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일주일에 한 번씩 리뷰를 올리고, 구독자들과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구독자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공부는 무슨 공부냐며 재미없게 느끼는 것은 아닐지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었다. 함께하고 싶다는 응원의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 원서 리딩을 통해 무너진 자존감을 세우고, 엄마로서도 당당해지고 싶다는 바람을 표현했을 때, 타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의 다양한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아이를 위해, 자신을 위해 정말 필요한 공부라는 피드백을 받으니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원서 리딩이 엄마의 자존감을 하루아침에 바로 세워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잃어버렸던 나 자신을 되찾는 데 있어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는 작은 시작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p.13-14
원서 리딩을 통해 하루하루 쌓여가는 긍정적인 감정들은 매일 고된 일과를 소화하는 ‘엄마’라는 이름의 나에게 우울함에 허덕이던 육아마저도 즐겁게 다가올 수 있다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마치 중독처럼 매일매일 원서 리딩을 하고, 매달 새로운 원서를 찾으며 즐겁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영국의 존경받는 정치가이자 노벨문학상을 탄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방법을 활용하든 기분 전환을 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독서를 할 때 평상시 쓰는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된 책을 읽는다면, 그만큼 더 신선한 자극과 변화를 느끼게 될 것이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에서 내가 선택한 변화인 원서 리딩은 생각보다 더 많이 달라진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 p.28
수영을 처음 배웠을 때를 떠올려보자. 물에 들어가기 전에 간단한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풀어주어야 하는 것처럼, 본격적으로 원서 리딩을 하기 전에 마음과 뇌에 가벼운 준비 운동을 시켜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영어 공부를 위한 준비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속담이나 명언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속담이나 명언은 문장이 간결하기 때문에 공부할 때 부담이 적고, 깊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마음속에 되새길 수 있다. 또한 외국인과 대화할 때 적절한 속담이나 명언을 예로 든다면, 수십 개의 문장을 나열해가며 자기 생각을 구구절절 말할 때보다 분명 훨씬 큰 전달 효과와 공감대를 얻게 될 것이다.
--- p.88
나는 중요도나 빈도에 따라 메모지의 색상을 다르게 하고, 나만 알고 있는 기호를 사용한다. 좋은 문장이나 단어를 메모지에 적어 붙여둔 뒤, 잘 외워지지 않는 것은 동그라미 표시를 해놓는다. 예전에 공부했음에도 기억나지 않는 것은 별표, 자주 등장해 다 외운 것은 체크 표시를 해두고 완벽하게 학습되었을 때 비로소 메모지를 떼어낸다. 이렇게 자신만의 메모 룰을 정하고 기호를 만들어 차근차근 정리해놓으면 비슷해 보이는 메모 사이에서도 어떤 것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매우 높다. 메모가 늘어난다고 해서 그만큼 공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정성스럽게 적어 붙여두었다 해도 보지도, 외우려 노력하지도 않으면 그 누구에게도 쓸모없는 지저분한 쓰레기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메모는 필요할 때 바로바로 꺼내 쓸 수 있도록 활용성 높게 정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 p.99-110
우리가 영어 공부를 할 때 집중해야 하는 것은 외국어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단어’다. 특히나 원서 리딩을 할 때는 문장 속 핵심 단어를 알아야 한다. 단순하게 ‘이 단어 하나쯤 이해하지 못하면 어때!’ 하고 넘길 수도 있지만, 그런 단어들이 쌓이고 쌓이면 문장 자체의 독해가 불가능해지고, 결국에는 전체적인 글의 내용과 흐름을 파악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물론 내가 단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해서 문법 공부가 아예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문법은 언어에서 일종의 룰이자 약속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문법 공부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 좀 더 무게를 두어 말하고 싶은 것은 공부의 우선순위를 조금 달리 두어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원서 리딩을 할 때는 우선 핵심 단어 위주로 공부해 어느 정도 어휘력을 향상시키고, 그 후에 문장을 통해 문법을 익혀나가도록 하자.
--- p.130-131
원서 리딩을 하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매일 해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블로그 구독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리 정해놓은 페이지 수만큼 꼭 읽어야 했고, 메모장에 초고를 적어보기도 했다. 읽은 권수가 쌓일수록, 블로그 글이 차곡차곡 늘어날수록 나도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큰 위로가 되었다. 요양하는 동안 거의 집에서만 생활했던 나는 일부러 카페에 나가 원서 리딩을 하고 공부도 하며 세상을 향해 견고하게 쌓았던 벽을 조금씩 허물기 시작했다. 원서 리딩이 소심한 나에게 다시 세상과 부딪혀볼 힘을 낼 수 있게 해주었다.
--- p.21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