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인간의 본성이 나온다. 가족과 타인의 거리가 보인다. 가족은 보호해야 하지만 타인은 과감히 버려도 된다는 식이다. 타인이 비록 여자거나 어린아이일지라도.

 

나는 이 소설을 읽을 때 퀴어로 보지 않았다. 희망이라고는 일말의 빛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미래가 보였다. 온 세상이 눈 뿐인 곳에서 그나마 해가 지는 곳이 봄이 오고 있는 곳이라 믿었다. 그래서 건지도 해가 지는 쪽으로 향하고, 도리도 그쪽으로 향했다. 작가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다양한 사랑이 있지만, 작가가 이 소설에서 내세우는 것은 지나와 도리, 즉 여자와 여자의 사랑이다. 물론 그 이면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왔지만 사랑이라고 말하지 못했으나 비로소 사랑이라고 일컫게 되는 류의 사랑이 있고, 처음부터 지나를 향한 사랑을 품었던 건지의 사랑, 건지를 바라보는 미소의 사랑이 있다. 이것 뿐일까. 이처럼 다양한 사랑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지나와 도리의 사랑이 주를 이룬다.

 

헤어져 있어도 언젠가는 만날 거라고,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것이 사랑이다. 또한 삶의 희망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간다. 오늘이 죽을 만큼 힘겹더라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 오늘을 견딘다. 그러다보면 어디선가 우연히 마주칠지도 모른다. 굳이 헤어진 장소에 있지 않더라도 말이다.

 

작가는 사랑하는 일을 미루지 말자고 했다.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대하자고도 말했다. 우리는 종종 잊는다.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늘 곁에 있을 거라 믿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함께 할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던 것, 사랑하는 일을 등한시 했지는 않는가. 현재가 영원히 존재할 것 같지만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이 것만 기억하면 될 것 같다.

 

1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1 댓글 2
구매 파워문화리뷰 [2017 결산] 최진영식 어둠과 빛『해가 지는 곳으로』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금* | 2018.01.24 | 추천5 | 댓글6 리뷰제목
 최진영 작가를 겨우 두 번째 만나는 것인데도 최진영의 색깔이 드러나는 소설이라고 감히 말한다. 읽은지 몇 년 되었지만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을 읽고 젊은 신인 작가에게 경탄과 충격을 동시에 받았었기에 그 소설에 대한 느낌이 어렴풋인 듯 강하게 남아있었다. 『해가 지는 곳으로』가 최진영 작가의 장편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 책은 구매 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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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작가를 겨우 두 번째 만나는 것인데도 최진영의 색깔이 드러나는 소설이라고 감히 말한다. 읽은지 몇 년 되었지만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을 읽고 젊은 신인 작가에게 경탄과 충격을 동시에 받았었기에 그 소설에 대한 느낌이 어렴풋인 듯 강하게 남아있었다. 『해가 지는 곳으로』가 최진영 작가의 장편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 책은 구매 각이야" 하며 바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소장하는 재미는 덤이고.

 

우리는 어디로 가?

우리는…… 여름을 찾아서.

여름은 어디에 있는데?

나는 손가락으로 태양을 가리켰다.

저기, 해가 지는 곳에.

미소는 혀로 사탕을 굴리며 내 손을 꼭 잡았다.(24쪽)

 

이상한 바이러스가 세계를 뒤엎게 되자 세상은 무법천지가 되었다. 약탈과 방화, 죽고 죽이는 사람들,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됐다. 어딘가 안전한 벙커가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러시아로 몰리고 있었다. 서쪽을 향해 나아갔다. 지나는 곳마다 이미 폐허가 된 마을들 뿐이다. 아이의 간을 먹으면 감염이 되지 않는다는 설 때문에 아이들은 더욱 위험하다. 도대체 어디가 끝일까. 대재앙을 구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긴 있을까. 희망 고문을 당하는 사람들이 길 위에서 만난다.

 

도리_

이십대 초반의 도리, 그녀의 한참 어린 동생 미소를 데리고 한국을 떠나 러시아로 왔다. 도둑질과 숨어 있기가 전문이다. 도리에겐 '살아남아야 한다, 미소를 혼자 두면 안된다', 라는 생각밖에 없다. 아무도 믿으면 안된다. 그러다 회색눈과 빨간 머리카락을 가진 지나를 만났다. 도리와 전혀 반대의 사람이다. 최대한 빨히 먹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도리에게 먹는 행위라면 지나는 식탁을 차리고 품위를 지킨다. 도리는, 지나를 닮고 싶었다. 그러나 도리는 조금씩 재앙을 닮아 가고 있었다.(밑줄, 55쪽) 지나와 너무 가까워지면 안된다는 강박에 시달리면서도 지나가 신경 쓰인다. 일부러 지나를 미워해보지만 그런 자신이 더 미웠다.

미움이라니. 길위에서 그런 감정은 필요 없다. 미워할 이유가 없다. 증오하거나 두려워하면 그만이다. 그랬는데, 다른 감정이 생겨 버린 거다. 제 이름을 부르면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지나. 그 눈을 볼 때마다 나의 눈빛이 궁금했다. 나는 어떤 눈빛으로 너를 바라볼까. 어떤 눈빛이기에 너는 나를 보고 미소 지을까.(57쪽)

 

 

지나_

평생을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르고, 이번이 마지막 식사가 될지도 모르잖아. 그럼 감자 한 알을 먹더라도 제대로 먹고 싶어지니까.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한 끼 한 끼가 소중하다면,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55쪽)

불행이 바라는 건 내가 나를 홀대하는 거야. 내가 나를 하찮게 여기고 망가트리는 거지. 난 절대 이 재앙을 닮아 가진 않을 거야. 재앙이 원하는 대로 살진 않을 거야.(55쪽)

 

류_

딸 해림을 잃었다. 해민 마저 잃을 순 없었다. 바이러스를 피해 한국을 떠나야한다. 뜨거움도 없고 이 사람 아니면 안된다는 마음도 없었지만 편안했고 이만하면 되었다는 마음으로 과 결혼했다. 딸, 아들 하나씩 두었다. 하루하루 살기 바빠서 하고 싶었던 일들은 미루어왔다. 여행, 근사한 외식, 공연 관람... 조금만 더 버티면 괜찮을 거라 생각하며 살았다. 이젠 아니다. 해민을 지켜야 한다.

 사람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미루는 삶은 끝났다.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100쪽)

 

도리와 지나가 주고받는 눈빛과 미소의 깨끗한 표정 속에서 마치 내가 보호받는 기분이었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는 공기가 달라졌다. 살인과 폭력과 치욕과 체념에 둔감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온갖 나쁜 것 속에서도 다르게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잊지 않을 수 있었다.(165쪽)

 

건지_

지나 누나와 지나 누나네 엄마가 아니었음 건지는 아버지에게 맞아죽었을지도 모른다. 울타리가 되어주던 지나 누나네 엄마가 죽었다. 건지 엄마도, 아빠도 죽었다. 건지는 지나네 가족과 함께 벙커를 향해 떠났다. 지나 누나 빼고 모두 건지를 더러운 물건 대하듯 취급해도 건지에겐 지나 누나만 있으면 아무렇지 않다.

역시 벙커 같은 곳에는 가고 싶지 않다.

그런 곳에서 다시 사람들에 섞여 살아남고 싶지는 않다.

나는 아주 고요하게 살아남을 것이다. 죽는 날까지 좋은 것을 지킬 것이다. 좋은 것은 소중한 것, 내 중심에 있는 이것. 그렇게 마음 먹었다.(131쪽)

 

 

한국판 『로드』를 읽는 기분이었다. 인류의 대재앙이라는 설정, 어딘가 있을 안전한 곳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동물의 세계가 되어버린 세상, 그 속에서 살아남는 분투,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분간할 수 없는 불안과 공포의 나날들. 등장인물들의 시선이 자주 바뀐다. 여자이거나, 아이이거나. 물리적 강자로 분류할 수 있는 남자, 군인, 어른이 아니다. 상대적 약자들이 이 폐허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지를 보는 것이라 더욱 마음 졸이며 책을 읽을 것이다. 작가의 계산된 장치였을 것이다.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더러운지, 인간이 여타 동물과 다를 것 없다는,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는 설정 속에서 다섯 명의 시선이 교차하며 전쟁 같은 세상을 비집고 들어간다. 오직 생존이 목표였는데 뼈밖에 남지 않은 몸 속에서 작은 생명의 펌프질이 팔딱팔딱 뛰더니 피의 순환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작은 위안이 되었고, 기쁨이 되었고, 경직된 마음을 부드럽게 마사지 해주었다. 아무 희망도 없을 것 같은 곳에서 눈을 마주치고, 미소를 짓고 손을 잡으며 '사랑해'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 더욱 살고 싶어졌다. 살아야 한다는 명제 아래 그들은 더욱 단단히 손을 잡았다.

 

이게 앞서 말한 최진영식 어둠 속 희미한 불빛같은 희망을 선사하는 소설 전개랄까. 컴컴한 터널만 계속 지나는 것 같은데 그 안에서 간간히 잔빛이 비치는 느낌. 더 달리다 보면 저어기 뿌연 입구 같은 게 보이는 기분. 오히려 해가 지는 곳이 아닌 해가 뜰 것 같은 곳으로 전진하는 느낌.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6
구매 (2017년 결산) 해가 지는 곳으로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꿈*******자 | 2018.01.09 | 추천5 | 댓글10 리뷰제목
같이 공부하는 팀이 있다. 그들과 공부를 하다 보면 다양한 ‘만약에’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지구가 종말하고 있다. 당신은 종말 하는 지구에서 살아남아 지구 재건을 위한 전사가 되고 싶은가? 아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죽는 것을 선택할 것이냐? 나는 고민 없이 함께 죽는 것을 선택한다고 했다. 살아남아 전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고, 맨 땅;
리뷰제목

같이 공부하는 팀이 있다. 그들과 공부를 하다 보면 다양한 ‘만약에’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지구가 종말하고 있다. 당신은 종말 하는 지구에서 살아남아 지구 재건을 위한 전사가 되고 싶은가? 아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죽는 것을 선택할 것이냐? 나는 고민 없이 함께 죽는 것을 선택한다고 했다. 살아남아 전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고, 맨 땅에 살기 위해 몸부림 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치열해야 하는지, 얼마나 많이 외로워야 하고, 지독해 져야 하는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나의 생각은 어쩜 미래는 지금보다 편리하겠지만 사는 건 점점 더 힘들어 질 거라는 나름의 생각 때문일지 모른다. 미래를 말하는 영화나 드라마 혹은 만화를 보더라도 천국으로 묘사되기 보다는 회색 도시 혹은 더 치열한 계급 사회가 되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 암시가 맞는지 틀린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만난 최진영의 소설도 그런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구에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뒤덮는다. 이 바이러스로 세상은 온통 혼란하기만 하다. 이 바리어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삽시간에 죽어 가고 살아남은 이들은 안전한 곳을 찾아 언제 끝날지 모를 여정을 떠난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동생 미소를 지키며 맨몸으로 러시아를 걸어온 도리. 미소와 도리는 밤을 보내기 위해 어느 마을에 도착하고 이곳에서 일가친척과 함께 탑차를 타고 러시아로 흘러 들어온 지나를 만나게 되는데...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세상이 망하는 것처럼 돌아가도 결국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살아나갈 힘이 생기는 것일까? 바이러스로 세상은 엉망이 되고 내가 살기 위해 내 앞에 있는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 죽여서 그들에게 있는 모든 물품들을 빼앗아야 한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세상. 그 세상에 지나와 도리가 만나고 그 둘은 첫 눈에 사랑하게 된다. 도리를 받을 수 없다는 가족들의 원성을 받지만 지나는 그럴수록 더욱 도리만을 보게 된다. 하지만 믿었던(?) 가족의 다른 행동. 세상이 멸망할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본능은 어떻게 할 수 없었고 그 과정에서 지나와 도리는 헤어지게 된다. 헤어져서도 서로를 생각하는 지나와 도리. 세상은 점점 회색빛으로 물들고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에도 사랑이 있기에 버틸 수 있는 것일까?

 

소설은 친절하지도 다정하지도 않다. 막연하게 소설 속 상황을 상상하고 그려 본다. 폐허 속에서 도리와 지나의 사랑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암울함 까지도.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폐허 속에 살아남아 세상을 재건하기 보다는 남들 죽을 때 같이 죽는 걸로. 재건할 자신도 그 우울함 속에서 살아남을 자신도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고 할지라도. 모든 게 사라져도 사랑의 마음은, 사랑했던 마음은 세상에 여운으로 남게 될까? 그래서 사람들은 형체도 없는 사랑에 집착하는 것일까? 오묘한 매력이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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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31건) 한줄평 총점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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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도 최강 도리지나 꼭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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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1 | 2020.03.02
평점5점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디스토피아 안에서 사랑은 더 빛난다.
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3
YES마니아 : 로얄 ㅎ****ㅀ | 2018.09.21
구매 평점5점
잘읽었습니다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YES마니아 : 플래티넘 s********k |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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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곳으로 + 다다를 수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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