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들어서자 딸이 인사를 했다. “다녀오셨어요?” “응, 그래”라는 대답 뒤에 습관적으로 “숙제 했니?”라는 말이 나오려는 것을 참아내곤 책에서 소개한 질문법을 활용하기로 했다. “숙제 있니?” 어, 이것 봐라? “숙제 했니?”라고 물을 때의 느낌과는 다른 따뜻함, 궁금증, 그리고 애정이 말투에 실려 있음을 느꼈다. 아이의 반응이 궁금했다. “네. 독후감도 있고, 일기도 써야 해요.” 대화가 이어졌다. “아빠가 혹시 도와줄 건 없니?”라는 물음에 딸은 “아니요”라고 답하곤 ‘맞아. 내가 할 일이 있었지’라는 표정을 지으며 제 방으로 들어간다. 아빠에 대한 원망과 짜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녀와의 관계를 극적으로 개선하길 원한다면, 그리고 아직도 “숙제 했니?”와 “숙제 있니?”의 차이를 모르고 있다면 이 책을 한 번쯤 꼭 읽어보시길 권하는 바이다. --- 「추천의 글」 중에서
유난히 컨디션도 안 좋고 분주한 날, 아이가 숙제는 뒤로하고 소파에 파묻혀 텔레비전만 보고 있다든지, 씻지도 않고 장난감만 가지고 논다면 슬슬 신경이 날카로워집니다. 결국 폭발해서 아이에게 화를 내기 일쑤요, 야단치는 걸 넘어서 협박조가 튀어나오게 됩니다. 때론 아이에게 협상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너, 지금 텔레비전 안 끄면 주말에 어디 못 놀러갈 줄 알아!”
“텔레비전 끄고 숙제하면, 좋아하는 초콜릿 줄게.”
이래도 괜찮은 걸까요? --- 「시작하며」 중에서
아이에게 같은 문제를 매번 친절히 설명해도 늘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듣고 있다면, 부모의 말투부터 점검해봐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지나치게 장황하게 설명하거나, 어려운 단어들로 아이와 대화하는 경우, 아이는 십중팔구 똑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아이는 부모님의 심각한 어조와 표정에 알아들은 척했을 뿐, 이해를 못 했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죠. 아직 언어가 미숙하고 집중력도 짧은 아이에게는 어느 순간 부모의 말이 외국어 듣기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 「시작하며」 중에서
“너는 지환이보다 실력이 좋으니까 조금만 있으면 주전 선수가 될 거야.”
“민수랑 실력이 비슷하니까 금방 주전 자리를 뺏을 수 있을 거야.”
주전 선수가 되기 위해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를 이런 식으로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칭찬하다 보면 경쟁의식을 심하게 가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동료의식보다 경쟁의식이 커져서 팀 동료에 대한 배려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행동을 한다면, 부모의 칭찬 방식이 올바르지 않았는지부터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 「아이의 도전정신을 북돋는 섬세한 칭찬법」 중에서
식사 중에 밥을 흘린 아이에게 “똑바로 먹어야지!” 셔츠가 밖으로 삐져나온 아이에게 “옷을 똑바로 입어야지!” 그리고 부모가 하는 말을 건성으로 듣는 아이에게 “엄마 말 똑바로 들어야지!” 이런 식으로 ‘똑바로’라는 말을 써서 아이를 가르치려 한다. 상황과 내용이 때에 따라 전혀 다른데도 불구하고 ‘똑바로’ 라는 말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해 사용한다. 그리고 엄마는 이 말로 자신의 의사가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똑바로’라는 말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만능 약’이 될 수 있을까? 엄마가 무엇을 전하려 하는지가 아이에게 ‘똑바로’ 전달되고 있을까? --- 「지시할 때는 명확하게」 중에서
“너는 분하지도 않아? 준이를 이겨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
아이를 격려하기 위해 부모가 범하기 쉬운 실수 중의 하나가 “너는 ~하고 싶다는 생각 안 들어?”라는 말이다. 이것은 부모의 생각을 강요하는 행동이다. 이기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니까 당연히 너도 이기고 싶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강제가 그 말 속에 담겨 있다. ---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3단계 격려법」 중에서
아이가 자신감이 있고 도전하고자 하는 의욕도 충만할 경우엔 이런 말이 응원이 되고 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부모가 남용하여 뭐든지 “너라면 할 수 있어”라고 말한다면 아이는 ‘이렇게 기대를 받고 있는데 안 되면 어쩌지?’ 하고 두려워한다. 그리고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것이 반복되면 무엇이든 도전하기보다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나 피곤해” “지금은 됐어”라는 식으로 시도 자체를 주저하게 된다.
--- 「너무 강하기만 한 격려는 압박이 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