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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세가 호위무사 제4막 10~12 세트

장씨세가 호위무사 제4막 10~12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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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248쪽 | 128*188*60mm
ISBN13 9791104922695
ISBN10 11049226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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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두근두근.
장련의 얼굴이 새빨갛게 되었다. 광휘는 별 뜻 없이 내뱉는 말이지만, 그날 그를 말렸던 장련은 어딘가 망가져 버린 듯한 얼굴의 광휘를 ‘끌어안았었다’.
‘그랬었지…….’
이 남자는 돌려 말할 줄 모른다. 그런 무심한 말투가 오히려 그녀를 바짝 의식하게 만들었다.
“바닥에 뭐가 있소?”
“아무것도 없어요!”
붉게 달아오른 볼을 감추려던 장련이 고개를 바짝 들었다. 하지만 벌겋게 달아오른 귀를 광휘가 놓칠 리 없었다.

“그렇게 부끄러워해서 어디 물건이나 팔겠소?”
“누가 부끄러워했다고 그러세요? 무사님도 제 얼굴을 빤히 못 보시면서.”
“지금 내가 쳐다보고 있는 사람은 누구요?”
“그럼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어요?”
“당연히 볼 수 있소. 그 정돈 아무렇지도 않소.”
드륵!
장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광휘의 얼굴 앞으로 확 다가왔다.
“…….”
광휘의 동공이 심히 떨렸지만, 그래도 피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스윽.
그사이 장련이 더더욱 다가왔다. 이제 둘 사이의 거리는 한 뼘 남짓.
숨소리가 들리자 장련이 말했다.
“부끄럽죠?”
“나, 나는 아무렇지도 않소.”
“이래도요?”
스윽.
이번엔 장련이 광휘의 두 귀에 손을 포갰다.
본능적으로 흠칫한 광휘의 눈동자가 지진 난 듯 흔들렸다.

“거봐요. 역시 부끄러워하잖아요.”
“…….”
광휘는 이번에는 대답하지 못했다. 눈앞에 가득 담긴 장련의 장난스러운 얼굴만 보였다.
사악.
이제 장련은 코앞까지 다가왔다. 어질어질해진 광휘는 결국 시선을 돌리며 가볍게 한숨을 토했다.
“좋소. 내가 졌…….”
삭.
말을 하던 광휘의 얼굴이 다시 돌아왔다. 장련이 힘을 주어 그의 얼굴이 자신을 향하게 한 것이다.
“……!”
광휘의 눈이 커졌다.
---「장씨세가 호위무사 제4막 10권」중에서

드르르르륵―!
꽈드득!
‘허어…….’
꽈드득!
땅이 크게 울리나 싶더니 뒤에 있던 나무 집을 지탱하는 기둥 하나가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꽈드득! 파지직! 파지지지직! 꽈드득! 파지직!
전방위에서 엄청난 굉음이 주위를 울렸다.
단지 집 한 채가 아니었다. 십수 채, 거의 모든 집들의 기둥과 대들보가 갈라지고 부서지며 터져 나갔다.
파아아악!

한순간 무너질 듯 휘청거리던 모든 집들이 일제히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이, 이게 무슨…….”
묵객은 마치 재앙이라도 보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뿌리째 뽑힌 나무처럼 치솟아 오른 집채들 주위로 부서진 파편들이 묵객의 머리 위로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
“피리! 피리를 들고 와!”
“묵객! 묵객 대협! 능자진 대협을!”
주위에서 사람들이 뭐라고 아우성치고 있었지만 묵객의 귀에는 그런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어떤 연유로 은자림 또한 흔들리고 있고, 불온해지는 분위기를 일부의 희생을 통해 결집시킨다는 거죠.”

“꺄아아아아!”
소녀의 울부짖음 속에서, 사람들의 비명 속에서 묵객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집 열 채를 공중으로 띄워 올리는 초월적인 힘, 그건 무공이 아니다.
무위의 극이라는 허공섭물이라도 이런 조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순교자. 혹은 제물이죠.”
서혜가 했던 말들이 묵객의 뇌리를 스쳐 갔다.
은자림의 뜬금없는 자살행위는 제물을 바쳐 누군가를 부르는 행위였다.
예전에 그들이 했다고 전해지는 끔찍한 실험들.
과거 심신에 상처 입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 부운현.
“설마 은자림이 부르던 게…….”
나병촌 환자들의 마을처럼, 극단적인 폐쇄 공간이 이들에게 필요했던 이유.
이런 곳이 아니라면 집요하게 추적해서 그들을 쫓았을 은자림.
그리고 흑도 살수이면서 뜬금없이 사람들을 도왔던 소위건.
“이 소녀였던 것인가…….”
---「장씨세가 호위무사 제4막 11권」중에서

“일절(一絶)이 뭐였는가?”
“…….”
“임무 수칙 일절이 뭐였느냐고!”
광휘의 외침에 군영왕은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얘졌다.
그렇게 되고 나서야 한 줄기 음성이, 그와 동시에 수없이 많은 음성들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기회를 기다리지 마라. 상대는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군영왕이 떠듬떠듬 신음하듯 말했다.
광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칠절은?”
“위기에 빠지면 목숨을… 자신의 목숨을 가장 빨리 버려라.”
“그럴수록 적은 물러서고, 살아남게 된다.”

광휘가 말을 받자 군영왕의 눈이 커졌다.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비록 천중단에 발만 들여놓았던 멍청이 황태자였지만 그 또한 분명히 배웠다.
“지금은 무슨 상황인가?”
그 말에 군영왕의 흐릿했던 눈이 또렷해졌다.
그 와중에 내뱉은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담겨 있었다.
“십일절……. 판단이 틀렸더라도 지체하지 마라. 나아가지 못하면 어차피 죽는다.”
군영왕은 기억했다.
당시 자신의 오판으로 구표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살수의 눈빛을.
지체하지 않고 움직였더라면 자신도 구표도 모두 살았을 것이다.

“잘 들어, 군영왕.”
광휘가 군영왕의 눈앞까지 다가와 시선을 맞췄다.
“자넨 지옥의 최전선에서 싸웠던 자야. 어떠한 임무도 망설임 없이 수행했던 천중단 삼 조에서.”
광휘의 말에 그가 고개를 숙였다. 한동안 침묵하더니 허탈한 듯 말했다.
“그랬지. 우린 비익조(比翼鳥)였지.”
짝을 짓지 못하면 날지 못한다는 비익조.
말만 들어도 가슴이 저미는 그 단어를 기억한 황태자가 짜악! 거세게 자신의 뺨을 올려붙였다.

고개를 든 일왕의 눈은 그제야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광휘, 난 오왕이 군부 전체를 장악했다고 보지 않는다.”
그가 자리에 일어서 말을 이었다.
“군부 대부분의 장군들은 오직 황제 폐하의 명에 따른다. 장래를 보고 나를 혹은 오왕을 지지하기로 뜻을 정한 건 그중 소수일 뿐.”
끄덕.
광휘가 수긍하며 물었다.
“얼마나 되는가?”
“보고에 따르면 회유당한 자들은 병부의 일선이다. 가담한 자들은 열 명도 되지 않아. 그들이 경성에서 움직일 수 있는 군병은 많아야 천에서 이천.”
“군영왕, 지금은 전시다. 중립 같은 건 없어.”
---「장씨세가 호위무사 제4막 12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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