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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의 딸
긴급 소집 우물 안 개구리 누명 황제의 아들 우리 안 호랑이 그깟 오얏꽃 총독 암살 사건 영웅 혹은 도둑 매국노의 딸 도둑맞은 오르골 암살범의 정체 나비의 비밀 폭풍우 속으로 새해 잎샘 바람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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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클럽은 한일병합조약 이후 천황이 임명한 조선 귀족 중 자작 지위 이상의 자녀만 모이는 모임이다. 나비클럽 정회원은 일곱 명인데, 그중 1학년은 윤희뿐이었다. 그래서 선배들 눈에 나지 않도록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히 행동했다.
--- p.14 “천황 폐하의 아드님이신 황태자 전하가 우리 학교에 오셨어.” “황태자 전하가요?” “쉿!” 고명주 선배가 검지를 입술 위에 놓더니 서늘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윤희를 째렸다. 윤희는 다시 긴장의 끈을 바짝 조였다. 긴급 회의라 그런지 고명주 선배 입에서 나온 말이 어마어마했다. 몇 년 전 황태자 전하는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며 조선 땅을 밟았지만 이번 두 번째 방문은 극비리에 성사된 거라 했다. 학교 시찰이 주요 목적인데, 윤희네 학교가 시찰 대상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특급 기밀이야. 경성 사는 내지인도 모르고 황실 가족과 귀족 몇 명만 아는 거니까.” --- pp.16-17 “오늘은 안 돼. 사토랑 잉글리시 공부 같이 하기로 했거든. 근데 너 그거 들었니? 데라우치 총독님이 암살당할 뻔했대.” 요코 입에서 나온 암살이라는 말이 윤희 자신의 운명을 예견하는 말 같았다. 나비를 찾지 못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운명. 요코는 신민회 소속 암살범이 군자금을 모집하다 체포되었고, 일당 한 명이 다리에 총을 맞고 도망쳤다고 했다. 엄마와 아빠가 바깥 외출을 걱정할 만했다. --- p.49 모란이의 끝없는 할아버지 자랑에 윤희는 아빠가 자작 칭호를 받던 날이 떠올랐다. 늦은 밤 자작 훈장을 소중히 안고 집에 들어서던 아빠는 할아버지가 휘두르는 곰방대에 이마를 맞았다. 금세 혹이 볼록하게 솟아올랐다. 제물포에서 경성까지 할아버지가 아빠를 축하하러 온 줄 알았는데 그 반대여서 큰아빠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당황했다. “이놈, 조선 사람이 왜놈 행세를 하는구나! 자작인지 장작인지가 나라보다 중하더냐!” --- p.61 “이름 지었니?” “아직.” 앞서 걷는 여학생들의 대화가 들렸다. “이름까지 바꾸면 완벽한 내지인이 될 텐데. 넌 망한 나라 이름에 뭐 그리 미련이 많니?” “곧 바꿀 거야.” 망한 나라라니! 윤희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일본 중학교를 다녀야 해 일본 이름을 하나 더 가졌을 뿐이었다. 빛나는 사람이 되라고 할아버지가 지어 준 윤희라는 이름이 망한 나라의 이름이라니! 윤희는 저만치 걸어가는 여학생들을 쫓아가 멀쩡하게 잘 있는 우리나라가 왜 망한 나라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 p.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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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보다 중요한 질문
깊이 있는 역사 사고력을 키우다 일제강점기는 왜 잊지 말아야 할 아픈 역사일까? 당연한 역사적 사실에 “왜?”라는 질문이 붙으면 우리는 순간 멈칫한다. 작품은 일제강점기를 교과서로 접한 10대가 자연스럽게 시대에 이입하여 역사를 경험하게 만든다. 독자는 조선인 귀족의 딸 윤희, 독립운동가 집안의 소녀 모란, 일본인 어머니와 조선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마사오의 시선을 따라가며 일제강점기를 보다 입체적으로 경험한다. 단순히 역사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며 역사적 아픔과 저항 정신의 의미를 스스로 깨닫고 판단하는 역사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방정환 문학상 수상 작가 신작! 나라를 빼앗긴 시대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한국 전쟁 고아의 이야기를 담은 《폴란드의 비밀 양육원》으로 방정환 문학상을 수상한 장경선 작가는 꾸준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우리 역사 속 숨은 이야기를 발굴해 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귀족의 딸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돌아왔다. 왜 하필 귀족의 딸일까? 나라를 잃은 시기, 엄청난 혼란 속에도 사람들의 삶은 계속되었다. 어떤 이는 일본에 협력했고, 어떤 이는 저항했다. 윤희는 그중 일본에 협력한 조선인 귀족의 딸이다. 윤희가 보기에 아버지는 두 나라를 더 좋은 길로 이끈 영웅이고, 일본은 조선을 도우러 온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나비클럽의 비밀을 쫓고 모란이를 만나면서 윤희는 나라가 처한 현실과 아버지에게 붙은 영웅이라는 호칭의 진실을 깨닫는다. 작가는 역사적 진실에 다가설수록 무너져 가는 윤희의 세계를 통해 빼앗긴 나라와 빼앗은 나라의 경계에서 흔들리던 일제강점기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다. |