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야기를 듣는데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결국 성공 비결은 그냥 ‘책’이라는 도구였던 것이다. 언제부터 읽은 책, 어떤 종류의 책, 얼마만큼의 책 등 그 모든 것은 어찌 보면 큰 의미가 없었다. 둘째와 셋째 아이를 보면서 두 아이는 큰아이만큼, 아니 큰아이의 반의 반의 반도 책을 읽지 않고 성장했는데 어떻게 사교육 한번 없이 자신의 역량을 뽐내며 성장하고 있는지 때때로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저 ‘책’이라는 환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에게 적어도 책만큼은 최선을 다해 읽어주려고 노력한 과거의 내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아이들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 p.32, 「결국 성공의 비결은 ‘책’이라는 도구」 중에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나의 책 읽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너무도 다른 세 아이에 맞춰, 아이들의 성장에 맞춰, 나의 현실에 맞춰 다음 세계, 그다음 세계, 또 그다음 세계로 나를 이끌어주었다. 그 여정에서 내가 처음 가졌던 ‘똑똑함’이란 개념은 단순히 지성이 뛰어난 아이에서부터 자신의 삶을 현명하게 꾸려나갈 줄 아는 주체적이고, 깊이 있으며, 올바른 사리판단과 함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라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감사하게도 그러한 과정 속에서 세 아이 모두 사교육 없이 영재원에 합격했고, 스스로의 바람으로 국제고와 과학고, 일반고를 거쳐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으며(막내는 아직 고등학생이다) 내가 ‘바라던’ 똑똑한 사람으로 자라고 있다. 그 비결을 아주 단순하게 정리해보면 ‘책, 놀이, 대화’라고 말할 수 있다.
--- p.44~45, 「아이는 나와 다르게 키우고 싶다」중에서
명사부터 시작해 동사와 형용사, 의성어·의태어, 부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어의 의미를 알려주려고 했다. 예를 들면, 아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같은 방향으로 책을 볼 수 있게 펼친 뒤 “토끼가 깡충깡충 뛰어갑니다”를 읽어주면서 ‘깡충깡충’을 언급할 때 내 무릎도 살짝살짝 점핑하여 아이가 단어의 의미를 체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 “토끼의 귀는 길어요”를 읽어줄 때는 길고 짧은 것, 즉 내 손바닥과 아이의 손바닥 길이를 대조하여 보여주며 ‘길다’는 어휘의 뜻을 아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 p.70, 「모든 교육의 기초는 어휘다」 중에서
“책에서 읽었는데 달팽이는 자기가 먹은 음식의 색깔과 똑같은 색의 똥을 눈대! 현지야, 너는 어제 밥이랑 미역국을 먹었잖아. 그리고 무슨 색의 똥을 눴어? 그렇지, 갈색이나 황토색이었지. 오늘은 빵이랑 우유를 먹었는데 무슨 색이었지? 그래, 맞아. 또 갈색이나 황토색이지. 사람은 어떤 색깔의 음식을 먹어도 항상 갈색이나 황토색의 똥을 누는데 신기하게도 달팽이는 섭취한 음식에 따라 다른 빛깔의 똥을 눠. 책에서 읽었을 때는 신기하긴 했지만 ‘설마!’ 하고 넘어갔는데 우와! 진짜였어. 너무 신기하다. 엄마가 읽은 책, 보여줄까?”
--- p.116, 「자연관찰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조언」 중에서
아이가 완전히 읽기독립을 하기까지 단 하나의 방법이 유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주 많은 방법을 시도했고, 그 모든 방식이 읽기독립으로 이어진 징검다리였다고 믿는다. 아이에게 글자 읽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우리 집 우체통을 만들어 사랑이 담긴 짧은 엽서와 편지를 전해준 일, 차를 타고 이동하며 새롭게 나타나는 ‘간판 이름 빨리 말하기’ 놀기는 지금도 미소가 지어지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 p.161, 「한글 뗀 아이의 읽기독립」 중에서
처음엔 자연관찰 종류로 그다음엔 과학·수학·전래·명작동화로 영역을 확장해주자. 창작동화 듣기 수준이 5~7줄 정도 된다면 그 정도 수준이나 살짝 낮은 단계의 과학·수학·전래·명작동화를 읽어주면 된다. 내 경우에는 과학·수학·전래·명작동화 역시 한 질로 끝내지 않고 글밥이 적은 것부터 길이가 긴 순서로 단계를 올려주었고, 최대한 다양하게 노출해주려고 했다. 이를테면 전래동화 전집이라도 출판사별로 제목이 겹치는 것도 있고 새로운 내용의 전래동화도 있다. 나는 50퍼센트 정도 새로운 내용이 담긴 전래동화라면 가급적 아이가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했다.
--- p.176, 「아이의 성장 단계에 맞는 책 지도」 중에서
이때 바로 드레스를 사주고, 예쁜 유아용 보석들을 사주는 것도 좋지만 ‘성장’과 ‘육아’의 관점에서 보자면 덜컥 화려한 완성품을 아이에게 주기보다는 우리 주변의 물건들로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엄마의 한복 속옷과 보자기를 이용해 아이의 드레스를 만들어주면 아이는 엄마의 그러한 뒷모습을 보고 자라는 동안 자신의 욕구를 주변의 물건을 이용해 스스로 채우고, 그 과정에서 사고하고 응용하고 문제해결력을 키우며 엄마의 상상 이상으로 멋지게 자란다. 그런 경험을 한 후 정말 멋진 기성품 드레스도 보여주면 아이의 세계는 한층 더 넓고 깊어지게 될 것이다.
--- p.203, 「초기 독후활동과 유아기의 독후활동 방법」 중에서
엄마가 아이에게 건네는 질문은 무조건 정답이 없는, 그래서 아이가 하는 모든 말이 정답이 되는 그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유치원만 가도 아이들은 선생님으로부터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갖는 동안 ‘정답’을 강요받는다. 그 후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에 가기 전까지 학교에서, 학원에서, 학습지와 시험을 통해 아이들은 끊임없이 정답이 있는 질문들을 들으면서 자란다. 굳이 엄마까지 아이에게 두 팔 걷어붙이고 정답을 말해보라고 숟가락을 얹을 필요가 있을까. 적어도 엄마와 나누는 대화는 가볍고, 재미있고, 무슨 대답을 해도 엄마가 “와, 좋아. 맞아! 멋진 생각이야”라고 칭찬해주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그 시간을 통해 아이는 말하는 재미를 느끼고,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며, 엄마와 소통하고 연결된 느낌, 모든 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바탕이 되는 엄마의 사랑을 느끼며 자라게 된다.
--- p.220, 「중기 독후활동 방법 2」 중에서
유아들에게 그 활동들이 그저 만지고,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는 것만으로도 오감을 일깨우며 두뇌발달에 도움이 되었다면, 초등 시기에는 각각의 활동을 통해 나누는 대화 속에서 훨씬 더 깊은 사고력과 문제해결력, 자아 성찰과 표현력을 키우게 되기 때문이다. 이전에 그런 경험이 적었다면 더욱 그렇다. 어떤 책인지, 무슨 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또한 이 시기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시기다. 지금까지 앞에서 한 모든 활동(보고, 듣고, 경험하고, 체험하고, 나들이하고, 대화하고, 만들고, 그리는 것) 에 ‘쓰면서 표현하는’ 활동까지 더해진다. 그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무수히 파생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의 세상을 한 차원 더 넓고 다채로운 세계로 옮겨갈 수 있게 한다.
--- p.241, 「완기 독후활동과 초등 시기의 독후활동」 중에서
게임에 빠져 하교 후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게임에 매달리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고민하는 아이의 엄마에게 아들이 어떤 종류의 게임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라고 했더니 모두 ‘총 쏘기’가 나오는 게임이라고 했다. 그래서 아이 곁에 『총기백과사전』을 펼쳐두라고 했더니 아이가 관심을 보이며 조금씩 살펴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는 차츰 책을 보며 시대별 총기의 발달사를 알게 되었고, 총의 성능과 특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책 외에 다른 책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다음 단계로 총과 무기가 등장하는 한국 영화 [신기전], [최종병기 활], [암살], [밀정], [명량] 등을 보며 함께 대화를 나눠보라고 했다.
--- p.271~272, 「책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책을 선물하는 방법」 중에서
영어 공부를 할 때도 독서를 통해 얻은 능력은 큰 힘이 됐어. 독서를 하면 앞뒤 문맥을 통해 잘 모르는 내용을 유추하는 능력이 길러지고, 현재 읽고 있는 내용을 앞뒤 내용과 연결시키며 읽어야 하니까 논리력도 길러지잖아. 영어 빈칸 추론 문제를 풀 때 그런 능력들이 많은 도움이 됐어. 물론 특정 문제 유형을 풀 때에만 도움이 된 건 아니야. 기본적으로 영어 지문 자체를 읽을 때도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지. 지문에 있는 몇몇 단어들을 모르더라도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거든. 그래서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편하게 문제를 풀 수 있었어.
--- p.283, 「20년 책육아로 자라난 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