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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7
해가 지는 곳으로 15 에필로그 173 작가의 말 191 작품 해설 | 전소영(문학평론가) 193 비로소 사랑하는 자들의 모든 노래가 깨어나면 |
저최진영
관심작가 알림신청崔眞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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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순간 나는 미소에게 무슨 부탁을 할 수 있을까. 사랑해. 사랑을 부탁할 것이다. 내 사랑을 부탁받은 미소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다. 사랑을 품고 세상의 끝까지 돌진할 것이다.
--- p.17~18 우리는 어디로 가? 우리는…… 여름을 찾아서. 여름은 어디에 있는데? 나는 손가락으로 태양을 가리켰다. 저기, 해가 지는 곳에. 미소는 혀로 사탕을 굴리며 내 손을 꼭 잡았다. --- p.24 불행이 바라는 건 내가 나를 홀대하는 거야. 내가 나를 하찮게 여기고 망가트리는 거지. 난 절대 이 재앙을 닮아 가진 않을 거야. 재앙이 원하는 대로 살진 않을 거야. --- p.55 |
Love wins, 도리와 지나
“지나처럼 웃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입을 맞췄다. 차갑고 따뜻했다. 거칠고 부드러웠다. 추위도 허기도 불행도 재앙도 모두 우리의 키스에 놀라 자취를 감춰 버렸다.” 재난이 가져다준 단 하나의 선물 같은 만남. 도리와 지나는 아주 조심히 그 사랑을 정의해 나간다. 일상이 송두리째 삭제된 폐허 속에서 피어난 사랑은 “우리만의 이야기를 새로 쌓을”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들이 믿는 희망은 바이러스를 피할 완벽하게 안전한 벙커가 아닌, 불행에 지지 않고 살아가는 현재다. 이 사랑의 목표는 과거의 상처에 붙들리지 않고 미래의 불안에 잡아먹히지 않는 것이다. 이 사랑의 다짐은 지금 눈앞에 있는 서로의 얼굴을 똑바로 보겠다는 견고한 약속이다. 가난한 일상에 사랑을 미뤘던, 류와 단 “한국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소중한 사람을 미뤘다. 내일이 있으니까. 다음에 하면 되니까. 기나긴 미래가 있다고 믿었으니까. 이제 그럴 수 없다. (……) 미루는 삶은 끝났다.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 재난 이전, 류와 단의 일상은 오로지 관성에 의해 돌아갔다. 삶에 꼭 필요한 돈을 버느라 대화를, 포옹을, 칭찬과 감사를 잊었다. 재난 이후, 그들은 사랑하는 딸 해림을 잃고 애도의 기회를 박탈당한 채 한국을 떠나야만 했다. 일상이 무너지고 권태의 고리가 끊기자 류는 비로소 미뤘던 사랑을 돌이켜 본다. 방향도 목적도 없이 내내 달리던 자동차가 멈춘 어느 날, 류는 단에게 결혼 생활 내내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낸다. 재난 이전의 한국에서는 꿈이 없던, 건지 “살면서 단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난 언제나 권지나. 지나에게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면 어떤 경우에도 힘이 났다. 내겐 꿈이 있고 그 꿈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건지에게는 한국에서의 일상도 생존이었다. 집에는 엄마와 건지를 때리는 아버지가, 학교에는 건지를 때리는 동급생들이 있었다. 바이러스가 창궐한 마을에서 떠나지 않고 그대로 죽겠다고 마음먹은 건지를 탑차에 태운 사람은 지나였다. 지나의 손에 이끌려 피난길에 오른 건지는 1년 내내 따뜻한 바다를 꿈꾼다. 그곳에서 물고기를 잡고 나무 열매를 따며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것이다. 재난 이후, 처음으로 마음속에 소중한 꿈을 품은 건지는 따뜻한 바다에 도착할 수 있을까. 추천의 말 돌이켜보면 최진영이 오래 지켜 온 이야기들에는 사라지는 빛에 붙들린 당신의 얼굴을 발견하려는 의지가 있었고, 당신의 서글픔을 놓치지 않으려는 절박함이 있었고, 닮은 마음의 무늬로 머뭇거리는 우리의 만남을 그려 내려는 다감한 시도가 있었다. 그 의지와 절박함과 다감한 시도를 빠짐없이 담기 위해 그의 소설들은 자주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의 날을 세워 ‘인간적’이라는 수사가 무색해진 시대를 겨누어야 했을 것이다. 공들여 빚어진 문장과 표현으로 소설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정서적 교감의 가능성을 두드렸을 것이다. 사람에 대한, 소설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비어져 나온 최진영 소설만의 어떤 사랑의 방식이라 해도 좋겠다. 해설에서/ 전소영(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언젠가 인류가 멸망하고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것이 한 줌 재로 돌아갈 그날에도 사람들은, 당신은, 우리는 사랑을 할 것이다. 아주 많은 이들이 남긴 사랑의 말은 고요해진 지구를 유령처럼 바람처럼 떠돌 것이다. 사랑은 남는다. 사라지고 사라져도 여기 있을 우주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