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마드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아흐마드, 23세, 다라야 출신으로 형제가 여덟 명이나 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혁명이 일어나기 전, 아흐마드는 다마스쿠스대학교(Damascus University)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혁명이 일어나기 전, 아흐마드는 축구와 영화를 좋아하고 가족이 가꾸는 정원의 수많은 식물을 아꼈다. 혁명이 일어나기 전, 아흐마드는 기자가 되기를 꿈꿨다. 하지만 친구에게 무심코 건넨 한마디로 12개월간 감옥살이한 아버지는 일찌감치 아들이 꿈을 단념하게 했다. 법원에서 판결한 아버지의 죄목은 ‘정권 모독’이었다. 그것이 2003년의 일이었다. 그때 아흐마드의 나이는 열한 살. 이 일은 그의 가슴 한구석에 웅크린 어두운 기억이 되었다.
---「아흐마드 이야기」중에서
화면 너머로 아부 엘에즈가 재난에서 살아남은 자의 호기로움을 담아 이야기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호함과 함께 연약함이 묻어났다. 나는 그를 괴롭힌 고통을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아부는 새로운 열정의 대상이 된 책에 대해 이야기할 뿐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한탄하지 않았다. 살아남은 그는 책이 주는 유익함을 믿었다. 몸의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다고 해도, 마음의 상처를 달랠 권리는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단순한 행위가 아부에게는
엄청난 위로였다. 그것은 도서관을 세우면서 알게 된 감정이었다. 그는 한가로이 책장을 넘기는 것이 좋았다. 끊임없이 책장을 넘기며 훑어보는 것. 마침표와 쉼표 사이에 몰입하여 길을 잃는 것. 미지의 대륙을 탐험하는 것.
“책은 지배하지 않습니다. 책은 무언가를 선사해주죠. 책은 거세하지 않습니다. 책은 성숙하게 합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중에서
이들은 몇 시간씩 나에게 니자르 카바니의 사랑에 관한 시와 시리아의 신학자 이븐 카임의 저서를 이야기했다. 그들은 또한 셰익스피어와 몰리에르가 쓴 희곡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털어놓았다. 마르셀 프루스트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소설가 쿠체의 소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을 위한 작품도 이야기했으며,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가슴 따뜻하게 해주는 작품으로 기억했다. 부상자를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준 두꺼운 의학서도 침이 마르게 칭송했다. 이 모든 책은 전장에서 구해낸 것으로, 새로 꾸려진 도서관 책장의 선반에서 우연히 집어 든 것이었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이 책들은 세상의 끝에 고립된 듯한 다라야에서 밖을 향해 조금 열린 창문과 같았다. 나는 멀리서 울리는 총성과 함께 이들의 목소리가 흩어지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책이 자신들에게는 새로운 성벽과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읽었던 책의 구절들을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 혁명 전에는 책의 단 한 줄도 제대로 인용할 줄 몰랐던 이들이었다. 시리아를 피로 물들인 이 분쟁이 역설적으로 책을 더 가까이하게 한 것이다.
---「선반 위의 견고한 언어들」중에서
대담한 이 청소년들은 체포되어 고문에 시달리고, 그들의 부모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분노는 시리아의 거리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아랍의 무슬림 세계에 퍼진 불길이 옮겨붙으며, 다른 마을에서도 움직임이 이어졌다. 진보적인 다라야는 의식이 깨어 있는 지역 중에서도 선봉에 있었다. 3월 25일 금요일, 1990년대의 운동권이 다시 저항의 길에 나섰다. 우스타즈는 서둘러 초반의 구호 중 하나를 작성했다. “다라야에서 다라까지, 위엄 있는 민중”을 시위 참
가자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군중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한 시간 만에 시위 금지에 용감히 맞선 이들의 숫자가 수천 명에 달했다.
청년 세대가 빠르게 그 뒤를 이어갔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흐마드는 두 번째 집회 때부터 시위에 참여했다. 아흐마드는 자기가 겪은 ‘첫 번째’ 시위의 모든 것을 기억했다. 심장은 뜨겁게 불타오르고, 소리 높여 구호를 외친 탓에 목은 쉬고 말았다. 하지만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수많은 장면이 그의 기억 속을 가득 채웠다. 결혼식을 축하할 때처럼 군중을 향해 쌀을 던지던 여자들의 모습. 부모의 어깨에 목말을 타고 두 눈은 미래를 향하던 아이들. 사회를 분열하고자 알라위트 가문의 아사드가 ‘수니파’라고 규정한, 혁명을 지원하러 온 소수 드루즈(Druze)인과 기독교인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한목소리로 외쳤던 함성, “천국으로! 천국으로!(Jenna! Jenna)”도. 1990년대 시민혁명을 계승한 것이 분명했다.
---「종이로 된 요새」중에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아흐마드, 샤디, 아부 엘에즈, 오마르. 그들에게 오늘 일어난 일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 폭력에 대해. 죽음의 공포에 대해. 책이 요새가 되어 주고, 소설이 도피처가 되며, 종이가 피난처가 되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들은 이미 아는 것. 이제는 거의 3년째 매일, 매시간, 매분 그들이 겪고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래 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스티클랄 거리의 공격은 지옥 같은 다라야에 비하면 단신의 기사에 불과했다.
---「11시, 동화 구연 시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