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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실로 가다

19호실로 가다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리뷰 총점9.0 리뷰 67건 | 판매지수 4,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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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top100 10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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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등장한 책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7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376g | 132*189*18mm
ISBN13 9788931011012
ISBN10 893101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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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서문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
옥상 위의 여자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
한 남자와 두 여자

영국 대 영국
두 도공
남자와 남자 사이
목격자
20년
19호실로 가다

작품 해설: 도리스 레싱의 1960년대 단편소설(민경숙)
도리스 레싱 연보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사람들은 옆구리에 불타는 창 같은 것을 하나 꽂은 채 돌아다니며 그것을 뽑아줄 누군가를 기다린다. 사람들은 상처처럼 고통스러운 어떤 것을 다른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어 안달하고 있다.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중에서

그녀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들이 자아와 충돌하는 것을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본다. 마치 자신의 인생은 별개의 것이라는 듯이. ---「두 도공」중에서

“중요한 건, 결혼한 상대에게서 돈을 받을 때는, 창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는 거예요. 나는 남자를 사귈 때마다 나 자신과 논쟁을 벌여야 했어요. 내가 저 남자를 위해 해주는 일에 대해 저 남자가 얼마를 지불하면 될까? 요리와 살림과 실내장식과 조언의 대가가 얼마지? 한 재산을 줘야지! 그러니 내가 저 남자의 아파트에 살면서 옷을 선물 받는 걸 비참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나는 항상 비참했어요. 그래도 잭과 내가 결혼했다면, 이 망할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내가 망할 창녀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지는 않았을 거예요.”---「남자와 남자 사이」중에서

두 사람이 “다른 것은 모두 이것을 위해서”라고 말할 만한 것이 없었다. 아이들은 생활의 중심이자 존재의 이유가 될 수 없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헤아릴 수 없는 기쁨과 재미와 만족을 안겨줄 수는 있지만, 삶의 원천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도 안 되고. 수전과 매슈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19호실로 가다」중에서

그 모든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마땅히 누군가의 잘못이 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고, 탓할 사람도 없고, 내 잘못이라고 나설 사람도 없고…… 아무것도 잘못되지 않았다. 다만 매슈가 원하는 만큼 진정한 기쁨을 느끼지 못했을 뿐. 수전이 위험할 정도로 공허할 때가 늘어났을 뿐. (그녀가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은 대개 정원에 있을 때였다. 그래서 아이들이나 매슈가 함께 있을 때가 아니면, 정원을 피하게 됐다.) ‘부정’이라든가 ‘용서’ 같은 극적인 단어를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지성이 그런 단어들을 금지했다. 지성은 싸움, 삐치기, 분노, 속으로 침잠한 침묵, 비난, 눈물도 금지했다. 특히 눈물을 금지했다. ---「19호실로 가다」중에서

“이건 모두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야. 처음에 나는 어른이 된 뒤 12년 동안 일을 하면서 나만의 인생을 살았어. 그리고 결혼했지. 처음 임신한 순간부터 나는, 말하자면 나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어. 아이들에게. 그 후 12년 동안 나는 단 한순간도 혼자였던 적이 없어. 나만의 시간이 없었어. 그러니까 이제 다시 나 자신이 되는 법을 배워야 해. 그뿐이야.”---「19호실로 가다」중에서

이 커다란 집에서 그녀가 자기만의 방을 하나 마련하는 일이 이렇게 호들갑을 떨 일인가? 이렇게 엄숙하게 토론해야 될 일인가? 그냥 수전 본인이 “이제부터 맨 꼭대기의 작은 방을 내 방으로 꾸밀 테니까, 내가 그 안에 있을 때는 방해하지 마. 집에 불이 난 것이 아니라면”이라고 선언하면 안 되나? 이렇게 진지하게 오랜 시간 토론할 것이 아니라, 그런 선언만으로 끝낼 수도 있는 일이었다.---「19호실로 가다」중에서

그녀는 존스 부인이고 혼자였다. 그녀에게는 과거도 미래도 없었다.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여러 책임들을 수행한 내가 지금은 여기에 있어.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언제나 똑같아. 하지만 가끔은 매슈 롤링스의 아내로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들 외에는 내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래, 난 지금 여기에 있어. 만약 다시는 식구들을 만나지 못하게 되더라도, 난 여기에 있을 거야……. 정말 이상하지! ---「19호실로 가다」중에서

그녀는 껍데기 밖으로 끌려나왔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고 몸을 움츠리는 달팽이처럼, 이 방이라는 피난처로 다시 움츠리고 들어가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 방에서 느끼던 평화가 이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것을 되살리려고 애썼다. 이곳에서 느끼던 그 어둡고 창의적인 황홀경(인지 뭔지 하여튼) 속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애썼다. 소용없는 짓이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갈망했다.
---「19호실로 가다」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저는 이 세상에서 철저히 혼자였으면 좋겠어요.”

억압된 여성의 일상을 잔인하고도 다정히 그려낸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소설들


영국을 대표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단편소설을 담은 『19호실로 가다』가 출간되었다. 『19호실로 가다』는 1994년 다시금 출판된 ‘To Room Nineteen: Collected Stories Volume One’을 번역한 것으로, 작품 20편 가운데 11편을 묶어 출간한 것이며, 남은 9편은 『사랑하는 습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특히 『19호실로 가다』에 담긴 단편소설 가운데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 「한 남자와 두 여자」 「방」 「영국 대 영국」 「두 도공」 「남자와 남자 사이」 「목격자」 「20년」은 국내에서는 최초 번역되는 것으로, 기묘하고도 현실비판적인 레싱만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준다. 현대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19호실로 가다」와 「옥상 위의 여자」도 포함되어 페미니즘 작가로서의 레싱의 면모 또한 발견할 수 있다.

『19호실로 가다』에 담긴 이 소설들은 대부분 레싱의 초기 단편소설로, 전통적인 사회질서와 체제가 붕괴된 1960년대 전후 유럽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으며, 사회로부터 억압받는 개인의 일상과 욕망, 때로는 저항을 레싱만의 창의적 방식으로 담담히 그려냈다.

여전히 ‘19호실’을 갖지 못한 여성들
“원하신다면 제 삶을 가져가세요, 미스 타운센드. 저는 당신처럼 이 세상에서 철저히 혼자였으면 좋겠어요.”(305쪽, 「19호실로 가다」)


표제작 「19호실로 가다」는 결혼제도에 순응하며 자신의 독립성을 모두 포기한 전업주부 수전이 숨 쉴 틈을 찾기 위해 ‘19호실’이라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향하는 이야기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을 가꾸던 수전이 삶의 허망함을 느끼게 된 결정적 원인은 결혼과 가정생활이다. 수전은 가족에게서 벗어나 혼자이고 싶지만, ‘집’이라는 공간에서 수전은 온전히 혼자일 수 없다. 결국 수전은 런던의 후미진 호텔로 향하고, 호텔의 ‘19호실’에서야 그 어떤 역할과 의미도 강요받지 않는 ‘자기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을 강조했듯, 레싱도 여성이 정체성과 독립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온전히 본인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 듯하다. 이는 다른 소설에서도 몇 차례 반복되어 나타난다. 「남자와 남자 사이」의 모린은 평생 애인을 뒷바라지하다가 버림받는다. 그와 헤어지고도 생활비가 부족해 전 애인의 집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린은 자립할 수 없는 현실에 굴욕감을 느낀다.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의 바버라는 수전이나 모린과는 달리 결혼 후에도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고 직업적으로 성공한 여성으로, 그녀는 자신의 작업실을 갖고 있다.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바버라의 집에 간 그레이엄은 그녀의 방을 보고 ‘아내한테 이런 방이 있다면 나는 싫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다. 그레이엄은 바버라가 직업적으로 성공한 여성이기 때문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아내는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소설 속 인물들이 ‘자기만의 방’을 갖는 것은 쉽지 않았고 또 평범하지 않은 일이었다. 레싱은 자신만의 공간을 갖지 못한 여성의 상황을 이야기에 담아 결혼, 가정, 남성에 의해 객체로 머무는 그들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년 여성의 연대와 그들의 힘
“나는 일어나서 그녀가 앉아 있는 곳까지 네댓 걸음을 걸어가 알루미늄 호일로 감싼 심장을 옆의 빈자리에 놓았다. 그녀가 빤히 바라보는 자리에.” (103쪽,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

레싱의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또 다른 특징은 중년 여성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이다. 「19호실로 가다」의 수전,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의 바버라, 「남자와 남자 사이」의 모린과 페기,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스텔라, 「두 도공」의 ‘나’와 메리, 「목격자」의 미스 아이브스 등은 모두 중년 여성으로, 이들은 다양한 직업과 성격을 가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레싱 이전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많은 소설이 “낭만적 사랑”을 꿈꾸는 여성, 또는 젊은 여성에 주목했다면 레싱은 중년 여성에 집중한다. 특히 이들을 다양한 직업과 모습, 성격을 가진 주체적 인물로 구성해내며 그들을 향해 다정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한 소설에 등장하는 중년의 여성들은 또 다른 여성과의 우정과 연대로 위기를 극복하거나 서로를 위로해주는 모습을 보인다. 가령 「남자와 남자 사이」의 모린과 페기는 서로 한 남자를 두고 경쟁하는 정부였지만 서로를 위로하며 경제적·정서적으로 연대를 꾀하고,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의 주인공 ‘나’는 실연에 빠져 미쳐버린 한 여자에게 자신의 심장을 건네 기쁨을 준다. 또 「두 도공」에 등장하는 ‘나’는 단호했던 메리의 사고(思考)를 확장시켜 그녀의 가정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영국 대 영국」의 찰리는 분열과 불안 증세를 보이는데, 그의 두려움과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젊은 여성이나 남성이 아니라, 이름 모를 서민층 중년 여성뿐이다. 이처럼 레싱은 중년 여성들이 가진 연륜과 힘을 긍정할 뿐 아니라 다채로운 여성간의 연대로 생겨나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고독과 불안을 긍정하는 레싱의 소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꿈꾸는 사람과 꿈꾸지 않는 사람. 그런데 양쪽 모두 상대를 경멸하거나, 간신히 참아주는 경향이 있다. (189쪽, 「두 도공」)


레싱은 명료하고 이성적인 서구 중심의 사고보다는 모호하고 불분명하면서도 자유로운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이는 다른 작가와 레싱을 구별 짓는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두 도공」은 이러한 레싱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프리카 황무지에서 그릇을 빚는 한 늙은 도공의 꿈을 꾼 ‘나’는 현실에서 알고 있는 유일한 도공인 메리에게 꿈 이야기를 전해준다. 메리는 꿈을 단 한 번도 꾸지 않았을 정도로 현실에 충실하고 단호한 사람이지만 계속되는 ‘나’의 꿈 이야기를 듣고, 꿈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이 과정은 메리의 삶에 균열을 일으키고 그녀가 더 유연한 생활과 풍부한 감정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동안 ‘비이성’ ‘비합리’ ‘감성’은 명료하고 확고한 ‘이성’의 대척점에 위치했다. 이성은 고독과 분열, 불안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렸고, 감성은 비이성, 비정상적인 것으로 격하되어왔다. 따라서 「19호실로 가다」의 수전은 자신의 불안감과 이상증세를 남편 매슈에게 말하지 못한다. 지성 있고 이성적이었던 수전의 비정상적 행동을, 남편이 납득하지 못할 뿐 아니라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싱은 고독과 불안의 감정, 구체적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비현실적 감성과 체험을 긍정한다.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 「방」 「두 도공」 등에서도 주인공의 초조, 불안, 환상, 비현실적 세계가 현실과 교차되면서 그들의 상황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꾸준히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레싱의 소설에서 모호한 세계와 감정을 경험하는 것은 대부분 여성이다. 아마도 레싱은 이른바 ‘여성적인 것’으로 폄하되던 비현실적이고 불완전한 감성이 실은 여성, 혹은 감성적인 남성(「영국 대 영국」의 찰리)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라고 본 듯하다. 그들은 고독을 느낄 수 있고 자아를 마주할 수 있으며, 내면의 적(敵)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고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 즉, 레싱은 그동안 불완전하다고 무시되었던 비이성, 비합리, 감성, 무의식과 상상의 세계가 현실세계에서 발생한 문제의 해법일 수 있으며,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다다른 사람이야말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자유롭다”


‘19호실’에서야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던 수전뿐 아니라 『19호실에 가다』에 등장하는 많은 여성 인물의 이야기는 비단 레싱의 시대, 즉 1960년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에도 가부장제는 여전히 공고하고, 많은 남성은 가정을 부양하고 많은 여성은 육아와 가사를 맡는다. 육아와 가사로 일을 그만둔 여성은 가부장제 안의 또 다른 혐오와 마주한다. 아이를 낳은 여성은 ‘위대한 어머니’의 이미지를 뒤집어쓰거나 ‘맘충’으로 전락하고, 아이가 없는 가정주부는 육아도 경제활동도 하지 않기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이를 다 키운 중년 여성이나 노인 여성은 경력단절 여성이 되어 낮은 급여의 일을 도맡지만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줌마’ ‘김여사’ 같은 혐오와 멸시다. 도처에 혐오가 가득하지만 이를 해결할 제도적, 구조적 차원의 조치는 묘연하기만 하다. 가부장제 안에서 여성은 강물로 떠간 수전처럼 무력하고, 사회는 여성을 나락으로 몰고 있다.

생전 레싱은 한 인터뷰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자유롭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자유롭기 위해 작품을 통해 사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했으며, 불완전한 여성인물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과 고통을 여러 작품을 통해 늘 이야기해왔다. 그리고 오늘날 많은 여성도 자유롭기 위해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미투(#MeToo)와 위드유(#WithYou) 운동이 이어지고, 사회에 의해 대상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거부하며, 페미니즘의 ‘대중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 여성들의 행보는 레싱의 이야기와 닿아 있다. “행간마다 고인 것은 여성의 삶”이므로 레싱은 여성을 위로해준다. 모두가 자유로울 ‘19호실’을 갖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레싱은 경의를 표할 만한 작가다. 혁신적이고, 용감하고, 전설적이다. 그는 자신의 도전을 온 힘을 다해 밀어붙이면서 동시에 철저히 대비했다. 레싱은 자신의 재능과 용기, 고난을 통한 인내와 행운으로, 그 이후의 모든 작가들이 이야기를 확장할 수 있는 모델이 되어주었다.
-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 『시녀 이야기』 저자))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1950년대에 영국에 살았던 모든 사람의 지적인 풍경 중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나로서는 몇몇 작품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할 정도다. 특히 〈사랑하는 습관〉은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을 형성해주었다.
- 안젤라 카터 (작가, 『피로 물든 방』 저자)
도리스 레싱에게는 사생활, 개인의 죄와 행복이 모두 역사의 일면이라서, 단편조차 그녀의 시대와 그 시대의 양심을 기록한 연대기가 된다.
- 로나 세이지 (문학비평가)

회원리뷰 (67건) 리뷰 총점9.0

혜택 및 유의사항?
19호실로 가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오**록 | 2023.01.15 | 추천14 | 댓글0 리뷰제목
1·2차 세계대전의 상흔, 가난했던 유년시절, 그리고 두 번의 결혼과 이혼. 나이나 경험이 사람을 반드시 성숙하게 만드는 건 아니라지만 도리스 레싱(1919~2013)의 작품엔 그가 겪은 고난이 다양한 결로 드러난다. 레싱의 단편집《19호실로 가다》를 읽.었.다. 11편의 단편을 모두 읽기는 했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고 작가의 의도를 알아채는 건 더 어려웠다. 눈이 줄거;
리뷰제목

1·2차 세계대전의 상흔, 가난했던 유년시절, 그리고 두 번의 결혼과 이혼. 나이나 경험이 사람을 반드시 성숙하게 만드는 건 아니라지만 도리스 레싱(1919~2013)의 작품엔 그가 겪은 고난이 다양한 결로 드러난다.

레싱의 단편집19호실로 가다를 읽...

11편의 단편을 모두 읽기는 했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고 작가의 의도를 알아채는 건 더 어려웠다.

눈이 줄거리를 따라가는 동안 마음을 차지하는 감정,

불편함.

레싱의 작품에는 보일 듯 말듯 보호색을 띠고 자리 잡은, 애매한 폭력과 불평등이 존재한다. 화내면 속 좁은 사람 될 것 같고, 가만히 있자니 만만해 보일까봐 피하고 싶은 그런 순간들을 짚어준다. 그래서 고마웠다. 이런 이름도 없는 애매한 불편함을 얘기해줘서.

부족한 문해력과 일천한 지식 탓에 11편이 모두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중 기억에 남는 4편을 골라 소개하려 한다.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

방송국에서 인터뷰 작가로 일하는 중년 남자 그레이엄. 그는 작가로 성공하고 싶었지만 실패하고 지금은 그 공허함을 새로운 여자를 만나 손에 넣는일로 해소한다.

이번 타깃은 바버라 콜스. 잘 나가는 무대 미술가다. 인터뷰를 핑계로 바버라에게 접근한다. 그런데 이 여자, 그레이엄에게 관심이 없고 그저 일만 한다. 식사를 같이 하자고 추근대고 결국 그녀의 집까지 따라간다. 그래도 반응이 없는 바버라. 그를 남자로 봐주지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그저 귀찮아한다. 열심히 시도하지만 나중엔 성욕도 사라지고 자존심만 남았다. 결국 그녀를 손에 넣는데 실패하는 건가 

그럴 수는 없다.

, 하느님, 이 촌뜨기를 이제 떼어버릴 수 있어!’ 정말 헤픈 년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p.59)

 

옥상 위의 여자

어느 여름, 옥상 위에서 젊은 여자가 누워 일광욕을 한다. 마침 근처 건물 옥상에서 세 남자가 홈통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중년의 해리, 새신랑 스탠리, 열일곱 살 톰. 그들의 눈은 모두 여자에게 향한다. 다음날도 여자는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하고 남자들은 여전히 그녀를 훔쳐보며 비난한다. 나쁜 년.” 이해되지 않는 말이지만 작가는 친절하게이유를 설명한다. 자기를 지켜보는 세 남자에게 무심하기 짝이 없는 여자 때문에 세 사람 모두 화가 났다.’(p.68).

일광욕만 할 뿐 그들을 신경 쓰지 않던 여자가 어느 비 오는 날 옥상에 나타나지 않자 톰은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 하늘이 당신 버릇을 고쳐 놓았군, 그렇지? 아주 제대로 고쳐놓았어.’ (p.80)

 

한 남자와 두 여자

디자이너인 스텔라와 그녀와 친한 화가인 브래드퍼드 부부가 등장한다.

스텔라와 잭 브래드퍼드는 상업적으로 성공했고 잭의 아내 도로시는 아직 무명이다. 안목 없는 대중이 주는 상업적인 성공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그렇게 믿었고 서로의 예술세계를 존중한다.

방송기자라는 남편의 직업 덕분에 몇 달씩 떨어져 지내야 하는 스텔라 부부와 달리 잭과 도로시는 가난하지만 모든 걸 함께하며 자주 여행을 다니는 행복한 부부다. 그러던 중 도로시가 임신을 하고 그들은 시골에 정착한다.

어느덧 아기가 태어나고 스텔라가 그들을 찾아간다.

아기가 생긴 부부. 더 행복해졌을까 

아기를 낳고 나니 내 안의 창의성이 전부 죽어버렸어. 임신했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 도로시가 말했다. (p.119)

태어난 지 6주밖에 안된 아기를 키우면서 창의성 운운하는 엄마라니. 갓난아이를 키우는 동안은 24시간을 저당 잡힌 삶이 아닌가. 오랜만에 만난 스텔라에게 도로시는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는다.

잭이 가끔 어디 다른 곳에 가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 밤이고 낮이고 허구한 날 잭이랑 같이 갇혀 있는 것 같아서 숨이 막혀.”(p.123)

10년 넘는 결혼기간 동안 부부가 계속 함께 지내야했던 끔찍함, 남편의 외도를 신경 쓰지 않는 게 더 신경 쓰이는 상황.

무엇이 문제일까 

 

<19호실로 가다

한 남자와 두 여자보다 더 완벽한 부부가 등장한다.

유능한 남편 매슈, 역시 유능하지만 가정을 위해 전업주부가 된 수전.

정원이 딸린 큰 집, 착하고 건강한 네 아이, 파출부, 자동차, 그리고 수많은 책을 읽은 지적인 부부. 행복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췄다.

그런데 가끔 수전은 자신이 가진 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힘들어서인가. 그녀는 작은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기다린다.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도 모두 등교하고 마침내 수전은 자유로워졌다.

그녀는 정말 자유로워졌을까? 이상하다. 수전은 집안 어디에 있어도 혼자일 수 없었다. 욕실, 빈 방, 매슈가 정해준 지붕 밑 엄마의 방에서조차도.

저는 몇 시간 동안 혼자 있고 싶어서 이 호텔을 찾아왔어요. 내가 있는 곳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완전히 혼자 있고 싶어서요.”(p.305)

혼자만의 방이 필요한 수전이 찾아낸 곳은 어느 허름한 호텔의 19호실.

집안의 모든 공간이 그랬듯 그곳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찾아온다. 수전의 19호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한 남자와 두 여자는 여자를 같은 인간으로 대할 줄 모르고 성적 대상으로만 여기는 찌질한 남자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행동은 분명 폭력이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남자들의 심리를 잘 아는 여자가 등장함으로써 그나마 위협도 못되는 찌질함으로 그려진다. 자신을 거부하는 여자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찌질남들은 그들이 소유할 수 있는 여자들이라고 해서 존중하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세상의 여자는 오직 두 종류가 있을 따름이다.

나쁜 년과 헤픈 년.

 

한 남자와 두 여자와 표제작 <19호실로 가다역시 비슷한 결로 묶인다.

완벽한 가정의 그녀들은 왜 불행할까 

 

내가 생각하는 첫째 이유는 경제력이다.

한 남자와 두 여자의 등장인물들은 상업적인 성공을 무시한다고 말하지만 정말 그럴까?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돈이 숨어있다. 도로시는 남편과 늘 함께하는 생활이 지긋지긋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녀가 싫어하는 건 남편과 함께 한다.’는 그 자체보다 남편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직 상업적인 성공을 이루지 못한 그녀는 남편의 경제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삶의 형태 또한 남편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태어난 아기는 그녀의 독립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19호실로 가다의 수전도 마찬가지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남편은 일에, 아내는 가정에 집중한다. 남편의 수입이 넉넉하고 부부의 생활에는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수전은 허름한 호텔의 숙박료 몇 푼마저도 남편에게 일일이 받아야하는 처지다. 물론 지적이고 성실한 남편이 아내에게 돈의 용도 따위는 묻지 않지만 이것은 배우자의 지성이나 인성 문제가 아닌 헤게모니의 문제다.

 

 둘째 이유를 들자면 자기만의 공간이 없다는 것.

아이가 딸린 도로시에게도, 모든 물리적 노동에서 벗어난 부유한 주부 수전에게도 자기만의 공간은 필요하다.

흔히들 남자에겐 동굴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동굴은 남자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은퇴한 부부가 갈등을 빚고 황혼이혼을 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 남자들이 집안일을 할 줄 모르고 아내의 보살핌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물론 그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각자의 영역을 인정하지 못하는 게 더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쓰고 보니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한 조건으로 1년에 500파운드라는 고정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버지니아 울프가 생각난다. 글을 쓰는 데만 돈과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겠는가. 모든 인간에게는 돈과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작가도 <19호실로 가다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수전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을 것 같지 않다고 말이다. 그런 그녀가 남편에게 19호실로 가는 이유를 말할 수 없어서 외도를 핑계대는 부분이 너무 안타까웠다. 19호실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 대신 19호실로 가는 수전을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었을까. 남편으로 대표되는 세상 사람들의 이해와 상관없이 (심지어 작가에게도 이해받지 못하지만)수전은 자유로운 존재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을 납득시켜야만 했다. 그것 또한 수전에게는 참을 수 없는 폭력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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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19호실로 가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아**자 | 2018.07.27 | 추천13 | 댓글26 리뷰제목
<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노란 문과 커튼을 바라보는 여인의 뒷모습. 여인은 노란색(봄, 시작, 희망)을 보는 걸까, 그 너머를 보는 걸까.침대에 앉은 뒷모습이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책은>서평모집 당첨 도서 <저자는> 저 : 도리스 레싱 ---발췌하다Doris May Lessing작가 도리스 레싱은 현대의 사상·제도·관습·이념 속에 담긴 편견과 위선을 냉;
리뷰제목

<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노란 문과 커튼을 바라보는 여인의 뒷모습.

여인은 노란색(봄, 시작, 희망)을 보는 걸까, 그 너머를 보는 걸까.

침대에 앉은 뒷모습이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책은>

서평모집 당첨 도서

 

<저자는>

 저 : 도리스 레싱 ---발췌하다

Doris May Lessing

작가 도리스 레싱은 현대의 사상·제도·관습·이념 속에 담긴 편견과 위선을 냉철한 비판 정신과 지적인 문체로 파헤쳐 문명의 부조리성을 규명함으로써 사회성 짙은 작품세계를 보여준 영국의 여성 소설가이자 산문 작가이다.

본명은 도리스 메이 테일러(Doris May Tayler)이다. 1919년 이란의 케르만샤에서 태어났다. 레싱의 가족은 1925년, 영국 식민지인 남부 로디지아(지금의 짐바브웨)로 이사해 옥수수농장을 했다. 가족이 가톨릭 신자는 아니었으나, 레싱은 로마 가톨릭의 여학교를 다녔다. 15살 이후는 학교를 떠나 독학을 했다. 이런 어렵고 고된 유년기에도 불구하고, 레싱의 작품에서 그려진 영국령 아프리카의 삶은 식민지 영국인의 메마른 삶과 원주민의 어려운 삶에 대한 연민으로 채워져 있다. 열네 살 이후부터 어떤 제도 교육도 거부한 독특한 이력은 기성의 가치 체계 비판이라는 그녀의 작가 정신과 태도의 일관성을 잘 보여준다.

 

영국인으로서 영국의 아프리카 식민지 로디지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녀는 특히 인종차별 문제, 여성의 권리 회복 문제, 이념 간의 갈등 문제 등에 깊이 천착했다. 그녀의 날카로운 정치 의식과 사회비판 의식은 전통과 권위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어리석음, 반가치 등의 집단 폭력으로부터 인간 개인의 개성적인 삶과 사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첫 소설인 《풀잎은 노래한다》(The Grass Is Singing)는 1950년 런던에서 처음 발표되었다. 그녀는 수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11번째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으며, 당시 88세로 역대 수상자 중 최고령의 기록을 세웠다. 이 외에도 서머싯 몸 상(1956), 메디치 상(1976), 유럽 문학상(1982), 아스투리아스 왕세자 상(2001) 등을 수상했다. 유명한 작품으로 『폭력의 아이들』 시리즈, 『황금노트북』, 『생존자의 회고록』, 『다섯번째 아이』, 『런던 스케치』 등이 있다.

그녀는 두 차례 결혼하고 두 차례 이혼했으며, 세 명의 자녀를 두었다. 찰스 위즈덤(Chales Wisdom)과의 첫 결혼 생활은 1939년부터 1943년까지 이어졌다. 후에 동독의 우간다 대사를 지내기도 한 고트프리트 레싱(Gottfried Lessing)과의 결혼 생활은 1945년부터 1949년까지 이어졌다. 1999년 영국 정부로부터 CH훈장을 받았으나 DBE 작위는 고사하였다. 2013년 11월 17일 향년 94세, 노환으로 별세했다.

<책읽고 느낀 바>

  그랜드 마더스/를 서평 응모하며 다른책 응모를 철회했건만 교류하는 분들은 여럿 당첨되었음에도 내 아이디는 없었던 책.  시간이 흐른 뒤 토론 거리가 될 수 있었던 그 책을 산 것도 같고 선물받은 것도 같다는 희미한 기억. 도리스 레싱은 이렇게 기억된 저자인데 이제서야 접할 시간이 되었던 모양이다.

 

  단편 11개가 수록되었음에도 방대한 페이지는 아니다. 휙휙 넘어가지 않았다. 보통의 관점에서 보는 소설이 아니다. 예상하기 어려운 전개면서 심리묘사는 섬세하다. 밝고 긍정적인 게 아닌 우수에 젖고 우울도 있는 무미건조하다라고 치부하기엔 서정성도 있다.

 

  11편의 단편 중 3편만 쏙 들어왔고 나머지는 신중하게 읽었으되 모호했다. 조금 난해한 편으로 억지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약간은 추상적인 면을 보는 듯한데  독자몫인가 이해했다. 맘에 든 이 3편만 내 식으로 이해했어도 만족이다.

 

최종후보에서 하나 빼기

한 마디로 말하면 그레이엄 스펜스가 바버라 콜스를 정복하기 위해 부단히 애쓴 이야기.

결혼 20년째인 그는 아내와 이혼 직전까지 갔으나 마지막 순간에 생각을 바꿨다. 그 아가씨를 실망시킨 댓가는 아내와의 지속된 결혼 생활로 이어졌고 처음 10년은 치열하고 살벌하게 싸우고, 싸웠으나 이제는 서로를 이해하는 단계. 대개가 거기서거기 라고 생각하는 건 자기 자로 남을 재기 때문이다.

 

가난한 청년이 책을 내 첫 권은 성공했으나 두 번째 책은 기억하는 이 없는 게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잘하는 게  서평 쓰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가장의 책무를 다하며 자신이 맘먹은대로 인터뷰하는 여자들을 요리했고, 요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은 대체로 성공했다. 우연히 본 바버라 콜스를 함락(?)시키기 위해 자연스런 작전을 짰고 계획대로 밀어부친다.

 

보통 여자인 그녀가 수법에 걸리지 않자 당황한다. 끌어안고 격렬한 키스를 퍼붓지만 맘대로 안되자 꽉 끌어안은 채로  온통 여기저기 침만 잔뜩 발라댄다. 승부욕은 정복욕으로 변하고 성취욕으로 치닫는다. 너무 용을 써서 결정적인 순간에 발기가 안되고. 유부녀인 그녀가 수동으로 분출을 시키는 사태를 맞는다. 그녀 입장서 보자면 좋아서가 아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계속 덤빌 것이기에. 결국 그의 참패로 끝나는데 제목이 얼마나 기막힌가.

 

목격자

늙은 남자는 30년째 한 직장에 근무하지만 그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은 없다. 노처녀와 타이피스트 여직원 그리고 남자보다 더 나이 많은 사장님. 노처녀는 일을 잘했고 파워도 세다. 늙은 남자는 앵무새와 개를 키우는데 반려로써보다 주인집 아주머니의 심기를 건드리기 위해 키운다. 마찬가지로 사무실에서 자신에게 질문을 하면 대답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투명인간 취급이지 그에게 질문은 돌아오지 않는다.

 

10대 여직원이 입사하는데 천방지축 말괄량이 삐삐다. 마니의 사고와 행동은 어이상실이다. 노처녀마저도 일단 관찰하는지 말을 잃었다. 예측불가인 마니는 사장실에 들어가면 나오질 않는다. 마니 아빠와 사장이 친구라서 입사했다는데 믿어야할 지 말 지. 이상한 건 여직원들 말이라면 싫은 기색을 안보이던 사장이 마니만 감싸고 여직원들을 성질나게 만든다. 모두 한 번씩 감정 폭발을 일으키고 마니는 울고 불고 사장에게 하소연하는데. 늙은 남자는 마니를 위로한다.

 

벌레 보듯 했는데 위로를 받아서인지 고분고분 자신을 따라온다. 늙은 남자의 집에 갔다가 기겁을 하며 나온다. 어차피 잠시 머무는 집이라 남의 집에 자신의 물건은 새와 개 그리고 침대. 인터넷 구매한 사진들뿐. 애초에 남의 사진도 도배된 상태였거늘 변태취급당한 게 늙은 남자는 부끄럽기도 하고 억울한 맘도 든다. 한번만 더 술 취해 출근하면 해고라는 경고도 받았건만 그렇게 출근에 이른다. 빼꼼이 열린 사장실 문틈을 들여다보니 마니는 사장 의자에 앉아 있고 사장은 연신 마니를 핥느라 정신이 없다.

 

목격자라서 해고를 당한 건지, 술 취해 출근해선지 늙은 남자는 알 수 없으나 열불이 난다. 마니에게 사장은 자신보다 더 나이가 많다고 말해 주지 못한게 걸린다.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한 여직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적응한 분위기가 어색했지만 그들에게 인사를 못한 게 아쉽다. 자신을 궁금해할 사람 한 명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사장은 그랬었다. 누군가 복이 통째로 굴러 들어와 복 터진 사람이 있다고. 마니인 줄 알았더니 사장이었네 라는 뒤늦은 깨달음. 목격자 라는 제목도 환상이다.

 

19호실로 가다

지성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 라고 밝힌다.

매슈는 대형 신문사 차장급 기자, 수전은 광고회사에서 일했는데 둘다 벌이가 좋았다. 둘은 달콤쌉싸름한 사랑도 서너 번의 경험이 있고, 친구들이 결혼을 일찍해 아쉬워하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잘 어울리는 커플로 20대 늦은 나이에 결혼했다. 서로가 지성으로 대화하고 사랑했으며 자녀들도 아들, 딸, 쌍둥이 남매를 환상적 조합으로 낳았다. 육아에 있어서 헌신하는 수전과 가장의 책무를 다하는 매슈는 여전히 애정전선에 이상 없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서-어쩌면 조금씩 빈둥지증후군이 발발하는 것 같은- 수전은 새로이 일을 시작해도 되는 상황. 일해 주는 분도 성실했으나 수전의 응답을 늘 들어야하는 사람인게 조금 피곤한 일. 굳이 말하자면 사건의 시작은 매슈가 잠시 바람을 피웠다고 고백하는데 수전의 가슴이 아무렇지 않다는 것. 매슈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어찌 분노나 배신감 나아가 질투가 나지 않을까. 수전은 그게 이상하고 이상했다. 그러면서 마음 속이 텅 빈 듯한 불안이 자리한다. 그걸 적이라고 표현하는데 실체가 없지만 있다고 느끼는 적 말이다.

 

육아 우울증이라고 보기엔 과도할만치 수전은 불안해하고 허전해한다. 자신만의 방이 필요하대서 정해주지만 그 안에서 더 갑갑증을 느끼니 그 방은 있으나마나. 살기 위한 방편으로 남편에게 돈을 받아서 먼 곳의 남루한 호텔 19호실에서 쉰다.  시간제를 써도 종일요금을 낸다. 지배인은 지극히 사무적이라 편안했고 19호실이 대실일 때는 기다렸다 머문다. 수전은 그 남루한 방에서 오로지 의자에 앉아있다만 나온다. 19호실만이 그녀의 숨통이다. 그 안에서만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자신의 집으로 와도 자신을 19호실에 두고 왔다고 여겨진다.

 

모든 것들이 귀찮아서, 시시각각 챙겨야하는 것들에서 벗어나고파 젊은 보모를 고용한다. 보모는 안주인 역할을 잘 해내고 가족들도 적응하는데 수전만 불안하다. 자신이 있어야할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왜 집에서 편안함을 얻지 못할까.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사랑하는 것도 아닌 상태.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느껴지지 않는 상태. 광고일을 시작하면 될텐데 그것도 아니고. 정신과상담 같은 건 아예 등장하질 않는다. 그저 그녀가 말라가는 과정이 있다. 그러다 안식을 찾기에 이르는 결말에서 화가 났다. 추리소설도 아니건만 반전이다.

 

* 이 리뷰는 문예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1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3 댓글 26
파워문화리뷰 19호실로 가다 - 여자들이 사는 방식에 대해 말하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아**스 | 2020.02.25 | 추천12 | 댓글6 리뷰제목
요즘 저자의 소설들을 찾아 읽고 있다. 여성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편안함이다. 그건 주제나 소재가 편안해서가 아니라 인물 묘사가 자연스러운 데서 오는 편안함이다. 많은 남성 작가가 묘사하는 여성 인물들에겐 어딘가 찜찜한 구석과 의혹이 남는데 반해 여성 작가가 묘사하는 여성과 남성 인물에는 그러한 의혹이 남지 않아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어 좋다.;
리뷰제목

요즘 저자의 소설들을 찾아 읽고 있다. 여성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편안함이다. 그건 주제나 소재가 편안해서가 아니라 인물 묘사가 자연스러운 데서 오는 편안함이다. 많은 남성 작가가 묘사하는 여성 인물들에겐 어딘가 찜찜한 구석과 의혹이 남는데 반해 여성 작가가 묘사하는 여성과 남성 인물에는 그러한 의혹이 남지 않아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어 좋다. 이 책에는 표제작인 [19호실로 가다]를 비롯해 196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쓰여진 11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최종 후보 명단에서 하나 빼기]

다소 재미있는 제목의 이 단편은 유명한 여성을 상대로 모험심이 발동해 한번 쓰러뜨려보려는 욕망을 품고 접근하는 그레이엄 스펜스와 그의 잠자리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는 바라라 콜스의 밀당 이야기다. 재작년 미투운동이 한창일 때 딸아이의 선생님 한 분이 "너희는 나중에 남자가 사주는 술 절대 먹지 말라"고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선생님이 "그 남자들이 왜 너희한테 술을 사주겠니?"라고 했다고 한다. 결국 갈 데까지 가게 된 바라라 콜스가 취하는 차선책은 아마도 경험있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겪는 대처법이 아닐까 한다. 여성을 대하는 많은 남성들의 머릿속에 '그것'밖에 없다는 건 참으로 슬픈 가부장제의 현실이다.

 

[옥상 위의 여자]

"자기를 지켜보는 세 남자에게 무심하기 짝이 없는 여자 때문에 세 사람 모두 화가 났다."

아파트 옥상에서 수영복 팬티 차림으로 선탠을 하던 여자는 건너편 옥상에서 일하는 세 남자에게 발견된 후 자신의 선탠을 계속하기 위해 '나쁜 년'이 된다. 그 후 연령대가 다른 세 남자가 보여주는 반응은 각기 다르다.  10대 소년 톰은 낭만적 환상에 빠져 그 여자를 사랑한다고 착각하고, 결혼한 지 얼마되지 않은 아마도 20대인 스탠리는 길길이 날뛰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발광하고, 가장 나이 많은 아버지뻘인 해리는 그냥 내버려두자고 한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반라의 여성을 바라보는 세 남자의 시선을 통해 조마조마한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으며 성폭행 당하고 살해되는가.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

자신의 인생에서 귀한 10년을 가져간 두 남자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던 여성이 고통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심장을 꺼낸 이야기다. '그 세월 동안 내내 사랑하며 두근거리던 물건'을 막상 꺼내보니 당혹스럽고 보기 흉했는데 손에서 떨어지지 않아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한다. 그러다 지하철에서 만난 미친 여성에게 동정하고 공감하는 마음을 품자 심장이 어느 순간 떨어져나가며 홀가분해진다. 오로지 자신 안에 갇혀 있던 슬픔과 고통이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며 사라지는 건 마음의 진실이다. 지금 너무 괴롭고 슬프다면 타인의 삶에 등 돌리고 내 안에 갇혀 지내는 건 아닌지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

 

[두 도공]

작가는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꿈꾸는 사람과 꿈꾸지 않는 사람." 나 역시 꿈꾸는 사람이고 한발 더 나아가 융심리학을 통해 꿈해석과 상징에 관심이 많기에 이 작품이 매우 흥미로웠다. 작가의 지인인 현실 속의 도공 메리 토니시와 작가의 꿈속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늙은 도공의 이야기를 통해 꿈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꿈에 나오는 늙은 도공은 창작자인 작가의 창조적인 아니무스 상인 듯하다. 황무지에서 도기를 만드는 늙은 도공은 태초에 진흙으로 인간을 비롯한 세상의 피조물을 창조한 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작가에게 신으로 상징되는 창조성을 부여하는 특별한 꿈이라고 생각한다.

 

[남자와 남자 사이]

한 대학교수의 아내와 정부로 지낸 두 여성 페기와 모건이 만나 술을 마시며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고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여성연대 이야기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여성끼리의 단결이라 한다. 그래서일까.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 깨진다'는 속담이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속담에는 여성의 단결과 목소리를 가로막는 남성 중심 사회의 두려움이 들어있다. '남자와 남자 사이에서' 분열돼 왔던 여성들, 엄마와 딸, 시어머니와 며느리, 시누이와 올케가 연대할 때 달라지는 건 이 세상이 좀더 평등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는 거다.

 

[19호실로 가다]

"이것은 지성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롤링스 부부의 결혼생활은 지성에 발목을 붙잡혔다."

이 단편을 다 읽고 맨 앞으로 돌아와 다시 읽어보니 이러한 첫 문단으로 시작한다.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현모양처를 이상향으로 꿈꾸며 결혼생활을 시작할까. 그후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결혼생활과 양육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회의하며 발버둥치는가. 바로 나의 이야기이고 지인의 이야기라고 느끼며 공감한 이야기다. 결혼 생활 10여 년이 흐른 뒤 작고 더러운 호텔방을 찾아가며 자신을 찾으려 애쓰던 수전의 마지막 선택을 존중해야겠지만 가장 바라지 않던 결말 앞에서 슬픔이 넘친다. 가정에 종속된 여성의 삶과 이성중심 사회에 울리는 경고의 종소리 같다.

 

 여성 작가의 인물 묘사가 편안한데다 익숙한 소재라고 해서 편하게 읽으면 자칫 작가의 문제의식을 놓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편안해보이는 여성의 일상 속에 스며있는 여성혐오와 성폭력의 위험과 공포, 길을 가다가도 낯선 남성의 이상한 눈빛을 마주치고 불현듯 느끼는 위기 의식이 그렇듯이 말이다. 도리스 레싱의 소설을 통해 만나는 페미니즘은 일상 속에서 느끼는 이러한 질문을 마주하게 한다.

 

 

1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2 댓글 6

한줄평 (29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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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리*꺼 | 2018.12.03
구매 평점5점
도리스 레싱의 글에는 강력하고 인상적인 차분함이 있다. 아껴가며 음미해가며 읽고 싶은 글.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명***인 | 2022.01.07
구매 평점5점
이번생은 처음이라 드라마를 통해 알게된 후 계속 읽고 싶었는데 너무 좋아요!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졔* | 2019.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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