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9월 17일 |
---|---|
쪽수, 무게, 크기 | 1288쪽 | 142*210*60mm |
ISBN13 | 9791158886653 |
ISBN10 | 1158886659 |
발행일 | 2020년 09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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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288쪽 | 142*210*60mm |
ISBN13 | 9791158886653 |
ISBN10 | 1158886659 |
MD 한마디
[스티븐 킹의 다크 판타지]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가 함께 쓴 판타지 소설. 병든 어머니와 외롭게 생활하는 소년 잭 소여는 우연히 만난 한 노인으로부터 이곳이 아닌 또 다른 세상에 대해 듣는다. 소년은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마법이 공존하는 세계 '테러토리'로 뛰어들고, 두 세계를 넘나드는 놀라운 모험이 펼쳐진다! -소설MD 박형욱
『부적 1』 1부 11 1장 알람브라 호텔 13 2장 모래 구멍 28 3장 스피디 파커 53 4장 잭 소여, 저쪽 세계로 87 5장 잭과 릴리 부인 118 이쪽 세계의 슬로트 (Ⅰ) 145 2부 163 6장 여왕의 파빌리온 165 7장 파렌 185 8장 오틀리 터널 247 9장 식충식물의 먹이 266 10장 엘로이 괴물 307 11장 제리 블레드소의 죽음 330 12장 장터 구경 355 13장 하늘을 나는 사람들 366 14장 버디 파킨스 399 15장 스노볼이 노래하다 422 16장 울프 449 이쪽 세계의 슬로트 (Ⅱ) 460 17장 울프와 가축 떼 463 18장 극장에 간 울프 483 19장 헛간에 갇힌 잭 517 『부적 2』 3부 7 20장 체포된 잭과 울프 9 21장 선라이트 홈 33 22장 설교 54 23장 퍼드 장클로 85 24장 잭, 행성의 이름을 외치다 110 25장 잭과 울프, 지옥에 가다 125 26장 울프, 또다시 상자 속으로 145 27장 잭 소여, 다시 서둘러 떠나다 192 28장 잭의 꿈 198 29장 테이어 학교의 리처드 210 30장 테이어 학교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일들 231 31장 테이어 학교, 지옥이 되다 238 32장 “리처드, 네 승객을 내놔!” 247 33장 어둠 속의 리처드 265 이쪽 세계의 슬로트 / 테러토리의 오리스 (Ⅲ) 295 차례 4부 311 34장 앤더스 313 이쪽 세계의 슬로트 (Ⅳ) 343 35장 초토화된 땅 350 36장 전쟁에 뛰어든 잭과 리처드 405 37장 리처드의 추억 436 38장 여행의 끝 483 39장 포인트 베누티 494 40장 해변의 스피디 517 이쪽 세계의 슬로트 (Ⅴ) 542 41장 블랙 호텔 553 42장 잭과 부적 577 43장 곳곳에서 들려온 뉴스 604 44장 지진 618 45장 해변에서 많은 일이 결말에 이르다 645 46장 또 하나의 여정 680 47장 여행의 끝 703 에필로그 726 맺음말 727 |
드디어 스티븐 킹의 '부적'을 읽었다.
스티븐 킹의 이름이 가장 화려하게 빛났던 80년대의 대표작. 예전에 나왔으나 절판되어 뒤늦게 스티븐 킹의 소설들을 좋아하게 된 나로서는 못 보게 되어 아쉬음이 컸었는데 이렇게 황금가지에서 새롭게 발간한 것이다. 표지 디자인도 모두 2권을 오렌지와 하얀색으로 대비시켰는데 깔끔해서 마음에 든다. 물론 '부적'은 스티븐 킹 혼자 쓴 것은 아니고 '고스트 스토리'로 유명한 작가 피터 스트라우브와 같이 썼다. 스티븐 킹이 다른 작가와 협업을 한 것은 이 작품이 처음. 함께 쓰게 된 사연은 이렇다고 한다. 1977년, 스티븐 킹은 가족을 데리고 영국의 런던으로 건너 간 적이 있다. 거기서 피터 스트라우브 부부를 처음 만났는데 서로 마음이 맞아 곧 아주 친해졌고 가족끼리 자주 만나 놀았다고 한다. '부적'에 주인공 잭 가족과 잭 아버지 친구인 모건 가족이 여름마다 시브룩 섬에서 함께 어울렸다고 나오는데, 이건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의 가족이 서로 어울려 놀았던 것에서 따온 것 같다. 그러나 함께 '부적'을 쓰자는 이야기는 런던에서 나오지 않았다. 석 달 후 스티븐 킹 가족은 다시 미국으로 이사했는데, 이번엔 피터 스트라우브가 스티븐 킹을 찾아서 가족을 모두 데리고 그곳으로 건너갔다. 두 작가의 우정이 얼마나 커졌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 미국에서 둘은 같이 '부적'을 쓰기로 한다.
[어쩌면 너무나 친해서 서로를 자신의 분신으로 여겼기에
'트위너'란 존재를 상상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부적'은 '다크 타워'와 더불어 스티븐 킹의 가장 대표적인 환상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둘이 비슷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크 타워'도 현실과 평행 차원의 다른 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인데, '부적' 역시 그러하니까.(어쩌면 그래서 스티븐 킹은 이 둘의 세계를 합쳐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밝히겠지만 '부적'에는 '다크 타워'의 주인공 건슬링어의 트위너가 등장하기도 한다.) '부적'에는 '테러토리'라는 세계가 등장한다. 지구와 다른 차원의 곳으로 여왕이 있고 귀족이 있는 중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장소다. 거기엔 평행 차원의 세계가 그러하듯이 지구에 사는 인간들과 똑같은 인간들이 존재하는데, 그런 이들을 '트위너'라 부른다. 쉽게 말해, 우리와 똑같지만 VERSION만 다른, 일종의 복사본인 것이다.(평행세계론이 그러하듯이, 지구의 인간과 트위너는 운명을 같이 한다. 어떤 때는 무의식적으로 둘이 같은 말을 하기도 하는데, 당신도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다면 테러토리의 트위너가 말하고 있기 때문인 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아주 희박한 것인데 테러토리의 트위너가 죽었어도 아무 영향을 안 받는 존재가 있는 것이다. 잭 소여가 그러하다. 그래서 그는 특별하다. 이건 결말에서 아주 중요한 사항이 된다. 왜 아무나 부적을 가질 수 없는 지와 관련하여) 당연하게도 아무나 이동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주 소수의 사람만 그럴 수 있는데 어떤 이는 그 능력을 이용해 두 세계만이 아니라 평행 세계 전체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부리기도 한다.
물론 우리의 주인공 잭 소여도 그 중 하나다.
소설의 시작에서 그의 삶은 외롭고 힘들다. 잭 소여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아빠와 엄마인데, 아빠는 죽고 엄마는 암에 걸렸기 때문이다. 잭은 지금 엄마와 아르카디아 해변에 있는 알람브라 호텔(스티븐 킹의 소설 '토미노커'에도 나오는 곳이다.)에 있다. 엄마가 데리고 왔는데 그 이유는 아빠의 친구이자 동업자인 모건이 엄마에게 남편이 세운 회사 경영권을 포기하라고 무섭게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삼중고 속에서 우울의 밀물에 쓸려다니기만 하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스피디 파커란 흑인 노인(바로 이 사람이 '다크 타워의 주인공 건슬링어의 트위너다.)을 만난다. 잭을 한사코 '방랑자 잭'이라 부르는 그 노인은 '테러토리'와 엄마에 대한 놀라운 비밀을 들려주며 엄마를 구하고 싶으면 '테러토리'로 건너 가 부적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부적이란 엄청난 힘을 가진 물건으로, 이 '부적' 때문에 불순한 무리들이 평행 세계 전체 정복이라는 야욕을 가지는 것이다.
[미국 판 인물 소개 삽화로 나온 잭 소여의 일러스트]
이러한 이동을 위해 스피디 노인은 암녹색 액체가 든 병을 준다. 이걸 마시면 순식간에 테러토리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이 액체 때문에 차원 이동 능력이 없는 트위너나 일반인도 테러토리와 지구 사이를 왕래할 수 있다. 그래서 테러토리의 트위너들이 모건의 명령을 받아 잭을 잡기 위해 지구로 오기도 한다. 그 때 그들은 꼭 지구에 있는 자신의 분신들에 빙의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 노인은 말한다. 뛰어난 사람은 액체의 도움 없이 마음의 힘만으로도 갈 수 있지만. 처음 이걸 읽었을 땐 복선인 줄 몰랐다. 놀랍게도 정말 그런 걸 할 수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가 바로 잭의 아버지였다. 그리고 아빠의 친구, 모건. 둘은 '테러토리'를 알고 있었고 자유로이 왕래했다. 모건의 '테러토리' 트위너는 여왕마저 위협할 정도의 막강한 권력을 가진 귀족. 그는 여왕이 아주 깊은 병을 앓자 그걸 기회로 테러토리를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 한다. 그러니까 잭의 '테러토리'에서의 여정도 몹시 위험한 것이다. 모건과 그의 부하들 트위너가 '테로토리'를 장악한 상태이니. 물론 저자를 생각한다면 자연스러운 전개가 아닐 수 없다. 공포의 제왕 스티븐 킹의 이름 아래 핑크 만발 폭신폭신한 로드 무비를 기대했단 말인가!
곳곳에서 불길함과 음산함 그리고 죽음의 위햡이 도사리는 여정은 잭에겐 미안하지만 '테러토리'만의 것은 아니다. 지구의 여행은 그보다 더 비참하고 음험하다. 때로 잭은 지구에서 테러토리로 탈출하기도 한다. 우연히 히치하이킹을 한 차의 운전자가 소아성애자로 밝혀지는가 하면 고작 12살의 몸으로 오랫동안(잭이 작품 속에서 집을 떠나 여행하는 기간은 무려 6개월이다!) 정처없이 방황하다 보니 경찰에게 부랑자로 체포 당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2권에서 우리는 더욱 분명히 확인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있어 미국이란 나라가 '테러토리' 보다 더 가혹하기만 한 곳이란 걸. '부적'에서 잭 소여를 영혼의 한 방울까지 끝도 없이 착취(오틀리 주점)할 뿐만 아니라 목숨마저 잃어버릴 지도 모를 정도로 내모는 곳(선라이트)은 다름아닌 미국인 것이다.
이런 점에 눈길이 가다보면 이 책이 발표된 연도가 자못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책이 발표된 것은 1984년. 한 마디로 80년대 초에 집필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의식하면 소설의 인물들과 여러 장치들이 꽤 재미난 의미를 갖는다. 뉴잉글랜드에서 켈리포니아에 이르는 현실 미국 속 잭의 행로는 더욱 그렇다. 어떤 의미가 나타나기에 사족이 이렇게 긴가 하고 타박하실 분들을 위해 미리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렇다. '부적'은 80년대 레이건 행정부에 의해 이뤄진 레이거노믹스에 대한 신랄하고 무자비한 비판이다. 그 행정부를 낳은 신보수주의에 대한 가장 통렬한 공격이다. '부적'은 단순한 환상소설이 아니다. 그러한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실은 그 속에 거침없는 현실 사회 비판의 칼날을 간직하고 있다. 그가 왜 주인공에게 톰 소여의 이름과 같은 잭 소여란 이름을 주었는가 그리고 왜 여정을 그 톰 소여가 나왔던 '허클베리 핀'의 여정을 오마쥬하듯 비슷하게 형성했는가 하는 것도 다 그와 관련있다. 이 작품을 그저 재미를 위한 대중 소설로 생각하고 허투루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는 설정에 꽤 공을 들인 작품이다. 공포 소설의 두 대가가 협력하여 제대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 소설인 것이다.
[84년 초판본 커버. 아마도 부적에서 나오는 빛을 형상화한 듯.]
왜 이리 호들갑인가? 또 나무라실 것 같다. 이제 그 이유를 당신의 시간을 절약한다는 의미에서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해 보겠다.
80년대 초반 미국 경제는 중요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었다. 그동안 미국 경제의 중추를 떠받치던 러스트 벨트가 몰락하고 플로리다와 켈리포니아가 새로운 강자로 부흥한 것이다. 당시 미국은 점점 성장해 나가는 그들을 선 벨트(SUN BELT)라 불렀다. 그 때의 켈리포니아 인구는 뉴욕의 인구를 초월할 정도로 컸었다. 이제 아셨을 것이다. 잭의 여정은 이 변화의 흐름을 그대로 답보하고 있다는 것을. 잭 소여는 그렇게 러스트 벨트에서 선 벨트로 나아가는 것이다. 잭 소여가 부적을 얻기 위한 최종 목적지 아긴코트 호텔은 바로 켈리포니아에 있다.
1권에서 모건의 오른팔인 오스먼드에게 채찍을 맞고 테러토리에서 지구로 돌아 온 잭은 거기서부터 현실 미국의 여정을 시작한다. 처음 만나는 곳은 뉴욕 주 서부에 있는 오틀리 주점이다. 잭은 거기서 싸구려 임금을 받으며 열심히 일을 하지만 주인 스모키 업다이크에게서 사람 대접은 조금도 못 받는다. 쥐꼬리만한 임금마저 탈탈 털릴 정도로 착취나 당할 뿐이다. 그 오틀리 주점을 가면서 잭이 보는 광경이 인상적이다.
공장 유리창은 거의 다 깨졌고 시내에도 유리창에 널빤지를 덧대어 놓은 집들이 있었다. 울타리 친 콘크리트 마당에 산더미 같은 쓰레기가 쌓여 있고 종이 쓰레기도 펄럭거리고 있었다. 고급주택들도 관리를 제대로 안 한 듯 돌출현관이 주저앉아 있거나 페인트도 여러 군데 벗겨져 있었다. 팔 수도 없는 자동차들로 가득한 중고차 전시장의 주인들일지도 몰랐다.(1권, p. 260)
['부적' 미국판 커버 중 일부]
한 마디로 몰락할 대로 몰락한 폐허의 풍경이다. 그런데 이 시기 미국의 러스트 벨트에선 흔한 풍경이었다. 제조업의 몰락으로 버려진 공장들, 실업으로 생존 위기로 내몰린 블루 칼라 노동자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오틀리 주점에서의 잭 소여는 이런 노동자들을 대변하고 있다. 잭은 거기서 탈출했지만 사정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는 다른 이들이 배척부터 하는 부랑자가 될 뿐이다. 한 마디로 여기서 그는 테러토리에서 만나 함께 지구로 온 늑대인간 울프와 함께 하는데, 이 울프의 외모 때문에 그들은 사람들에게 더욱 따돌림을 당한다. 이러한 상황은 레이건에 의해 자신과 다른 타자에 대한 배척을 기조로 삼았던 신보수주의가 자국의 하층민에게 보여준 모습이기도 하다. 레이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던 미국의 중산층들은 하층민을 위한 복지 예산을 줄이는 것을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허클베리 핀의 후예와도 같은 이런 부랑자들은 오직 격리와 통제의 대상일 뿐이었다. 잭 소여와 울프도 그렇게 된다. 그들은 경찰에게 체포되어 판사에 의해 그런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선라이트'로 보내진다. 오직 복종만을 강요하며 그 뜻을 따르지 않으면 살인도 서슴치 않는 선라이트는 가드너란 인물이 독재하는데, 이 가드너란 인물이 정말로 재밌다.
소설은 가드너를 배우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정말 잘 생겼으며 언변이 화려하고 기독교 광신도로 묘사한다. 가드너의 특징을 곰곰이 따지다보면 생각나는 인물이 하나 있다. 바로 그 때의 미국 대통령인 레이건. 너무 나간 추측 아니냐고? 결코 그렇지 않은 걸. 일단 소설에서 가드너에 대해 말할 때 배우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데 이건 분명 레이건을 떠올리게 하려는 것이다. 거기다 그가 다스리는 곳의 이름은 선라이트다. 아시다시피 레이건은 러스트 벨트가 아니라 선 벨트인 켈리포니아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작가들이 하필이면 선라이트란 이름을 지었던 건 이런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함이 확실하다. 거기다 레이건은 모건의 오른팔이다. 모건하면 얼른 떠오르는 J. P 모건은 레이건 정부 때 영향력을 가장 많이 확장하였다. 거의 레이건이 모건의 오른팔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모건을 기업가로 묘사한 것도 이와 관련 있을 것이다.
자, 이만하면 가드너의 모델이 사실은 레이건이라는 게 어느 정도 납득되실 것이다.
이걸 염두에 두고 읽으면 2권은 정말 재밌어진다. 그리고 놀라게 된다. '부적'이 너무나 신랄하게 당대의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에. 그 때의 미국은 자신과 다른 사람은 물론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도 전혀 존중하거나 배려하지 않는 게 주류의 흐름이었다. 선라이트에 수용된 수많은 아이들처럼 격리와 배척의 대상일 뿐이었다. '부적'은 그것에 대한 매서운 비판이다. 소설이 레이건을 악하게 묘사하는 것에 비하면 이 정도 표현은 애교에 불과하다. 이렇게 다름을 차별의 이유로 삼는 미국에 대해 정신차리라는 뜻으로 작가들은 잭 소여를 '단독자'로 설정했다. 그는 무리의 일부분이 아니라 그 어느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존재인 것이다. 부적이 가진 엄청난 치유와 구원의 힘은 오직 단독자에게만 허락된다. 당시의 미국은 자신들이 어떤 범주를 미리 설정하고 모든 개인을 거기에 따라 정의내리고 분류했지만 작가들은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잭의 친구 '울프'를 통해 선명하게 보여준다. 거기서 울프는 우리가 아는 늑대와 달라도 너무 다르게 자신을 위해 다른 짐승을 함부로 살육하는 자가 아니라 자기보다 약한 자들을 온 힘을 다하여 끝까지 보호하는 자로 나오는 것이다. 그는 그런 헌신을 무엇보다 중요한 명예로 생각하고 결국 그 명예를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바친다. 이런 울프의 묘사와 희생 앞에서 우리가 달리 무엇을 말할 수 있으랴. 부적이 가진 힘의 원천은 바로 울프와 같은 태도에 있다는 말 말고는.
[이 역시 '부적' 미국판 커버]
간략하게 설명한다고 했는데 말이 너무 넘쳤다. '부적' 탓이다. 할 말이 너무 많은 책인 것이다(난 지금 울프와 더불어 잭의 소중한 동료가 되는 어릴 적 친구 리처드를 만나게 되는 테이어 학교에 대한 얘기를 의도적으로 생략했다. 선라이트가 있던 인디애나 주와 더불어 테이어 학교가 있는 일리노이 주는 러스트 벨트를 이루는 중요한 한 축이다. 그러므로 테이어 학교를 엘리트를 양성하는 사립 학교로 설정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유독 거기에만 모건을 따르는 트위너들이 기존의 인간들을 대체하는 장면 묘사가 나오는 것도 그렇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상세히 언급하고 싶었지만 글의 길이 때문에 그만뒀다. 하일라이트의 중요한 무대인 아긴코트 호텔도 그렇고. 이 장소가 소설에서 가지는 의미에 비하면 한 문장으로 그친다는 건 정말 너무한 처사이다. 흑흑.) 그 때문인지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처럼 다 읽고 나서도 그 내용을 몇 번이나 곱씹게 된다. 그러다 내가 원래 생각했던 것과 다른 의미가 있다는 걸 깨닫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피터 스트라우브는 우리에게 생소하니까 예외로 치고 많이 알려진 스티븐 킹은 때로 재미는 있지만 깊이는 없는 작가로 생각하곤 하는데 '부적'만 읽어도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건 오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마도 이번에 '부적'이 세롭게 발간된 것은 워너브라더스가 공전의 히트를 친 '그것'에 이어 다음 스티븐 킹 원작 소설의 영화로 '부적'을 제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설의 많은 팬들이 영화로 만들어지길 오랫동안 바라고 있었다. 나 역시 어떻게 만들어질지 너무나 궁금하다. 특히나 후반에 모건과 잭 소여가 대결하는 장면의 영상 묘사가 정말 기대된다. 그 때의 모건 움직임 때문에 나는 더욱 모건을 자본의 상징이라 여기게 되었다. 자본이야말로 어디에나 순식간에 존재했다가도 홀연히 사라질 수 있으니까. 모건이 J. P 모건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생각도 한층 더 굳어졌고.
이야기가 또 삼천포로 빠졌는데 여하튼 바라건대 이 소설에 잔뜩 들어간 레이건 정부 시절 미국에 대한 가열찬 비판들도 그대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러면 정말 엄청 흥미롭게 될 것 같다. 지금의 미국 또한 그 때의 미국과 그리 다르지 않으므로. '부적'은 지금 트럼프 정부 미국 상황에 대한 비판으로 읽어도 여지없이 통용된다. 레이건의 말년을 생각하면 가드너 최후에 대한 묘사는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 두 작가 중 누군가 예언자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어쨌든 추천이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재미라는 감성도, 깊이라는 지성도 다 만족시키는 소설이니만큼.
스티븐킹의 판타지 소설 '부적'
지난번 리뷰의 부적1에 이어 부적2.
부적2 맺음말 중에서
정말 쿨하다. 스티븐킹과 피터스트라우브의 공저작 부적에서 적어도 이 맺음말 만큼은 스티븐킹이 썼구나 하고 확신할 수 있다.
이런게 스티븐킹이다.
독자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철저하게 독자에게 맡긴다. 의식하지 않는다.
스티븐킹은 자신의 세계를 책으로 엮어낼 따름이다.
1권은 주인공 잭소여가 테러토리의 존재에 대해 알게되고 테러토리에 들어가기까지에 관한 결심과 아무것도 모른채 들어간 그곳에서의 혼란이 주로 그려졌다면, 2권은 테러토리에서 제이슨(테러토리 여왕의 아들= 즉 현실세계에서의 잭)으로서의 용기와 위엄, 그리고 두 세계에서 오직 하나뿐인 단일한 존재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에 대해 깨우쳐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울프와 잭소여가 선라이트홈에 붙잡혀가게 되어 그곳에서 지내는 이야기는 짐짓 형제복지원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부랑아는 물론 공공연하게 납치까지 일삼으며 형제복지원으로 아이들을 데리고가 노동력을 착취하고 학대와 폭력 등으로 인해 수많은 아이들이 죽어나갔던 곳.
심지어 그곳은 부모없는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에서 정부의 막대한 지원금까지 가로채갔던 것으로 유명하다.
2권 내용의 3분의 1 가까이 차지하는 이 이야기에서 나는 계속에서 형제복지원의 잔혹함이 떠올랐다. 스티븐킹은 이 부분의 모티프를 어디서 따왔을까 궁금증이 인다.
잭소여는 울프와 선라이트홈에 갇혀 갖은 고초를 겪으며 테러토리에 대하여 각성하게 되는데, 슬프게도 이 곳에서 울프는 잭소여를 지키고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p130
마법주스가 있어야만 테러토리로 이동할 수 있다고 믿었던 잭소여는, 선라이트홈에서 겪는 고초로 인해 마음대로 두 세계간에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고 마는 울프.
울프의 순수함과 잭소여에 대한 애정을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에 울프의 죽음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 아프게 다가온다.
무엇을 잃는 슬픔에 비견해야 할까. 딱히 떠올릴 수 없다. 그정도로 주인공 잭소여에게 울프는 중요한 존재다.
그 이후 테이어학교에서 어린시절부터 친구였던 리처드를 만나면서 사실상 테러토리와 현실세계의 경계는 본격적으로 무너진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경계가 무너지며 독자에게 더욱 긴장감을 불어넣는 스티븐킹과 피터 스트라우브.
내가 1권을 읽으며 이곳이 스티븐킹이 쓴 곳인가? 여긴 피터 스트라우브가 쓴것같아. 하며 지레짐작을 했던 것이 부끄러울정도로 긴박한 전개가 이어진다.
테러토리의 괴물들에 대한 묘사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을만큼 징그러웠지만, 그들은 기어코 상상하게끔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리고 테러토리의 괴물들이 재현불가능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은(핵 피폭에 의한 기형) 더욱 소름끼치는 부분이다.
p382
저자인 스티븐킹과 피터스트라우브는 독자의 진짜 현실세계와 테러토리를 자신들의 책 '부적'으로서 연결하였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샌가 허물어진 경계안에 서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는, 리얼 다크 판타지소설이다.
1권 2권 모두 책의 두께가 상당하기 때문에 한 두호흡에 읽을 수 있도록 연휴나 새벽독서를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1984년에 원서 출간된 후 국내엔 해적판으로 알음알음 입소문 났었던 그 책이 드디어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세계적인 공포 스릴러 두 거장의 협업으로 탄생한 소설이라는 것 자체만으로 화제를 모으며 사랑을 받았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오랜 세월 영화화를 위해 공을 들였고, 마이크 바커 감독에 의해 영화화 제작 중에 있다고 하니 이제 영화 나올 날만 기다리면 되겠네요.
킹옹님의 명성이야 말할 것도 없고, 피터 스트라우브는 대표작 <고스트 스토리>가 절판이 된 상태라 국내에선 덜 알려진 작가이긴 하지만 스티븐 킹과 함께 미국 호러 소설계를 이끈 거장이라고 합니다. <부적>은 스티븐 킹의 초자연 공포물을 청소년 주인공 버전으로 만나는 느낌인데, 킹옹의 초창기 공포물 버전 좋아한다면 반가운 작품일 거예요.
이 소설은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모티브로 삼아 주인공 잭 소여가 미국을 횡단하며 겪는 흥미진진한 모험을 다룬 소설입니다. 톰과 허클베리 두 소년처럼 잭 소여는 친구 리처드와 함께 목숨 잃을 위기를 숱하게 겪으며 단순한 모험을 넘어 그야말로 살벌한 생존기를 보여줍니다.
B급 영화배우의 여왕으로 활약하다 이제는 암으로 죽어가는 어머니와 함께 도망치듯 미국 동부 휴양지로 온 잭 소여. 생전 아버지와 오랜 시간 동업한 모건으로부터 쫓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사망 이후 함께 해온 사업체를 꿀꺽 삼키고 있는 데다가, 잭의 후견인이 되어 주기로 했던 든든한 아빠 친구도 의문사하면서 잭과 어머니는 모건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요즘 잭에게는 이상한 일이 자꾸 생깁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닌 것들을 자주 환상으로 보고, 의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백일몽을 꾸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그 백일몽에 나온 장소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우리에게 물리학이 있다면 저쪽 세계에는 마법이 있지."- 부적 1권 중
우연히 만났지만 강력한 끌림을 받은 스피디 할아버지에게서 그 정체를 듣게 됩니다. 그곳은 '테러토리'라고 불리는 저쪽 세계인 겁니다. 머리가 둘인 앵무새, 하늘을 날아다니는 날개 달린 인간, 늑대로 변하는 인간, 여왕이 있는 그곳이 백일몽이 아닌 실제라니. 테러토리는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입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건 그 세계에는 자신과 닮은 트위너가 살고 있고, 어느 쪽 세계이든 한 쪽이 죽으면 다른 쪽도 죽는다고 합니다. 지금 저쪽 세계는 오염되고 있고 아픈 여왕의 병세가 불투명합니다. 여왕 대신 권력을 차지하려는 악의 무리가 도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되려면 죽어가는 여왕의 트위너는 바로 잭의 엄마라는 걸 짐작할 수 있지요.
스피디 할아버지는 잭이야말로 여왕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크리스털 공처럼 생긴 부적을 찾으면 다 해결된다고 합니다. 부적을 찾기 위해 묘한 물약을 마시면 테러토리로 순간이동해야 하는데, 나중에는 물약의 도움 없이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습니다. 잭은 아픈 엄마를 살리기 위해 결국 테러토리로 향합니다.
<부적>은 잭이 부적을 찾아 헤매는 세 달 가량의 기간을 다룹니다.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생기는지 이건 영화 한 편으로 끝낼 수 있는 분량이 아니겠던걸요.
용기내어 테러토리로 갔지만 그 용기는 1그램도 안 되는 얄팍한 용기였습니다. 처음엔 두려움에 가득 차 겁쟁이 같은 모습을 보이는 잭. 향수병이 생긴 데다가 자기연민에 빠지기 일쑤입니다. 전기도 없고 이상한 언어로 말을 하고, 괴생명체가 득실득실한 테러토리는 영 적응이 안 됩니다.
하지만 죽을 뻔한 위기를 겪으며 잭은 조금씩 성장합니다. 완전히 바닥까지 무너져 내리고 다시 올라오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나약한 자신을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스토리에 푹 빠져들다가 '어찌 애한테 이토록 심한 고난을!' 하며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 조합을 잊으면 안 됩니다. 긴장하며 읽어야 할 정도로 고난의 수준이 장난 아닙니다. 기괴한 공포를 선사하는 묘사는 역시나 찰집니다.
잭을 쫓아오는 모건 역시 테러토리의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이미 저쪽 세계를 오가고 있었어요. 무슨 꿍꿍이가 있는건지 쉽게 비밀을 들려주질 않네요. 잭이 부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들과 모건의 비밀을 밝히는 여정이 다이내믹하게 전개됩니다. 그 과정에서 모건의 아들 리처드를 끌어들여 함께 하는 여정은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닮았습니다.
그저 심장 쿵쾅거리게 만드는 모험만 있는 게 아니라 늑대와 인간을 오가는 테러토리의 울프와의 인연은 짠한 감동까지 안겨줍니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개성 넘쳐 악인도 매력적일 정도였어요. 모든 상황을 꿈인척해버리는 능력이 탁월해서 독자를 답답하게 만드는 리처드도 어찌보면 배꼽 잡을만한 캐릭터입니다.
시련을 이겨내는 성장물, 선악 대결이라는 뻔한 구조 속에서도 다양한 배경에서 빵빵 터지는 사건들과 두 작가의 미스터리 공포 맛을 듬뿍 담아 결말까지의 과정을 예상하기 힘들게 한 소설 <부적>. 사악한 어른 (때로는 어른만큼이나 사악한 또래) 세계에 맞선 잭과 긴 여행을 함께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