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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생츄어리
2부 지상층 3부 하이타워 에필로그 작가의 말 |
일요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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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납치당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너를 구한 것이기도 해.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넌 청소 당했을 거야. 난 널 해치려고 데려온 게 아니야. 네가 탈출하는 걸 도울 거야. 단, 지금은 아니야. 네 파드를 눈 뜨게 한 뒤에.”
갑작스럽게 반전된 분위기에 크리는 당황스러웠다. “네 파드가 깨어난다면 아주 많은 사람을 해방할 수 있어.” “해, 방?” “응. 해방. 자유를 준다는 뜻이야.” 자유. 그 말은 크리의 마음을 밝혀 주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태양처럼. --- p.79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에 집중하는 크리를 보며 라키바움은 ‘지혜’라는 말이 크리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평생을 생츄어리에서 살아왔고 어쩌면 그곳에서 죽고 말았을 크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금, 라키바움은 자신은 물론 크리의 운명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궤도에 올라탔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수레를 앞으로 힘껏 미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 p.106 크리는 할리 아줌마를 두고 타워를 떠날 수 없었다. 아줌마가 살아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그리고 라키바움에게 아직 배울 것이 많이 남았다는 생각, 또 마음 한구석에 로미에 대한 미련도 있었다. 크리는 로미를 만나고 싶었다. 그렇지만 로미에게 진짜 자기에 대해 얼마나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다. 블루Z바이러스를 지닌 잠복체라는 것, 건강체와 같은 공기를 마시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생츄어리 출신이라는 것, 그러니까 건강체들에게는 더러운 계층이라는 것, 보이지 않겠지만 피부에 파란 반점이 가득하다는 것. --- p.129 크리는 누군가에게 가슴을 세게 맞은 것 같았다. 마음이 뻐근했다. 이불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세탁 작업장의 냄새였다. 크리가 평생 빨고 건지고 나르던 ‘빨래’ 냄새였다. 눈을 뜨고 일어나면 매일매일 해야 했던 가혹한 노동, 지긋지긋한 빨래. 정작 잠복체들은 사용해 본 적 없는 수천, 수만 장의 이불과 옷, 식탁보, 리넨 냅킨, 손수건 들을 건강체들은 이렇게 버젓이 누리며 살고 있었다. 건강체들이 쓰다가 더러워지면 잠복체들은 그것들을 빨고, 삶고, 건조하고, 소독하고, 다림질해서 다시 건강체들에게 올려 보냈다. --- p.1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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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X SF
107층 타워의 지하 17층에서 태어난 아이, 금지된 태양을 찾아 지상으로 향하다 “보통의 좀비물이 혼자 살아남을 방법을 찾으라는 각자도생을 보여준다면, 저는 《태양의 아이, 크리》로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타워의 부조리를 깨부수는 크리의 활약상을 통해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세상,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했습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크리는 이제껏 자신이 살아온 보호구역의 진짜 모습을 깨달았다. 생츄어리라는 지하에 감금되어 억지로 잠이 들고, 깨고, 빛도 없는 곳에서 평생 무의미한 노동을 계속하는 것은 누가 감시하거나 위협해서만이 아니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아서, 그렇게 사는 것밖에는 할 줄 몰라서 그렇게 하는 것이기도 했다. _44쪽 “아파도 진실을 봐. 이제 눈을 떠야 할 때야.” 오늘날 우리에게 전하는 우정과 연대의 힘 일요 작가는 좀비가 하나의 질병이 되는 세상을 상상했다. 그리고 그 상상에서 《태양의 아이, 크리》를 쓰게 되었다. 소설 속에서 좀비는 블루Z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감염될 수 있는 사람, 즉 잠복체로 표현된다. 잠복체는 한 번 낙인찍히면 건강하든 건강하지 않든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 타워의 지하에서 상층부로 올라가며 크리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계층의 이분법적인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크리는 지하 보호구역에서 태어난 잠복체지만 파드라는 엄청난 초능력을 가졌고, 세계정부의 일인자인 프레지덩의 아들인 로미는 건강체의 상징이어야 하지만 시력을 잃어간다. 마찬가지로 건강체이자 세계정부의 이인자인 라키바움은 유전자 검사에 대한 비밀을 품고 살아간다. 일요 작가는 세계의 먹구름만을 묘사하지 않는다. 그 먹구름을 뚫고 나오는 햇빛도 그려낸다. 여기서 햇빛이란 단절되고 차별이 만연한 세계를 온기로 감싸 안는 사랑과 연대다. 크리와 로미, 라키바움은 서로의 다름으로 갈등을 겪지만 끝내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보듬어 앞으로 나아간다. 이들의 우정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건네준다. “인종, 종교, 젠더, 문화, 정치 등. 오늘날 자신과 같지 않다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에서 비롯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사회 곳곳에서 숱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어떤 폭력도 합리화될 수 없는 데도 말입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