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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의 나날들

열병의 나날들

: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코로나 시대의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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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232g | 120*186*20mm
ISBN13 9791165791964
ISBN10 11657919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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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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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누군가는 우리를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역시, 자신의 삶은 보여주기 싫어하면서 남의 삶은 그렇게들 보고 싶어 하고 알고 싶어 한다. 증상이 있기 전에 그 남자가 갔던 그 호텔이 어디라고 했더라? 아니, 거기 사실 호텔이 아니라 러브모텔 아니야?
20

출근 전 마스크를 쓰자 얼굴이 두 부분으로 나뉘었다. 알 수 없게 가려진 코와 입. 알아채는 데 시간이 걸린 두 눈만 남았다. 끈 조절이 가능한 옅은 분홍빛의 마스크는 겉면에 필터가 달려 있어 완벽하게 걸러진 공기를 마실 수 있다. 수정이 나가고 난 뒤, 평소에 하던 출근 전 입맞춤을 잊었다는 걸 깨달았다.
--- p.49~50

인터넷으로 장을 보기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는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장을 보았다. 해안에서 직송되는 꽃게는 완벽하게 포장되어 있다. 아직 살아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지금까지 버텼었다. 감자알과 토마토를 직접 보고 골라야 한다. 이건 나와 감자알, 그리고 토마토 간의 사정이니까.
--- p.69

집에 오는 길, 한 부랑자와 함께 길을 건너게 되었다. 웃고 있는 사람을 본 게 참 오랜만이다. 햇볕이 그 얼굴을 비추었다. 그의 시대가 도래하였구나, 라고 생각한다. 한밤의 거리뿐만이 아니라 대낮의 거리까지, 이제 모조리 부랑자의 것이다. 추위와 더위 속에서 지낸 몇 달의 야외 생활과, 쓰레기통에서 건져낸 음식들, 바람에 스치며 치유된 상처들 덕분에 튼튼해진 그의 면역 시스템은 그에게 승리를 가져다줄 것이다.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
--- p.120

용우는 휴대전화로 매일 긴급 메시지를 받는다. 하지만 우리가 받는 메시지와는 내용이 다르다. 조금 더 구체적인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자상한 아버지가 하듯, 회사는 자기가 거느리고 있는 수천 명의 아들을 걱정한다. 충성심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백지수표를 선물한다.
--- p.141

집 앞 베트남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바이러스가 돌기 시작한 이후로 한 번도 들른 적이 없다. 예전과 같은 종업원이 주문을 받는다. 서로 쳐다본다. 내가 식당에 들어가는 걸 봤을 때처럼, 마스크 아래로 미소를 짓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니 당황스럽다. 전화를 받으려고 수화기를 들자마자 상대방이 전화를 끊어버렸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
--- p.150

나는 걷고 또 걷는다. 세 시간 정도를, 소금 사막을 통과하듯 계속해서 걷다가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기 직전 오늘 가장 보고 싶었던 장면과 마주친다.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술에 취한 두 남자가 어깨동무를 하고선 비틀거리며 걷는다. 둘 중 한 명이 쓴 가발이 바람에 들썩인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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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쉽게 만나는 외국인의 기록이란 불닭볶음면을 먹고 BTS의 음악을 듣는 영상이 전부인지도 모른다. 그것을 보고 만족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열병의 나날들』의 저자, 안드레스 솔라노는 코로나와 마주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탐사하는 가운데 우리가 당연시하는 정상성에 대해 끊임없이 뒤돌아보게 만든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튜브의 ‘국뽕’ 콘텐츠가 아니라 이처럼 일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타인의 기록이다.
- 김민섭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저자)
코로나19가 서울의 거리를 떠도는 동안, 같은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바이러스와 마주치고 스치며 만났다가 멀어지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한다. 『열병의 나날들』은 무작위가 지배하는 인간과 바이러스의 여정으로 그려진 불안의 지도다.
- 후안 호세 미야스 (나달 프리마베라 플라네타 문학상 수상 작가)
안드레스 솔라노는 바이러스가 마치 레이저로 그은 것처럼 한국 사회를 갈랐다고 한다. 팬데믹의 시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나라인 한국에서의 삶에 대해 탁월하게 조명하고 분석한다.
- 호르헤 카리온 ([뉴욕 타임스] 문학 비평가)
반성과 고백, 그리고 소소한 디테일로 짜인 안드레스 솔라노의 『열병의 나날들』은 느린 호흡의 저널리즘과 에세이 사이에서 펼쳐지는 문학적 진술이다. 한국에서 어떻게 바이러스가 퍼졌고 나라를 뒤집어놓았는지, 그리고 한국은 어떻게 이를 진정시켰는지에 관한 몇 달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 후안 카를로스 갈린도 ([엘 파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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