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결정적 차이: 왜 어떤 아이는 성공하고 어떤 아이는 실패하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자원은 아마 “부모의 말”이 아닐까 한다.
언어와 문화권, 어휘의 미묘한 차이, 사회경제적 지위가 어떻든 간에 말은 두뇌가 잠재력의 한계까지 발달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같은 맥락에서 언어 결핍은 두뇌 발달의 적이나 마찬가지다. 청력을 타고났으나 척박한 언어 환경에 놓인 아이는 청력 없이 태어나 수화를 배우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와 다를 바가 없다.
반면 풍부한 언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는 청력을 타고났든 인공와우(인공 달팽이관) 이식으로 듣는 능력을 얻었든 상관없이 날아오를 수 있다.
---p.25
3세 끝자락이 되면 뇌와 거기 포함된 1000억 개의 뉴런은 물리적 성장의 85퍼센트를 마치고 사고와 학습의 토대를 상당 부분 완성한다.(이 책에 나오는 연령은 모두 만 나이다-옮긴이) 이는 3년이 지나면 두뇌가 더는 발달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해당 3년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두뇌 발달은 영유아의 언어 환경과 절대적 상관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과학으로 증명되었다.
---p.30
베티 하트와 토드 리즐리의 대단함은 단순히 연구 결과를 냈다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런 연구를 시도했다는 데 있다. 당시 통념에 따르자면 공부를 잘하는 것은 머리가 좋아서였고, 공부를 못하는 것은 머리가 좋지 않아서였다. 더 논할 거리가 없었다. 가난 속에서 태어난 아이와 더 넉넉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 사이의 성적 격차는 오랫동안 바뀔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다들 정답은 “유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트와 리즐리는 이 통념을 바꾸어 놓았고, 획기적 연구를 통해 “왜?”라는 중대한 질문에 다른 답을 찾아냈다. 이들은 연구에서 가난하게 태어난 아이의 언어 환경과 더 넉넉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의 언어 환경은 완전히 다르며, 이런 차이가 이후의 학업 성취도와 연관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게다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정의 아이는 그렇지 않은 가정의 아이에 비해 훨씬 적은 말을 들으며 자란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차이점은 말의 양뿐이 아니었다. 하트와 리즐리는 말의 질, 즉 어떤 종류의 말이 어떤 방식으로 아이에게 전달되는지에서 중대한 차이점을 발견했다.
결국 핵심 차이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아니라 언어 노출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하트와 리즐리는 아이의 학업 성취도가 높은 경우와 낮은 경우 역시 유아기 언어 환경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원인은 바로 “말”이었다.
하트와 리즐리 덕분에 생애 초기 언어 환경의 중요성이 분명해졌다. 그리하여 아이가 태어나서 3세가 될 때까지 듣는 말의 양과 질은 최종 학업 성취도에서 나타나는 현저하고 예측 가능한 격차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pp.49~50
나는 어떤 사회경제적 상태의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든 상관없이 모든 아기, 모든 어린이는 자기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할 기회를 얻어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우리 모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존재 이유다.
---p.52
2장 3000만 단어의 기적: 부모의 말이 아이의 학습 능력을 좌우한다
이 자료는 매우 중요한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아이의 최종 학습 능력은 생애 초기 몇 년간 들었던 말과 관련이 있는가?” 3년에 걸친 고된 분석 끝에 의심할 여지가 없는 답이 나왔다. 뚜렷한 관련이 있었다.
당시 통념과는 달리 사회경제적 지위, 인종, 성별, 출생 순서는 아이의 학습 능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아니었다. 상위 계층이든 하위 계층이든 같은 집단 내에서도 언어 사용 양상은 서로 다르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동의 향후 학습 궤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생애 초기 “언어 환경”에, 즉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 얼마나 많이 말하는지에 달려 있었다. 가정의 교육이나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부모가 말을 많이 하는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는 학습 성과가 더 좋았다. 너무나 간단한 문제였다.
---pp.65~66
6년 뒤 이들과 동료인 데일 워커Dale Walker 교수는 실험에 참여했던 아동들을 다시 검사했다. 그 결과 생후 3년까지 아이가 노출된 언어의 양이 9~10세 무렵의 언어 능력과 학교 시험 점수까지 예측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언어, 학교 성적, IQ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아님을 밝힌 이 연구 결과는 지극히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하트와 리즐리의 기념비적 연구는 나중에 통계를 토대로 “학업 성취도 격차achievement gap”라고 알려지는 현상의 근본 원인이 생애 초기 언어 노출의 차이에 있음을 증명했다.
---p.69
여기서 얘기하는 3000만 단어는 서로 다른 단어 3000만 개가 아니라는 것 또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웹스터 뉴 인터내셔널 사전 3판》의 수록 단어가 34만 8000개,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29만 1000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서로 다른 3000만 단어는 불가능에 가까운 양이다. 어쨌거나 여기서 말하는 단어 수는 반복되는 것까지 포함해 아이가 들은 단어의 전체 개수를 가리킨다.
---p.80
3장 신경가소성의 비밀: 뇌과학이 일으킨 생애 초기 두뇌 발달 혁명
거의 모든 다른 장기와는 달리 아기가 태어날 때 뇌는 완성되어 있지 않다. 심장이나 신장, 폐는 1일 차부터 남은 평생 똑같은 기능을 한다. 하지만 두뇌는 완전히 발달할 때까지 어떤 환경을 만나는지에 따라 거의 딴판으로 달라진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신생아의 머릿속에는 경이로울 만큼 빠르고, 복잡하고, 정교한 성장을 앞둔 지적 능력의 핵심이 들어 있다.
비교적 짧은 시간인 생후 2~3년 안에 놀랍도록 강력하거나 위태로울 만큼 연약하거나 아니면 그 사이 어딘가에 해당하는 뇌 회로가 생겨나 평생의 성취에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은 과연 무엇일까? 기본적으로는 유전, 생애 초기 경험, 그리고 이 2가지가 평생에 걸쳐 서로 미치는 영향이다. 좋든 나쁘든 이것이 전부다.
---pp.88~89
뇌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기와 양육자 사이의 관계며, 여기에는 언어 환경의 전체 분위기가 포함된다. 이제 겨우 눈의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아기에게 “아빠는 우리 귀염둥이를 사랑해요”라고 어르는 말이 그리 중요할 줄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하지만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아주 아주 중요하다.
“엄마가 많이 사랑해”나 “우리 깜찍한 귀염둥이” 같은 말, “이야”나 “우와” 같은 사소한 말이 하나씩 쌓이면 뇌의 수십억 뉴런을 조용히 연결해서 앞으로 아이의 지적 잠재력을 실현할 복잡한 신경망을 만들어 내는 촉매가 된다. 어르기와 미소와 평화로움이 어우러져 최적의 시나리오를 이룰 때 두뇌는 눈부시게 발달한다. 이런 적절한 조건이 존재하지 않거나 심지어 스트레스가 심하고 고립된 환경이라면 두뇌 발달은 심각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결국 말의 양은 중요하지만, 이는 말이 아기의 양육자가 제공하는 애정 어리고 따뜻한 관계의 부산물일 때만 성립한다. 말을 많이 할 수는 있으나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관심과 따스함이 필요하다.
---p.91
사람은 각자 1000억 개의 뉴런이라는 잠재력을 품고 태어난다. 이는 실로 엄청난 잠재력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 뉴런 연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연결된 전선 없이 따로따로 선 전신주처럼 1000억 개의 뉴런이라 해 봤자 별 의미가 없다. 반면 이 뉴런들이 적절하게 연결되기만 하면 뇌가 마법을 펼칠 수 있게 해 주는 초고속 회로망이 된다.
태어나서 생후 3년까지 뇌에서는 1초마다 700개에서 1000개의 뉴런 연결이 새로 추가된다. 숫자를 다시 확인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아기의 삶에서 1초가 지날 때마다 700개에서 1000개의 뉴런 연결이 생겨난다.” 이렇게 생겨난 놀랍고 복잡한 회로망은 기억, 감정, 행동, 운동, 그리고 물론 언어까지 아우르는 기능을 모두 주관하는 뇌 구조를 이룬다.
하지만 첫 3년간 이렇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뉴런 연결은 따지고 보면 너무 과하다. 이 연결이 계속 그대로 유지된다면 뇌는 넘치는 자극과 소음으로 엉망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인간 아기의 아주 똑똑한 뇌는 약하거나 덜 사용되는 가닥은 솎아내고 자주 사용되는 가닥은 잘 조율해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영역으로 정리하는, “시냅스 가지치기”로 불리는 과정을 통해 불필요한 신경 연결을 다듬기 시작한다.
중요한 신경 연결이 생겨나서 강화되는 이 시기 동안 기능을 익히고 언어를 학습하는 능력 역시 극대화된다. 뇌가 이런 정도의 신경가소성을, 다시 말해 다양한 환경에 반응해 변화하는 놀라운 유연성을 발휘하는 시기는 두 번 다시 없다. 하지만 뇌가 잘 쓰이지 않는 연결을 쳐내기 시작하면서 기회의 창은 좁아지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적응력의 폭 또한 함께 줄어든다. 그렇기에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시도, 이를테면 새로운 언어 배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pp.94~95
쿨 교수에 따르면 그녀가 연구에서 찾아낸 것은 아기들이 실제로는 언어 “연산의 천재computational genius”라는 사실이었다.
아기가 단어 1개를 이해하거나 입 밖에 내기도 전에 아기 뇌는 소리를 분리하고 이어 붙여 단어를 만드는 “구문 분석parsing” 작업에 들어간다.
이는 모국어를 배우는 과정 초기에 뇌가 해야 하는 중요한 작업이며, 실제로 이 과정이 자궁 안에 있을 때부터 시작된다고 볼 만한 증거가 있다. 무술 고수 같은 민첩함으로 아기의 놀라운 뇌는 흘러 들어오는 소리의 흐름을 매끄럽게 자르고 다져서 의미 있는 단어로 바꾸면서 자신이 속한 언어 환경에 차츰 적응해 나간다.
---p.108
언어 또는 말의 핵심은 인간을 다른 인간과 연결하는 것이다. 아기의 뇌는 이런 진화 역사의 산물이다. 뇌는 언어를 수동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반응과 사회적 상호작용이 있는 환경에서만 언어를 배운다. 아기와 양육자의 관계에서 언어 주고받기는 언어 학습뿐 아니라 학습 전체의 핵심이 되는 요인이기에 그 중요성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p.113
4장 부모의 말이 지닌 힘: 수학, 문해력에서 그릿, 성장 마인드셋, 공감력까지
팔 수도, 쌓아 둘 수도, 뉴욕 증권 시장에 상장할 수도 없지만 양육자의 말은 모든 국가, 모든 문화권에서 모든 사람의 존재 자체, 행동 양식, 능력의 구석구석에 속속들이 배어드는 핵심 자원이다.
그리고 말에는 한 푼도 들지 않는다.
---p.120
맨해튼의 활기찬 거리는 각각 목적이 따로 있으나 한데 모여 역동적이고 복잡한 뉴욕이라는 대도시를 이룬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 뇌 안의 뉴런 연결에는 각각 목적이 있지만 이 연결이 모여 이루는 복잡한 망인 커넥톰은 우리가 전체로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한다. 그뿐 아니라 이 신경망은 우리가 자기 능력을 활용해 과학을 연구하고, 시를 쓰고, 농구 경기에서 이길 전략을 짜면서 이루는 성취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이토록 중요한 뉴런 연결은 어디서 시작될까? 물론 유전 측면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과학적 증거를 살펴보면 타고난 잠재력의 실현 여부는 대체로 아동의 생애 초기 언어 환경에 따라 정해진다고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 아이의 성공은 “부모의 언어”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부모의 언어”라는 용어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부모의 말에는 단순히 아이의 어휘력을 늘려 주는 것 이상의 마법 같은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언어는 부모가 아이에게 말하는 단어의 “숫자”와 부모가 아이에게 말하는 “방식”을 아울러 가리킨다. 이 때문에 부모의 언어는 수학, 공간 추론, 문해력, 자기 행동을 통제하는 절제력, 스트레스 대처 능력, 끈기, 심지어 도덕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더불어 뉴런 연결 중 어떤 것을 강화해서 남기고 어떤 것을 쳐낼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핵심 촉매 역할까지 한다.
---pp.123~124
아동을, 다음에는 유아를, 그다음에는 영아를, 결국에는 신생아를 본격 관찰하고 나서야 연구자들은 “숫자의 희미한 개념”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아이들이 태어난 첫날부터 수학 능력을 보인다는 사실을 이들은 알아냈다.
피아제의 이론과는 정반대로 아기는 타고난 비언어적 “숫자 감각”과 사물 개수를 비교해 “어림짐작”하는 능력을 지닌 채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
심지어 태어난 지 겨우 이틀 된 신생아도 일종의 숫자 맞히기 게임을 할 줄 안다. 신생아에게 여러 음절로 된 소리를 들려주자 아기가 그 소리를 같은 개수의 기하학 도형과 연결하는 모습을 보고 연구자들은 이 사실을 알아냈다. 예를 들어 신생아에게 “뚜- 뚜- 뚜- 뚜-”라는 소리를 들려주면 아기는 사각형이 4개 있는 그림을 더 오래 쳐다본다. 12음절짜리 소리를 들려주면 아기는 사각형 12개짜리 그림을 쳐다본다.
---p.131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 교수 캐럴 드웩은 교육 분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사고 혁명인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 운동의 선도자다. 드웩 교수가 주장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부모와 교육자로서 우리는 “능력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노력이야말로 성취를 좌우하는 요소다” “실패는 대개 능력 부족이 아니라 포기 때문이다”라는 마인드셋을 아이들에게 불어넣어야 한다.
드웩 교수에 따르면 타고난 능력을 칭찬하는 말로는 이런 목표를 이룰 수 없다. “넌 정말 수학에 강해.” “넌 수학 소질을 타고났어.” 이런 말은 수학이 이미 정해진 능력, 날 때부터 있거나 없는 “재능”이라는 생각을 아이에게 심는다. 그 결과 인내와 헌신, 치열한 노력의 결정적 중요성은 지워지고 만다. 이런 말에는 “네가 뭔가를 쉽게 해낼 수 없다면 그건 네가 충분히 똑똑하지 않기 때문이며 노력할 의미가 없다”라는 암시가 담겨 있다.
---p.144
연구의 첫 단계에서 아이가 14개월이 될 무렵이면 벌써 부모가 “똑똑함”을 칭찬하는지 “노력”을 칭찬하는지 “칭찬 스타일”이 정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5년 뒤 연구팀은 첫 3년간 부지런함과 노력을 칭찬하는 “과정 중심” 칭찬을 더 많이 받은 아이가 7~8세에 성장 마인드셋으로 삶을 바라볼 확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성장 마인드셋이 초등 2~4학년의 수학과 독해력 성취도를 예측한다는 점이었다. 증거에서 확인된 대로 이런 아이들은 자신의 성공이 열심히 노력하고 어려움을 극복한 결과며 노력하면 자기 능력이 향상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p.153
지적 능력과는 별개로 집행 기능과 자기 조절은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문제를 악화하는 방향으로 충동 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마음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생산적이고 안정된 성인이 되는 데 필수인 이 능력은 날 때부터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다. 유아기 환경에 크게 영향받는 이 능력은 영아기부터 성인기 초반까지 장기간에 걸쳐 획득되고 다듬어지며, 뇌에서 전두엽 피질로 알려진 부분과 절대적 관계가 있다.
가정 환경이 너무나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두엽 피질이 그냥 저절로 긍정적 방향으로 발달해서 자기 조절과 집행 기능의 완벽한 중추 역할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만약 그랬다면 인생은 한결 수월했을 터이다.
뇌의 이 영역은 실제로는 우리가 태어난 순간부터 불안과 위협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부정적이고 변덕스러운 부모의 말을 포함해서 감정적 스트레스를 주는 생애 초기 환경은 전두엽 피질 발달에 악영향을 미쳐 자기 조절과 집행 기능의 성장을 방해한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어린 시절뿐 아니라 성인이 된 뒤까지 삶의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예를 들어 자기 조절과 집행 기능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채로 유치원에 들어가는 아이는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다. 자기 마음을 어느 정도 차분하게 하는 법이나 제시되는 정보에 집중하는 법을 모르는 아이는 정보를 흡수할 수 없다. 이처럼 단순한 문제다. 그 결과 유치원 시기의 학습 효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아이의 잠재 IQ와 상관없이 향후의 학습 전망까지 어두워지게 된다.
---pp.159~160
5장 3가지 T 대화법: 두뇌 최적화를 위한 최고의 언어 환경 프로그램
풍부한 언어 환경을 만드는 것 또한 그러잖아도 바쁜 삶을 한 뭉텅이 잘라내서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3가지 T”는 아무리 평범한 활동이라도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설계되어 있다. 부모나 양육자는 침대 정돈이나 사과 깎기, 빗자루질 등에 말 몇 마디만 덧붙이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경험으로 바꿀 수 있다. 결국 이런 말은 아이의 두뇌 발달뿐 아니라 부모와 자녀 관계 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저귀 냄새나 꽃 색깔, 세모난 물건 등 부모가 어떤 주제로 얘기하든 상관없이 “3가지 T”는 아이가 태어난 첫날부터 두뇌 발달에 필수인 최적의 언어 환경을 조성하는 토대를 제공하도록 설계되었다.
---pp.189~190
“3가지 T” 가운데 가장 풍부한 뉘앙스를 품고 있는 것은 “주파수 맞추기”다. 여기에는 아기나 어린이가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 의식적 노력을 들여 살펴보고,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그것을 주제로 삼아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이 포함된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부모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이의 초점이 끊임없이 바뀌더라도 아이가 이끄는 대로 부모가 따라가며 반응하기만 하면 주파수 맞추기는 가능하다.
이는 아이의 두뇌를 발달시키는 부모의 말이 지닌 힘을 활용하는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한다. 부모가 주파수를 맞추지 않으면 나머지 단계는 소용없어진다.
---p.190
그럼 이러한 과정이 왜 중요할까? 아이가 초점을 맞추는 영역에서 부모가 아이와 함께 놀아 주면 이 초점이 겨우 5분 지속되다가 다른 것으로 옮겨 간다고 해도 아이의 두뇌 발달에 큰 도움을 준다. 뇌가 다른 영역, 특히 현재는 관심이 없는 영역으로 옮겨 가느라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엄마나 아빠는 “책 읽어 줄까?”라고 물을 수 있다. 이건 매우 긍정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아이가 말로 대답하지 않거나 부모가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하지 않더라도 거기에 동조해 주는 것이다. 주파수 맞추기의 핵심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
집행 기능이 아직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아이는 활동이 흥미로울 때만 주의를 집중한다. 관심이 없으면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줘 봤자 허공으로 사라져 버려서 아이의 두뇌 발달에 거의 또는 전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p.192
두 번째 T인 “더 많이 말하기”는 그저 사용하는 단어의 숫자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단어의 종류와 단어를 말하는 방식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뇌가 돼지 저금통이라고 상상해 보자. 1센트짜리만 넣는다면 저금통이 꽉 차 봤자 대학 등록금에 별 보탬이 되지 않을 테고, 의대라면 더 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아기의 뇌에 똑같은 싸구려 단어만 집어넣으면 이 또한 대학 등록금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반면에 매일 아주 다채로운 단어를 집어넣는다면 뇌는 아주 풍성해져서 자기 등록금을 알아서 낼 수 있게 될지 모른다.
“주파수 맞추기”와 발맞춰 가야 하는 “더 많이 말하기”는 아이에게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특히 아이가 지금 집중하고 있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가리킨다. 구분이 애매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 차이가 TMW 방식의 핵심이다.
아이와 함께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와 부모 양쪽에 비슷한 수준의 참여를 요구한다. 주파수 맞추기와 똑같이 이 또한 애착 관계와 두뇌 발달에 꼭 필요한 요소다.
---pp.200~201
마지막 T인 “번갈아 하기”를 실천하려면 아이를 서로 주고받는 대화에 참여시켜야 한다. 부모와 자녀의 상호작용에서 가장 바람직한 형태인 “번갈아 하기”는 아이의 두뇌 발달 면에서는 3가지 T 중 가장 중요하다.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이라는 필수 기술을 성공적으로 배우려면 부모와 아이 둘 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의 관심을 붙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이가 초점을 맞추는 주제에 “주파수 맞추기” 그리고 그 주제에 관해 “더 많이 말하기”다. 핵심은 부모가 먼저 의사소통을 시작하든 아이가 먼저 꺼낸 말에 대답하든 간에 아이가 반응을 보일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번갈아 하기”라는 중요한 단계를 실행할 무대가 마련된다.
---p.209
우리 목표는 모든 아이가 최적의 지적 발달을 이루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TMW 교육 과정은 출생 후 3세까지 영유아의 언어 환경을 개선할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3가지 T”가 발휘하는 효과는 어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효과는 수학 개념 도입, 문해력 발달, 자기 조절 능력과 집행 기능 키우기, 비판적 사고 능력과 감정적 통찰력, 창의력, 끈기 발달을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난다.
---p.213
“애가 가만히 앉아 있질 않아요.”
“책을 굳이 자기가 들겠다고 난리예요.”
“아직 다 읽지도 않았는데 다음 장으로 넘기려고 들어요.”
“애가 책 앞부분에 나온 이야기를 자꾸 다시 꺼내서 진도를 나갈 수가 없어요.”
이런 엄마들의 말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엄마들은 아이에게 책 읽어 주기가 성공하려면 아이가 가만히 앉아 귀를 기울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읽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들을 포함한 수많은 부모가 모르는 사실이 있다. 바로 책을 읽어 줄 때야말로 “주파수 맞추기”가 꼭 필요한 순간이라는 점이다.
책 읽어 주기는 일방적인 들려주기와 듣기가 이니라 “함께 나누기”여야 한다.
---p.215
이야기하기가 곧 책 읽어 주기는 아니다. 이야기 소재가 상상의 왕국, 아름다운 공주님, 우주를 떠다니는 강아지여야 하는 것 또한 아니다. 물론 그런 것도 좋지만 유아에게는 최근에 식료품점에 장 보러 갔다가 생긴 일, 공원에서 한 산책,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간 일, 거품 목욕한 일 등 모든 일상 소재가 훌륭한 이야기가 된다. 줄거리가 좀 지루해 보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자기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이번 역시 “3가지 T”가 큰 도움이 된다. 함께한 일상 경험에 관한 이야기는 아이가 공감하기 쉬울뿐더러 아이의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경험을 주제로 더 많이 말하다 보면 아이는 부가 정보와 자기 생각을 덧붙이고 싶어져서 스스로 “주파수 맞추기”와 “번갈아 하기”에 참여하게 된다. “그다음에 어떤 일이 있었지?” “그 사람들이 어디로 갔다고 생각하니?” “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해?” 같은 개방형 질문을 활용하면 아이의 참여를 한층 더 고무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상상력과 어휘력, 깊이 있는 사고를 키워 주는 역할을 한다.
---pp.221~222
숫자는 사방에 넘쳐난다. 편지 봉투, 신발 밑창, TV 리모컨에도 있다. 더 많은 숫자에 노출되고 부모가 숫자를 더 자주 가리킬수록 아이는 더 빨리 자기 힘으로 숫자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기저귀를 갈면서 아기 발가락을 세자. 아이 접시에 놓인 치즈를 손가락으로 일일이 가리키며 헤아리자. 유치원 다니는 아이에게는 계단을 오를 때마다 숫자를 세 보자고 권하자.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먼저 물건의 전체 개수를 말한 다음 1개씩 가리키며 세는 것을 보여 주자. “장난감 자동차가 10개 있네. 하나, 둘, 셋, 넷…….” 이렇게 하면 각 물체를 한 번만 세야 하며 숫자는 그때까지 센 사물 “묶음”의 전체 개수를 가리킨다는 집합수의 원리를 가르칠 수 있다.
식사 시간, 놀이 시간을 비롯해 모든 시간을 아이가 즐겁게 숫자 배우는 시간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것은 “3가지 T”와 셀 만한 물건뿐이다.
---p.226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퇴근하고 나면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는다는 것을 예측한다. 이런 예측이 가능한 것은 모든 사람, 심지어 아주 어린 아기조차 자기 일상의 패턴을 인식할 줄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가 일상 습관에서 느끼는 안정감은 대부분 패턴의 익숙함에서 온다.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면 아이의 뇌는 배움에 더 집중할 수 있다.
“3가지 T”는 아이에게 패턴을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된다. 아기는 자기 귀에 들리는 소리를 반복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니 아기가 옹알이를 하면 최대한 오래 소리 주고받기를 계속해 보자. 유아는 노래와 춤을 좋아한다는 점을 활용하자. 익숙하고 반복되는 후렴이 있는 노래, 특히 신나는 율동이 딸린 노래를 부르면서 참여를 유도하자.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가서 놀이 기구나 풍경에서 번갈아 가며 패턴 찾기 놀이를 하는 것도 좋다.
패턴은 빨랫감, 식탁, 동물원, 길거리, 차 안 등 온갖 곳에서 찾을 수 있다. 패턴은 어디에나 있고, 패턴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 또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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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신을 제어할 줄 알게 되기 전인 유아기에는 부모가 대신 조절해 준다. 아이가 친구 장난감을 마음대로 가져오면 대신 돌려주거나, 화가 났다고 형제자매에게 주먹을 휘두르지 못하게 막거나, 거실 벽에 물감을 치덕치덕 바르지 못하게 제지한다.
하지만 유아기에 아이에게 자기 조절을 가르치는 것은 지극히 중요하며, 이 능력이 평생을 좌우한다. 자기 조절은 집중력을 발휘하고, 시키는 대로 따르고, 문제를 해결하고, 충동을 억누르고, 감정을 조절할 때 필수 요소다. 학업 성취를 위해서는 학교에 입학하는 첫날부터 이 모든 기술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기 조절 학습 또한 “3가지 T”가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영역이다. (…)
아이의 자기 조절 능력을 키워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선택권 주기”다. 어른이 모든 결정을 대신 내려 주면 아이는 자기 행동이나 행동의 결과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선택권이 주어지면 아이는 잠깐 멈춰서 선택지를 고민하고, 중요성을 비교하고, 하나를 고른 다음 자기가 내린 결정을 말로 하거나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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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하지 않는 사람을 두고 “넋이 빠졌다”고들 한다. 요즘 이렇게 “넋이 빠진” 사람을 가만히 살펴보면 십중팔구 “디지털에 빠져” 있다. 이런 단절 또한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며, 이 영향은 당연히 긍정적이지 않다.
부모가 “어 그래”나 “잠깐만” 또는 완벽한 침묵 같은 반응밖에 보이지 않을 때는 주파수 맞추기, 더 많이 말하기, 번갈아 하기 모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기기 끄기Turn It Off”를 네 번째 T로 추가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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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목표는 결국 인생의 어려움에 건설적이고 지적인 방식으로 대처할 줄 아는 안정된 아이를 키워 내는 것이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꾸준히 쌓아 올린 긍정적 상호작용은 이 목표를 이루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한다.
슈퍼마켓에서 부모는 쇼핑 카트든 사과든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대상에 주파수를 맞추고,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여러 대상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며 더 많이 말하고, 스튜에 넣을 채소를 어떤 모양으로 자를지 또는 어떤 시리얼을 살지 아이와 의논하면서 번갈아 이야기할 수 있다.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기는 아이에게 말하기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아이가 어릴 때 말하는 만큼 귀 기울였던 부모는 15년 안에 매우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물론 삶 또한 한결 편안해진다.
덧붙여 이런 지혜는 슈퍼마켓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식당에서, 공원에서, 서점에서 얼마든지 응용할 수 있다.
지나친 디지털 기기 사용이 아동에게 해롭다고 여기는 것은 TMW만이 아니다.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2세 미만 유아에게 TV나 디지털 기기를 일절 사용하지 말라고 권장한다. 2세 이상 아동의 경우는 기기 사용 시간을 하루 1~2시간으로 제한해야 하며, 부모가 시청 내용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권고안에서 말하는 디지털 기기에는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 심지어 유아용으로 나온 게임기까지 스크린이 달린 모든 기기가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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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이 우리 삶에서 필수 요소라지만 아이가 글을 이해하게끔 이끄는 인간 대 인간의 상호작용에는 그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
부모와 양육자에게 의존하면서 성격과 능력이 형성되는 영유아기에는 특히 그렇다. 생후 3년까지 언어 환경은 문해력 발달만이 아니라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랄지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언어 환경을 구성하는 것은 말 자체만이 아니다. 말하는 방식, 말이 전달되는 상황, 그리고 부모 또는 양육자의 따스함과 인간적 반응이 모두 중요하다.
디지털 기술로 이 모든 것을 재현하기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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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세상을 바꾸는 육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성장하는 사회 만들기
지난 40년간 미국에서 극적으로 증가한 임금 격차는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전체 아동 수의 거의 절반인 3200만 명 이상이 저소득 가정에서 살아간다.
이런 불평등이 아동의 학습 성과에서 나타나는 격차로 이어진다. 이 증거를 토대로 수십억 달러의 공적 자금이 취학 전 교육 프로그램에 투입되었다. 내가 보기에 이는 뜻깊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기대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유가 뭘까? 취학 전 교육 프로그램이 연구에서 밝혀진 문제의 근본 원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로 생후 3년까지라는 결정적 시기에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 말이다. 결국 수십억 달러라는 공적 자금은 거의 실질적인 교육 효과 개선보다는 문제가 벌어지고 난 뒤 사후 교정에 쓰이고 만 셈이다.
이 문제가 단순히 사회경제적 원인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풍족하든 가난하든 언어 환경은 가정마다, 부모에 따라 다르다.
이 사실은 오늘날 노트북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등 디지털 기술로 인한 부모와 자식 간 상호작용 감소가 소득과 관계없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아무 놀이터에나 가서 아이들이 정글짐에서 뛰어놀 때 부모를 잠시 지켜보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금방 알게 된다.
사회경제적 지위나 교육 수준과 관계없이 거의 모든 부모는 아이를 올바른 궤도의 출발점에 세우는 데 필요한 어휘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는 단순히 부모가 언어 환경의 중요성을 이해하느냐, 그리고 필요할 때 즉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에 달린 문제다.
---pp.266~267
아이의 유아기는 사실 부모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나중에 아이가 이루는 지적 성취에 부모가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학업 성취도 격차를 메우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개혁 정책에서 부모는 뒷전으로 밀려날 때가 많다. 토론 과정에서 언급되기는 한다. 그러나 결국 부모는 대개 필요한 변화를 불러오는 핵심 요인이 아니라 부가 항목으로 취급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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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생아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잘못된 믿음에 사로잡힌 엄마들을 다시 만났다. 그리고 놀라운 변화를 목격하게 되었다.
이 엄마들, 즉 갓 태어난 자기 아기가 이미 내용이 정해진 책과 같다고 여겼던 엄마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제 아기를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뭐든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존재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아이의 잠재력을 키우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목격한 현상은 단편일 뿐 통계상으로 유의미하다고 주장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희망을 느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한 줄기 희망을 본 나는 즉시 과학 논문을 뒤지기 시작했다. 부모의 “마인드셋”을 바꾸면 육아 “문화”가 달라진다고 증명한 연구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 즉 능력이란 고정된 것인지 변하는 것인지에 관한 부모의 관점이 바뀌면 의식적으로 나서서 아이의 노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육아 방식도 달라지는지 알아낸 사람이 과연 있을까?
---pp.277~278
많은 TMW 엄마가 TMW 프로그램을 마친 뒤 자신도 계속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우리에게 털어놓았다. 아이가 풍성하게 피어나도록 돕는 자신의 놀라운 힘을 목격하면서 묻어 두었던 자신의 꿈이 깨어나고, 자신의 잠재력을 바라보던 고정 마인드셋이 바뀌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p.299
7장 퍼뜨리기: 좋은 것은 함께 나누어야 한다
생애 초기 언어 환경은 영유아의 두뇌 발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모든 아동이 최적의 두뇌 발달을 거치도록 돕기 위해서는 필요한 시점과 상황에 맞춰서 잘 설계된 효율적 지원이 즉각 제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이 가능해지려면 먼저 유아기 언어 환경의 중요성이 국민 차원에서 널리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 단계가 선행되지 않으면 아툴 가완디가 설명한 대로 곧장 효과적 해결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느린 아이디어”가 되고 만다.
---p.307
부모의 말과 언어가 두뇌 발달에 필수 양분이 된다는 사실이 보편적 이해를 얻으면 이는 대중의 상식과 유아 보육 문화의 필수 구성 요소가 되고, 모든 부모는 이런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아기에게 말을 걸고, 아기에게 다정하게 말하고, 아기의 반응을 끌어내세요.”
여기서 말하는 변화는 자연스러운 발화나 언어 문화 관습을 바꾸려는 것이 아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생애 초기 언어 교육은 사람들에게 원래 쓰던 단어를 바꾸라고 요구하거나 전통 언어 습관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생애 초기 언어 교육의 목적은 번갈아 말하기와 관심 보이며 말하기 같은 방법으로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을 강화해 입학 준비도를 높이는 데 있다. 그러므로 오히려 부모는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언어, 발화 패턴, 이야기를 활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p.313
미국은 백신 접종이나 성조숙 비율 같은 공공 보건 지표에 관심을 쏟고 있다. 아동의 생애 초기 언어 환경이 두뇌 성장의 결정적 촉매라면 생후 3년 또는 5년까지의 언어 환경 또한 국가 공공 보건의 척도로 취급받고 추적 관찰되어야 마땅하다.
---p.314
TMW의 프로그램 설계는 적용할 환경의 조건에 맞춰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토대를 이루는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똑똑하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양육자의 말 덕분에 똑똑해진다.”
아이의 언어 환경을 풍부하게 하는 핵심 원칙인 “3가지 T” 또한 그대로 유지된다.
“주파수 맞추기, 더 많이 말하기, 번갈아 하기.”
여기에 따르는 중요한 부가 조건은 부모의 말과 중요성을 보편 상식으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p.320
세상의 모든 소아과 의사, 보건 의료 종사자, 교사가 아이의 생후 3년 동안 언어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고 해도 부모가 모르면 아무 의미가 없다.
영유아의 언어 환경은 전적으로 부모 또는 주 양육자에게 달려 있다. 이들 없이는 아이에게 필요한 성장이 아예 일어나지 않는다. 처음 TMW를 시작했을 때 나는 종종 아기들의 머리를 빤히 바라보면서 그 순간에 엄청난 속도로 연결되는 뉴런을 상상했다. 이제 나는 아기를 보살피는 어른들을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당신에겐 당신 생각보다 훨씬 엄청난 힘이 있어요. 당신이 이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pp.321~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