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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 어느 ‘어도락가語道樂家’의 삶과 공부

리뷰 총점8.7 리뷰 7건 | 판매지수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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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422g | 144*222*20mm
ISBN13 9791196349158
ISBN10 1196349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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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제1장 어도락가語道樂家의 길

1. 어도락가로 살아간다는 것
2. 방구석 언어견문록
3. 공부가 쉽다면 거짓말이겠지만
4. 네이티브가 뭐길래
5. 검정와 하양의 뿌리는 같다
6.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7. 노르웨이의 언어, 대전의 언어
8. 사투리 공부의 즐거움
9. 말 사이 사람 사이

제2장 나의 삶, 나의 언어

1. 나의 우주 1
2. 나의 우주 2
3. 아내라는 또 다른 우주
4. 세례명과 양복
5. 노키즈존을 생각하다
6. ‘꼰대’와 ‘라떼’
7. 나의 소소한 사치
8. 아들의 말 1
9. 아들의 말 2

제3장 언어의 풍경을 바라보며

1. 번역은 미꾸라지와 같아서
2. 인공지능 시대의 번역
3. 한국어는 작은 언어가 아니다
4. 『채식주의자』의 ‘안방’을 드나들며
5. 「기생충」의 ‘짜파구리’를 맛보며
6. 닭도리탕과 겐세이 그리고 구라
7. ‘저희 봬요’
8. 맞춤법과 골동품
9. 트럼프의 말, 김정은의 말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삶의 목적이 여럿일 수도 있으니 목적과 수단의 경중을 꼭 가릴 필요도 없고, 목표 달성으로 나아가는 길에 수단을 어떻게 써먹느냐가 더 큰 관건일지도 모른다. 나는 언어를 여러 방식으로 좋아한다. 그래서 언어나 외국어가 수단일 뿐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살짝 야릇한 기분도 든다. 그 말이 틀렸다고 꼭 반박하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언어가 수단인 사람도 당연히 많다. 하지만 언어가 목적인 사람도 있다.
---「머리말」중에서

이따금 하늘을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우주가 사라지기 전에 인간이라는 소우주와 언어라는 소우주가 먼저 사라질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언어보다는 저 광활한 우주를 탐구하는 게 의미가 있지 않을까. 어렴풋한 갈망일 뿐이다. 혼자서 세상 모든 길을 갈 수 없다. 나만의 길을 내서 걸어가면 그만이다.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우리 인간이고, 크든 작든 우리 모두 저마다 삶의 여러 의미를 쌓아가는 존재다. 그 의미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는 눈을 기른다면 물론 금상첨화일 것이다.
---「머리말」중에서

걷고 달리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가뿐해지고 좋은데, 나야 어도락가니까 그러면서도 언어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일 테다. 사람마다 음악을 듣든 풀꽃을 살펴보든 각자 또 다른 즐거움을 찾으면 된다. 나는 육상 선수가 되겠다는 무모한 욕심은 없다. 하루하루 즐길 뿐이다. 그러다 보면 꽤 잘 걷고 달리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또는 몇 개의 언어를 정복하거나 마스터한다는 원대한 목표도 좋다. 하지만 너무 커다란 열매를 찾으려고 즐거움을 계속 미루기보다는 하루하루 자신만의 언어를 마스터하는 데서 더 큰 보람이 오지 않을까? 외국어도 그렇게 하루하루 꾸준히 공부하여 삶의 작은 기쁨을 자주 누리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1부 1장 어도락가語道樂家로 살아간다는 것」중에서

언어는 하나만 파고들어도 공부할 것이 무궁무진하다. 애초에 하나라도 완벽하게 익히기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오히려 나는 여러 언어를 만지작거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공부가 어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어떤 언어든 저마다 이야깃거리가 있으니 그걸 찾아내는 재미도 참 쏠쏠하다. 여행을 떠나야 평소 숨어 있던 스스로의 본모습이 보이듯 외국어의 별미 사이에서 한국어의 진미도 더욱 입에 감긴다.

배우기가 조금 더 어렵든 쉽든 상관없다. 나에게 언어를 배우고 또 번역하는 일이란, 그게 어떤 언어든 대개는 웃으며 들어갔다가 거기 푹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쪽이 아닐까 싶다. 나는 지금 다루는 모든 언어에 들어갔다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아마 쭉 그 안에서 미로 찾기 놀이를 하고 있을 것이다.
---「1부 3장 ‘공부가 쉽다면 거짓말이겠지만’」중에서

사람마다 지방마다 말투도, 억양도, 다양한 언어 활용의 습관도 제각각이다. 영어를 모어로 구사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인데, 우리에겐 영어가 외국어이다 보니 우린 이 언어가 한국어와 똑같이 ‘인간의 언어’일 뿐이라는 점을 자주 잊는다. 인간이 쓰는 언어는 시험 문제 정답 맞히기로만 환원하기에는 너무나도 다채롭다. 그리고 언어를 쓰고 지적 능력을 갖춘 우리 인간들은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갈 능력이 있다. 그런 잠재력을 깎아내리지 말고 외국어 공부에서도 스스로의 정답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더욱 큰 의미와 재미도 느낄 뿐만 아니라 감동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부 4장 네이티브가 뭐길래」중에서

어휘도 마찬가지다. 당장 내일 시험 칠 게 아니라면 그냥 낱말만 외워 봐야 큰 쓸모는 없다. 대표적인 게 ‘어원 암기 학습법’이다. 어원이 같은 어휘를 묶어 외우면 빨리 또는 효과적으로 외워진다고 선전하는데, 물론 학습법이란 누구나 다르니까 그게 잘 먹히는 사람도 있겠다. 또 어원을 암기하면 전반적으로 어휘적 연관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빨리 외워 봐야 빨리 잊힐 뿐이다.
---「1부 5장 검정과 하양의 뿌리는 같다」중에서

간사이, 나가사키 사투리 비교도 재밌다. 나가사키의 벤(사투리) 중에서 양말靴下에 감자ジャガイモ(자가이모)가 생겼다는 말은 구멍이 났다는 뜻이다. 물론 간사이 지방의 상대방은 이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뒤꿈치나 발가락이 삐져나온 꼴이 감자처럼 보여서일 텐데, 감자를 뜻하는 영국영어(potato), 독일어(Kartoffel), 네덜란드어(aardappel), 아프리칸스어(aartappel) 역시 양말 빵꾸를 뜻한다. 이 역시 사투리에 속해서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금방 와 닿는 꽤 귀여운 말이다. 그걸 보고 나서 양말에 난 구멍을 ‘감자’라 하는 한국어 화자도 꽤 있음을 알게 되었다.
---「1부 8장 사투리 공부의 즐거움」중에서

우주과학자의 꿈은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언어학자가 되겠다는 꿈으로 바뀌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그나마 학문이 어떤 맛을 내는지 알기 전에는 사실 학자가 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굉장히 막연하다. 맛을 봐야만 무엇인가를 잘 아는 것은 아니겠지만,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라틴어 ‘사피엔스sapiens(슬기로운·영리한)’의 뿌리가 되는 동사 ‘사피오sapio’의 원뜻 ‘맛보다’에서 ‘알다, 슬기롭다’가 나오지 않았던가. 맛을 보는 경험이 없다면 그걸 제대로 알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2부 1장 나의 우주 1」중에서

지갑을 여는 일은 무엇을 가능케 하는가. 영어 ‘페이pay(돈을 내다·치르다)’의 원뜻(진정·만족시키다)은 라틴어 ‘파카레pacare(평정·조정하다)’에서 왔고, 이는 ‘팍스pax(평화)’의 파생어로 결국 평화롭게 만든다는 뜻이다. 돈을 내야 상대가 만족도 하고, 조정도 되고, 이래저래 평화로운 관계가 된다. 평화로움은 조용함도 뜻한다. 조용한 태도와 돈을 내는 행위는 이렇게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러자니 나이 먹으면 호구가 되라는 느낌도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영어 ‘텔tell(말하다)’은 ‘텔러teller(은행 창구직원)’에서 보이듯 옛말로 ‘셈하다’를 뜻하기도 했다. 독일어로 돈을 ‘치르다(zahlen)’와 ‘말하다(erzahlen)’도 그 뿌리가 같다. ‘침묵’과 ‘지불’ 가운데에서 하나만 대가로 치르는 쪽이 낫지 않을까? 입을 열려면 지갑을 열어라. 나이 먹은 사람은 입을 닫거나 지갑을 열라고 살짝 조정하면 젊든 늙든 모두 만족할 듯싶다.
---「2부 6장 꼰대와 라떼」중에서

마카롱이란 말은 역시 프랑스에서 온 것이다. 프랑스어 ‘마카롱macaron’은 영어 또는 프랑스어 ‘마카로니macaroni’(이탈리아어 ‘마케로니maccheroni’)와도 어원이 같다. 스페인어 ‘마카론macarron’ 또한 마카로니를 뜻하며 같은 어원에서 온 말이다. 제과·제빵 전문용어인 프랑스어 ‘마카롱’과 영어 ‘매커룬macaroon’(독일어 ‘마크로네Makrone’)은 종류가 다른 과자인데, 어원이 같더라도 나라나 지역마다 문화와 전통이 다르니 현재의 음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가 있다.
---「2부 7장 나의 소소한 사치」중에서

아직은 윤호의 용언 활용이 미숙한데 이건 단순히 불완전한 것이 아니다. 즉 아이는 어른이나 주변의 말을 언제나 그대로 따라만 하는 게 아니라, 여태 몸소 익힌 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조합하는 창조성을 보인다. 이런 자기만의 언어는 다시 타인의 언어를 통해 조만간 올바른 형태로 여러 차례 다듬어져 굳어질 테지만 이 역시 사람의 성장에서 소중한 단계다. 부모로서는 아이가 틀린 문법으로 말하던 시절이 그리울 듯한 느낌이 살짝 들곤 한다. 물론 그건 내 감상일 뿐이고 아이는 몸과 마음이 자라듯이 언어도 자랄 것이다.
---「2부 9장 아들의 말 2」중에서

언어는 늘 미꾸라지처럼 요동치면서 흙탕물을 만든다. 그걸 글로 옮길 때는 세심하게 다듬는 과정을 거친다. 다시 말해 미꾸라지를 잡아서 맑은 물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 물을 다른 물로 옮길 때는 독자들이 물설게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말하자면 처음에는 물갈이 때문에 설사를 하는 일이 없도록 물을 더 맑고 깨끗하게 해야 한다. 흔히 번역에 나오는 언어가 다소 밋밋한 까닭도 최대한 많은 이가 잘 읽을 수 있도록 쓰려다 보니 그런 경우가 많다. 독자들이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언어라는 미꾸라지를 잘 다스리는 것도 번역가의 과제다. 나는 오늘도 꿈틀꿈틀 움직이는 미꾸라지를 쫓는다.
---「3부 1장 번역은 미꾸라지와 같아서」중에서

영어 ‘아티피셜artificial(인공)’의 궁극적 어원이 되는 라틴어 ‘아르스ars’뿐 아니라 독일어 ‘쿤스트Kunst’와 한자 ‘술術’도 예술·기술을 다 가리키는 말이다. 헝가리어 ‘뮈포르디타시muforditas(문학번역)’의 ‘뮈mu’의 원뜻은 ‘(문학·음악)작품’인데, 이 ‘뮈mu’는 ‘뮈홀드muhold(인공위성)’, ‘뮈포그mufog(틀니)’에서처럼 ‘인공’도 미한다. 기계가 그림을 그리고 음악도 만들고 글도 짓듯 인공지능과 문학이 못 만날 일도 아니겠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계승해서 번역을 한다면 그것도 결국은 사람의 번역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결국 사람과 인공은 한편이라 여기고 싶다.
---「3부 2장 「인공지능 시대의 번역」중에서

번역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완벽주의 강박의 반작용이다. 번역이 불가능하다면 언어 행위 자체도 불가능하다. 아무런 모자람도 없이 생각을 언어로 정리하기도 어렵고 늘 상대방의 언어를 속속들이 알아들을 수도 없다. 언어는 불완전하다. 불완전한 언어를 쓴다는 사실을 잊은 채 완전한 번역이라는 환상을 품고 끝없이 하늘을 오르다가는 환멸만 맞는다. 우리는 땅 위에서 언어를 쓰는 사람이다. 세상에 번역이 불가능한 언어란 없다. 어떤 언어로 썼든, 번역이 될 만한 글은 번역이 된다.
---「3부 4장 『채식주의자』의 ‘안방’에 드나들며」중에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도 중국어가 어원인 음식과 채소와 곡물 이름도 많다. 김치(沈菜), 배추(白菜), 시금치(赤根菜), 감자(甘藷), 옥수수 등 우리가 늘 접하는 것들이다. 끝이 없다. ‘쌀’과 ‘벼’도 인도 또는 동남아시아 언어가 뿌리일 가능성이 높다. ‘포도’는 이란어(박트리아어)와 중국어를 거쳤고, ‘오렌지’는 드라비다어, 스크리트어, 페르시아어, 아랍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영어, 일본어를 거쳐 들어왔다. 일본어 사투리 ‘코코이모ここいも’의 음운이 바뀌고 ‘마[薯]’에서 유추하여 ‘고구마’가 나왔는데 이를 기분이 나쁘다고 기어이 ‘단감자’로 바꾼다면 그것도 좀 우습다.
---「3부 6장 닭도리탕과 겐세이 그리고 구라」중에서

독일어 ‘안클라겐anklagen(고소·고발하다)’은 ‘탄핵하다’도 뜻한다. 이 단어는 영어 ‘앵클ankle(발목)’과 아무 관계도 없지만 같은 글자가 꽤 많이 겹친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역사상 세 번째로 탄핵 심판을 받았으나 상원 부결로 면죄부를 얻었는데, 과연 또 다시 발목을 잡힐지는 모를 일이다. 나는 언어의 우주를 떠다니는 한국인으로서 한반도가 족쇄fetters에서 벗어나 깃털feathers처럼 홀가분하게 날아다녔으면 좋겠다고 살짝 낭만적으로 빌어 본다.
---「3부 9장 트럼프의 말, 김정은의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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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가 그토록 흥미진진한 이유는 무엇인가?
‘언어의 세계로 이끄는 가장 믿음직한 안내자’


우리가 잘 알고 있듯, 언어는 단 하나를 제대로 마스터하는 것도 벅차다. 하나만 파고들어도 공부할 것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의 저자 신견식은 공부가 어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어떤 언어든 저마다 이야깃거리가 있으니 그걸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자신을 어도락가(語道樂家)라고 소개하며, 바로 그 재미를 찾는 삶과 끊임없는 공부를 통해서 자신이 십여 개의 외국어에 숙달할 수 있었다는 것을 들려주고 있다.

저자는 언어 공부란 ‘자신이 기꺼이 갇히고 마는 미로’와도 같다고 말한다. 그런 그의 앞에서 언어나 외국어가 수단일 뿐이라는 언명은 설득력을 잃는다. 신견식은 언어가 ‘수단’인 사람도 당연히 많지만, 언어가 ‘목적’인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바로 자기 자신처럼. 저자에게 언어는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목적이다. 때로는 뚜벅뚜벅 걸어갈 때 짊어지는 등짐같이 무겁게도 느껴지지만, 때로는 북극 밤하늘에 펼쳐진 오로라처럼 신비로움을 안겨주는 황홀한 목적. 그는 책에서 40여 년간 언어가 자신이 목적이 될 수 있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저자가 인용하는 괴테의 말처럼,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은 자기 언어도 모른다(Wer fremde Sprachen nicht kennt, weiß nichts von seiner eigenen). 여행을 떠나야 평소 숨어 있던 스스로의 본모습이 보이듯 외국어의 별미 사이에서 한국어의 진미도 더욱 입에 감기는 법이다. 우리 누구나 거울을 보기 전에는 자기 모습을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저자의 말마따나 외국어를 하나만 알아도 그 외국어를 제대로 모르는 것과 같지 않을까. 이 책에는 세 개 이상의 언어를 서로 거울처럼 비춰보면서 그동안 못 봤던 자기 언어의 숨겨진 모습을 찾아내는 재미가 잘 담겨 있다.

“어학과 번역은 산꼭대기처럼 최고 수준이 정해진 것이 아닐 것이다. 나도 정상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갖고 살아가지는 않는다. 가끔씩 힘들 때야 있어도 드넓은 바다나 우주를 항해하는 마음으로 쭉 간다. 일본과 중국의 유명 사전 중에 『사해辭海』가 있다. 사해의 뜻은 ‘말의 바다’이다. 아랍어로 ‘사전’을 일컫는 ‘까무스’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대양’을 뜻하는 ‘오케아노스’이니 통하는 구석이 있다. 나는 방구석에서 사전을 들추면서도 언제나 탁 트인 바다를 만난다.”
―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중에서

“장소와 시대를 뛰어넘은 진정한 천재”
번역가들의 번역가, 신견식의 삶과 공부를 파헤치다


외국어를 잘 다루는 사람이 대중매체에서 큰 인기를 끈 지 오래다. 외국어를 몇 개만 능통하게 다루어도 ‘언어천재’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그의 공부법을 학습법을 힘껏 홍보하고 또 캐내려는 일군의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신견식은 다르다. 그는 영어와 프랑스어와 독일어와 그리스어, 스페인어와 루마니아어와 헝가리어와 터키어, 러시아어와 스웨덴어와 핀란드어, 네덜란드어와 이탈리아어, 중국어와 일본어, 아랍어와 인도네시아어와 폴란드어 등등을 자유롭고 능통하게 다루면서도 스스로의 능력을 자랑삼거나 굳이 미화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는 하루하루 공부에 전념하며, 자신이 활동하는 번역계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그는 20여 개 언어의 실무·기술 번역을 도맡았고, 영어와 스웨덴어와 페르시아어로 된 책을 옮기고 감수했으며, 출판사에서 라틴어로 강의를 하고, 많은 번역가의 번역 작업에 소리 없이 도움을 주는 방식을 택했다. 그래서 그는 번역 업계에서 ‘번역가들의 번역가’, ‘번역가들의 선생님’이라는 애칭을 받아온 지 오래다. 번역가들이 외국어의 가장 까다로운 해석과 골치를 썩이는 미묘한 문제를 만날 때마다 그의 도움을 요청했던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영화 번역에서 큰 주목을 받는 황석희 번역가는 그런 신견식의 존재에 대하여 “언어의 진미(眞美)를 신견식보다 재미있고 믿음직하게 안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내가 알기론 없다”라고 일컬었던 바 있다, 이원경 번역가는 그를 가리켜 “장소와 시대를 넘어 거의 모든 언어에 통달한 진정한 천재”라고 말했던 바 있고, 노승영 번역가는 “어원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촌철살인의 재치, 남다른 유머 감각에다 통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유연한 사고가 어우러져 유일무이한 언어의 향연을 차려내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여러 언어를 분석, 학습, 수집하며 평범한 사람이 떠올릴 수 없는 언어 간의 연(緣)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언어를 수단을 넘어 목적으로 하는 그들에겐 오직 그들만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세계가 있다. 그 세계의 진미를 신견식보다 재미있고 믿음직하게 안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내가 알기론 없다.”
― 황석희 번역가의 추천사 중에서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낱말과 문장이 꼬리를 무는 언어 탐닉의 항해기


언어는 하나의 세계다. 언어를 공부하는 일은 결국 그 세계에 빠지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 각각의 세계는 수천 년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엄청난 변화를 겪어왔다.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은 바로 그 전 세계적인 언어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한 권의 책이다. 십여 개의 언어에 통달하는 저자이기에 우리에게 그 어느 책보다 더 풍성하고도 맛깔스러운 언어의 진면목과 변화상을 들려줄 수 있다.

이를테면 이 책에는 영어 ‘하트heart’, 프랑스어 ‘쾨르cœur’, 폴란드어 ‘세르체serce’, 페르시아어 ‘델??’은 모두 ‘심장’을 뜻하고, 이 단어들의 뿌리는 같다는 내용이 나온다. 겉으로는 전혀 닮은 구석이 없어 보이지만 수천 년간의 언어 변화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알코올’과 ‘오렌지’ 같은 어휘도 한국어는 영어를 받아들인 것이지만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영어 이전에 아랍어→스페인어→프랑스어의 경로를 밟았다. 단어 하나에서도 유라시아의 광활한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면서 편을 가를 때 손바닥과 손등을 보이며 외치는 구호(대전에서는 ‘우에시다리’, 같은 충남이라도 서산은 ‘엎어라 젖혀라’, 서울의 ‘데덴찌’)를 예로 든다. 그는 이 말이 일본어 ‘우에うえ(위)’, ‘시타した(아래)’, 데덴찌는 ‘데て(손)’+‘덴치てんち(천지天地, 위아래 뒤집기)’로 짐작된다고 그 어원을 살피기도 한다. 각국의 사투리와 방언, 여러 언어에서 뜻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거짓짝의 사례들, 그리고 유럽 식민국의 언어와 피식민지 언어가 만나서 생긴 크레올어 현상도 책 안에 가득 담겨 있다. 마치 일본 메이지 시대에 서양 품종의 개를 ‘카메야kameya’라 일컬었고, 이 단어의 어원은 영어 ‘컴 히어come here’인 것처럼.

이렇게 언어의 세계가 얽히고설킨 사례는 끝이 없다. 저자는 ‘검정’을 뜻하는 영어 ‘블랙black’과 ‘하양’을 뜻하는 프랑스어 ‘블랑blanc’이 뿌리가 같음을 알았을 때 느낀 경이로움은 잊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런 경이로움과 즐거움이 그가 이것이 그가 이 책을 밀고 나가는 가장 근본적인 원동력이다. 저자는 그런 유쾌한 힘을 통해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논쟁에서 ‘도터드dotard’라는 단어가 어떻게 되살아났는지, ‘셀카selca’라는 단어가 어떻게 한국어에서 세계로 퍼져나가는지, 「기생충」의 ‘짜파구리’가 어떻게 ‘람동ramdon’으로 번역되었는지 등을 줄기차게 살핀다.

“중앙아메리카 원주민의 신화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중동의 바벨탑 신화와는 반대되는 얘기가 있다. 사람들마다 언어가 달라져 말이 통하지 않는 게 하늘이 내린 벌이라고들 생각할 텐데, 오히려 그 신화에서는 언어가 하나만 남는 것이 벌이다. 다들 쓰는 언어가 같기에 무조건 상대방의 말을 알아들을 것이라 생각해서 오히려 제대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같은 나라에서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꼭 서로 대화가 통하지는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생각하면, 중앙아메리카 원주민 신화가 현대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더 많다,”
―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중에서

세상과 언어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되짚으며,
언어의 사회적 의미, 외국어 학습의 의의를 성찰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계적인 어원 공부 학습법이나 원어민을 무조건적으로 찬양하는 네이티브 학습법 등을 비판한다. 신견식은 말한다. 인간이 쓰는 언어는 시험 문제 정답 맞히기로만 환원하기에는 너무나도 다채롭다고. 그리고 언어를 쓰고 지적 능력을 갖춘 우리 인간들은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갈 능력이 있으며, 그런 잠재력을 깎아내리지 말고 외국어 공부에서도 스스로의 정답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더욱 큰 의미와 재미도 느낄 뿐만 아니라 감동도 얻을 것이라고.

저자는 2016년 『콩글리시 찬가』라는 책을 펴냈던 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여태껏 ‘잘못된 영어’, 일제 잔재 정도로만 취급됐던 콩글리시를 한국의 근현대사뿐 아니라 수많은 세계 언어가 교류한 흔적이 담긴 문화유산으로 격상시킨다. 우리말이 여러 나라와 직간접적으로 교류하며 알게 모르게 흘러들어 온 한국어 속 외래어 또한 엄연히 ‘우리의 언어’다. 사전이나 문법책에 담긴 고정된 언어는 이상적인 가상의 구성체일 뿐이며, 실제의 언어는 고정되지 않은 채 매 순간 유영한다. 그러므로, 그토록 변화무쌍한 언어에 관해서 우리가 공부할 것은 끝이 없다.

이 책 이후에 4년 만에 내놓는 신간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에서 저자는 영어 공용화 논란, 인공지능(AI) 시대의 번역, 세계 출판 및 번역 시장에서의 한국어의 위치, 고유어 중심의 언어순화의 문제, 그리고 번역이라는 업의 불가능성과 가능성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어찌 보면 신견식이 자신의 어도락가(語道樂家)로서의 정체성, ‘언어라는 우주’를 본격적으로 얘기하는 첫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는 지금도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세계의 움직임에 역동적인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그래서 언어는 우주처럼 흥미롭고 광활한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결국 우리 자신이 쓰는 외국어는 우리가 모르는 외계 생명체의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다. 외국어든 모국어든 모두 지구상에 사는 ‘인간의 언어’다. 우리는 자신의 삶과 쓰임새에 어떻게 외국어를 잘 녹일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외국어 공부에서 끊임없는 흥미와 지치지 않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은 하루하루 그런 고민을 하며 외국어를 공부하는 모든 이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나는 어린 시절에 띄운 우주선을 타고 여전히 언어의 우주를 항해 중인지도 모르겠다. 4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땅콩과자 봉지’별과 ‘제일은행 포스터’별을 지나 온갖 언어의 별과 사전의 별에 머물면서 나만의 시간대로 살아왔다. 아직도 들러보고픈 별들이 많지만, 시간이 모자란다는 느낌은 없다. 가다가 발 닿는 별에 잠시 내렸다가 유쾌하게 구경하고 다시 출발하면 그만이다. 언제 어느 별에 닿을지 모르니 항상 연료를 꽉 채워 넣고자 신경쓸 뿐이다. 나는 오늘도 말의 별미를 찾아 새 별로 떠난다.”
―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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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언어를 분석, 학습, 수집하며 평범한 사람이 떠올릴 수 없는 언어 간의 연緣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언어를 수단을 넘어 목적으로 하는 그들에겐 오직 그들만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세계가 있다. 그 세계의 진미眞美를 신견식보다 재미있고 믿음직하게 안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내가 알기론 없다. 언어의 맛을 가장 잘 아는 어도락가의 안내를 받으며 어도락 유람을 하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책장을 맛보고 있을 것이다. Bon Appetit!
- 황석희 (번역가)
자기 인생을 하나에 다 바치는 사람들이 있다. 정작 그들은 그 일에 특별히 비장한 마음으로 임하는 것 같진 않다. 그저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자기 전에 또 세수를 하듯 담담하고 묵묵할 뿐이다. 이 책의 저자 신견식은 언어를 비교하고 치환하고 분해하는 일을 세수처럼 한다. 매일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유학도, 외국어 학원도 가본 적 없이 10개가 넘는 외국어에 능통해지고 만 것이다. 아내와 아들도 언어를 가지고 사랑하고, 간식을 먹을 때도 언어를 가지고 먹고, 장난도 언어를 가지고 던진다. 그는 언어를 가지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잠깐 생각해도 아득해진다. 우주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처럼.
- 요조 (작가, 뮤지션)
나의 오랜 동료인 ‘언어괴물’ 신견식의 언어유희는 독보적이다. 어원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촌철살인의 재치, 남다른 유머 감각에다 통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유연한 사고가 어우러져 유일무이한 언어의 향연을 차려낸다. 그의 글을 간간이 읽을 때마다 ‘언제 책을 쓰시려나’ 하고 기다렸는데, 드디어 맛깔스럽게 차려진 한 권의 책이 우리 곁에 찾아왔다. 많은 이들이 어도락가가 정성껏 만든 언어 도시락을 마음껏 즐기시길 바란다.
- 노승영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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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 및 유의사항?
파워문화리뷰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m***h | 2020.06.25 | 추천6 | 댓글4 리뷰제목
  초등학교때 아버지가 가져오신 유럽 화폐 포스터를 방 벽에 붙여놓고 유럽 언어들의 다양성과 유사성을 논하기도 하고, 옆집 아저씨에게 선물 받은 독한 사전, 빌려보게 된 영어사전에서 어원 설명을 읽으면서 언어에 재미를 느꼈던 저자였다. 고등학교 시절 주요 일과가 여러 친구한테 영한사전을 빌려서 비교해 보는 것이었다고 하니, 자칭 언어를 두루 맛보고;
리뷰제목

 

 초등학교때 아버지가 가져오신 유럽 화폐 포스터를 방 벽에 붙여놓고 유럽 언어들의 다양성과 유사성을 논하기도 하고, 옆집 아저씨에게 선물 받은 독한 사전, 빌려보게 된 영어사전에서 어원 설명을 읽으면서 언어에 재미를 느꼈던 저자였다. 고등학교 시절 주요 일과가 여러 친구한테 영한사전을 빌려서 비교해 보는 것이었다고 하니, 자칭 언어를 두루 맛보고 즐기는 '어도락가'라고 칭하는 그의 모습은 아주 오래전 부터 시작되었던듯하다.

 

 나는 주로 유럽 언어를 한국어로 번역한다. 현재 유럽연합 공용어는 스물네 개인데, 그중 실무 언어에 속하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의 주요 언어를 비롯해 열아홉 개 언어를 번역했다. 유럽연합 공용어에 속하지 않는 유럽 언어도 있고 아시아 언어도 있기에 번역 경험만 따지면 스물다섯 개쯤 된다.-p14

 

 하나의 언어를 제대로 공부하는 것도 어려운데  스물다섯 개의 번역경험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대학시절 시험, 취직, 진학같은 뚜렷한 목표는 없었지만 하루 하루 공부를 즐기는데 큰 의미를 두었다는 저자가 그렇게 즐기던 언어를 다루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즐기는 자는 이길 수 없는것같다.

 

 여러 언어를 공부하면서 어원 탐구를 통해 뿌리를 캐는 즐거움도 크지만, 하나의 뿌리에서 어떻게 수많은 낱말이 서로 맞닿는지 알아내는 데 쏠쏠한 재미를 느낀다는 책을 읽는 내내 알 수 있었다. 200권 정도의 종이책 사전과 온라인 사전을 들여다보며 언어의 우주에서 놀며, 어원 탐구를 좋아했던 그에게 번역일은 천직이다싶다. 언어는 나라별로 다르지만 어원이 같은 단어, 어원은 같지만 의미는 조금씩 달라지는 단어. 그런 것을 알고 있을 때 번역에서 오역을 줄일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한발 더 나아가 저자는 각 나라의 사투리를 파악함으로써 매끄러운 번역을 하는 예도 보여주었는데, 형식적인 면에서 어원을 안다는 것은 번역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그외, 번역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을 알 수 있는 부분들을 정리해보았다.

 

번역은 적어도 두 개의 언어를 비교하여 대조해야한다. 장르나 톤을 따르지 않고 마구잡이로 옮겨서는 곤란하다. 원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원문에서 한량없이 벗어나거나 한껏 윤문하려는 충동도 억제하는 것이 좋다. 번역은 딱 하나의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정답 후보군에서 적어도 오답은 고르지 않는 것에 가깝다. 오역은 쉬운 말에서 더 쉽게 생길 위험도 있다.

 

 번역에 있어서 우리 말을 제대로 쓰는 것도 중요할 수 밖에 없기에 한국어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었다. < 채식주의자> 에서 '안방'이 영어, 독일어, 네덜란드어로는 침실, 거실로, 영화 기생충에서  '짜파구리'가 ' 람동 ramdon[ramen+udon]' 으로 번역이 되는 과정을 통해서 문화의 이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한국어의 한계도 있고, 아직 어려움이 많지만 우리 문화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기에  앞으로 더 신경써야하지 않을까하는 개인적인 바램도 가져보았다. 형용사와  동사를 잘못 사용하고,자동사와 타동사의 구별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거나하는 맞춤법에 관한 문제, 학술어를 순화하려다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예, 일본어 몰아내기를 강박적으로 하다보니 생기는 문제들등. 꼭 번역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글을 쓸때 제대로 알아야 할 사항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한국어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사라져 가는 모어의 어휘나 표현을 되살리고 싶은 일종의 사명감으로 순우리말을 찾아쓰기를 한다는 그의 말에 우리말의 정체성을 살려줄 것같다는 믿음이 갔다.

 

 말과 글을 잘 다루려면 규범언어와 실제언어 사이에서 줄타기도 하고 줄다리기도 해야 한다. 줄타기와 줄다리기를 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언어를 잘 다루려면 갖춰야 하는 문법적 지식이 바로 그런 힘이다. 언어 사용을 다스리는 언어 규범의 강제성과 편협함이 싫다고 무조건 거부할 게 아니라 알아야 제대로 된 비판도 나온다.물론 어법, 문법 , 맞춤법이 꼭 우리의 적이라곤 할 수 없겠지만, 지피지기의 자세로 임해야 그것들을 잘 부릴 수 있을 게다.-p 289

 

 그의 직업인 번역가로서의 모습을 많이 이야기했지만, 사실 내가 이 책을 읽고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언어를 다룰 수 있느냐하는 것이었다. 궁금증을 다 해소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특별한 노하우는 없었다. 가장 큰 노하우라면 언어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라고 해야할까?

 

 한국외대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하면서 포르투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네덜란드, 러시아어, 인도네시아어과 수업을 한 번 이상은 들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본격적으로 라틴어를 공부했고, 중국어는 30대 때부터 시작했다.대전시민대학 외국어 강좌를 통하여 아랍어, 폴란드어, 루마니아어, 페르시아어 등을 번갈아가며 2년쯤 들었다.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하면, '문법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달달 외우기보다는 기초를 닦고서 바로 텍스트로 들어가 어휘 및 문장과 함께 익히는 편이다. 문법은 어차피 언어를 공부하면서 그때그때 참고해야 되며, 어휘도 그렇듯이 따로 떨어져서 외우면 효과가 덜하기 때문이다.' 는 정도였지만, 여러 언어를 동시에 잘 하기위해서는 번역을 위해서도 그랬지만 어원을 탐구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듯했다. 지금의 나에게는 무리여서 저자의 멋짐으로 남겨두어야 할듯하다.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본어 공부에 도움이 될듯한 두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그가 좋아한다는 괴테의 말, '서두르지 않으나 멈추지 않고'라는 말과 외국어가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일 필요는 없다는 거였다.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번역기 있으니 대화는 번역기를 이용하면 되고, 영화는 자막으로, 책은 번역본으로 보면 되는데 무슨 필요가 있냐고. 하지만, 난 몰랐던 것을 하나씩 알아나가는 것이 즐거워서 하고 있다. 저자의 말을 들으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을 더 즐겁게 해나갈 수 있을것같다.  '서두르지 않고 멈추지 않고' 공부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기회를 만날 수도 있고. (희망사항이다)

 

 언어를 즐기고, 즐기던 언어가 직업이 되어 번역가로서 멋지게 일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관심을 이어가고 있는 저자는 글에 유쾌한 에너지를 담아냈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어원에 관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들려주니 여러 언어에 대한 연관성과 차이점등을 알 수 있는 어원에 관심이 생겼다. '꼰대'와 '라떼'에 대해서도 어원으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번역가로서의 고심하는 흔적들을 보니, 번역본을 읽을 때 어색하다고 투덜댈 것이 아니라 조금 이해하려는 마음도 가져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을 통해 유쾌한 책 읽기를 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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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 않으나 멈추지 않고 언어의 우주를 항해하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가*이 | 2020.07.07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서두르지 않으나 멈추지 않고, 'Ohne Hast, aber ohne Rast' ◈ 외국어를 잘하겠다면 하나와 사귀는 게 낫겠으나, 외국어와 자라겠다면 여럿과 어울려도 된다.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스와티어, 포르투갈어, 태국어, 말레이시아어... 여러 외국어에 집착하지만 늘 어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잘하진 못해도 언어와 함께 어울리는 사람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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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 않으나 멈추지 않고, 'Ohne Hast, aber ohne Rast'

 

외국어를 잘하겠다면 하나와 사귀는 게 낫겠으나, 외국어와 자라겠다면 여럿과 어울려도 된다.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스와티어, 포르투갈어, 태국어, 말레이시아어... 여러 외국어에 집착하지만 늘 어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잘하진 못해도 언어와 함께 어울리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심어준 문장이다.

이런 작은 앎의 벽돌을 쌓지 않고서는 큰 지식의 성곽을 지을 수 없다. 오늘도 한 땀 한 땀 지식의 수를 놓으며, 내 삶의 자양분이 되는 언어의 재미와 의미로 나를 채우는 동시에 남들과도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한다. 

조급함으로 인해 이것저것 다 손대다가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전부 놓아버리곤 하는 나에게 큰 조언이 되었다. 작은 앎의 벽돌, 하루에 쌓을 수 있는 벽돌은 결코 많지 않지만 조급해 하지 않고 하나하나 쌓아 올려야 겠다. 오늘 단 하나라도 쌓지 않으면 성곽은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지을 수 없기에. 또한 나만을 위한 지식의 성곽이 아니라, 남들과 나눌 수 있는 배움을 지속하고 싶다. 

 

◈ 그런데 특히 한국과 같은 단일 언어 환경의 담화 단위에서 자연스러운 외국어 억양이 나오기는 매우 힘들다. 우리나라의 외국어 구사자에게 그 이상까지 요구하는 건 무리일 수도 있으니 자신의 억양이 '네이티브틱'하지 않다고 지레 좌절할 건 없다.

결론은 자기에게 잘 맞는 만큼의 외국어를 하면 된다는 얘기다. (...) 굳이 비굴해지지는 말자
어차피 외국어로 자연스러움만을 추구하려는 게 사실은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틀린 말을 골라서 할 필요는 없으나, 자연스러움에 너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얽매이지는 않아야 바람직하다.

 

이 부분은 나에게 큰 위로와 도전이 되었다. 십여년째 영어를 붙들고 있지만 '잘'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늘 영어에 있어서는 한없이 작아지기도 했고, 영어를 늘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위로가 되었던 듯하다. 잘하지 못해도 비굴해지지 말자. 자연스러움에 너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얽매이지 말자.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언어에 대한 사유가 굉장히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종종 나오는 언어유희들조차 수준이 높았다.  

또한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왜 이 책의 제목을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이라고 지었는지도 절로 공감하게 되었다. '언어의 우주'라는 말도, '유쾌하게'라는 말도, '항해'라는 말도 그 어느 것 하나 이 책에서 넉넉히 설명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단순히 언어를 배움의 대상으로 봐왔던 나와는 달리, 언어를 우주로 보고 정복해야할 행성이 아니라 유쾌하게 항해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신선했고 나도 그런 태도를 배워 언어를 대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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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테* | 2020.06.17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배우는 일은 습관처럼 되어야 한다는 말처럼 '얼굴을 씻듯 밥을 먹듯' 새 언어를 공부한다는 저자의 노력이 예사로운 것처럼 표현되어 있어도 곱씹을수록 비범했다. 그 꾸준함이 언어 공부에 있어 가장 큰 비결이자 어려움일 것이다. 앞부분만 닳은 교재 몇 권씩은 다들 가지고 있을테니. 책을 읽기에 앞서 15개 언어를 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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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배우는 일은 습관처럼 되어야 한다는 말처럼 '얼굴을 씻듯 밥을 먹듯' 새 언어를 공부한다는 저자의 노력이 예사로운 것처럼 표현되어 있어도 곱씹을수록 비범했다. 그 꾸준함이 언어 공부에 있어 가장 큰 비결이자 어려움일 것이다. 앞부분만 닳은 교재 몇 권씩은 다들 가지고 있을테니. 책을 읽기에 앞서 15개 언어를 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한국어를 하는 입장에서 영어를 파다가 다른 언어 하나만 더 배우려고 해도 그 세 개를 모두 잃게되는 피해자 모임에 가입된 회원으로써 순수한 의문과 걱정이 들었다. 그렇게 많은 언어를 공부하고도 머리속이 괜찮은건지. 그동안 내가 어렵고 힘들었던건 기분 탓이었던걸까.  

 

 외국인을 만나거나, 해외로 여행을 갔을 때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세계가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경험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그 작은 성취와 경험만으로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확 달라진다. 어린시절부터 또 학창시절 교과과정에서 대부분 배웠을 영어지만, 보통 실전에서는 기초적인 회화 정도가 가능할 한 가지 외국어를 통해서도 이렇게 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는데, 저자처럼 많은 언어를 알게된다면 물리적인 거리나 생활에서의 이점을 얻게될 뿐 아니라 사고와 지식의 근본적인 구조가 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나다를까 언어의 뿌리를 연결시키는데서 재미를 찾고 워낙 많은 언어를 다루다보니 저자의 눈에 들어오는 세세한 부분(집이 더러운데206)들이 있었다.

 

 6학년 때 땅콩과자 포장지의 외국인 이름의 인종을 살펴보고(115) 중학생 시절 " 1962년판 '엣센스 독한사전'을 보면서 서게르만어군 안에서 여러 언어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흥미를(99) " 가진 이력이 있는 저자를 보면서 심리적 거리두기를 떠올렸다. 책을 읽는 일은 저자와 멀어지는 일이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에 대해서 그 전보다 더 알게 되는 일이지만, 거리는 어쩐지 더욱 벌어지고 있는 아득함을 지울수가 없었다. 솔직히 젊은 독자들은 '엣센스사전'이란 말에서도 거리감을 느낄 것 같다. '언어천재'라는 수식을 민망하여 피한다고 하지만 그만한 자신감이 뒷구르기를 하면서 봐도 보일 정도로 확고한 어조가 있었다. 게다가 '유쾌하게' 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나름의 개그코드가 반영되었던 것은 아닐까.

 

 15개 언어에 통달한 사람이라고 하니 나와는 다를 거라는 걸 충분히 예상하고 읽었음에도 '유쾌'한 부분도 다를 줄은 미처 몰랐다. " 누가 알아주지는 않는 유머의 차원이더라라도, 어찌 됐든 내게는 재미있으면 그만이다.(22) " 는 말은 진심이다. 글쓰기 근육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글을 '머 쓸'까 고민해야 된다는(79) 표현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 과거에서 벗어나우!(162) " 같은 깨알 유희들도 그렇다. 마치 교수님이 전공 수업 때 하는 농담을 외계어같은 전공 지식 속에 유일하게 들리는 반가운 모국어 같은 느낌으로 주워듣는 기분이랄까. 재미는 없는데 암튼 정성에 가산점을 주게 되는, 그런게 있다. 내 수준은 이름과 관련된 구글과의 불화(144) 정도가 재밌는데.

 

 원서로 뭔가를 읽어낼 능력이 없으니 능력자들이 전달해주는 결과물을 고맙게 받아 그런가보다 하고 읽어왔다. 그런데 요즘은 저자의 표현대로 집을 지을 능력까지는 아니더라도 볼 줄은 아는 사람들이 많고, 어떤 이들은 지을 능력이 안되는데도 짓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종종 번역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출판물은 논란까지는 아니더라도 출판사별로 번역 스타일을 비교해놓은 콘텐츠들도 많다. 일부 오역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번역에 따라 달라지는 문체로 보고 취향대로 선택하기도 한다. 다만 문제가 두드러지는 분야는 영상 자막인데 특정한 영화에 대해서는 심각한 오역을 반복한 번역가를 보이콧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어머니...!

 

 왜 저자가 '언어의 우주'라는 표현을 썼는지 읽으면서 알 것 같았다. 그가 보여주는 언어의 세계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멀리 떨어져있는 거리감을 갖고 있는 것이, 밤하늘을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했다. 막상 책 안으로 들어가 그가 보여주는 언어의 단편을 나눠받으면서도 그저 막연하다. 솔직히 아침마다 의관을 정제하고 각 언어의 단어 숙어를 100개씩 암송(97)한다고 했을때 그냥 믿었다. 차라리 그게 더 현실성 있을 것 같은데 '그럴리가 없잖아요 하하'하고 웃어넘기는 게 더 멀게 느껴졌다. 다만 전반에 걸쳐 정말 언어에 파고드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관심이 있어서 한다는 게 보인다. 노력하는 게 즐기는 것을 이길 수가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솔직히 처음 시작하는 '어도락가의 길'은 좀 딱딱하다. 아무래도 주관도 확고히 드러나고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설명이 많다. 저자입장에서는 아주 기본적이고 재밌을만한 부분을 고심해서 썼겠지만, 그래도 '나의 삶 나의 언어'로 넘어오면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에피소드들이 좀 더 편하고 재밌게 다가온다. 아이가 성장해가면서 어떻게 말을 하는지 관찰한 부분도 나름의 방식대로 학구적 관찰 예능을 찍는 느낌이랄까. '언어의 풍경을 바라보며'에서는 포괄적인 언어생활에 대한 내용이라 평소에 생각했던 주제들도 나온다. '너무' 나 '닭도리탕'의 사용 같은 내용이 그렇다. 이와 함께 잃어버린 '짜장면'의 귀환을 되찾은 일도 떠올랐다.   

 

 또 하나 반가운 것은 '최근의 글쓰기 열풍(73)'에 대해 저자가 긍정적인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이 많이 눈에 띄길래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걸까 싶었는데 저자의 문제의식(교육 수준에 비해 자국어를 잘 쓰는 사람이 적다/쉬운 글이 언제나 좋은 건 아니다72)과 함께 요즘의 흐름을 보니 그렇구나 싶어졌다. '채식주의자'와 '기생충' 번역에 대해서도 나오지만, 얼마 전에 한 출판사의 신간이 역대 최고 선인세를 받고 계약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리글이 세계로 나가는데에 그동안 우리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에 요인을 두었는데 안방을 어떤 표현으로 바꾸는지에 골몰하기 보다는 안방을 안방으로 알리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라이스케이크보다 떡이 더 먹히는 것처럼, 중국에서 시*이 가벼운 욕으로 쓰이는 것처럼, 그대로. 

 

 아주 만족스러운 우주는 아니었어도 괜찮은 선장과 함께 항해한 여정이었다. 실제로 낯선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일이 당분간은 어려워졌으니, 이런 식으로 여행을 떠나봐도 좋을 것 같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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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2건) 한줄평 총점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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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지금껏 기다렸던 책입니다. 기대가 큽니다 ~~~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k*****5 | 2020.05.28
구매 평점5점
재밌는 책. 존경스러운 책. 어렵지만 읽고 나면 온갖 주제와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해진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l******4 | 2020.09.13
구매 평점5점
언어 자체에 흥미를 갖도록 만들어주는 책! 정말 최고였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요**납 | 2020.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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