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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속으로 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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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청소년 소설이동
남온유 | 답게 | 2020년 12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5 리뷰 14건 | 판매지수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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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46g | 145*210*20mm
ISBN13 9788975743221
ISBN10 897574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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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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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떤 사람들인지 알 것 같았다. 이 사람들도 가장 소중한 누군가를 숨기고 산다는 사실을. 어디서든 가족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날카롭던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존재 자체로도 위로가 되는 낯선 사람들이 세상에 있다니.
--- p.39

우리는 웃고 떠들다가도 ‘사무친다’라는 단어 하나에 별안간 어두워지는 사람들이었다. 남은 자의 슬픔은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사소한 변덕을 부리는 모양이었다.
--- p.47

따지고 보면 생각보다 자살 유가족은 많았다. 최대한 숨기거나 안 그런 척해도 자살 유가족은 어디서나 발견되곤 했다. 이를테면 내 친구의 친구, 한 다리 건너 친척과도 같은, 매일 내 곁을 웃으며 지나가는 사람중 누군가의 형태로. 지금 바로, 내 곁을 스쳐갔던 그 누군가가 또 한 명의 자살 유가족이자 생존자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 p.68

엄마는 담담했지만, 갓 교복을 입기 시작한 중학교 1학년에겐 감당할 수 없는 공포였다. 그날 이후 엄마를 병원에서 볼 때마다 무서웠다. 엄마의 무릎, 복숭아뼈가 까맣게 멍들었을 때도. 그 시절은 통째로 슬픔의 구간이었다. 그리고……. 엄마의 영정 사진을 봤을 때, 나는 정신을 잃었다.
--- p.70

나의 슬픔은 온전하게 위로받지 못했다. 장례식장에서조차 진짜 자살이냐고 되물었던 사람들. 오죽했으면 그랬겠어라며 수군거리던 시선들. 나는 슬퍼하기도 전에 따가운 시선 속에서 서 있는 법부터 배웠다.
--- p.96

해마다 심장이 멎는 시간이 있다. 구월 이십 구일. 엄마가 이 세상을 끝장낸 날이다. 마음은 서로 섞이지 않는 모래알처럼 서걱거렸고, 그날만큼은 아무리 웃긴 일이 있어도 크게 웃지 않았다. 의도적인지,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빠는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야근을 했다. 당연히 제사 같은 것도 지내지 않았다. 겉으로는 보통의 날처럼 지나가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 p.158

그리고 이어지는 고백들. 세상이 우리에게 던진 비수의 말들, 그 많은 언어폭력들. 편견의 시선들. 겪지 못한 사람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죽은 이의 시간을 곱씹으며 자책했던 시간들. 죄인으로, 또는 재수없게 보거나, 깊은 연민으로 보는 눈빛들에 대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 p.200

모두가 살아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는 게 아무리 폼나든 안 나든, 모두가 잘 버티어 주고 있어서 안심이었다. 중요한 건, 안 죽고 사는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이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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