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왜 ‘우주 이야기’를 퍼뜨리지 못해 안달이 난 걸까요? 그것은 체험의 강렬함 때문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 바깥으로 광대하고 놀라운 세계가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우리의 삶은 그 이전과는 어떤 의미로든 같지 않다는 것을 저는 강렬하게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우주를 알기 전의 나와 그 후의 나는 분명 다릅니다.
하지만 모든 지혜의 문은 지식의 터널을 건너는 곳에 자리합니다. 무지한 상태에서 지혜를 얻을 순 없습니다. 저는 우주가 주는 한량없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지식의 터널을 기꺼이 건너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저와 같이 ‘우주 덕후’의 길을 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되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태양계, 우리은하, 별과 성운, 빅뱅과 블랙홀, 우주의 생과 종말 등, 우주에 관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인 ‘우주 에센스 200개’를 엄선해 질문도 하고 대답도 합니다.
책은 쉽습니다. 제가 어려운 이야기를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어려운 이야기를 듣는 것은 고역입니다.
--- p.8~9
중력은 물체를 위치 에너지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움직이게 만들므로 물질들은 위치 에너지가 낮은 곳에서부터 쌓이기 시작한다. 따라서 높낮이가 심한 표면의 울퉁불퉁함이 점차 매끈하게 변형된다. 덩치가 큰 행성의 중력은 중심을 향해 구형 대칭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물질이 구형으로 쌓이게 되면서 공 같은 구형을 이루게 된다. 이는 지구뿐 아니라 별이나 큰 행성, 위성들도 마찬가지다.
천체의 지름이 700km가 넘으면 중력의 힘이 압도적이 되어 제 몸을 둥글게 주물러 구형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에 비해 작은 소행성들이 감자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긴 것은 덩치가 작아 제 몸을 둥글게 주무를 만한 중력이 없기 때문이다.
--- p.79
현재 인류가 가진 자원과 로켓으로 태양의 중력을 뿌리치고 나아갈 수 있는 한계는 목성 정도까지다. 그럼 무슨 힘으로 보이저나 뉴호라이즌스는 명왕성 너머까지 그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갈 수 있었을까? 답은 중력도움(gravity assist)이다. 중력보조라고도 하는데, 영어로는 스윙바이(swing-by), 또는 플라이바이(fly-by)라고 하며, 한마디로 ‘행성궤도 근접 통과’로 행성의 중력을 슬쩍 훔쳐내는 일이다.
그랜드피아노만 한 크기에 무게는 478kg인 뉴호라이즌스가 발사될 때의 탈출속도는 지구 탈출속도인 11.2km를 훨씬 넘는 초속 16.26km로, 지금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물체 중 가장 빠르게 지구를 탈출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그런데 탐사선이 1년을 날아가 목성에 근접해서는 이 중력도움 항법으로 초속 4km의 속도를 공짜로 얻었다. 이로 인해 명왕성으로 가는 시간을 약 3년 단축할 수 있었다.
중력도움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탐사선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천체의 중력을 이용한 슬링숏 기법으로,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우주선의 가속을 얻는 기술이다. 탐사선이 행성의 중력을 받아 미끄러지듯 가속을 얻으며 낙하하다가 어느 지점에서 적절히 진행 각도를 바꾸면 그 가속을 보유한 채 새총알처럼 튕기듯이 탈출하게 된다. 행성의 각운동량을 훔쳐서 달아나는 셈이다. 말하자면 우주의 당구공치기쯤 되는 기술이다. 행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주선의 엉덩이를 걷어차서 가속시키는 셈으로, 이론상으로는 행성 궤도속도의 2배에 이르는 속도까지 얻을 수 있다.
현재까지 인류가 개발한 로켓의 힘으로는 겨우 목성까지 날아가는 게 한계지만, 이 스윙바이 항법으로 우리는 전 태양계를 탐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p.73
지구는 24시간에 한 바퀴 도니까, 지구 둘레 4만km를 달리는 셈이다. 적도지방에 사는 사람이라면 1초에 500m씩 이동당하고, 북위 38도쯤에 사는 서울 사람들은 초속 400m로 이동당하는 셈이다. 이는 음속을 넘는 수치로, 시속 1,500km에 달하는 맹렬한 속도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못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지구라는 우주선을 타고 같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지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을 싣고 태양 둘레를 쉼없이 달리고 있는 중이다. 반지름이 1억 5천만km인 원둘레를 1년에 한 바퀴 도는데, 이것이 무려 초속 30km의 속도다.
또 있다. 우리 태양계 자체가 은하 중심을 초점으로 하여 돌고 있다. 시속 70만km라니까, 초속으로 따지면 약 200km다. 이처럼 맹렬한 속도로 달리더라도 은하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2억 3천만 년이나 된다.
어쨌든 이 정도만 해도 멀미가 날 것 같은데, 이게 아직 끝이 아니다. 우리은하 역시 맹렬한 속도로 우주공간을 주파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은하가 속해 있는 국부 은하군 전체가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력에 이끌려 초속 600km로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마지막 결정적으로, 우주 공간 자체가 지금 이 순간에도 빛의 속도로 무한팽창을 계속해가고 있으며, 무수한 은하들 중에 한 모래알인 우리은하 속, 태양계의 지구 행성 위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실제 상황이다. 하지만 우주는 너무나 조화로워, 우리는 바람 한 줄기에 흔들리는 잎을 바라보며 평온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 p.82~84
페르미는 1950년 4명의 물리학자들과 식사를 하던 중 우연히 외계인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었고, 그들은 우주의 나이와 크기에 비추어볼 때 외계인이 존재할 것이라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그러자 페르미는 그 자리에서 방정식을 계산해 무려 100만 개의 문명이 우주에 존재해야 한다는 계산서를 내놓았다. 그런데 수많은 외계문명이 존재한다면 어째서 인류 앞에 외계인이 나타나지 않았는가라면서 “대체 그들은 어디 있는 거야?”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이를 ‘페르미 역설’이라 한다.
관측 가능한 우주에만도 수천억 개의 은하들이 존재한다. 또 은하마다 수천억 개의 별들이 있으니, 생명이 서식할 수 있는 행성의 수는 그야말로 수십, 수백조 개가 있을 거란 계산이 금방 나온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아직까지 외계인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을까?
우주에는 우리 외에도 다른 문명이 있을 거라는 데 많은 과학자들은 동의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외계인들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가? 그 이유는 항성간 거리가 너무나 멀어 어떤 문명도 그만한 거리를 여행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장애의 또 하나는 통신수단의 문제다. 비록 외계문명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들과 교신하기에는 우리의 통신수단이 너무나 원시적이라 외계인들이 신호를 보내온다 하더라도 우리 기술로는 그것을 포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장애로는 시간의 문제가 있다. 우리 인류가 문명을 일구어온 지는 1만 년도 채 안된다. 우주의 긴 역사에 비하면 거의 찰나다. 다른 문명도 만약 그렇다면, 이 오랜 우주의 시간 속에서 두 찰나가 동시에 존재할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는 말이 된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외계인을 만나기 힘든 가장 근본적인 장애들이다.
--- p.104~105
달이 매순간 지구로부터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얼마나? 1년에 3.8cm씩. 벼룩 꽁지만한 길이를 어떻게 쟀냐고? 달 탐사선이 달에다 설치해놓은 레이저 반사거울이 그 답이다. 모두 5개의 반사거울을 달 표면에다 세워뒀는데, 여기로 지구에서 쏘는 레이저빔이 갔다가 되돌아오는 시간이 약 2.5초다. 밀리미터 단위까지 잴 수 있다.
이처럼 달이 멀어져가는 이유는 달이 만드는 지구의 밀물, 썰물 때문이다. 풀이하자면, 만조가 될 때 이 만조의 꼭짓점은 지구 자전의 영향으로 지구와 달의 중력 일직선상에서 약간 앞쪽에 형성되는데, 이 부분의 중력이 달의 공전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원운동하는 물체를 앞으로 밀면 그 물체는 더 높은 궤도, 더 큰 원을 그리게 된다. 달이 지구로부터 조금씩 멀어지는 것은 바로 달이 만들고 있는 만조 때문인 것이다.
이 3.8cm의 뜻은 심오하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이것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10억 년 후에는 3만 8천km가 되고(이 정도로도 달이 떨어져나갈지 모른다), 100억 년 후에는 지금 달까지 거리인 38만km가 된다. 달이 지구에서 2배나 멀어지게 되는 셈이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확실한 것은 언제가 되든 달이 결국은 지구와 이별할 거란 점이다. 그후 태양 쪽으로 날아가 태양에 부딪쳐 장렬한 최후를 맞을 것인지, 아니면 외부행성 쪽으로 날아가 광대한 우주 바깥을 헤맬 것인지, 그 행로야 알 수 없지만. 문제는 45억 년이란 장구한 세월 동안 지구와 같이 껴안고 돌던 달도 언제까지나 그렇게 있을 존재는 아니라는 얘기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은 우주의 속성이다.
오늘밤이라도 바깥에 나가 하늘의 달을 봐보라. 우리 지구의 동생인 저 달도 언젠가는 형과 작별을 고할 것이다. 회자정리(會者定離)다. 그런 생각으로 달을 바라보면 더 유정하고 더 아름답게 느껴질 것이다.
--- p.122
태양계의 ‘큰형님’인 목성이 지구에 보디가드 노릇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태양계의 5번째 궤도를 돌고 있는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거대한 행성으로, 태양계 8개 행성을 모두 합쳐 놓은 질량의 2/3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지름이 약 14만 3,000km로 지구의 약 11배에 이른다. 탁구공과 수박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그런데 이 목성이 지구의 보디가드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시도 때도 없이 태양계 내부로 날아드는 소행성, 혜성 등등을 1차로 목성이 막아주고, 2차로 달이 또 막아준다. 이 둘이 없었더라면 지구는 소행성 포격으로 오래 전에 거덜이 났을지도 모른다.
인류는 약 30년 전에 목성이 실제로 지구를 지켜준 장면을 목격했는데, 그것은 슈메이커-레비9 혜성이 목성에 충돌한 사건이었다. 때마침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가 목성으로 가던 중 이 장면을 목격하게 되어 지구 행성인들에게 쏘아주었다. 덕분에 우리는 혜성 조각들이 목성에 충돌하는 생생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 p.185~186
매일 100톤씩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 생각해보면 이 우주 안에서 100% 안전한 곳은 하나도 없다. 그 확률이 희박할 뿐이지, 운석은 지금 이 순간도 내 뒤통수를 후려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이 지붕을 뚫거나 차를 찌그러뜨리는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하지만 당신이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지만 않는다면, 그건 횡액이 아니라 엄청난 행운이다. 운석이 지붕 수리비나 찻값보다 적어도 10배 이상의 값어치가 나가기 때문이다. 오염되지 않은 희귀 운석은 이처럼 ‘우주의 로또’가 되기도 한다. 화성에서 온 운석이나 지구 물질에 오염되지 않은 운석 등은 1g당 1천만 원을 호가한다. 운석이 떨어질 확률은 언제나 있기 때문에 오늘밤 우리 집 마당에 떨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그리고 운석은 법적으로 무주물(無主物)이기 때문에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임자다.
운석이 떨어진 걸 발견했을 때 처리 매뉴얼을 공개하자면, 가장 먼저 주방으로 뛰어가 재빨리 비닐 장갑을 찾아 끼고 랩 뭉치를 들고 운석에게 달려간다. 먼저 운석 낙하 현장을 사진으로 담은 후 랩으로 돌돌 말아 밀봉해서는 반드시 냉동고에 집어넣는다. 지구 물질에 오염되면 그만큼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 p.229
우주에 관해 가장 많이 듣는 논쟁의 하나다. 과연 지구의 모래와 우주의 별은 어떤 게 더 많을까? 놀랍게도 지표에 있는 모든 모래알 수보다 우주의 별이 더 많다는 천문학자의 계산서가 나와 있다. 온 우주의 별을 다 계산한 사람들은 호주국립대학의 사이먼 드라이버 박사와 그 동료들이다. 이들은 우주에 있는 별의 총수는 7×1,022(700해)개라고 발표했다. 이 숫자는 7 다음에 0이 22개 붙는 수로서, 7조 곱하기 1백억 개에 해당한다.
온 우주에 있는 은하의 수는 약 2,000억 개 정도로 알려져 있으니까, 평균으로 치면 한 은하당 약 3,500억 개의 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은하의 별 수는 약 4,000억 개라니 평균에 약간 웃도는 셈이다.
온 우주의 별 수인 700해라는 숫자의 크기는 어떻게 해야 실감할 수 있을까? 어른이 양손으로 모래를 퍼담으면 그 모래알 숫자가 약 8백만 개 정도 된다. 그렇다면 해변과 사막의 면적을 조사하면 그 대강의 모래알 수를 얻을 수 있는데, 계산에 의하면 지구상의 모래알 수는 대략 1,022(100해)개 정도로 나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우주에 있는 모든 별들의 수는 지구의 모든 해변과 사막에 있는 모래 알갱이의 수인 1,022개보다 7배나 많다는 뜻이다. 이 우주에 그만한 숫자의 ‘태양’이 타오르고 있다는 말이다. 그것들을 1초에 하나씩 센다면 1년이 약 3,200만 초니까, 자그마치 2천조 년이 더 걸린다. 기절초풍할 숫자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호주팀이 센 이 엄청난 별의 숫자는 물론 별을 하나하나 센 것이 아니라, 강력한 망원경을 사용해 하늘의 한 부분을 표본검사해서 내린 결론이다.
--- p.19
왜 이렇게 쌍성이 많은 걸까? 이유는 별의 자궁인 거대한 성운 속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별들이 잉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까운 별들끼리 중력으로 묶이게 되어 2중성, 3중성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별의 자궁인 성운은 수광년, 수십 광년이나 된다. 거대한 자궁 속에서 오히려 하나만 달랑 생겨나는 게 이상할 정도다.
이들 쌍성들은 물리적으로 서로 연관돼 있으며 서로에게 중력의 영향을 끼쳐 일정한 궤도운동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쌍성 중에서 밝은 쪽을 주성, 어두운 쪽을 동반성(짝별)이라 한다. 그런데 우연히 우리의 시선 방향에 나란히 놓여 쌍성처럼 보이는 별도 있다. 이처럼 물리적으로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쌍성을 겉보기 쌍성이라 한다.
겉보기 쌍성의 유명한 예로는 북두칠성의 손잡이에서 두 번째 별인 미자르를 들 수 있다. 눈이 좋은 사람은 미자르를 볼 때 그 옆에 바짝 붙어 있는 별, 알코르라는 4등성을 볼 수 있다. 이 별의 별명은 시력검사 별인데, 옛날 로마 시대 모병관이 군인을 뽑을 때 시력검사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알코르를 보려면 시력이 1.5 이상 되어야 하고, 1.0의 경우에는 어렴풋이 보인다. 0.7 이하의 경우에는 아예 볼 수 없다. 실제로 두 별은 1.1광년 이상 떨어져 있다. 만약 로마군 입대 지원자가 이 별을 볼 수 없으면 불합격 판정이 내려지고, 고향 앞으로 갓! 처분이 따른다.
--- p.68
물론이다. 모든 별들, 모든 천체들은 소리를 낸다. 그러나 음파가 아니라 전파이기 때문에 별이 내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전파망원경과, 전파신호를 음성신호로 변환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광활한 우주를 오가는 전자기파를 소리로 변환한다면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우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NASA는 특수장비를 이용해 우주를 떠도는 전자기파를 모은 후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변환하는 작업을 추진해 공개하기도 했다.
별의 소리는 단조로우며, 방송국이 방송을 송출하고 있지 않을 때의 TV와 비슷한 잡음이다. 펄서의 경우는 1초에 수십 번 보내지는 펄스 음을 들을 수 있다. 다른 별에서 오는 소리는 수분간은 변화가 없으며, 해안에 밀려드는 파도소리나 바람소리처럼 들린다.
가장 신기한 소리는 지구와 목성의 음이다. 지구의 소리를 들어보면 뭔가 고통스러운 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반면, 보이저가 목성을 지날 때 전자기 에너지 파장을 수신하여 보내온 전파 데이터를 가청 주파수로 변환한 소리를 들어보면 장엄한 느낌을 주는 소리가 지속적으로 변조되면서 울린다. 목성의 자기마당이 지구 자기마당의 무려 4천 배 이상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흡사 피리 같은 관악기 음의 합장이 음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처럼 들린다. 어떤 때는 전자장치를 사용한 에일리언의 노래를 듣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우주의 소리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으면 유튜브를 검색하면 금방 찾을 수 있다.
--- p.84
우리은하에서 별과 별 사이의 평균 거리는 약 4광년이다. 중간치 별에 속하는 우리 태양을 귤 크기로 줄인다면, 우리 지구는 9m 떨어진 주위를 원을 그리며 도는 모래 한 알갱이다. 목성은 앵두씨가 되어 60m 밖을 돌며, 가장 바깥의 해왕성은 360m 거리에서 도는 팥알이다. 게다가 항성 간의 평균 거리는 무려 3천km나 되며,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4.2광년 떨어진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2천km 밖에다 그려야 한다. 이 척도로 보면 우리은하는 평균 3천km 서로 떨어진 귤들의 집단이며, 그 크기는 무려 3천만km다.
이 귤들과 모래, 팥알 사이의 공간에는 무엇이 있나? 흔히들 공기가 전혀 없는 진공이라고 알고 있지만, 아주 적지만 가스나 먼지가 떠돌고 있다. 어느 정도의 물질이 존재할까?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 의 4.2광년 우주공간에는 1㎤당 수소 원자 1개 정도가 떠돌고 있을 뿐이다. 이는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어떤 진공보다도 더욱 완벽한 진공이다.
--- p.113~114
먼저 당신이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을 넘어서는 순간 곡 중심의 특이점을 향해 속절없이 떨어져간다. 블랙홀의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중력이 강해지므로 당신의 발과 머리 쪽에 가해지는 중력에 큰 차이가 생긴다. 발끝과 머리에 가해지는 조석력의 차이는 이윽고 지구의 총중력과 동일하게 된다. 이 상황은 마치 두 대의 크레인이 당신의 머리와 발을 잡고 힘껏 끌어당기는 형국이나 비슷하다.
가공스러운 블랙홀의 조석력은 당신의 몸뚱이를 블랙홀 중심에 이르기 전에 국수가락처럼 한정없이 늘어뜨리다가 마침내는 낱낱의 원자 단위로 분해하고 말 것이다. 이것이 바로 블랙홀의 스파게티화spaghettification라는 현상이다.
--- p.157~158
1929년 두 사람이 세상에 내놓은 또 다른 충격적인 발견은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멀어져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사방의 은하들이 우리로부터 도망가고 있었다. 우리가 무슨 몹쓸 것에 오염되었거나 큰 잘못이라도 저질렀다는 건가? 훗날 어떤 천문학자는 우리은하가 인간이라는 물질로 오염되어서 다른 은하들이 도망가는 거라는 우스갯소리도 했다.
우주의 팽창을 그려보기 위해 빈번히 사용되는 비유로서, 표면에 점을 찍은 후 부풀린 풍선이다. 풍선이 팽창하면 풍선 표면의 어떤 점에서 보더라도 다른 점들은 모두 자신으로부터 멀어져간다. 팽창하는 풍선의 표면에는 중심점이 없다. 마찬가지로 팽창하는 우주에는 중심점도 가장자리도 없다. 내가 있는 곳이 우주의 중심이라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허블이 본 은하들은 후퇴하고 있었다. 먼 은하일수록 후퇴속도는 허벌나게 더 빠르다. 그리고 은하의 이동속도를 거리로 나눈 값은 항상 일정하다. 이것이 허블의 법칙이다. (.......)
1929년 이 사실이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 우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고 있으며, 우리가 발 붙이고 사는 이 세상에 고정되어 있는 거라곤 하나도 없다는 현기증 나는 사실에 사람들은 황망해했다. 최초로 인류가 지구상을 걸어다닌 이래 우리 인간사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20세기에 들어서는 하늘조차도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제행무상諸行無常의 대우주였다.
--- p.182~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