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자존감을 입는다
그 어떤 순간에도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야 한다. 경력 단절 중이라도 패션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더 나은 조건을 위해 퇴사하고 이직을 준비하는 시기이든, 안식년이든, 육아휴직 중이든, 말만 출산휴가이지 출산 고행기일지라도 말이다. 현재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무릎 나온 파자마 바지에 라운드넥인지 브이넥인지 모를 헐렁해진 티셔츠를 입어도 된다고 생각하면 그건 핑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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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못 입을 옷은 없다
애물단지가 되는 옷을 사면 안 된다. 그런 옷을 사는 것은 옷을 보는 관점이 잘못됐기 때문이고 현명하게 선택하지 못한 까닭이다. 이 옷을 나중에도 어떻게든 내가 입겠다, 살이 찌면 잘라서 스커트를 만들어서라도 입겠다 할 만큼 마음에 들면 100만 원이든 200만 원이든 사야 한다. 몇 년 동안 입을 수 있고 그동안 어떻게 입을 것이며, 체형이 변했을 때는 어떻게 개조할지 그려지지 않으면 눈 딱 감고 내려놓아야 한다. 만약 그래도 사고 싶다면, 나중에 그 원피스를 버릴 시점이 오면 과감히 버릴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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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고 있는 옷이, 스타일이 곧 그 사람이다
내 키가 작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내 굵은 종아리를 인정하고 나니 표현하고 싶은 내 이미지를 연상하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내가 키가 작다는 조건과 마음에 드는 중성적인 스타일을 기준으로 시작했듯이 모두가 자신에게 집중해 보길 권한다. 허벅지는 좀 굵지만 피부가 좋고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좋아한다든지, 팔뚝이 좀 굵어서 그렇지 다리가 길어서 바지 핏이 참 예쁘다든지, 얼굴이 작지는 않은데 어깨가 넓은 편이어서 재킷이나 셔츠가 참 잘 어울린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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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단 스타일로 인생이 달라진 사람들
승무원이니 전 세계를 돌며 고가의 좋은 물건을 많이 볼 텐데도 우리 가게 옷을 좋아한다. 가격이 저렴한데도 목단 옷을 입고 나가면, 전에는 듣지 못한 ‘센스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 끗’의 차이였다. 일반 브랜드에는 없는, 살짝 굴려지는 목단만의 선이 그렇다. 처음 입었을 때는 자신이 뚱뚱해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남들에게는 여유 있는 모습으로 비친 것이다. 목단에서 옷을 사 입으며 안목을 키운 그이는 옷의 스펙트럼이 시나브로 넓어졌다. 한마디로 말하면 후배들이 보기에 무척 센스 있는 상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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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입고 싶다면 잘 사는 것에서 시작하자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사야 한다. 그러려면 옷장을 열었을 때 옷이 너무 많고 다양하면 안 된다. 단조롭다 싶을 만큼 톤이 안정되고, 패턴에 통일감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옷마다 무늬가 있더라도 그 무늬끼리 매치가 돼야 한다. 문제는 이 죽일 놈의 매치가 뭔지, 무심한 듯 시크하다는 게 대체 뭔지, 어느 옷끼리 그러하다고 정의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철저하게 직접 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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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면 실패하지 않는다
옷 입기 놀이가 재미있어지면 내공이 쌓인다. 매일매일 옷 입기가 즐겁고 ‘내일은 뭐 입지’라는 기대가 일상에 활력이 된다. 행여 ‘오늘, 어디 가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평소 당신 스타일이 별로였다는 소리다. 날마다 어디 가는 사람처럼 입어야 한다. 그게 내 일상룩이 되어야 한다. 데일리룩이 예쁘면 옷을 잘 입는 사람이 된 것이다. 사람들의 반응이 바뀐다. “자기 스타일 참 좋아.” “옷 참 잘 입어.” “어디서 샀어?” 오케이! 그럼 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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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표 앞에서 망설일 당신에게 필요한 계산법
사고 싶은 건 샤넬 백인데 그것과 비슷한 검정 숄더백 100개를 사 봐라, 같은지. 그렇게 사 모은 가방값을 따져 보면 결국 샤넬 백 하나만큼의 비용은 나온다. 차라리 그때 샀으면 지금보다 쌌을 텐데. 잠깐, 남편에게는 언제나 “미쳤어? 짝퉁이야” 또는 “글쎄 세일을 70퍼센트나 하더라고. 완전 돈 벌었어”라는 거짓부렁을 적절히 활용하라. 고맙게도 수많은 이미테이션과 백화점 아웃렛이 곳곳에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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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것과 안 어울리는 것
새롭고 어색한 모습을 마주한 순간 “어이구, 어이구 이상하다”고 말하면서도 눈이 자꾸 거울을 향한다면 그 옷은 사도 좋다. 그 옷을 입은 모습이 마음에 든다는 소리니까. 어색한 게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고 기분마저 상한다면 고민할 가치도 없다. 당장 벗자. 무슨 조화인지 자꾸 눈이 가고 거울 앞에서 몸을 요리조리 돌려 보니 그 모습이 마음에는 드는데 몇 번이나 입을지 모르고, 입고 갈 데도 없고, 왠지 어깨도 넓어 보이고…. 괜한 트집거리를 찾아 애써 포기하려는 것은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그 모습으로 평생 살면 된다. 단, 옷을 사도 입을 게 없다며 ‘그 옷이 그 옷이다’는 한탄 따위는 절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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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제구실하는 여덟 가지 기본 매력템
피팅 룸에서 갈아입고 나온 룩이 끝인가 싶을 때 여지없이 검정 가죽 시계를 허전한 팔목에 둘러 주면서 눈으로 확인시킨다. “보이시죠? 있고 없고의 차이.” 손님은 당장에라도 시계를 사러 갈 듯한 반응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장단을 맞춘다. 시계는 밖에 나갈 때 휴대전화를 챙기듯 무조건 챙긴다. 나는 시계가 원래 내 몸에 붙어 있는 것인 양 매일매일 차라고 나에게 세뇌한다. 내 피부가 꽤 하얀 편인데도 왼팔 손목 언저리에 허연 시계 자국이 있다. 거울을 볼 때, 자판을 두드릴 때, 운전할 때, 휴대전화를 만질 때…. 언뜻언뜻 보이는 내 손목이 나는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 p.176
선배라는 무게를 감당할 스타일을 만들자
‘나를 따라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나는 누군가가 따라 하고 싶은 사람일까?’ 인생의 절반에 가까운 나이를 바라보고 있다면 한번은 생각해 볼 문제다. 경력이 단절된 친구들 사이에서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다면 그 멋진 훈장을 즐기자. 단, 그 위치에서 절대 풍기지 말아야 할 이미지가 있다. 바로 ‘만만함’이다. 이 나이에도 남들과 필사적으로 경쟁하고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들키지 말자. 퇴직 후 불안한 노후가 걱정되어 한숨짓고 초초해하는 모습은 철저히 숨겨야 한다.
--- p.198
예쁨보다 우아함을 입자
중년을 맞은 당신에게 섹시미는 없어도 원숙미가 있다. 보세 옷도 부티크 옷으로 둔갑시키는 분위기라는 게 있다. 10만 원에 벌벌 떨지 않을 만큼 간도 커졌고, 가짜도 진짜처럼 보이게 연출할 수 있는 멋진 나이라는 말이다. 목단 옷을 입어 주는 중년 손님들이 고마울 때가 많다. 우리 옷이 그분들 덕분에 값비싼 부티크 옷이 되는 순간을 자주 목격해서다. 손님들은 옷 덕분이라고 말하지만 똑같은 옷을 입는다고 누구나 그런 기품을 자아내지는 않는다. 정말이다. 그건 그 손님이 지닌 분위기다.
--- p.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