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5월 13일 |
---|---|
쪽수, 무게, 크기 | 276쪽 | 418g | 145*205*20mm |
ISBN13 | 9791158160951 |
ISBN10 | 115816095X |
발행일 | 2019년 05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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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6쪽 | 418g | 145*205*20mm |
ISBN13 | 9791158160951 |
ISBN10 | 115816095X |
엄마 박완서의 부엌 :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손그림 에디션)
11,700원 (10%)
봄날의 맛 오만둥이의 영원한 숙적 미더덕 비릿하고 상큼한 바닷내음 나는 속살 멍게 은빛으로 반짝이는 작은 감칠맛 멸치 천천히 씹으면 바닷속으로 몇 번 들어갔다가 나오는 맛 오징어 딱 그때를 맞춰야 먹을 수 있지요 산나물 여름날의 맛 스테이크를 먹고 싶은 베지테리언들에게 가지 잇몸에 달라붙어 혀에서 녹는 맛 병어 낚싯바늘이 들려줄 소식을 기다리며 붕장어 녹진하고 걸찍한 여름 보양음식 민어 촉촉하고 부드러운 양념의 맛 뱀장어 내장까지 야무지게 쓱쓱 전복 가을날의 맛 분이 다시 안으로 응축될 때까지 포도 식량 자주권을 갖기 위하여 감자 평양냉면 먹을 땐 꼭 식초를 쳐서 들라우 메밀 통조림이 대세가 된 슬픈 사연 꽁치 도마에 놓고 탕탕 내려쳐야 잘 잘려 낙지 우리를 위로할 단 하나의 생선회 광어 너는 출세한 것이냐 아니면 타락한 것이냐 고등어 갓 포장을 벗긴 알루미늄 포일 같은, 아니 거울 같은 갈치 겨울날의 맛 껍질이 없는 거의 유일한 과일 딸기 그저 우리는 많이 먹어둘 일이다 굴 딱 한 넘만 입을 벌리면 불을 꺼야 되제 꼬막 ‘바다의 닭고기’로는 어림없지 참치 할머니 손맛의 근원이 저 바다에 있다니 명태 잇몸이 혀보다 먼저 일어나 반기는 맛 방어 잔칫날 잡아 오래 먹는 저장음식 돼지 김장 긍게 이것이 다 거시기 덕이여 홍어 에필로그 | 제철의 맛 |
아침, 점심, 저녁. 하루에 삼시세끼는 매번 돌아오고 늘 뭐 먹을까를 고민하며 고심하여 차려놓은 밥상이 마음에 안 들길 수 차례... 뭐 좀 맛있는 거 없을까나...?
최근들어 요리를 조금씩 하기 시작하면서 뭘 어떻게 해먹으면 좋을지 생각하고 재료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뭔가 음식을 접할 때에 재료로 뭐가 사용되었고 양념은 어떻게 했는지 등도 몹시 궁금해진다.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되면 기억해뒀다가 한번쯤 해먹어보고도 싶어지고.
그러고 보면 요리는 간단한 것에서부터 여러가지 다양한 재료가 쓰이는 것까지 참으로 그 종류가 많은데 그런 요리들중엔 이 계절이 아니면 안되는, 각 계절마다 꼭 맛보아야할 음식이 있다. 그 계절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풍부하고도 살아 움직이는 싱싱한 맛이 가득 담긴 음식이랄까?
여기에 나를 제철음식으로 차려내시오~!...하고 손을 번쩍 드는 재료들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차례차례 등장한다. 이름만 들어도 어떤 맛일지 알만한 것에서부터 전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재료까지! 아는 재료는 그 맛을 알기에 음식이 떠오르고 어떤 재료는 전혀 몰라서 음식과 요리법이 참 궁금해진달까?
<오늘 메뉴는 제철음식입니다>
봄엔 미더덕으로 보글보글 찌개를 끓이고 시원하면서도 특유의 묘한 향과 맛이 느껴지는 멍게를 초장에 찍어먹고 팔딱팔딱 뛰는 싱싱한 멸치로 젓갈을 담그기도 하며 껍질을 벗겨놓으면 뽀얀 빛깔을 자랑하는 오징어를 잘근잘근 씹으며 쌉싸래한 혹은 달싹한 산나물을 한아름 뜯어다가 다진마늘, 참기름에 무쳐낸다.
여름엔 오이보다 더 탐스러운 가지를 몇 개 따서 전으로 부치고 입에 찰싹붙는다는 병어를 조심스레 맛보고 일본식 단어인 '아나고'로 더 유명한 붕장어와 여름 보양식으로 유명하다는 것도 몰라서 신기했던 민어를 맛보고 장어 덮밥에 장어구이를 해먹을 수 있는 뱀장어와 살아서 꼼지락거리는 전복을 죽으로 끓여먹으면 정말 맛있다.
가을엔 알알이 익어가는 송이송이 달린 새콤달콤한 포도를 자꾸만 입으로 가져가고 버터 빛깔을 자랑하는 감자를 캐서 쪄먹고 이효석의 소설로 더 유명한 메밀로 만든 냉면을 후루룩 먹으며 꽁치구이를 뼈 발라먹고, 꿈틀꿈틀대는 낙지를 횟집에서 탕탕이로 먹고 익숙한 횟감의 광어도 회로 즐기며 한달에 몇 번은 맛보게 되는 고등어는 노릇노릇 구워, 반짝반짝 빛나는 거울같은 갈치는 보글보글 찌개를 끓여먹으면 그 맛이 또 어찌나 기가 막힌지...!
겨울엔 한 입 배어물면 스르르 녹는 딸기를 맛보고 외국에서는 비싸서 못먹는다는 굴을 많이 먹고 또 먹어두고 소금에 해감하여 한쪽 방향으로 살살 돌려가며 익힌 꼬막을 양념장에 착 버무려서 흰 쌀밥과 먹으면 입안에 감칠맛이 돈다! 또 통조림으로 더 즐겨먹는 참치는 생으로 즐기고 한때 동해에서 많이 잡히던 명태, 지금은 외국산이 더 많지만 찌개, 탕으로도, 말려서도 먹고 몸통이 큰 것은 8~10킬로그램이 넘는다는 방어도 한번 먹어보면 좋겠고 배추와 무만 김장하는 줄 알았는데 돼지도 김장을 한다는데?! 그 맛이 어떨까? 그리고 먹으면 눈을 찡그리고 코부터 쥐게될 것 같은 홍어는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게 된다는데...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 과연 맛볼 수나 있을까?
***
방랑식객을 연상시키는 셰프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가 제철 음식 재료를 계절을 따라 늘어놓는 이야기는 구수하고 정감이 간다. 음식보다 더 맛깔스러운 글을 따라가다보면 군침이 절로 돌고 요리법을 잘 몰라도 여기 나오는 재료들로 만든 요리를 만들어 보고, 언젠가 꼭 한 번 맛보고 싶어진다.
맛깔스런 글은 직접 입맛을 다시며 확인해보는 게 더 좋을 듯하고 그중 너무나도 와닿는 공감의 글들을 잠시 옮겨보면...
음식은 정치 경제, 사회적 조건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p144
우리는 잘 모르고 살았지만, 제철의 순환으로 살찌고 미각을 응원했으며 그 힘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그것이 우주의 일이기도 하다. p272
제철을 무시하고 음식이 제 얼굴을 지니기도 어려운 까닭이다.
첨단의 요리 기술과 보존 능력에도 거스를 수 없는, 이젠 애증이 된 제철의 산물들.
읽어서 알고 나면 몰라서 못 먹어보는 일은 없으리라는 생각에 책을 낸다.
맛있는 것 못 먹고 지나가는 여러분의 인생이 아쉬울 것만 같아서.
글로 적은 음식 이야기는 한 수레를 쌓아도 한술의 음식이 못된다.
그것이 물질의 힘이다. p275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입이 즐거워지고 덩달아 기분도 좋아진다. 이왕이면 제철에 어울리는 음식들, 맛난 걸로 먹을 수 있다면 상상만으로 넘 즐겁고 진짜 맛본다면 그 맛에 무척 행복해지지 않을까?
글 쓰는 요리사, 간혹 글 잘 쓰는 요리사라는 언필칭을 갖고 사는 박찬일 요리사의 프로필을 물끄러미 보니 새로운 프로필이 눈에 들어온다.
'셰프', 그리고 '에세이스트'.
서양요리사였으나 무국적의 음식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면서 늘 센세이션의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집중해서 써낸 글들은 요리의 본질, 즉 재료의 문제였다.
요리에는 국적은 희미해도 되지만 제철만큼은, 그리고 신선함만큼은 또렷하게 각인시키고 싶었을까.
산과 바다를 직접 누비며 쓴 이 책은 오로지 문장 하나로 승부를 걸고 있다.
솜씨좋고 소박한 일러스트가 있을 뿐, 흔한 실사 사진 한 장 넣지 않았다.
그래서 오로지 글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펄떡거리는 생선과 해산물을 다루는 글에서는 글도 함께 펄떡거리고 비리다.
산나물과 가지, 메밀, 감자를 다루는 글에서는 슴슴하게 먹어야 맛있는 것들의 성질들이 글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어쩐지 슬프다.
지난 몇 년 지독하게도 박찬일 작가의 편력은 시대의 상실과 시절의 상실에 있었던 듯하다. 노포와 음식 만드는 이들의 굽은 손과 휘어진 근골격에 온 마음을 빼앗긴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는 계절의 상실을 적고 있다. 요리사 박찬일의 제철이 이미 후배 요리사들의 제철이 아니게 되었고, 머지 않아 이 책에 그가 적어둔 산천초목의 제철은 무너질 테니. 그 소멸의 안타까움과 슬픔이 뚝뚝 묻어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 위에 스팸, 달걀을 부쳐서 노릿노릿하게 구운 소세지, 참치가 듬뿍 들어간 김치 찌개는 누군가의 밥상 위에 올라 한 끼 식사를 책임져줄 훌륭한 반찬들이건만 감히 우리집 밥상 위를 넘볼 수는 없는 반찬들이기도 하다.
봄이 되면 우리집 밥상 위에 향긋한 봄 나물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봄의 향기를 느끼게 하는 쌉싸름하면서 향긋한 맛의 냉이와 취나물, 두릅과 명이 나물등이 올라오는데, 국이나 무침, 전등 다양한 음식으로 조리해서 먹으면 겨울 내 움츠러들었던 몸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특히 근처 산이나 강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쑥을 캐다가 어린 쑥은 된장을 풀어 구수한 쑥국을 만들어 먹고, 억센 쑥은 달달한 콩고물을 입혀서 쑥떡을 해먹으면 그것보다 더한 봄날의 별미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표적인 산나물인 참취, 도라지, 고사리뿐만 아니라 대략 4~5백 종에 달하는 나물을 먹는다고 한다.
동서양 모두 산과 들, 밭에서 나는 초본을 먹고 있지만 ‘나물’ 이라고 부르며 광범위한 섭취를 하는 대표적인 나라는 우리나라다.
가까운 일본도 나물류를 꽤 먹지만, 그들도 한국의 나물을 ‘나무루’ 로 부르면서 독자성을 인정한다고 한다.
봄나물도 좋지만 미더덕이나 멍게 같은 해산물도 겨울철 잃었던 입맛을 되찾아줄 최고의 해결사 역할을 한다.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 아삭아삭한 콩나물과 함께 먹는 미더덕찜도 좋고, 두툼한 살점과 씹으면 오도독한 질감의 꼭지를 맛볼 수 있는 신선한 멍게를 초장에 찍어먹으면 정말 최고다.
보통 미더덕은 찜이나 탕으로 많이 먹는데, 회로 먹는 맛은 정말 일품이라고 한다.
미더덕은 꼬들꼬들한 식감이 좋아서 먹는 해산물인데, 지인들의 말에 따르자면 신선한 미더덕을 회로 먹으면 멍게보다 훨씬 감칠맛도 좋고 향도 정말 풍부하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미더덕이 제철인 봄에 미더덕의 70%가 잡힌다는 창원에 가보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지의 그 ‘물컹한’ 식감 때문에 가지를 싫어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가지를 정말 싫어했는데, 나의 지인분이 손수 농사를 지어서 수확한 ‘가지’ 를 먹고 나서는 그 맛에 홀딱 반해버렸다.
지인분께서는 몸에 좋은 거 먹으려고 농사를 힘들게 짓는데 왜 농작물에 농약이나 비료를 쓰냐는 주의라서 정말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다보니 벌레도 많이 먹고, 농작물의 크기도 작다.
하지만, 식물 본연의 향과 맛이 살아있는 건강하고 신선한 맛이라 시장이나 마트에서 산 야채들의 맛과는 차원이 다르다.
저자는 가지를 먹으면 습기 있는 마분지 씹는 맛, 단맛이 희미하게 있긴 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비린내를 강조했다고 하는데, 나의 지인분의 ‘가지’ 를 맛보셨다면 이런 표현은 쓰지 못하셨으리라 본다.
비린내 따윈 없는 단맛을 품은 촉촉함과 쫄깃함이 살아있는 가지의 속살을 생각하면 지금도 입안에서 군침이 돈다.
곧 있으면 나의 지인께서 가지를 수확한다고 하시니, 다시 그 가지를 맛보게 될 날만 학수고대하고 있다.
어머니께서도 이 가지 맛에 푹 빠지셔서 가지 요리를 종종하곤 하시는데, 불행히도 시중에서 구입한 ‘가지’ 는 저자의 말대로 맛이 많이 없어서 그것이 좀 아쉽다.
가지를 얇게 저며서 소금만 살살 뿌려서 부쳐서 만든 ‘가지전’ 이나 ‘가지 무침’, 가지를 튀겨서 매콤한 소스에 버무려서 만드는 ‘가지 탕수’ 등 가지로 만드는 다양한 요리들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지요리가 가장 맛없는 나라는 한국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시중에 파는 가지가 맛이 없다보니 우리나라의 다양한 요리법으로도 어떻게 살릴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서 가장 다양한 가지 요리가 존재하는 나라는 이탈리아인데 '가루 치즈' 를 이용한 가지 구이가 유명하고, 일본 역시 가지 요리가 맛있기로 유명한데 가지를 소금에 절인 '가지소금절임' 과 일본식 된장을 발라 오븐에 구운 '가지 덴키쿠' 가 대표적이라고 한다.
가지 자체의 맛이 좋기 때문에 가능한 요리인 듯 한데, 왜 우리나라의 가지는 다른 나라와 다르게 이렇게 맛이 없는 것인지 좀 안타깝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통조림이나 햄같은 가공 식품을 먹어 본 적이 없다.
간혹 스팸이나 참치 같은 통조림 세트가 선물로 들어와도 우리 집 문턱을 넘기가 무섭게 누군가 다른 집으로 선물로 전달되기 바빴다.
통조림이나 레토르트 식품은 건강에 좋지 못하다는 어머니의 확고한 신념에 따라서 우리집 가족은 그 누구도 통조림의 ‘ㅌ’ 하나 건드려 보지 못하고 살았다.
생선은 언제나 신선한 생물 상태의 것을 요리한 것만 먹어봤지, 참치니 꽁치 통조림 같은 것을 먹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꽁치가 나오는 가을철이면, 어머니께서 신선한 꽁치에 소금을 살살 뿌려 맛나게 구워 주신다.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꽁치를 한입 베어 물면 껍집은 바삭하고 속은 담백해서 꽁치구이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은 뚝딱 비울수 있다.
가을 꽁치! 뱃살이 두툼해서 구워서 접시에 올린 후 다 먹고 나면, 접시에 기름이 깔려 흥건할 지경이다. (믿어지지 않는다)
기름이 제대로 오른 나이 찬 꽁치는 배가 두툼해서 고등어랑 착각한 정도라고 한다 ( 이건 좀 심한 비약이다)
기름을 짜면 꽁치살을 튀길 양이 된다고 한다 (물론 과장이다)
저자는 책에서 가을 꽁치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 어머니께선 우리 가족들이 먹을 건데, 하나를 먹어도 좋은 것을 먹자는 주의라서 식자재는 항상 좋은 것으로만 구입하시는데, 저자가 말하는 것 같은 꽁치를 먹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구운 꽁치를 바로 먹으면 껍질이 바삭하지만, 식은 후에는 껍질에 기름기가 배어서 꽁치 속살을 먹을 때 담백한 맛 대신 뭔가 축축한 기름 맛이 나는데 개인적으로 기름 맛이 느껴지는 꽁치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겨울이 되면 우리집은 한바탕 난리가 벌어진다.
월동 준비의 대명사 ‘김장’이라는 큰 이벤트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쑥쑥 잘 자란 달디 단 해남 배추에 서해안의 천일염을 팍팍 뿌려서 잘 저린 다음 태양초를 곱게 간 고춧가루에 각종 야채와 젓갈을 잘 버무려 우리 식구가 겨울 내내 '김치전' 도 해먹고 '김치찌개' 도 해 먹고, 라면 먹을 때 척척 올려 먹을 김치를 담는다.
나의 어머니께서는 바로 먹을 김치에는 항상 '신선한 굴' 을 넣곤 하시는데, 김치와 함께 살집이 통통한 굴을 베어 물면 입 안에서 바다 내음이 퍼지면서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우리 어머니께서는 남해 통영 굴이 맛있다고 김장 김치나 다른 요리에 사용하곤 하셨으니까 아마 나는 다른 지역의 굴을 먹어 보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저자는 우유를 품은 듯 입안을 꽉 채우는 풍성한 밀도가 있는 통영과 고성 등의 남해 굴과 서해안 지역의 굴 맛은 좀 다르다고 한다.
서해안의 굴은 감칠맛이 쿡쿡 찌르고 다닌다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대체 그 맛이 어떤 맛인지 정말 궁금하다.
이번 겨울엔 서해안의 굴을 김장 김치에 넣어보아야 겠다.
나는 쿡쿡 찌르는 감칠맛을 느껴볼수 있을까?
우리집 베란다에는 어머니께서 손수 담그신 된장, 고추장, 간장이 가득 담겨져 있는 장독대가 몇 개가 놓여져 있다.
햇마늘이나 햇양파가 나오면 맛있게 장아찌를 담그시고, 매실이 나오는 시기에는 매실청을 담으신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항상 어머니께서 손수 만드신 반찬들과 과일청들이 가득 들어있다.
이제 연세도 많으셔서 이렇게 음식을 만드시기가 힘드실 텐데도 가족들을 위해 항상 제철 식자재로 밥상을 차려 주신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반찬들에 대해 지금까지는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하고 살았는데, ‘박찬일’ 셰프님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가 이렇게 먹는 음식에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자연의 축복이 같이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자라고 변화하는 '제철의 좋은 것' 들은 우리에게 좋은 영양소와 기운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철의 좋은 것' 을 우리에게 맛 보여주려고 하는 우리의 소중한 사람들의 '정성' 과 '사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것' 이 더욱 더 '좋은 것' 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제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다시 말해 보양식이 미치도록 땡기는 그 계절이 오고 있다.
지금 내 옆에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의 손을 꼭 잡고 제철인 '여름'을 맞이 해서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있는 바삭하고 촉촉한 장어 구이 한 점과 전복의 내장을 듬뿍 넣어 팔팔 끓인 전복죽 한 그릇을 먹으러 가 보는 것은 어떨까?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