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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렬지

작렬지

[ 양장 ]
리뷰 총점9.1 리뷰 19건 | 판매지수 294
베스트
중국소설 85위 | 중국소설 top20 3주
정가
15,800
판매가
14,220 (10% 할인)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2월 2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664쪽 | 748g | 128*186*38mm
ISBN13 9788954442213
ISBN10 895444221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장 프롤로그
2장 지리 연혁 1
3장 개혁 원년
4장 인물편
5장 정권 1
6장 전통 풍습
7장 정권 2
8장 종합 경제
9장 자연 생태
10장 심층 혁명
11장 대결
12장 방위사업
13장 포스트 군수산업 시대
14장 지리 연혁 2
15장 문화, 문물 그리고 역사
16장 인물의 변화
17장 지리 대변혁 1
18장 지리 대변혁 2
19장 편집장 후기 (에필로그)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한창 쓰고 있던 장편소설을 중단하고 『작렬지(炸裂誌)』의 편집 및 집필을 맡기로 한 것은 제가 그곳의 아들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자례시가 자다가도 웃음이 날 만큼 엄청난 보수를 지불했다는 것 역시 직접적, 간접적 동기였음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독자 여러분, 부디 저를 이해해주십시오. 저는 정말로 돈이 필요했습니다. (……) 대체 이 역사지리서로 얼마를 벌었느냐고는 묻지 마십시오. 그저 『작렬지』를 완성한 덕에 평생 돈 걱정이 사라졌다고만 밝히겠습니다.
--- pp.9-10

언제부터인가 쑹이현 푸뉴산(伏牛山) 최고봉의 주변 지열이 상승하더니 결국 화산이 폭발해 수개월 동안 연기가 흩어지지 않았다. 당시 사람들은 지질이나 지각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에 그것을 땅이 갈라진다거나 터진다고 표현했다. 어쨌든 땅이 갈라지는 것을 보고 화산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앞다투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들 중 일부가 화산 입구에서 100여 리 떨어진 바러우(??)산맥으로 달아나 논밭을 일구며 정착했다. 이후 촌락을 이루게 된 사람들은 땅이 갈라지고 터져 달아났다는 의미에서 마을 이름을 작렬하는 마을(炸裂村)이라고 지었다.
--- pp.19-20

세 사람의 얼굴에는 그날 밤 문을 나서자마자 자신들이 가장 원하는 소망과 행운을 만난 듯 찬란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바로 그때, 쿵밍량은 불빛을 비추며 꽉 쥐고 있던 오른손을 폈다.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땀 때문에 쥐고 있던 물건이 축축했다. 네모반듯하고 길쭉한 인장석(印章石)이었다. 하얀 종이에 싸인, 아직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주인 잃은 그것이 쿵밍량의 손에 들어와 그의 밝은 앞날을 암시했다.
--- pp.34-35

쿵밍량이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뒷산 산마루로 가서 기차의 화물을 훔치자 돈이 빗물처럼 각 가정 마당에 떨어졌다. 여름부터 겨울까지, 비 오는 날부터 눈 오는 날까지 사람들은 어떠한 상황에도 개의치 않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 철길에서 2리 떨어진 골짜기에 지은 창고에는 기차에서 내린 사과와 귤, 전선, 코크스, 치약, 담배, 비누, 남쪽 지방에서 가공한 최신식 옷과 신발을 비롯하여 온갖 다양하고 기이한 물건이 가득 쌓였다.
--- pp.52-53

크고 작은 공장의 굴뚝들이 허공에 우뚝 서서 비 올 때 정수리를 뒤덮는 구름처럼 짙은 연기를 토해냈다. 여기저기 흙을 파낸 공사장이 외과의사가 제멋대로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놓은 것처럼 곳곳에 펼쳐져 있었다. 땅에 구멍을 낸 다음 다시 덮었다. 파헤친 다음 새 흙이든 옛 흙이든 다시 대충 메워놓았다. 곳곳이 상처투성이였고 흉터로 얼룩져 있었다.
진장이 감탄했다.
“자례가 아주 빠르게 발전하는군!”
옆에 있는 사람이 말했다.
“농사지을 땅이 없어져서 울고 있습니다.”
“진 전체에서 빌라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꼬박 사흘 밤낮을 울었습니다.”
--- pp.215-216

그는 군대에서 수없이 훈련한 행군을 시작했다. 주먹은 가슴까지, 발은 무릎 높이까지 올리면서 발바닥을 지면과 평행으로 유지하고 걸음걸음에 시차를 두며 정면으로 나아갔다. 가슴 앞의 훈장이 걸음을 뗄 때마다 리듬감 있게 찰랑찰랑 금속 소리를 냈다. 한창 공사 중인 자례 인민대회당에 도착해 비계 주위를 세 바퀴 행군하자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회당이 뚝딱뚝딱 세워졌다.
--- p.426

양력과 음력 대조표의 여백에 누군가 붓으로 적어놓은 작은 해서체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잃었다가 되찾다.

‘잃었다가 되찾다’라는 글귀를 보자 한겨울에 화톳불을 만난 것처럼 가슴이 따스해졌다. 그는 신비하게 생각하며 앞뒤 좌우를 살펴봤다. 자동차가 옆으로 지나갈 뿐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얼른 학업을 그만두고 돌아왔던 날을 찾아봤다. 작은 해서체 붓글씨로 ‘낙방’이라고 적혀 있었다. 진에 취직했던 날을 찾아보자 ‘실수’라는 글자가, 과장이 된 날은 ‘큰 실수’, 형에 의해 시에서 가장 젊은 국장이 되었던 날은 ‘사직’이라고 적혀 있었다.
밍후이는 깜짝 놀랐다.
--- pp.500-501

“나는 쿵 시장이다, 모두 내 앞으로 나와!”
매우 빠르게, 회랑 모퉁이와 5중 사합원의 단층집에서 수십 명의 비서, 정원사, 전기공, 수도공, 경비, 직원들이 우르르 나왔다. 모두 놀란 눈으로 허공에 서 있는 쿵 시장을 보았다. (……)
귀뚜라미도 시장의 불호령과 봄날의 따스한 부름에 수천수만 마리가 몰려왔다. 풀에 올라서거나 누워 있다가 몇 마리가 날개를 펼치며 귀뚤귀뚤 울기 시작하자 수백수천 마리의 귀뚜라미가 따라서 울었다.
(……) 시장 밍량은 정원의 조경석에 올라가 눈앞의 상황을 보고 자못 감격했다. 웃음을 띠었지만 눈물이 사방으로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자례가 그의 것이었다. 세상이 그의 것이었다.
--- pp.567-568

다음 날, 동쪽에서 태양이 떠올라야 할 시간인데도 해가 나오지 않고 그동안 자례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검은 연무가 하늘을 뒤덮었다. (……) 그 독기에 봉황, 공작, 비둘기, 꾀꼬리 같은 새들이 죽었고 사람들은 전부 폐병이나 천식에 걸렸다. 30년 뒤 겨우 스모그가 걷혔을 때, 자례에서는 더 이상 새나 곤충을 찾아볼 수 없었다.
--- p.646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화산 폭발로 인해 ‘땅이 갈라지고 터진다’는 의미의 작렬하는 마을!

그 폭발적인 번영의 시작과 끝이 불러온
폐허의 시간에 관한 기록


『딩씨 마을의 꿈』이 에이즈에 점령당한 지독한 현실을 이미 죽어 땅에 묻힌 열두 살 소년의 시선으로 그려낸 리얼리즘과 판타지가 결합된 작품이라면, 『작렬지』는 작가 옌롄커가 자신의 고향 땅인 ‘자례’의 역사지리서를 맡아 쓰게 된다는 독특한 설정의 작품이다. 이처럼 허구를 가장한 사실(중국의 현실)을 통해 작품과 현실을 더욱 단단히 밀착시킨다.

옌롄커가 써 내려간 이 역사지리서는 화산 폭발로 인해 생겨난 ‘자례’라는 작은 마을이 도시로 급성장하고, 다시 폐허가 되기까지의 빛과 어둠의 연대기라고 할 수 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작렬지』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역사리지서 편찬이라는 소설적 상상력과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견고한 허구의 세계를 구축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진실을 드러내고, 가려진 진실을 들추며, 존재하지 않는 진실을 그려낸다”(656쪽).

이 작품은 ‘자례’라는 허구의 도시가 가진 역사를 풀어내고 있지만, 이야기가 가닿는 지점은 중국에서 도시가 형성되던 시기의 구체적인 연대기임을 알 수 있다. 송나라 시절, 화산 폭발로 인해 ‘땅이 갈라지고 터진다’는 의미의 작렬하는 마을, 즉 자례(炸裂)가 생긴다. 시간이 흘러 1966년 문화대혁명이 시작되면서 자례에는 쿵씨와 주씨의 양대 파벌이 형성된다.

혼란의 시기에 주인공 쿵밍량의 아버지 쿵둥더의 옷에 중국 지도 모양으로 번진 새똥을 보고 누군가 촌장인 주친팡에게 고발하고, 결국 쿵둥더는 중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 감옥에서 돌아온 쿵둥더는 네 아들에게 “모두 나가거라. 지금 당장 나가서 각기 동서남북으로 걸어가. 돌아보지 말고 계속 가다가 무엇을 만나거든 허리를 굽혀 주워라. 그 물건이 평생 너희의 운명을 좌우할 게다”(28쪽)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둘째 아들인 쿵밍량은 원수처럼 지내던 주씨 집안의 딸 주잉을 만나게 되고, 이 만남이 자례의 파란만장한 운명을 결정짓는다.

“한 도시의 번영이 그렇게 끝이 났다.
휘황찬란한 역사가 일단락을 고했다.”

은폐되었거나 함축되었거나
혹은 쓰이지 않았을 것들에 관한 기록……


쿵밍량은 마을을 지나는 기차 화물칸에서 물건을 훔쳐 부를 축적하고, ‘만위안호(연수입 1만 위안 이상인 부유한 가정)’를 육성하라는 정부 정책에 의해 새로운 촌장으로 추대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원수였던 촌장 주칭팡을 마을 사람들이 뱉은 침에 익사시켜 죽인다. 이 광경을 지켜본 촌장의 딸 주잉은 쿵밍량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자례를 떠나게 되고, 이후 마을 전체가 공모하여 기차에서 물건을 계속 훔치며 막대한 부를 쌓게 된다. 하지만 산업이 발전하면서 기차가 빨라져 자례 사람들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도시에서 유흥사업으로 큰돈을 번 주잉은 마을로 돌아와 쿵밍량과 쿵씨 집안 사람들을 위기에 빠뜨린다.

옌롄커 작가는 ‘촌’에서 ‘진’으로, ‘진’에서 ‘성’으로, ‘성’에서 ‘시’ 및 ‘초대형 도시’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은폐되었거나 함축되었거나 혹은 쓰이지 않았을 것들”에 대해 기록을 계속해나간다. 그러나 한 마을의 흥망성쇠에 관한 기록은 쿵밍량 시장이 붙인 라이터 불에 불타고 재만 남게 된다. 이처럼 『작렬지』는 ‘허구이지만 허구가 아닌’ ‘불타 사라졌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이야기를 통해 중국의 현실과 지난 역사가 가진 문제의 본질과 근원까지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작가의 말

『작렬지』에서 드러내려 했던 것이 바로 이러한 혼란과 분열을 촉발하는 핵이었다. 혼란스러운 오늘날의 중국에서 소설이 삶에서도 보이지 않고 대지에서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거친 뿌리를 포착했다면, 토지와 삶의 표면적 진실이 어떤가가 과연 그렇게 중요할까? 『작렬지』는 어둠 속에서 ‘가장 중국적’ 원인을 찾으려 했다. 화가가 강물 깊은 곳 보이지 않는 강바닥의 형태와 굴곡을 그리려고 하는 것처럼. 이런 상황에서 강의 수면이 잠잠하다거나 물살이 세다거나 하는 합리성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원리뷰 (19건) 리뷰 총점9.1

혜택 및 유의사항?
파워문화리뷰 [20-19] 옌롄커의 마술적 사실주의 소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w******f | 2020.03.15 | 추천17 | 댓글12 리뷰제목
<작렬지(炸裂志)>의 내용 자체는 간단하다.화산 폭발로 쑹이현[嵩伊縣] 퓨뉴산[伏牛山] 주변이 갈라지고 터지자 그 곳에 살던 이들이 달아나 바러우[?樓] 산맥에 정착해 ‘자례[炸裂]’ 마을을 이루었다. 그러다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에 지주인 주씨와 소작농인 쿵씨가 갈등을 빚고 다투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쿵밍량[孔明亮]이 등장해;
리뷰제목

작렬지(炸裂志)>의 내용 자체는 간단하다.

화산 폭발로 쑹이현[嵩伊縣퓨뉴산[伏牛山주변이 갈라지고 터지자 그 곳에 살던 이들이 달아나 바러우[?樓산맥에 정착해 자례[炸裂]’ 마을을 이루었다그러다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에 지주인 주씨와 소작농인 쿵씨가 갈등을 빚고 다투게 되었다이러한 상황에서 쿵밍량[孔明亮]이 등장해 아내인 주잉[朱潁]과 권력을 다투면서 자례 촌()을 대도시로 성장시켜가는 과정이 그리고 있는 것이 이 소설이다물론 이를 위해 쿵밍량 부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물질적 가치가 우선하는 소비자본주의 사회의 성공 신화를 냉소적으로 비판하는영화 <성공시대>(1988)의 주인공 김판촉(안성기 扮)처럼.

 

하지만 읽는 법은 다양하다.

첫째,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몬태규(Montague) 가문과 캐퓰렛(Capulet) 가문의 대립처럼 쿵가[孔家]와 주가[朱家]의 권력투쟁이라는 시점으로 보는 것이다.

둘째쿵밍량에 의한 자례 마을 흥망기(興亡記)로 읽을 수 있다.

셋째중국식 마술적 리얼리즘(Magic realism) 혹은 신실주의(神實主義)가 어떤 것인지 음미하는 것이다.

 

 

첫째자례[炸裂마을의 쿵가[孔家]와 주가[朱家]의 투쟁

 

자례[炸裂마을의 주요한 가문으로 쿵가[孔家]와 주가[朱家], 그리고 청가[程家]가 등장한다각각 보았을 때는 무심코 넘기게 되는데한 데 모아보니 공자(孔子), 주희(朱熹혹은 주자(朱子), 정호(程顥)와 정이( 형제를 떠올리게 된다게다가 쿵가는 유교(儒敎)의 창시자인 공자(孔子)의 후손을주가는 성리학(性理學혹은 정주학(程朱學)의 완성자인 주희(朱熹)의 후손임을 자청하고 있기에 이런 생각을 더욱 부추키게 된다작가는 왜 쿵가[孔家]와 주가[朱家], 그리고 청가[程家]를 선택한 것일까 

 

일단, <자례지[炸裂志]>의 내용을 살펴보자본격적인 이야기는 새똥 때문에 사형(死刑)을 선고받은 쿵둥더[孔東德]의 귀향에서 시작한다.

 

과거 농기구를 망가뜨려 사회주의 기물 파손죄로 감옥에 갇혔던 쿵둥더에게 뜻하지 않는 불행이 발생했다.

어느 날쿵밍량의 아버지 쿵둥더가 몸을 수그리고 김을 맬 때 새똥이 등에 떨어졌다하얀 옷에서 땀과 합쳐진 새똥은 중국 지도 모양으로 번졌고 쿵둥더는 보름 동안 옷을 빨지 않아 내내 새똥 지도를 등에 그리고 다녔다그러다 누군가 그것을 발견해 촌장(村長주칭팡[朱慶方]에게 고발했다주칭팡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공사에 알린 다음 현에도 보고했다결국 쿵둥더는 다시 감옥에 갇히고 중형[정확하게는 사형(死刑)]을 선고받았다. [p. 25]

옷에 중국 지도 모양으로 번진 새똥 때문에 사형을 선고받다니!!!

이렇게 누가 고발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쿵가의 원한이 촌장인 주칭팡에게 갈 수 밖에 없다.

 

운이 좋게도아니 운이 나쁘게도 인가? 12년의 억울한 옥살이 끝에 귀향한 쿵둥더의 둘째 아들 쿵밍량[孔明亮]은 도둑질로 만위안호가 되어 주칭팡을 쫓아내고 새로운 촌장이 되었다그리고 그를 마을 사람들의 가래침으로 질식사 시켜서 원한을 갚았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고 마을을 떠난 주칭팡의 딸 주잉[朱潁]은 유흥업에 종사하면서 막대한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왔다어떻게 보면 금의환향(錦衣還鄕)한 셈이다그리고 그 돈으로 산 촌장 자리를 넘기는 대가로 쿵둥더의 아들 쿵밍량[孔明亮]과의 결혼을 얻었다여기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해피엔딩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주잉은 자신의 유흥업소 종업원들을 이용해 쿵밍광의 가정을 파괴하고쿵밍야오를 군에서 나오게 했다나아가 시아버지인 쿵둥더도 복상사시킴으로써 아버지의 복수를 한다이로써 쿵밍량과 주잉의 부부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당신 아버지는 쿵씨 때문에 가래침에 숨이 막혀 돌아가셨지우리 아버지는 당신 주씨 때문에 돌아가신 뒤에 8대가 흘러도 씻지 못할 가래침에 뒤덮였고그러니 우리의 은원관계는 끝났어.” [p. 341]

 

 

둘째쿵밍량에 의한 자례 마을 흥망기

 

새똥 때문에 12년간 감옥살이를 하다가 귀향한 쿵둥더는 네 아들에게 “모두 나가거라지금 당장 나가서 각기 동서남북으로 걸어가돌아보지 말고 계속 가다가 무엇을 만나거든 허리를 굽혀 주워라그 물건이 평생 너희의 운명을 좌우할 게다 [p. 28]라고 말한다마치 돌잡이하는 것 같은 이 말은 일종의 예언처럼 들어맞았다.

분필을 주운 첫째 쿵밍광[孔明光]는 교육자가 되었다아무것도 새겨지지 않은 인장석(印章石)을 주운 둘째 쿵밍량[孔明亮]은 권력자가 되어 자례 마을을 지배하게 된다총과 대포를 싣고 지나가는 훈련 중인 군용차를 만난 셋째 쿵밍야오[孔明耀]는 군인이 되었다다만 애매했던 것은 막내 쿵밍후이[孔明輝]였다고양이를 만났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일종의 달력인 책력(冊曆)을 발견했기 때문일까어쩌면 자례 마을의 미래가 될 수 있는 착한 사람이었던 그는 책력에서 알게 된 정보로 파국을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끝내 운명을 바꾸지 못했다.

 

도둑질로 마을 첫 만위안호가 되어 자례 촌장 자리를 얻은 것이 쿵밍량이 자수성가(自手成家)하는 첫 걸음이었다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백 명이 살던 자례 마을을 발전시켜 촌장(村長), 현장(縣長), 진장(鎭長)을 거쳐 시장(市長그것도 중국의 대형도시인 직할시의 시장이 되었다수백 명이 살던 어떻게 보면 비전을 가진 리더라고 볼 여지도 있었다그러나 경제발전을 위해 무엇이든 허용되고그러한 행위가 장려되는 상황이라면 자례 마을이 자례 시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와 눈물이 흘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면쿵밍량은 직할시 승격을 위해 세계 최대의 공항과 100킬로미터에 달하는 지하철이 필요했다. 이를 일주일 내에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셋째 동생 쿵밍야오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쿵밍야오에게 자신이 거느린 사설 군대를 동원해서 일주일 안에 이를 건설하는 대가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다리 5천 개와 손가락 만 개그리고 사흘간 자례 시민을 빌려주는 공문을 주었다그리고 별거 중인 아내 주잉에게 가서 무릎을 꿇고 자례시의 승격을 방해하지 말아달라고 애원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직할시 승격에 성공했지만 그 끝은 파멸이었다.

 

형수로서 하는 말인데대학을 졸업하면 자례로 돌아오지 마요나랑 둘째 형이랑 결혼한 이상 자례는 조만간 형과 내 손에 망할 거야. [p. 176]

주잉이 막내 시숙(媤叔)인 쿵밍후이[孔明輝]에게 했던 말이 이렇게 이루어졌다.

 

 

셋째마술적 리얼리즘 혹은 신실주의(神實主義)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하면 흔히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유명한 콜롬비아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 1927~2014, 이하 마르케스’)를 떠올린다.

그렇다면 마르케스로 대표되는 마술적 사실주의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문학비평용어사전>(2006)에 의하면마술적 사실주의 소설들의 특징은 사실적인 것과 환상적이거나 마술적인 것시간적 흐름 기법꼬인 미로형의 서사와 구조꿈과 신화와 요정이야기들의 다양한 사용표현주의적이거나 심지어는 초현실주의적인 기술불가해한 박학다식함경이와 느닷없는 충격공포와 불가해함 등을 뒤섞고 병치한다는 것에 있다고 한다.

라틴 문학에는 문외한이라서 이런 설명만으로는 마술적 사실주의에 대해 잘 모르겠다다만이러한 문학 사조가 라틴아메리카와 같이 억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독재 사회에서 자주 나타나며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표현이 환상적이거나 마술적인 것의 도입으로 순화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검열과 작가의 양심 사이의 일종의 타협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례진장 임명장을아홉 번을 읽었을 때 그는 책상 위에서 말라버린 아스파라거스가 기적처럼 다시 살아난 것을 발견했다그 아스파라거스는 날이 춥고 물이 부족해물을 주면 화분 속에서 물이 얼음 조각으로 변해 하릴없이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그런데 그때밍량은 가늘고 자잘한 잎이 순식간에 다시 황록색을 띠는 것을 보았다아스파라거스에 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그래서 시험 삼아 공문 두 부를 아스파라거스 위에서 흔들어 보았다그랬더니 말라버린 아스파라거스 잎이 후드득 떨어지고 가느다란 싹이 쑥쑥 올라왔다좀 더 확실히 하기 위해서 이번에는 아스파라거스에게 공문을 읽어줬다그러자 아스파라거스가 그의 눈앞에서 뭉텅뭉텅 파래지더니 옅은 비취색을 뿜어냈다. [pp. 190~191]

 

밍량이 귀뚜라미를 보고는 돌연 정색하며 아이처럼 전부 나오라고 해하고 말했다귀뚜라미가 그를 보다가 풀잎에서 뛰어내렸다밍량이 소리쳤다.

모든 곤충과 새들은 나와봄이 왔으니 모두 내 앞으로 나와모두 나와!”

“나는 쿵 시장이다모두 내 앞으로 모여!

“나는 쿵 시장이다모두 내 앞으로 나와!

매우 빠르게회랑 모퉁이와 5중 사합원의 단층집에서 수십 명의 비서정원사전기공수도공경비직원들이 우르르 나왔다모두 놀란 눈으로 허공에 서 있는 쿵 시장을 보았다아무도 무슨 일인지 몰랐다시장한테 뛰어가야 할지아니면 시장이 왜 그러는지 알아본 뒤 가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불안과 당혹이 가득한 얼굴로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중략 ~

정원의 참새들도 어디선가 날아와 풀밭과 나뭇가지에 앉아 짹짹 울었다다람쥐들도 숲속 깊은 곳에서 다시 시장 앞으로 달려와 오르락내리락 나무를 탔다텁수록한 꼬리가 제 몸통보다도 두꺼웠다귀뚜라미도 시장의 불호령과 봄날의 따스한 부름에 수천수만 마리가 몰려왔다풀에 올라서거나 누워 있다가 몇 마리가 날개를 펼치며 귀뚤귀뚤 울기 시작하자 수백수천 마리의 귀뚜라미가 따라서 울었다.

중략 ~

시장 밍량은 정원의 조경석에 올라가 눈앞의 상황을 보고 자못 감격했다웃음을 띠었지만 눈물이 사방으로 끊임없이 흘러내렸다자례가 그의 것이었다세상이 그의 것이었다곤충과 새조차 시장의 말을 들었다. [pp. 567~569]

 

백년 동안의 고독은 마콘도(Macondo)라는 가상의 땅을 무대로 부엔디아 일족의 역사를 그렸는데, <작렬지도 자례라는 가상의 마을을 무대로 쿵둥더 일족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이렇게 비슷한 구조에 앞에서 인용한 글처럼 사실적인 것과 환상적인 것이 뒤섞인 <작렬지는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이라고 느끼기에 충분하다하지만작렬지의 저자인 옌롄커(閻連科, 1958~ )는 자신의 글이 마술적 리얼리즘이 아니라면서 반발한다오히려 그는 신실주의(神實主義)라는 다른 용어를 내세운다.

그렇다면 신실주의는 무엇일까 

신실주의는 독특한 문학 기법을 통해 보이지 않는 진실을 드러내고 가려진 진실을 들추며 존재하지 않는’ 진실을 그려낸다또한 문학이 영혼과 정신(생활이 아니라)의 길을 걷도록 함으로써 깊은 곳에서 현실과 삶을 폭발시키는 핵에너지를 찾도록 한다. [p. 656]

아무리 봐도 비슷한 얘기를 다르게 표현한 것 같은데……. 책장을 덮으면서도 마술적 사실주의와 신실주의의 차이에 대해 잘 모르겠다그의 작품을 더 읽어보면 알 수 있을까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자음과 모음으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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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작렬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아**자 | 2020.03.24 | 추천11 | 댓글14 리뷰제목
<이책은>리뷰어클럽 서평 당첨 도서<저자는> 저 : 옌롄커 (Yan Lianke,閻連科) ---발췌하다1958년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나 스물한 살 때부터 28년을 군인으로 살았다. 1978년부터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다수의 장편소설과 중단편소설, 산문 등을 발표했다. 1979년 군대 내 문학창작반에서 활동하던 중 [전투보]에 단편 「천마;
리뷰제목

<이책은>

리뷰어클럽 서평 당첨 도서

<저자는>

 저 : 옌롄커 (Yan Lianke,閻連科) ---발췌하다

1958년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나 스물한 살 때부터 28년을 군인으로 살았다. 1978년부터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다수의 장편소설과 중단편소설, 산문 등을 발표했다. 1979년 군대 내 문학창작반에서 활동하던 중 [전투보]에 단편 「천마 이야기(天麻的故事)」를 실으며 데뷔했다. 그후 1985년 허난대학 정치교육학과를 거쳐 1989년 해방군예술대학 문학과에 입학하면서 작가로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지금까지 11편의 장편소설과 8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비롯한 다수의 수필과 산문을 발표했다.

 

작가의 주요 작품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출간 즉시 당국으로부터 판금조치와 함께 전량 회수된 일화로 유명하다. 2005년 봄 광저우의 문예지 [화청 花城]에 게재된 이 작품은 마오쩌둥의 사상과 위상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출간 되자마자 출판, 홍보, 게재, 비평, 각색을 할 수 없는 이른바 '5금(禁)'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강압적인 탄압이 국내외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오히려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켜 자국 내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몰래 돌려보는 금서로, 국외로는 미국과 일본, 대만, 네덜란드 등 전 세계 10여 개국에 소개되었다.

 

제 1, 2회 루쉰문학상과 2014년 프란츠카프카문학상, 홍루몽상 최고상을 비롯해 20여 개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중국 평단의 지지와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얻으며 당대 최고의 소설가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미국과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현재 옌롄커는 중국작가협회 위원, 북경시 작가협회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장편소설 『딩씨 마을의 꿈(丁莊夢)』,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爲人民服務)』, 『즐거움(受活)』, 『풍아송(風雅頌)』, , 『일광유년(日光流年)』, 『물처럼 단단하게(堅硬如水)』,『풍아송』, 『일광유년(日光流年)』, 산문집 『나와 아버지(我與父輩)』 등이 있다.

<책읽고 느낀 바>

  앞전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읽었기에  기대감으로 펼쳤다. 술술 잘 읽힐걸 안다해도 664쪽의 위용은 긴장되었다. 방대한 부피지만 책은 잘 펼쳐지고 북끈까지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저자의 특징은 투박한 것 같으면서도 시적으로 느껴지는 서정적인 문구를 잘 구사한다는 것. 읽다보면  섬세하다는 느낌을 자주 갖게 된다.

 

  중국 소설을 읽다보면 특징이 있다. 천연덕스럽고 능청스럽다. 허장성세며 배포랄 수도 있다. 워낙이 방대한 대륙의 기질을 타고나선지 글에서도 뚝딱 해치우는 말 같지 않은 뻥이 수두룩하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고 1000개 병상을 갖춘 대형 병원 2곳을 일주일만에 뚝딱 건설한 중국이 아니던가. 병원의 수준이 어떻고 저떻고는 다음 문제고, 단시일에 해낸 게 저력이다.

 

  콜롬부스가 달걀 쌓는 걸 보고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어는 차후 문제다. 누구나 깨지지 않는 상태로 세우자니 시도를 못하는 것일 때 깨짐을 감수하고라도 해내니 두고두고 회자된다. 그 많은 인력이 삽시간에 달라들어 이뤄낼 수 있는 민첩함과 신속함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있다. 저자의 필력에 의해서 순식간에 탄생한 자례직할시의 흥망성쇠기는 흥미롭고 대단하다.

 

  땅이 갈라지는 것을 보고 화산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앞다투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들 중 일부가 화산 입구에서 100여 리 떨어진 바러우산맥으로 달아나 논밭을 일구며 정착했다. 이후 촌락을 이루게 된 사람들은 땅이 갈라지고 터져 달아났다는 의미에서 마을 이름을 작렬하는 마을(炸裂誌)이라고 지었다. 19~20 페이지

  자례촌의 양대 파벌인 쿵씨와 주씨. 촌장인 주칭팡에겐  딸 하나가 있었는데 주잉이라 불렸다. 쿵둥더에게는 4명의 아들 쿵밍광, 쿵밍량, 쿵밍야오, 쿵밍후이가 있었다.

 

...... 어느 날, 쿵밍량의 아버지 쿵둥더가 몸을 수그린 채 김을 맬 때 새똥이 등에 떨어졌다. 하얀 옷에서 땀과 섞인 새똥은 중국 지도 모양으로 번졌고 쿵둥더는 보름 동안 옷을 빨지 않아 내내 새똥 지도를 등에 달고 다녔다. 누군가 그것을 발견하고 촌장(村長) 주칭팡에게 고발했다. 주칭팡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공사에 알린 다음 현에도 보고했다. 결국 쿵둥더는 다시 감옥에 갇히고 중형을 선고받았다. 감옥에서 끊임없는 노동 교육에 시달리던 그가 마침내 출소해 조용히 마을로 돌아온 뒤, 자례촌은 비로소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다. 25 페이지 

  새똥 지도가 중국 모양이면 무슨 상관이람 싶지만 불경죄 정도가 되나 보다. 보름 동안 옷을 빨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냐고. 그걸 고발한 것도 우스운데 현에 보고한 촌장이라니. 우리네 상식으로는 좀 이해불가지만 그렇다치고. 그리하여 감옥에 갇히는 불상사가 생겼는데, 출소를 했다. 쿵둥더는 아들 넷을 불러놓고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거라며 지금 당장 나가라 했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동서남북으로 가다가 무엇을 만나거든 주우라고. 평생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출소한 아버지가 보름 만에 처음으로 웃으며 말하자 다들 미쳤다고 생각하며 움직이지 않자 세 번 연속으로 마지막에는 애원하듯 말했다.

 

첫째는 동쪽으로 갔는데 분필을 주웠다. 둘째는 서쪽으로 가자니 어떤 대문 앞을 지날 무렵 문을 열고 나오는 주잉과 마주친다. 하필 둘이 만났다. 밍량은 주잉에게 네 아버지를 목졸라 죽이고 싶었으나 그만두겠다고 하자, 주잉은 재수 옴 붙었지만 첫 번으로 만났으니 하는 수 없이 시집가겠다고 했다. 귓전으로 들으며 걷는 밍량에게 청씨 집안 딸 청징이 나왔고...한참을 걷던 밍량은 발바닥을 찌르는 물건을 집어드는데 인장석(印章石)으로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채였다. 셋째는 남쪽으로 가다 군용차와 대포를 만났으며 넷째는 북쪽으로 가다 온순한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고 했는데 나중에 기억을 더듬으니 책 한 권을 집어서 나무둥치에 던졌음이라.

 

  분필을 잡았던 첫째는 초등 교사의 길로, 셋째는 요즘식으로 직업군인이 되었다. 넷째는 온순한 성품이나 줏대가 없었다. 둘째는 추진력 대단한 강한 성격이었다. 무엇보다 야심이 있었다. 왠만한 일은 양에 차지 않았고 좀더 높은 곳을 향해 늘 시선을 뒀다. 자례촌에 만위안호 육성 공문이 내려졌다. 연수입 1만 위안 이상인 가정이 되기 위해 다들 고군분투하는데 밍량만 태평천하였다. 그럼에도 맨 먼저 위업을 달성하며 앞서가는 사람이 되었다. 그의 공을 치하하며 향장이 촌장에게 만 위안호 열 명을 만들라는 특명을 내리지만 이수하지 못한 주 촌장은 곤경에 처한다. 밍량이 촌장에게 가래침을 뱉을 때마다 돈을 지불한다고 부추기자 너도 나도 가래침 공격에 가담했고 촌장은 앉은 채로 가래침에 숨이 막혀 죽었다.

 

만 위안호 열 명이 아니라 온 마을을 부흥시키면서 촌장이 된 둘째 밍량. 밍량이 돈을 번 기술은 훔치기. 열차가 어느 구간에서 느릿해지면 짐을 끌어내려 장사를 했던 것. 그 노하우를 마을 주민들에게 전수하면서 마을주민 모두가 합심해 떼도둑질을 했다. '훔치다' 라는 말을 절대 쓰지 못하게 하며 '내리다' 로 통일시켰다. 도둑질 하러 가는 이에게 "출근하나?" 식으로 인사를 건넸다. '도둑질', '훔치다', '털다' 라는 말을 사용한 이는 월급에서 감액하니 누구나 금기어가 되었다.  한 마을이 똘똘 뭉쳐서 도둑질을 떼로 벌이지만 어떤 누구도 알 턱이 없으면서 자례촌은 자례현으로 승격된다. 촌장 밍량의 막강한 지도력 덕분이었다.

 

자례촌장에서 자례현장이 되고, 자례직할시장이 되는 과정은 포복절도할 웃음이 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책을 읽다보면 말도 안되는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노인이 행동하는 게 정당성이 있어뵈고 동선을 따라가다보면 그게 맞는 길 같은 착각이 든다. 말도 안되는 줄 알면서도 믿어주고 싶은 위트에 타협하게 된다. 그러자면 방대한 페이지는 술술 넘어가기 마련이고.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서양의 능청과 천연덕스러움이 있다면 작렬지는 그와 비슷하지만 좀더 천연덕스럽고 능청맞다. 밍량이 마음먹은대로, 생각키우는대로 다 된다. 뚝딱 순식간에.

 

저자의 글력에 탄복하게 되는 건 상황 설명에서 어김없이 나타난다. 가령 밍량이든 주잉이든 심기가 언짢다면 나무와 풀, 심지어는 조류까지도 금새 변화한다. 말 한 마디로 모든 걸 좌지우지함을 암시하며 쥐락펴락함을 그렇게 표현해낸다. 쿵시장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도 만물이 다한다. 그만큼의 막강한 권력자임을 부각시키는게 대단하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하루밤새 혹은 일주일새 뚝딱 지어지고, 사라지고. 어떻게든 앞만 보고 달려가는 밍량에게 거칠 건 없다. 이름 없는 인장석을 주운 자의 앞날은 창창하기만 하다. 재수 옴 붙었으되 결혼하면서 그녀의 능력까지도 흡수하게 되는 밍량.

 

서술 방식부터 예사롭지 않게 기술된 작렬지는 대단한 책이다. 자례촌에서 자례현, 자례직할시로 승격되는 과정, 과정에서 모든 공업, 산업, 유흥업, 건설업 등 총망라되어 나온다. 대단한 기획력이요 탄탄한 스토리다. 허구일지라도 사실인 것 같은 그런 도시가 실제할 것 같은 현장감이 있고 사실인 것만 같다. 술술 읽히는 자례시의 흥망성쇠기는 한바탕 잘 꾼 꿈 같다. 생로병사가 있는 인간사 같다. 궤도에 올라서서는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브레이크가 파열된 전차처럼 기계적이 되어가는 쿵 시장. 더 나아갈 마음은 여전하나 몸은 어느새 중년이고 저기가 고지이거늘. 조금만 더, 이게 마지막 고비인데. 죽어야만 끝나는 권력욕이었나니.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1 댓글 14
작렬지 - 자례시 변화하는 모습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빛****정 | 2020.04.15 | 추천3 | 댓글2 리뷰제목
중국이라는 나라는 아직 많은 것을 생각해 본적이 없다. 책에 대해서는 특히나 더 그런듯하다. 책을 선택할때 다양하게들 선택하지만 난 가끔 아무 생각없이 막 읽고 싶다는 충동이 생길때가 있다. 이번이 딱 그때라는듯 정말 읽어보고 싶었다. 중국 작가중에 유일하게 알고 있는 작가가 옌롄커다. <물처럼 단단하게> 라는 책을 읽은 지는 5년이 넘은 듯하다. 그때당시 정말 획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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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라는 나라는 아직 많은 것을 생각해 본적이 없다. 책에 대해서는 특히나 더 그런듯하다. 책을 선택할때 다양하게들 선택하지만 난 가끔 아무 생각없이 막 읽고 싶다는 충동이 생길때가 있다. 이번이 딱 그때라는듯 정말 읽어보고 싶었다.

중국 작가중에 유일하게 알고 있는 작가가 옌롄커다. <물처럼 단단하게> 라는 책을 읽은 지는 5년이 넘은 듯하다. 그때당시 정말 획기적이면서도 쇼킹했다. 중국소설을 처음 접한 나로서는 옌롄커 작가의 대담함에 놀랐었다. 사상이 우리하고 좀 다른 나라에서 이런 소설이 괜찮을까하는 걱정도 했지만 그래도 출판이 되었으니까 나는 잘 읽으면 되었다. 한편 읽고 작가의 매력에 빠졌다. 이렇게 알게된 작가님의 다른 작품 작렬지를 처음 본순간 역시나 작가님의 특색이 묻어나는 표지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옌롄커 작가는 1958년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났다. 다양한 활동을 했고 중국에서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세계 20개국 번역 출간되었다. 역시나 대한한 작가님이시다. 앞으로도 더욱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작렬지는 옌롄커가 직접 역사지리서의 편찬을 맡아 작성한 것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자례'라는 허구의 마을이 점차 대도시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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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나가거라. 지금 당장 나가서 각기 동서남북으로 걸어가. 돌아보지 말고 계속 가다가 무엇을 만나거든 허리를 굽혀 주워라. 그 물건이 평생 너희의 운명을 좌우할 게다." P28


쿵둥더가 감옥에 다녀와 자다 일어나 아들에게 말했다. 첫째 쿵밍광 동쪽, 둘째 쿵밍량 서쪽, 셋째 쿵밍야오 남쪽, 넷째 쿵밍후는 북쪽으로 갔다. 밍량이 왠수의 딸 주잉을 만났다.

큰형이 셋째와 넷째 동생을 데리고 인파속에서 걸어오는 얼굴에는 자신들이 가장 원하는 소망과 행운을 만난 듯 찬란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바로 그때, 쿵밍량은 불빛을 비추며 꽉 쥐고 있던 오른손을 폈다.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땀 때문에 쥐고 있던 물건이 축축했다. 네모반듯하고 길쭉한 인장석( 印章石)이었다. 하얀 종이에 싸인, 아직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주인 잃은 그것이 쿵밍량의 손에 들어와 그의 밝은 앞날을 암시했다. p35


이렇게 쿵씨 집안의 아들들이 어떻게 자례라는 곳을 시로 성장해 가는지를 그리는 소설이다. 여기에 왠수 집안인 주씨 집안의 주잉이 아버지의 왠수인 쿵씨 집안을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둘째인 쿵밍량과 결혼과 청징이라는 비서이면서 여인이 등장한다. 그리고 복수의 시작이 된다. 주잉이 어떻게 복수해 나가는지 자례가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참 재미나다. 이들의 인생에서 아니 우리들의 인생에서 최고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제가 촌장이 되면 이렇게 뿌려댈 수 있을 만큼 각 가정에 돈이 넘쳐나도록 할 것입니다." P135

주잉의 짧은 연설과 돈뿌림은 역시 돈이 최고인듯하다. 이렇게 자례가 승격되면서 세상에 돈이 날아 다닌다. 어쩜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 이리 있을까? 정말 돈의 힘은 대단했다. 내가 돈이 많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정말일까? 그리고 여자란 힘이 있다. 여인을 이용해서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역시 이쁘고 봐야하는 것인가? 여인천하인 주잉과 청징의 이야기도 참 흥미롭다. 여인 부대에서 참 중국작가 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돈으로 힘을 내서 주잉은 큰형 밍광을 이혼시키기도 했고 남편인 둘째는 돈으로 무릅꿇게 만든다. 거기에 세째인 쿵밍야오는 군에서 나와 자례의 대단한 군시설을 만들고 끝내는 둘째 밍량과 맞서게 된다. 누가 힘이 더 있는 것일까? 그리고 막내 쿵밍후는 높은 자리에 오르지만 내려놓고 가족을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해결해 나간다. 이런 모든 것들이 책력에 적어 있다하니 이들의 시작이 처음 만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데 사람의 운명은 정해진 것일까? 이 운명을 자기 것으로 잘 받아들이는 것은 자기의 몫인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회화나무꽃, 누릅나무꽃, 오동나무꽃 여러 사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자연의 모든것들이 승격되고 기분좋고 흥겨울때는 만물이 모두 소생하듯 찬란했다. 거기에 반대일때는 모든 시계의 시간이 멈췄고 자연도 조용했고 숨도 못쉴정도로 쥐죽은듯했다. 흥함과 망함의 표현해서 항상 대조적인 글에 감탄을 했다. 표현이 이렇게 자유롭게 희망차고 색다랐다. 그 색다릅고 멋진 표현들은 책속에서 찾아 읽으면 참 재미날 것이다.


책속에서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는 여러나라중에 가끔 한국인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번역작가의 번역이 아닌 옌롄커 작가님이 직접 썼을거라 생각하니 참 좋았다. 쿵밍야오를 너무 키운듯하다. 엉뚱했던 나라 사랑인가? 최고의 중국인 다운 정신인가? 쿵밍야오가 전쟁에 나가기위해 형의 부탁이었던 비행장과 역을 일주일만에 만들어주고 직할시가 되게하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모든 인민을 전쟁속으로 데려간다. '쿵밍야오 장군에게 인민을 사흘간 빌려준다' p640 참 대단한 나라 사랑이었다. 쿵밍야오의 나라사랑이 형인 쿵밍량의 시계를 멈추게 만들었다. 여기서 시계라는 표현이 참 색다르면서 멋졌다. 작가님의 관찰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덤에 울러 가야겠어요. 자례촌이 진이 되고 현, 시가 되고 또 직할시가 되면서 자례 사람들은 무덤에서 우는 풍습을 잊어버렸어요." p646

이렇게 처음에 우는 풍습을 잊고 살다가 마지막에 다시 우는 풍습을 써서 자례의 모습을 느끼게 만든다. 호화찬란했고 스펙타클했던 한 작은 마을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재미나게 그렸다. 그 성장과정에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장을 시키면서 자꾸 무엇인가 어긋나게 되는 것 같다. 대단했던 작품 작렬지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쩜 이리 잘 쓸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쿵씨 사형제의 이야기가 참 재미났다. 여기에 같이한 여인, 가족이 합쳐지고 인민들이 들어가 멋진 작품을 만들었다. 6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오래 걸렸지만 너무나 재미나게 읽었다. 멋진책을 읽게 해준 작가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옮긴이와 출판사께도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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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2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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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경제발전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중국의 2020년 위기에 처한 경제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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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 | 2020.02.28
구매 평점5점
잘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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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 | 20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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