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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그림여행

고흐 그림여행

: 고흐와 함께하는 네덜란드ㆍ프랑스 산책

최상운 | 샘터 | 2012년 09월 1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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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9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32g | 146*198*20mm
ISBN13 9788946418288
ISBN10 8946418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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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훌륭한 작품이 있었지만 완전히 넋이 나가버릴 정도였던 작품이 바로 〈까마귀가 있는 밀밭〉이었다. 그의 최후 작품이라 알려진 그 작품에는 형언할 길 없는 고독이 있었고, 용암처럼 분출되는 에너지가 있었다. 이후에 그의 다른 수많은 작품들에서도 그 정도의 충격을 만나지 못한 것 같다. 바로 그때부터 고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그의 다른 그림들도 비로소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전철을 타고 시내 중심가에 가까운 중앙역에 내리면 바로 눈앞에 운하가 보인다. ‘낮은 나라’라는 원래의 이름답게 간척사업으로 땅을 만들다 보니 암스테르담뿐 아니라 나라 곳곳에 운하가 있다. 시내 중심이라 이곳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의 선착장도 보인다. 검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불을 밝힌 건물들과 물 위의 다리들. 그 사이를 걸어다니는 사람들. 고흐가 암스테르담 거리를 그린 그림 속, 다리 위를 침울하게 걷던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p.16

렘브란트는 여러 목적을 위해 자화상을 그렸는데, 초기에는 회화 기술을 습득하고 후기에는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남기려 했다. 이 작품은 그가 스물두 살에 그린 것으로 얼굴 표정의 표현, 빛과 그림자의 효과를 탐구하려는 목적이 뚜렷하게 보인다. 색채는 거의 단색조로 아주 단순하게 쓰고 있지만, 이 색을 위해 숱한 색을 섞어서 만들어냈다. 이러한 빛과 색채의 탐구 역시 고흐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 볼 수 있다.--- p.58

아마 고흐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해도 분명 저 바다와 다리를 그렸으리라. 스헤베닝헨 바닷가에 몰아치는 폭풍우를 오히려 사랑했던 고흐, 그가 세찬 바람 속에 이젤을 고정하고 모래를 닦아내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모래밭에 멀리 어떤 연인이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언뜻 보아서는 동양인들 같은데 하염없이 바다를 보고 앉아 있다. 그 모습을 보니 언뜻 고흐와 시엔의 모습도 떠오른다. 그들도 저 연인들처럼 행복하고 아름답게 보였을까. 언제나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이었지만 이 바닷가에서만은 진정 행복했기를 빌어본다.--- p.128

다리 위를 지나는 마차와 그 아래서 빨래하는 여인들. 그야말로 서민들을 사랑하던 고흐는 언제나 그들과 가까이하기를 원했고, 그들을 화폭에 담는 것을 좋아했으니 이 장면에 매혹될 수밖에 없었으리라. 거기다 이미 스무 살 때부터 영국의 런던을 시작으로 유럽의 여러 나라를 이리저리 떠도는 처지였기에 그는 언제나 고향을 그리워했다. 그 방랑이 화려한 성공의 길로 이어지지 않았기에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더 애틋했을 것이다. 고흐는 프로방스에 와서야 꿈에도 그리던 네덜란드의 풍경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p.198

생 레미에서 고흐의 화풍은 아를과도 다르게 변해간다. 아를에서의 그림들이 대부분 명확한 윤곽선을 사용하면서 분절적인 구조인 데 반해, 이제는 윤곽선이 사라지고 형체들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마치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은 형태의 그림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것은 고흐의 정신 상태의 변화, 혹은 병의 악화와도 관련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p.219

지난겨울에 왔을 때는 보이지 않더니 지금은 까마귀도 몇 마리 있다. 고흐 그림 속의 까마귀는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렇지만 그림 속에서처럼 많지는 않고 여기저기 한두마리가 있을 뿐이다. 이 들판에서 고흐가 오베르에서 그린 다른 그림인 〈폭풍우 구름 아래의 밀밭〉을 떠올려본다. 그림 속 텅 빈 하늘과 땅, 그 광활한 공간에 핀 양귀비꽃은 고흐가 별에 가면서 남겨놓은 삶의 뜨거운 자취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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